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당진시 현대제철 당진공장 정문(사진=뉴시스)
현대제철 냉연공정 정비 업무가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지난해 11월 기계ㆍ열연공정 정비 업무가 적법도급으로 인정된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법원은 현대제철이 전산관리시스템(MES)을 통해 내린 업무 지시를 하청업체가 거부한 사례가 없다는 점을 들어 실질적인 지휘ㆍ명령을 인정했다.
14일 노동계에 따르면 인천지방법원 제11민사부(재판장 이경은)는 지난달 3일 현대제철 하청 근로자 A 씨 등 62명이 현대제철을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정비 업무 불파 '인정'…"현대제철이 직접 지휘ㆍ명령"
하청 근로자들은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하청업체 소속으로 냉연공정 정비 업무를 담당했다. 하청업체는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하청 근로자들의 고용은 변경된 업체로 계속 승계돼 왔다.
하청 근로자들은 자신들이 도급이 아닌 파견 근로자에 해당해 2년이 지난 시점부터 현대제철에 직접고용의무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하청 근로자들의 손을 들었다. 법원은 하청 근로자들에 대한 현대제철의 상당한 지휘ㆍ명령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현대제철이 설비별로 정비계획서를 작성해 세부 작업과 투입 인원을 미리 정해 하청업체에 전달하고 전산관리시스템(MES)에 입력해 지시했다"며 "하청업체가 이를 거부한 사례가 없어 현대제철이 상당한 지휘ㆍ명령을 해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현대제철은 돌발 보수가 필요한 경우 하청 현장 대리인을 거치지 않고 직접 개별 하청 근로자에게 구체적인 작업 지시를 하고 결과를 통보받았다"며 "이는 도급인이 가지는 지시권의 범위 밖의 것으로 상당한 지휘ㆍ명령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하청업체가 현대제철에 실질적으로 편입된 점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하청 근로자들이 수행한 정비 업무는 현대제철의 생산공정 가동에 필수적인 업무"라며 "원ㆍ하청 근로자들이 명절 연휴 근무계획을 함께 편성하는 등 하나의 작업집단을 이루었다"고 했다.
법원은 하청업체의 독립성도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하청업체의 인력 배치는 현대제철이 정한 정비계획의 틀 안에서만 제한적으로 이루어졌다"며 "하청업체가 독자적인 설비 없이 당진공장 내에서 현대제철과의 도급계약에만 매출을 전적으로 의존해 적법한 도급으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같은 MES 지시라도 '거부 사례' 유무가 불법파견 갈라
이번 사건은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가 제기한 불법파견 집단 소송 중 3-1차 소송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서울고등법원은 1ㆍ2차 집단소송 항소심에서 기계ㆍ열연공정 정비 업무 등을 적법도급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법원은 하청업체가 MES를 통한 현대제철의 업무 지시를 거부한 사례가 있다는 이유로 상당한 지휘ㆍ명령을 인정하지 않았다.
지회는 "지난해 11월 선고된 기계ㆍ열연공정 정비 업무에 대한 2심에서 법원은 하청업체가 MES를 통한 현대제철의 업무 지시를 거부한 사례가 있다는 이유로 상당한 지휘ㆍ명령성을 부정했다"며 "반면 이번 판결에서는 MES를 통한 원청의 실질적 지휘ㆍ명령이 인정됐다"고 분석했다.
지회는 법원이 개별 업무 사례가 아닌 전체 공정 중심으로 불법파견을 판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회는 "원청의 지휘ㆍ명령을 개별 업무 사례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것은 제조업 공정의 연계성과 증거의 비대칭성을 외면하는 것"이라며 "이번 판결이 불법파견 판결의 후퇴를 바로잡는 기준이 돼 법원이 나머지 집단소송에서도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우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재헌 기자 jh59@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