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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률] 김동현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1. 논의의 필요성
2025. 9. 9. 개정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개정 노동조합법),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지 약 100일을 맞았다. 일각에서는 여러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원청(도급인)과 협력업체(수급인) 노조 간 교섭 절차가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개정 노동조합법이 협력업체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와 단체교섭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노동3권을 실효적으로 보장한다는 입법취지를 달성하고 있는지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다만, 개정 노동조합법이 시행된 이래 지금까지 가장 빈번하게 제기되는 문제 중 하나는 원청의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안전보건관리 활동이 개정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근거로 작용해 양자가 상충되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에 관해 이미 법조계를 비롯한 각계각층에서 다수의 문제 제기가 있었고, 야당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도급·용역·위탁 등 관계에서의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조치는 근로조건에 대한 지배·결정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본다'는 취지의 노동조합법 개정안도 발의된 것으로 보인다. 입법적 논의를 차치하더라도 원청의 협력업체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관리가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근거가 될 경우 원청의 안전보건관리를 위축시킬 수 있고, 이는 궁극적으로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안전보건을 더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우려에 공감한다.
문제는 이와 같은 우려나 지적과 함께 원청의 안전보건관리를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방향성과 당위는 존재하지만, 왜 양자가 상충되는 의미로 해석되는지, 그러한 해석에 따르더라도 원청의 안전보건관리와 사용자성이 구분될 수는 없는지에 관한 논의는 부족해 보인다. 이에 이 글에서는 원청의 안전보건관리에 관한 최근 판결 등을 중심으로 부족하나마 양자의 구분 가능성을 논해 보고자 한다.
2. '실질적인 지배ㆍ운영ㆍ관리'와 '실질적 지배력'
원청의 안전보건관리와 사용자성이 맞닿는 지점은 각 법률에서 도급인(원청)의 책임 범위로 정한 '실질적인 지배'에 있다. 먼저 안전보건 관계 법령을 보면 산업안전보건법은 도급인이 관계수급인 근로자에 대해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취해야 하는 범위를 '도급인이 지배·관리하는 장소'를 포함한 도급인의 사업장으로 정하고 있고(제10조 제2항 및 제63조), 중대재해처벌법은 도급·용역·위탁 등 관계에서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시설·장비·장소 등에 대해서도 자기 사업에서와 동일한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부담하도록 정하고 있다(제5조 및 제4조). 여기서의 '실질적인 지배·운영·관리'의 의미에 관해 고용노동부는 "해당 시설이나 장비, 장소에 관한 소유권, 임차권, 그밖에 사실상의 지배력을 가지고 해당 장소 등의 유해·위험 요인을 인지·파악해 그 유해·위험 요인 등을 제거, 통제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경우"를 말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법원 역시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이 지배·관리하는 장소'의 의미를 "도급인이 해당 장소의 유해·위험 요인을 인지하고 이를 관리, 개선하는 등 통제할 수 있는 장소"로 해석한 바 있다(울산지방법원 2022. 9. 29. 선고 2021고단3946 판결; 확정). 이를 종합하면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서 '실질적인 지배·(운영)·관리'란 "해당 장소 등의 유해·위험 요인을 인지·파악해 이를 관리·제거·개선하는 등 통제할 수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한편, 개정 노동조합법에서는 사용자의 범위에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이른바 '계약 외 사용자')"를 포함하도록 했다(제2조 제2호). 여기서 '지배'의 의미에 관해 고용노동부는 '개정 노동조합법 해석지침(안)'에서 "시설·장비·장소 등에 대한 소유권 등 법적 또는 사실상의 통제력을 가지고 있어 해당 공간의 운영 방식과 안전상 위험요소 등을 관리·제어할 수 있는 상태거나 계약 외 사용자가 직접적 지시 없이도 근로조건에 대해 자신이 의도하는 조건을 부과하거나 개입해 변경, 제재할 수 있도록 영향력이나 통제력을 행사하는 경우"로 설명했다.
