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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6-06-04 08:43:30

    수정 : 2026-06-04 08:43:50

[李 정부 1년②] ‘정년 연장·일하는 사람 기본법’…하반기 속도 내나

2026-06-04 08:43:30



전문가들, ‘과속’ 경고…“속도보다 대화와 정책 실효성에 집중해야”
[2026년 6월호 vo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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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월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새 정부 경사노위 제1기 출범을 맞이하여 대통령과 함께하는 노동정책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년 연장, 일하는 사람 기본법, 근로자 추정제 등 핵심 국정과제들이 올해 하반기 노동 정국을 뜨겁게 달굴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과제 모두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이지만, 그 속도와 방식을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속도보다 대화와 실효성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년 연장, '숫자'보다 '구조'가 먼저

    당정이 추진 중인 정년 연장은 지방선거 공약에도 등장할 만큼 정치적 가시성이 높은 과제다. 더불어민주당 정년연장특별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단계적 정년 연장 방안을 제시했고, 지방선거 이후인 7월 중 구체적인 입법안을 내겠다는 방향을 시사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65세'라는 숫자를 올리는 데만 집중된 현재의 논의 방식에 일제히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김덕호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정년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기업의 채용 계획, 인건비 구조, 승진 체계, 조직의 연령 피라미드 전체와 연결된 문제"라며 "이런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정년만 일률적으로 연장하면 기업은 신규 채용을 줄이고, 결국 청년층의 입직 기회가 더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금 필요한 것은 '정년 65세'라는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청년과 고령자가 함께 지속 가능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시장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라고 강조했다.

    임금체계 개편 없는 정년 연장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김 교수는 "직무급이나 역할 중심 임금체계 개편 없이 정년만 연장하는 방식은 기업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일본은 계속고용 제도를 활용하면서 직무와 임금을 함께 조정했고, 독일·싱가포르 등도 직무 재설계와 노동시장 유연화, 연금 개혁을 병행했다"고 비교했다.

    이영면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역시 여당이 구상 중인 '직무급 전환 없는 정년 연장'에 대해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이 교수는 "현실적으로 저항이 가장 적은 방안이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가장 크다"고 경고했다. 이어 "실제로 60세 정년까지 일하는 근로자는 공무원, 공공기관, 대기업 유노조 생산직으로 집중돼 있는데 이들은 거의 전부 호봉제·연공급 체계"라며 "지난 20년 동안 임금체계를 바꾸려는 시도가 반복됐지만 사실상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이영면 교수는 정년 연장 논의에서 정년보다 일찍 퇴직하는 취약한 일자리의 근로자에 대한 논의가 빠졌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근로자의 80% 이상이 60세 정년이 아니라 50세 전후에 주된 일자리를 떠난다"며 "60세 정년이라는 법은 있지만 실제로는 명예퇴직 등으로 50세 안팎에 쫓겨나는 것이 현실이다. 정년 연장의 혜택이 이미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진 소수에게만 돌아가는 반면, 더 취약한 다수의 조기 퇴직자를 위한 대책은 논의에서 배제돼 있다"고 지적했다.

    김선수 사법연수원 석좌교수(전 대법관)는 "정년 연장 등과 같은 사회적 대화가 필요한 쟁점들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일정한 성과를 내줬으면 한다"며 사회적 대화 채널을 통한 합의 도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경영계도 정년 연장에 신중론을 폈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함에 따라 고령자가 지속적으로 노동시장에 참여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높은 임금 연공성과 고용 경직성을 고려할 때 법정 정년 연장은 그 혜택이 노조가 있는 대기업과 공기업에 집중돼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심화시키는 등 다양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황 본부장은 "법정 정년 연장보다는 퇴직 후 재고용 방식이 바람직하며, 그 과정에서 취업규칙 변경절차 완화 같은 실효적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계는 정부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유정엽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정책1본부장은 "법정 정년 연장 입법을 2025년 내에 추진하겠다는 대선 공약이 지켜지지 않았고, 정부 여당의 정책이 원칙 없이 흔들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 본부장은 "정년 문제는 급격한 초고령화와 숙련 인력의 급속한 노동시장 퇴출, 노년층 부양을 위한 사회적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 되는 시급한 과제"라며 지방선거 직후 조속한 입법 추진을 촉구했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근로자 추정제' 입법 코앞

