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시 삼성전자 본사(사진=뉴시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근로자들에게 지급한 목표 인센티브와 성과 인센티브는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앞서 대법원은 두 회사와 유사한 지급 구조를 가진 삼성전자 목표 인센티브의 임금성을 인정한 바 있지만, 이번 판결에서 법원은 두 회사 모두 취업규칙에 성과급 지급 근거가 없다는 점을 들어 임금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6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1민사부(재판장 이규훈)는 지난 8월 27일 삼성생명 근로자 149명과 삼성화재 근로자 102명이 각각 회사를 상대로 낸 퇴직연금 부담금 등 청구 소송에서 모두 원고 패소 판결했다.
삼성생명은 2000년부터, 삼성화재는 2005년부터 매년 한 차례 성과 인센티브와 매년 두 차례 목표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두 회사의 목표 인센티브는 개인과 조직의 업적을 기준으로 성과 등급에 따라 차등 지급됐고, 성과 인센티브는 세후이익에서 자본비용을 차감한 경제적 부가가치(EVA)의 20%를 재원으로 지급됐다.
두 회사 모두 취업규칙에 성과급을 지급할 수 있다는 규정만 존재할 뿐, 구체적인 지급 기준에 대한 노사 합의는 없었다. 이에 따라 매년 달라지는 인센티브 운영안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지급 액수가 결정됐다.
두 회사가 인센티브를 임금 총액에서 제외하고 퇴직연금 부담금을 입금하자, 근로자들은 인센티브 역시 임금에 해당한다며 차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목표⋅성과 인센티브 모두 임금성 '불인정'
법원은 두 사건 모두 회사의 손을 들었다. 지급 근거가 없어 회사에 인센티브 지급 의무가 없기 때문에 임금성이 없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취업규칙이 '성과금을 지급할 수 있다'라고만 규정할 뿐 구체적인 지급 기준이나 금액을 명시하지 않았다"며 "별도의 목표 인센티브 지급 기준이나 금액에 대한 노사 합의도 없어 회사가 지급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근로자들은 인센티브 운영안이 취업규칙에 해당해 지급 근거가 존재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인센티브 운영안은 회사가 자의적으로 정한 기준으로 매년 변동됐다"며 "매년 달라지는 회사 내부 문건을 취업규칙이라고 볼 수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회사에 지급 의무가 없다면 인센티브가 반복적으로 지급됐다는 이유만으로 임금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성과 인센티브 역시 임금이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성과 인센티브는 EVA를 재원으로 해 근로 제공의 대가라고 볼 수 없다"며 "이는 경영 성과에 대한 사후적 분배에 해당해 임금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삼성전자와는 다른 판단…무엇이 임금성 갈랐나
이번 사건에서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법원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모두 목표 인센티브의 임금성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올해 1월 대법원이 삼성전자가 지급한 목표 인센티브를 임금으로 인정한 것과는 뚜렷하게 대비된다.
삼성전자 사건과 두 사건의 결정적인 차이는 목표 인센티브의 지급 근거가 취업규칙에 존재했는지 여부다. 삼성전자 사건에서는 취업규칙에 목표 인센티브 지급 기준이 명시돼 있었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세 사건의 임금성 판단이 갈린 이유는 지급 근거의 유무 차이로 보인다"며 "지급 방법이 비슷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에도 삼성전자처럼 취업규칙에 지급 근거가 있었다면 목표 인센티브의 임금성이 인정됐을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편, 법원은 성과급의 재원이 EVA나 영업이익 등 근로의 대가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경우에도 임금성을 인정하지 않는 추세다. 정 변호사는 "법원이 EVA, 영업이익을 재원으로 하는 성과 인센티브는 근로의 대가가 아니라고 판단해 임금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기업은 성과급을 지급할 때 지급 근거와 재원을 각별히 신경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 변호사는 "기업이 임금 리스크를 줄이려면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지급 근거를 두지 말고 매년 회사의 재량에 따라 성과급 지급 여부와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며 "성과급 재원도 영업이익 등 근로자의 근로 양과 질에 비례하지 않는 요소를 기준으로 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재헌 기자 jh59@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