또한 '결정'에 관해서는 "원청이 협력업체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직접 결정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도급계약이나 과업 지시 등을 통해 구체적인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경우"로, '지위'에 있다는 것은 "그 근로조건에 관해 지속적으로 지배하거나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한다고 인정될 수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봤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위 해석지침(안)에서 ①근로조건의 지배·결정에 대한 구조적 통제(해당 근로자와의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인 협력업체가 독립적으로 근로조건을 결정할 자율성이 제한되는지)를 핵심적 요소로, 그밖에 보완적 요소로 ②계약 외 사용자의 사업에 계약사용자(협력업체)의 편입 여부, ③계약사용자가 계약 외 사용자에게 경제적으로 종속돼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설명하였다.
표면적으로 보면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서는 '실질적인 지배·운영·관리'의 대상을 시설·장비·장소 등으로 정하고 있는 반면에 개정 노동조합법에서는 '실질적인 지배·결정'의 대상을 근로조건으로 정하고 있는 점에서 다르다. 즉,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서는 물적 환경에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유해·위험 요인을 대체·제거·개선하는 것에 그치지만, 개정 노동조합법에서는 계약조건이자 권리의무사항인 근로조건을 부여·결정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러나 더 들어가서 보면 문제가 그리 간단치 않다. '안전 및 보건'의 근로조건에서는 사업장 내의 시설·설비 등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원청의 사용자성이 주로 문제되는 사내 도급 관계에서는 그러한 시설·설비를 사실상 원청이 단독으로 지배·관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즉, 근로조건으로서의 안전·보건에 관해 안전보건 관계 법령이나 개정 노동조합법이 공통적으로 정한 '실질적인 지배'가 '시설·장비·장소 등에 대한 소유권 등 법적 또는 사실상의 통제력을 가지고 해당 장소 등의 유해·위험 요인을 관리·개선하는 등으로 제어할 수 있는 경우'를 동일하게 의미하는 것으로 일응 귀결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원청의 안전보건관리가 협력업체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성의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논의다. 위와 같은 법령의 규정과 해석에 비춰 보면, 원청의 안전보건 관리를 사용자성의 인정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되는 당위적 필요성이 있더라도 그러한 당위성만으로 원청의 사용자성 문제를 피해 가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개정 노동조합법의 시행 이후 거의 대부분의 노동위원회 결정에서 안전보건의 근로조건에 관해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고 있다. 이 글의 고민 역시 같은 지점에 있으나 아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보기로 한다.
3. 안전보건관리 요소의 구분에 따른 관점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도급인은 관계수급인의 근로자가 자신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자신의 근로자와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조치를 이행할 의무를 부담한다(제63조 본문). 최근 대법원은 도급인이 부담하는 안전보건조치의무에 관해 관계수급인이 자신의 근로자에 대해 사업주로서 부담하는 의무와 원칙적으로 같은 의무로서, 도급인과 수급인이 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해 중첩적으로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하는 것이라고 연이어 판시했다(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3도14674 판결, 대법원 2025. 8. 14. 선고 2025도4428 판결).
다만, 산업안전보건법은 도급인의 의무 범위에서 '보호구 착용의 지시 등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는 제외하고 있다(제63조 단서). 대법원 역시 이에 주목해 도급인의 책임 영역에 속하지 않는 보호구 착용의 지시 등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는 제외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위 대법원 2025도4428 판결).
