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세종 청사(이재헌 기자 jh59@)
고용노동부가 영주권이 없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기간제법을 적용하지 않던 기존 행정해석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최근 법원이 "영주권이 없는 외국인 근로자라도 2년 이상 일했다면 기간제법을 적용해 무기계약직으로 봐야 한다"며 현행 행정해석을 뒤집는 판결을 확정하자 노동부는 행정해석 변경 여부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영주권 無 외국인, 2년 초과하면 무기계약직"…현행 행정해석 뒤집혀
기간제법은 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다른 법령에서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을 따로 정하고 있는 경우 2년을 초과해 사용할 수 있는데, 체류기간이 정해져 있는 외국인 근로자가 바로 이 경우에 해당한다.
노동부 행정해석에 따르면 체류기간이 정해져 있는 외국인 근로자에게는 기간제법의 사용기간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
노동부는 행정해석에서 "외국인 근로자의 취업은 국내 체류를 전제로 해 체류기간 내에서 취업을 할 수 있으므로, 이는 '다른 법령에서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기간을 정한 경우'로 봐 기간제법상 사용기간 제한의 예외에 해당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 기업 현장에서는 외국인 기간제 근로자를 2년 넘게 사용하고 있는 모습이 확인된다. 지난해 12월 국가데이처가 발표한 '2025년 이민자 체류 실태 및 고용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주권 외 비자로 우리나라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153만 명이다. 이중 취업한 외국인은 110만9000명이며, 취업한 외국인 중 같은 회사에서 2년 이상 근무한 외국인은 50만5000명(45.5%)에 달한다.
그러나 최근 노동부 행정해석을 뒤집는 판결이 나왔다. 지난 4월 서울고등법원은 "영주권 없는 외국인 기간제 근로자에게도 기간제법이 적용돼 2년 이상 근무 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회사 측이 상고하지 않아 이대로 확정됐다.
법원 판결이 확정되면서 노동부는 행정해석 변경 여부를 검토 중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법원에서 기존 행정해석과 다른 내용의 판결이 확정된 것을 확인했다"며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체류 자격별 특성,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된 외국인 근로자의 체류 기간 만료 시 법적 지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행정해석 변경 여부를 면밀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행정해석 변경이 확정되면 각 지방고용노동청에 공문을 보내 근로감독 업무 시 참조하도록 할 계획"이라며 "외부에 별도로 공지할지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행정해석 변경으로 현장 혼란 줄여야"
전문가들은 법원 판결이 확정된 만큼 행정해석이 변경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노호창 호서대 법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법원이 합리적인 판결을 했기 때문에 노동부 행정해석도 이에 맞춰 변경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비전문 취업(E-9) 비자로 한국에 들어온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외국인들은 결혼, 이민 등 노동을 전제하지 않는 장기 체류 비자로 한국에 들어온 후에 노동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에게는 체류 자격에만 문제가 없다면 기간제법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조윤지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영주권 없는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기간제법상 사용기간 제한이 적용된다는 법원 판결이 확정된 이상 종전의 노동부 행정해석은 사실상 효력을 상실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며 "실무상 혼란을 방지하고 법리 체계의 정합성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행정해석을 빠르게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행정해석이 법원 판결에 맞춰 변경되지 않을 경우엔 실무상 혼란이 예상된다. 조 변호사는 "기업들이 기존 행정해석에 따라 외국인 기간제 근로자를 2년 이상 사용해 왔다면 향후 부당해고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행정해석이 변경되지 않는다면 분쟁 발생 시 노동위원회나 근로감독 단계에서의 결론과 법원의 결론이 달라지는 문제가 발생해 현장이 더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다만 고용허가제인 비전문취업 비자(E-9)로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서는 현행 행정해석이 유지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노 교수는 "비전문취업 비자(E-9)로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무기계약직 전환을 인정하면 외국인고용법과의 충돌 문제가 발생한다"며 "법률 간의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기간제법상 사용기간 제한을 적용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법 간의 충돌이 발생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영주권 없이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들에게도 기간제법상 사용기간 제한을 적용해 2년 넘게 같은 기업에서 일했다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도록 필요가 있다"며 "기간제법과 함께 파견법 적용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노 교수는 체류기간이 정해져 있는 외국인 근로자를 2년 초과 사용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더라도 기업이 큰 비용을 부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체류기간이 끝나면 고용관계가 자동 종료되기 때문이다.
노 교수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더라도 출입국관리법상 체류기간이 종료돼 연장되지 않으면 한국을 떠나야 한다"며 "체류기간 종료는 적법한 근로계약 해지 사유가 되기 때문에 이로 인해 기업이 큰 비용을 부담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기업들, 외국인 '해고⋅차별' 리스크 주의보
노동부가 행정해석 변경 여부를 검토하는 현 단계에서는 법원 판결을 토대로 부당해고 리스크와 차별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 변호사는 "확정 판결이 나왔기 때문에 행정해석이 변경되기 전이라도 법원이 향후 소송에서 2년 초과해 사용한 외국인 기간제 근로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인정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기업 입장에서 외국인 기간제 근로자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원하지 않는다면 2년 내로 계약을 종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2년을 초과해 외국인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했다면 일방적으로 계약을 종료할 경우 부당해고로 판단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다만 외국인 근로자의 체류기간이 끝났다는 것을 이유로 한 계약 종료는 부당해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이후에는 차별 분쟁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조 변호사는 "외국인 근로자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후에는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내국인 근로자와의 근로조건 차별이 없는지 검토해야 한다"며 "국적, 체류 자격만으로는 차별이 정당화되지 않기 때문에 근로조건에 차이를 둬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이재헌 기자 jh59@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