    '일하는 사람 기본법'과 '근로자 추정제' 입법도 하반기 화두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고용형태나 근무방식과 관계없이 모든 일하는 사람에게 헌법상 노동권 보장을 명시하고 국가의 지원 근거를 담은 기본법이다. 근로자 추정제는 노동관계법 보호를 받지 못하는 프리랜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 노무제공자의 근로자성에 대해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일단 노무제공자를 근로자로 추정하고 근로자성 입증 책임을 사용자에게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난해 12월 24일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일하는 사람 기본법과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근로자 추정제(근로기준법 개정안)는 아직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으나, 지방선거 이후 입법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과 근로자 추정제에 대해 노사는 각각 다른 이유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노동계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프리랜서에 대한 근로자성 인정과 단체교섭권 보장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정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정책실장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플랫폼 노동자의 근로자성 인정 없이 일하는 사람 기본법과 연동한 근로자 추정제를 도입하려는 점이 문제"라며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플랫폼 종사자, 프리랜서의 노동자성 인정과 교섭권 보장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영계는 근로자 추정제 입법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른바 '가짜 3.3 계약' 등 근로자를 노무제공자로 위장하는 편법은 기존 근로감독행정의 강화로 충분히 시정할 수 있다는 논리다. 오히려 입법을 통해 근로자성을 추정하게 되면 실제로는 근로자가 아닌 경우에도 근로자로 취급되는 오분류 문제가 대거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 본부장은 "근로계약을 체결해야 함에도 편법으로 3.3 계약을 체결하는 일탈행위는 근로감독행정을 통해 시정해야 할 문제"라며 "대법원이 이미 근로자성 판단기준을 정교하게 발전시켜 왔음에도 이를 입법으로 무리하게 추정하게 되면 오히려 근로자가 아님에도 근로자로 취급되는 사례가 대거 양산돼 오분류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책 '과속' 우려 목소리도…하반기 열쇠는 '실효성 있는 사회적 대화'

    향후 노동 국정과제 추진에 있어 속도보다 원칙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사회적 대화를 실질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출범 1년 동안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 등을 속도감 있게 처리하면서 충분한 검토 없이 밀어붙인 데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여당이 절대다수 의석을 보유하고 있어 노란봉투법의 내용을 충실하게 다듬을 여유가 있었지만 너무 급하게 추진해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며 "이후 정책도 교섭 단위 분리를 지나치게 쉽게 허용해 쪼개기 교섭을 양산하면서 동시에 초기업 교섭 활성화를 내세우는 것은 이중적이고 모순적인 태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년 연장은 당정이 조급하게 한 방향으로 밀어붙이지 않고 노사 양측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의 노동 정책은 이런 방식으로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준희 광운대 법학부 교수도 "정책 추진 속도가 빠른 것이 우려 요인으로 노란봉투법이 대표적인 사례"라며 "단체교섭 구조를 둘러싸고 상당한 논란이 촉발될 것이 예상됨에도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동 정책은 한두 명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전 국민에게 일방적 효력을 미치는 것인 만큼 파급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선행돼야 하는데 그 과정이 지나치게 생략되고 있다"며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통한 사회적 대화가 실효성 있게 진행되지 못 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했다.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이재명 정부가 모든 노동 이슈를 너무 빠르게 처리하려는 경향이 있어 전반적으로 우려가 된다"며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사안과 충분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을 구분하지 않고 서둘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서 "기한을 정해놓고 그 안에 반드시 해내야 한다는 식의 접근보다는 사안의 성격에 따라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노사정이 노동 정책에 대한 논의를 어떤 방식으로 해나갈 것인지도 과제다. 중앙단위의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사노위에는 민주노총이 불참하고 있어 국회를 통한 사회적 대화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도 주목된다.

    유 본부장은 "ILO에서 강조하는 사회적 대화의 기본은 노사정 삼자주의이며, 법정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사노위가 사회적 대화의 중심축 역할을 하면서, 입법 단계에서 국회 사회적 대화로 이해 당사자의 이견과 갈등을 조정하는 보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실장은 "경사노위에 민주노총이 불참하고 있는 조건에서 국회 사회적 대화는 온전하게 사회적 대화 주체가 참여하는 기구로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사회적 대화의 기본 방식인 경사노위에 대한 민주노총의 참여 여부와 개선 방안에 대해서는 향후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 본부장은 "민주노총이 국회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며 5개 노사 단체가 인공지능(AI) 중심 산업 경쟁력 강화와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플랫폼 종사자, 프리랜서의 사회보험, 사회안전망에 대해 일정한 공감대를 형성한 성과가 있었다"면서 "여기에 경사노위 운영도 본격화 되면 AI 전환, 노사관계 제도 발전 등 주요 현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했다.

    박정현·이재헌 기자 axs@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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