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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6-10-12 09:00:00

    수정 : 2026-10-12 11:53:49

처벌 없는 日 ‘고객 괴롭힘 방지법’…실효성은 어디서 나오나

2026-10-12 09:00:00



올해 10월 전 사업장 의무화…‘산재 인정ㆍ민사책임’으로 기업 압박
[2026년 11월호 vo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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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직장 내 괴롭힘을 넘어 '제3자에 의한 갑질'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일본 노동법제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2024년 발표한 '직장 괴롭힘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년 사이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는 근로자의 비율은 전반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상사나 동료에 의한 괴롭힘을 겪었다는 응답은 2020년 31.4%에서 2023년 19.3%로, 직장 내 성희롱은 10.2%에서 6.3%로 낮아졌다. 고객이나 거래처 등 제3자로부터 발생하는 이른바 '고객 괴롭힘' 피해 응답 역시 15.0%에서 10.8%로 줄었다.
     
    하지만 기업 현장에서 체감하는 온도는 사뭇 다르다. 기업이 직접 접수한 상담 건수를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상사와 동료의 괴롭힘이나 성희롱은 줄었다는 응답이 우세했던 반면, 고객 괴롭힘은 '증가했다'고 답한 응답(23.2%)이 '감소했다'는 응답(11.4%)의 두 배를 웃돌았다. 고객 괴롭힘의 경우, 개정법 시행 전에는 사업주에게 포괄적인 법적 방지 조치의무가 부과되지 않은 사각지대였다.
     
    그러나 2026년 10월 1일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이날부터 일본의 모든 사업주는 고객 괴롭힘을 방지하기 위한 고용관리상 조치의무를 부담하게 됐고, 중소기업에 대한 별도의 유예기간도 없어 원칙적으로 모든 사업장에 동시다발적으로 적용된다.
     
    다만, 해당 조항은 별도의 벌칙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사업주가 고객 괴롭힘 방지 조치의무를 위반했다고 해서 형사처벌이나 과태료가 부과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이처럼 처벌 규정이 없는 규제의 실효성은 어떻게 담보할 수 있을까. 일본이 채택한 규율 방식과 그 이행을 담보하는 장치를 살펴보고 이를 한국의 법제도와 비교해 본다.
     
    '고객 괴롭힘 방지' 위한 사업주 5대 의무
     
    2026년 10월 1일부터 시행된 '개정 노동시책종합추진법'에 따르면 고객 괴롭힘은 "직장에서 고객, 거래상대방, 시설 이용자와 같이 그 사업에 관계된 자가 하는 언동으로서 업무의 성질 등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어 근로자의 근무환경을 해치는 행위"로 정의된다.
     
    이에 따라 사업주는 근로자가 고객 괴롭힘으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상담 창구를 비롯한 대응 체제를 갖추고 고용관리상 필요한 예방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제33조 제1항). 아울러 근로자가 피해 사실을 상담했다는 이유로 해고 등 불이익 취급을 하는 행위가 엄격히 금지되고(제33조 제2항), 타 사업주로부터 고객 괴롭힘 방지 조치와 관련한 협력 요청을 받았을 때 성실히 응해야 하는 노력의무도 신설됐다(제33조 제3항).
     
    사업주가 실질적으로 마련해야 할 대응체제의 구체적인 내용은 후생노동성 지침을 통해 구체화됐다. 지침의 핵심은 단순한 선언을 넘어선 '실행력 담보'에 방점이 찍혀 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고객 괴롭힘에 단호히 대응해 근로자를 보호하겠다는 사업주의 기본 방침을 명문화하고, 이를 사내에 홍보하고 교육한다.
    - 근로자를 보호할 수 있는 상담 체제를 구축하고 이를 근로자에게 안내한다.
    - 사건이 발생하면 신속하고 정확하게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피해자를 보호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한다.
    - 악성 사례에 대비해 경찰 신고나 시설 출입 금지 등이 담긴 대응 방침을 사전에 수립하고 실행 체제를 구축한다.
    - 상담자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상담이나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한 대우를 금지한다는 원칙을 고지한다.

