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LG유플러스 매장(사진=뉴시스)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 사용자성이 인정된 사업장이 늘어나면서 노동조합법 제43조가 정한 '대체근로 금지' 적용 범위를 둘러싼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원청과 하청이 사실상 하나의 사업장으로 묶였다고 볼 경우 원청 근로자를 대체인력으로 투입해도 문제없다는 해석이 가능하지만, 쟁의행위가 벌어진 하청 사업을 기준으로 보면 대체근로 금지 위반이 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파업도 전인데…LG유플러스, 대체인력 투입 논란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초기부터 제기돼 온 노동조합법 제43조의 '해석 공백' 우려가 현실화됐다. 최근 LG유플러스가 협력사 파업에 대비해 원청 근로자 250여 명을 대체인력으로 투입하겠다고 밝히면서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0일 사무기술직군, 영업직군, 운영기술직군 등 원청 근로자 250여 명을 대체인력으로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회사가 지목한 파업 대비 대상은 LG유플러스 홈서비스와 협력사 소속 근로자들이다.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공공운수노조)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는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원청인 LG유플러스에 교섭을 요구했다. 이후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모두 LG유플러스의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해 최근 2차 교섭까지 마친 상태다.
그러나 3차 교섭을 앞두고 원청의 대체인력 투입 계획이 알려지면서 갈등이 커졌다.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가 아직 쟁의행위에 나서지 않은 상황에서 회사가 선제적으로 대체인력 확보에 나섰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 공동교섭단에 소속된 공공운수노조 민주유플러스지부와 희망연대본부 LG유플러스한마음지부는 대체인력 공개모집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공동교섭단은 "회사가 대체인력 투입 계획을 두세 달 전부터 준비해 왔다"며 "회사가 대체업무 수행 근로자에게 주당 20만 원, 월 80만 원 이상을 지급하기로 하면서도 정작 교섭 내내 요구해 온 인력 충원과 수당 인상은 재원 부족을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교섭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나의 사업장' vs '하청 사업'…엇갈리는 제43조 해석
애초 개정 노동조합법이 시행될 당시 학계에선 노동조합법 제43조가 법의 허점이 될 것이라는 우려와 전망이 적지 않았다. 개정 노동조합법이 사용자 개념을 원청까지 넓혔지만, 정작 대체근로 금지를 규정한 노동조합법 제43조는 손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용자 개념 확대에 따른 제43조 적용 범위의 공백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꾸준히 나왔으나, 실제 쟁의행위로 직결된 사례가 없어 본격적인 보완 입법이나 논의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노동조합법 제43조는 사용자가 쟁의행위 기간 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 수행을 위해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원청과 하청이 별개의 사업으로 완전히 분리돼 있다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개정 노동조합법으로 원청도 하청 근로자에 대한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로 인정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노동조합법 제43조가 규정한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의 범위가 모호해졌다.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쟁의행위에 돌입했을 때 원하청을 단체교섭 관계로 묶인 하나의 사업장으로 해석하면 원청은 대체근로 금지의무를 부담하면서도 원청 근로자는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에 해당하지 않아 대체근로가 가능하다. 하지만 원하청을 각각 별개의 사업장으로 해석하면 원청 근로자가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에 해당해 대체근로가 금지된다.
이러한 해석 공백은 그동안 이론적 우려에 머물러 있었지만, 지난 2일 대법원이 원청의 대체근로 금지의무 성립 요건을 명확히 하는 판결을 내놓으면서 실제 논쟁에 불이 붙었다.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원청인 CJ대한통운이 하청 노조에 해당하는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의 쟁의행위와 관련해 대체근로 금지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즉,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의 파업으로 중단된 업무를 대체인력으로 메워도 노동조합법 제43조 위반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 사건은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전인 2018년에 발생한 사건으로, 당시 CJ대한통운은 택배노조에 대해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가 아니었다. 대법원은 "쟁의행위란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상대방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것인 만큼, 단체교섭의무가 없었던 CJ대한통운은 원칙적으로 대체근로 금지의무도 지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개정 노동조합법에 따라 원청 사용자성이 인정돼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게 됐다면 대체근로 금지의무도 함께 발생한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 LG유플러스는 이미 서울지노위와 중노위에서 사용자성을 인정받아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으로 원청과 하청을 하나의 사업장으로 묶어 해석할 수 있는 만큼, 원청 근로자가 애초에 노동조합법 제43조가 금지하는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에 해당하지 않아 이번 LG유플러스의 대체인력 투입 결정이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란봉투법에 따라 원청과 하청이 단체교섭 관계로 묶이면서 두 사업장이 사실상 하나의 사업으로 연결됐다"며 "이 경우 노동조합법 제43조가 금지하는 대체근로의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는 하청 사업이 아니라 통합된 원하청 관계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원청 근로자는 이 하나의 사업장 안에 있는 인력이므로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로 보기 어렵다"며 "이는 노란봉투법이 예상하지 못한 변칙적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원청 근로자를 투입하는 것이 노동조합법 제43조가 금지하는 대체근로에 해당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개정 노동조합법이 시행된 것과는 별개로 하청 사업을 하나의 사업장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준희 광운대 법학부 교수는 "노동조합법 제43조가 말하는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는 쟁의행위가 벌어진 하청 사업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일례로, 기지국이나 매장 판매 업무를 하는 원청 직원을 하청 근로자가 수행하는 가정용 설치ㆍ수리 업무에 투입하는 것은 관계없는 자가 대체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교수는 "이 경우엔 통신사업이 필수공익사업으로 분류돼 파업 참가자의 50% 범위에서 대체가 허용되는 예외 규정이 있는 만큼, 하청업체의 업무를 통신사업으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개념이 확대된 만큼 노동조합법 제43조상 사용자 개념도 함께 넓어지는 것이 원칙이지만, 정작 노동조합법 제43조는 단일 사용자를 전제로 만들어져 원청과 하청 중 어느 쪽 사업을 기준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한 명문 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노동조합법 제43조 위반의 경우 노동조합법 제91조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만큼, 사후적인 사용자성 판단에 따라 처벌 여부가 갈리는 구조는 죄형법정주의 명확성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며 "원하청 관계의 대체근로를 별도로 규정하는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정현 기자 axs@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