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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6-10-16 07:00:00

    수정 : 2026-10-16 07:01:43

대법 “택시 소정근로시간, 개별 합의별로 판단해야…일률적 부정 안 돼”

2026-10-16 07:00:00



“최종 단축한 ‘1일 3시간 20분’ 문제 있어도…이전 합의까지 전부 무효는 아냐”
사건번호 : 회원전용 서비스입니다.
[2026년 11월호 vo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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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역 택시승강장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다. (사진=뉴시스)

    택시회사가 최종적으로 단축한 소정근로시간이 실제 근로시간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전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 효력까지 일률적으로 부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소정근로시간 단축이 최저임금법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인지는 개별 단축 합의별로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다.

    16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제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 1일 전직 택시기사 A 씨가 H 택시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청주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6시간 50분→3시간 20분' 단축…"최임법 잠탈 무효" 소송

    A 씨는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H 택시회사에서 일하다 퇴직한 택시기사다. A 씨는 1일 2교대 방식으로 일하고 정액사납금제 형태로 임금을 받았다. 정액사납금제는 매일 정해진 금액의 사납금을 택시회사에 납부하고 나머지 초과운송수입금을 가져가는 것을 말한다.

    2007년 최저임금법에 택시근로자의 최저임금을 산정할 때 '생산고에 따른 임금'은 제외하도록 하는 특례조항이 신설됐다. 이는 택시회사가 초과운송수입금을 제외하고 최저임금 이상의 기본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으로, 사납금제로 인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당시 택시업계에선 특례조항 시행 전후로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이루어졌는데, 2010년 7월 1일부터 청주시에서 특례조항이 시행되자 H 택시회사도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에 나섰다.

    당초 H 택시회사의 소정근로시간은 1일 6시간 50분이었으나, 회사는 2010년 임금협정을 통해 1일 6시간으로 단축했다. 이후 2015년엔 1일 4시간, 2018년엔 1일 3시간 20분으로 단축했다.

    A 씨는 소정근로시간 단축이 최저임금법을 잠탈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해 무효라고 주장했다. 소정근로시간이 줄어드는 동안 실제 택시기사의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A 씨는 최저임금 미달액과 미지급 퇴직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 "효력 부정 엄격해야…개별 합의별 판단"

    앞서 1심과 2심 모두 회사의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최저임금법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해 무효라고 판단했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 소정근로시간은 노사 간 합의가 원칙"이라며 소정근로시간 합의 효력을 부정하는 것은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노사 합의에 의해 정해진 소정근로시간 효력을 부정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제도의 실질적 잠탈 여부 등을 종합해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따라서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 목적에 최저임금법 적용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포함돼 있다고 의심할 만한 사정이 엿보이더라도, 결과적으로 단축된 소정근로시간이 규범적인 관점에서 택시기사의 실제 근로시간과 상당한 불일치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 이러한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 효력을 부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소정근로시간과 실제 근로시간이 반드시 일치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봤다.

    대법원은 "소정근로시간은 실제 근로시간과 개념적으로 구분되므로, 반드시 양자가 양적으로 정확히 일치할 필요는 없고, 택시기사의 실제 근로시간이 일부 감소하는 등의 사정을 반영해 이와 규범적인 관점에서 상당한 불일치가 발생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소정근로시간을 일부 조정하는 것도 허용된다"고 짚었다.

    특히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단축된 소정근로시간과 실제 근로시간 사이에 불일치가 있다고 해서 이전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까지 모두 무효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에서 H 택시회사가 최종 합의한 소정근로시간 '1일 3시간 20분'이 통상 근로시간으로 보기 어려워 최저임금법 회피가 의심되더라도, 앞선 2010년 1일 6시간, 2015년 1일 4시간 합의 효력까지 일률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결국 각 단축 합의가 탈법행위인지 개별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소정근로시간 단축의 주된 목적이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회피하려는 것이었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구체적인 경위와 시기, 단축 전후의 소정근로시간을 적용할 경우 산정되는 시간급 비교대상 임금과 법정 최저임금의 객관적 차이 및 변동 추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되 개별 단축 합의별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때 최종적으로 단축된 소정근로시간이 실제 근로시간과 규범적으로 상당한 불일치가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을 들어 일련의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 전부의 효력을 일률적으로 부정할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대법 "2010ㆍ2015년 단축 합의, 탈법으로 보기 어려워"…파기환송

    이러한 법리에 따라 대법원은 2010년과 2015년 단축 합의를 각각 분리해 살폈다.

    먼저 2010년 단축 합의(1일 6시간 50분→6시간)에 대해 대법원은 "특례조항 시행일에 맞춰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해 최저임금법 회피로 의심할 여지가 있지만, 약 12%인 50분을 단축했을 뿐이고 이를 2015년까지 약 5년 이상 유지했다"며 탈법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2015년 단축 합의(1일 6시간→4시간)에 대해서도 "약 33%인 2시간을 단축해 단축 폭이 다소 크지만, 직전 단축 합의 후 약 5년이 지나 이루어졌고 단축 합의 전 소정근로시간을 적용해도 비교대상 임금이 법정 최저임금을 상회했다"며 이 역시 탈법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마지막으로, 소정근로시간을 1일 3시간 20분으로 정한 2018년 단축 합의에 대해 대법원은 "청주시 지역에서 1일 2교대로 근무하는 택시기사의 통상적인 1일 근로시간으로 보기 어려운 수준으로, 소정근로시간과 실제 근로시간 사이에 규범적으로 상당한 불일치가 있는 경우에 해당할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다만 "2010년과 2015년 단축 합의 효력을 판단함에 있어 2018년에 최종적으로 단축된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위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그 이전에 있었던 일련의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효력을 일률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급격히 단축된 합의만 무효 가능성"…향후 승소액 줄어드나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 소정근로시간을 결정하는 건 노사 자치의 영역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그 효력을 부정하는 건 매우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법리를 재확인했다.

    또한 대법원은 소정근로시간과 실제 근로시간은 개념적으로 구분되는 만큼, 두 시간이 반드시 정확히 일치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상당한 불일치'가 발생하지 않는 범위 내라면 노사 합의의 재량을 폭넓게 인정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최종적으로 단축된 소정근로시간이 실제 근로시간과 맞지 않아 그 효력이 부정되더라도, 이전 단축 합의 효력까지 전부 부정할 수는 없다고 명시한 대목이다. 완전히 새로운 법리는 아니지만, 대법원이 명시적이고 구체적으로 정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사건에서 택시회사 측을 대리한 이동렬 법무법인 오라클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소정근로시간 합의에 대한 판단기준을 명확히 정리하면서 앞으로 선고될 택시회사 최저임금 사건의 판단기준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 변호사는 "향후 비슷한 쟁점을 가진 동종사건에서는 노사가 정한 소정근로시간 합의 효력 전부가 부정되지 않고 소정근로시간이 급격히 단축된 임금협정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만 무효로 판단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어 "가령 소정근로시간이 8시간(2010년), 7시간(2011년), 5시간(2016년), 3.5시간(2017년), 3시간(2018년) 순으로 단축된 사업장의 경우,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다르겠지만 2017년과 2018년 합의는 무효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유효한 소정근로시간은 5시간이 되기 때문에 택시기사들이 승소하더라도 그 승소금액은 현저히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동희 기자 dhlee@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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