이러한 도급인의 의무 범위를 좀 더 구체화해 판단한 하급심 판결이 발견된다. 법원은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 본문에 따라 도급인은 사업장 시설과 관련된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하지만, 같은 조 단서에 따라 도급인이 직접 근로자의 모든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교육·조치 등을 수행하는 것은 어려워 그와 같은 의무는 관계수급인만 부담한다고 해석했다(인천지방법원 2021. 12. 16. 선고 2021고단1286 판결; 항소기각 및 상고기각돼 확정). 최근의 다른 판결은 더 나아가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의무는 자신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근로자들(관계수급인의 근로자 포함)에게 인적·물적 시설이나 장비 등이 충분히 안전하고 건강에 위해를 주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에 있고, 관계수급인 근로자들의 구체적인 작업방법이나 방식, 작업 자세나 행동, 근로자들 사이의 역할 배분 등은 관계수급인의 책임 영역으로 남겨두는 것이 도급계약의 본질에도 벗어나지 않으며 불법파견의 소지를 없애는 것이라고 판단했다(수원지방법원 2025. 10. 24. 선고 2024노1965 판결; 상고기각으로 확정). 위 수원지방법원 판결은 위와 같은 구분에 따라 안전대 부착설비의 미설치와 같은 물적 시설의 미비에 관해서는 도급인의 의무 위반이 인정되는 반면에 도급인이 이미 제공해 현장에 비치한 불티비산방지포를 수급인 근로자들이 꼼꼼하게 설치하지 않은 채 작업한 부분에 관해서는 도급인의 의무 위반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위와 같은 법령의 규정 및 판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안전보건관리는 시설·설비 등의 물적 요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에 못지않게 근로자의 작업방법 및 숙련도, 작업 자세 및 행동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교육, 작업 배치(역할 분담), 안전 설비 및 보호구의 적정 사용 관리와 같은 인적·관리적 요소도 중요하다. 실제로 산업안전보건에서는 안전보건관리의 대상이 되는 유해·위험 요인을 4가지 요소, 즉 인적(Man), 기계적(Machine), 물질·환경적(Media 또는 Material), 관리적(Management)의 '4M'의 요소로 나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으로서 '4M 리스크 평가 기법'이 존재한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2008년 기술지침(KOSHA GUIDE)으로 제정해 위험성평가 시에 유해·위험 요인을 효과적으로 찾아내기 위한 방법으로 널리 활용돼 왔다. 앞서 본 판결의 설시를 4M 기법의 분류에 비춰 보면, 안전보건관리를 구성하는 요소 중에 기계적(Machine), 물질·환경적(Media 또는 Material) 요소는 도급인이, 인적(Man), 관리적(Management) 요소는 수급인이 관장하는 요소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실제로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전에 산업안전보건 의제(근로조건)에 관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하급심 판결도 "계약 외 사용자가 계약사용자의 안전보건체계 전반에 대하여 규율·지침을 부과해 그 이행을 사실상 감독하고 계약사용자 소속 근로자들이 그러한 규율·지침에 종속되는지"와 "작업장 설비에 대한 지배·관리 및 시설관리 개선 권한, 안전예산 결정권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구분하고 있다(서울행정법원 2025. 7. 25. 선고 2022구합69230 판결, 서울행정법원 2025. 7. 25. 선고 2023구합55658, 56231 판결 등). 개정 전 노동조합법하에서 사용자의 범위에 관한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26. 5. 21. 선고 2018다296229 판결)의 반대의견과 같이 수급인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를 그 근로조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도급인이 사실상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과 동일하다고 평가될 수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보더라도, 안전보건에 관해 도급인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는 요인도 존재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즉, 작업자의 작업행동이나 방법, 교육 및 역할 분담, 안전설비 및 보호구 사용 등을 규율하는 지침 및 절차 등의 운영과 같은 인적·관리적 요소를 협력업체(수급인)의 영역으로 남겨 둔다면, 안전보건의 근로조건이 반드시 물적·환경적 요소를 주관하는 도급인에 의해 단독으로 지배·결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볼 여지도 있다고 본다.
4. 마치며
산업안전보건법이 2019. 1. 15. 전부 개정되면서 도급의 내용이나 범위를 묻지 않고 도급인에게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하는 관계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중첩적으로 부여했다. 이러한 법의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중첩적 의무'의 성격으로 인해 도급인과 수급인이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결과적으로 아무도 안전보건을 챙기지 않는 역설이 나타나기도 하는 것이 현실이다. 개정 노동조합법상 도급인의 사용자성 논의로 인해 도급인과 수급인의 안전보건관리에도 일정 수준 역할 분담이 이루어진다면 오히려 협력업체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 건강에도 기여할 수 있지 않을지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