     
    규제 대상에는 대면 폭언뿐만 아니라 유선 통화,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괴롭힘도 포함된다. 다만 상품이나 서비스의 결함에 대한 정당한 불만 제기나 요구는 고객 괴롭힘으로 보지 않는다.
     
    처벌 대신 '산재 인정ㆍ민사책임'으로 실효성 담보
     
    고객 괴롭힘 방지 조치의무를 위반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직접적인 형사처벌이나 과태료 처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법에는 후생노동대신이 조언ㆍ지도ㆍ권고할 수 있고 시정 권고를 따르지 않을 경우 위반 사실을 대외에 '공표'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을 뿐이다(노동시책종합추진법 제42조 제1항 및 제2항).
     
    후생노동대신은 조치의무의 이행 상황 등을 사업주에게 보고하도록 요구할 수 있고, 사업주가 이 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허위로 보고하면 20만 엔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제45조 제1항 및 제51조).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보고 의무를 위반한 것에 대한 제재일 뿐, 고객 괴롭힘 방지 조치를 갖추지 않은 것 자체에 대한 제재는 아니다.
     
    그러나 형사처벌이나 과태료 규정이 없다고 해서 기업이 짊어질 부담이 결코 가벼운 것은 아니다. 촘촘한 '이행 담보 장치'가 정교하게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장치는 '산업재해 인정'이다. 일본의 산업재해 인정기준은 업무에서 겪은 사건이 근로자에게 준 심리적 부담을 '약ㆍ중ㆍ강' 세 단계로 평가하고, 부담 수준이 '강'에 해당하면 정신질환 산재로 인정될 수 있다.
     
    후생노동성은 2023년 9월 1일 이 평가표에 "고객이나 거래처, 시설 이용자 등으로부터 현저한 부당행위를 당했다"는 항목을 새로 추가했다. 치료가 필요한 정도의 폭행을 당한 경우, 부당한 행위가 반복되고 집요하게 이어진 경우가 대표적인 '강'의 예시다.
     
    심리적 부담이 '중'으로 평가된 경우라도, 근로자의 상담 요청에 회사가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아 상황이 개선되지 않았다면 '강'으로 상향 조정된다. 회사가 직원의 상담에 어떻게 대응했는지가 산업재해 인정의 핵심 평가 요소로 편입된 셈이다.
     
    두 번째 장치는 '민사책임'이다. 회사가 상담 체제를 갖췄는지, 사안을 인지한 뒤 어떻게 대응했는지 등은 회사가 근로자에 대해 부담하는 안전배려의무(노동계약법 제5조)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요소가 된다. 실제로 악성 고객의 폭언에 시달린 콜센터 상담원이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일본 법원은 "회사가 사전에 대응 규칙을 마련해 두고 그에 따라 대처해 왔다"는 점을 들어 안전배려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일본은 행정지도를 통해 기업의 자율적 개선을 이끌어내면서도, 산업재해 인정과 민사책임을 통해 법의 실효성을 확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ㆍ일 차이는?…'사후 보호 중심' 한국 vs '사전 대응 중심' 일본
     
    한국은 이 문제를 일본보다 앞서 법제화했다. 2018년 10월 18일 시행된 이른바 '감정노동자 보호 조항(구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의2, 현 제41조)'이 그 출발점이다.
     
    이 법은 ▲고객응대근로자를 위한 예방조치(안내문 게시, 매뉴얼 마련, 교육 등)를 사업주에게 명하고(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 제1항) ▲고객의 폭언 등으로 건강장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현저한 우려가 있는 경우 업무 중단이나 전환 등 사후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제2항) ▲근로자가 이러한 조치를 요구할 권리를 보장하고 이를 이유로 한 불이익 처우를 금지한다(제3항). 2021년 개정으로 제2항과 제3항의 보호 대상이 모든 근로자로, 가해자는 고객 등 제3자로 확대됐으나, 제1항에 따라 사업주의 예방 조치 대상이 되는 근로자는 지금도 고객응대근로자로 한정하고 있다.
     
    한국은 제재가 있고 일본은 없다는 통념과 달리, 한국 역시 사전 예방조치의무(제1항)를 어겼다는 이유만으로는 형벌이나 과태료가 부과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다만, 한일 양국의 제도를 가르는 결정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한국 법의 실질적인 제재는 '사후 조치'에 집중돼 있다. 한국이 사건 발생 후 개별 근로자 보호와 사후 조치 이행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면, 일본은 사건 발생 전의 사내 대응 체제 정비에 방점을 두고 있다.
     
    한국에서는 고객 괴롭힘 발생 후 근로자에게 건강장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현저한 우려가 있는데도 사업주가 업무 중단 등 필요한 사후 조치를 하지 않으면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산업안전보건법 제175조 제4항 제3호). 또한 조치를 요구한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산업안전보건법 제170조 제1호).
     
    제재의 대상과 의무의 주체를 정하는 설계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양국 모두 위 조치의무 규정에서는 가해자인 고객이나 거래처를 직접적인 제재 대상으로 삼지는 않는다.
     
    사업주가 조치의무를 부담하는 가운데, 한국은 피해 근로자가 속한 사업주에게 '소속 근로자를 보호할 의무'를 지우는 데 그친다. 반면 일본은 자사 근로자를 보호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일본은 한발 더 나아가 사업주에게 "자사 근로자가 타사 근로자에게 부당한 언동을 하지 않도록 교육하는 등 배려할 노력의무"를 부여하고, 법인의 임원과 근로자 본인에게도 스스로 언동에 주의할 노력의무를 함께 명시했다(노동시책종합추진법 제34조 제2항부터 제4항까지).
     
    일본은 국가 법률과 지방자치단체 조례 간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도쿄도는 2024년 10월 전국 최초로 고객 괴롭힘 방지 조례를 제정해 2025년 4월 1일 시행했고, 홋카이도와 군마현의 조례도 같은 날 시행됐다. 이들 조례는 처벌 규정을 두지 않았지만, 특히 도쿄도와 군마현은 "누구든 어디서나 고객 괴롭힘을 해서는 안 된다"며 '금지'를 명확히 선언했다.
     
    한편, 일본 법률은 고객 등에게 자신의 언동이 근로자의 근무환경을 해치지 않도록 주의할 '노력의무'를 규정하고 있다(노동시책종합추진법 제34조 제5항). 같은 행위를 두고 지자체의 조례는 금지의 형식을, 국가 법률은 노력의무의 형식을 취한 셈이다.

    결국 한국이 피해 근로자에 대한 보호와 사후 구제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일본은 고객 괴롭힘 예방을 위해 사업주뿐만 아니라 근로자와 고객 등 다양한 주체의 역할과 책임을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러한 일본의 입법 동향은 한국에서도 고객 괴롭힘에 대한 사전 예방체계의 실효성을 높이고 사업주와 근로자, 고객 등 각 주체의 역할과 책임을 구체화하는 데 참고할 만하다.
     
    <기사 도움>
    - 장현진ㆍ윤재훈ㆍ신문경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이 기사는 노사발전재단 국제협력팀과 공동 기획으로 작성된 기사입니다. 노사발전재단은 "노사를 행복하게 일터를 활기차게"라는 미션 아래, 상생의 노사협력을 기반으로 노사관계 발전, 공정일터 조성, 고용문화 개선, 일터혁신 촉진, 중장년 고용지원 및 국제협력 강화를 통해 현장중심의 전문기관으로서 역할을 합니다. 기업과 노동자가 함께 성장하는 든든한 나침반으로서 고객 맞춤형 통합지원서비스를 제공하며 활기찬 일터 구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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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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