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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6-10-26 19:26:52

    수정 : 2026-10-26 19:28:12

‘교섭’ 겉돌고 ‘공무직위원회’는 제도 개선뿐…공공 원하청 ‘임금교섭’ 실종

2026-10-26 19:26:52



정부 “위원회는 원청교섭 대체 아닌 보완”…구속력 부재ㆍ총인건비 벽에 ‘임금 공백’ 여전
[2026년 11월호 vo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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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이재명 정부의 공공기관 인력 감축 방침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 시행 7개월이 지났지만, 공공부문 원청교섭이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기관 하청 근로자의 임금과 인력이 정부 지침에 묶여 있는 구조 탓에 원청 공공기관이 교섭에 나서더라도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재량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공무직위원회에서 예산과 인건비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혔지만, 관련 분야별협의회는 11월에야 본격 운영되고 위원회 의결에는 법적 구속력도 없는 상황이다. 노동계는 "공무직위원회는 제도 개선 기구일 뿐, 당장 교섭 현장에서는 임금 등 핵심 의제가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원청 70곳 중 18곳만 교섭"…공공 하청 노조들, '공동파업'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은 지난 19일부터 24일까지 공동파업ㆍ공동투쟁을 벌였다. 이 기간 인천국제공항공사,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LG유플러스 하청 근로자들이 23일 하루 파업을 진행했고, 24일에는 서울 숭례문 앞 세종대로에서 총궐기대회가 열렸다.
     
    공공운수노조는 "노란봉투법이 시행됐지만 공공부문 원청교섭을 첫발조차 떼지 못하고 있다"며 공동파업 배경을 밝혔다.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지난 3월 10일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공공기관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 70곳에 교섭을 요구했으나, 실제 교섭이 이뤄진 곳은 18곳에 그쳤고, 현재까지 교섭 타결에 이른 사업장 역시 전무하다.
     
    공공부문의 경우 원청교섭이 열리더라도 임금과 같은 핵심 의제는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공공운수노조의 설명이다.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개정 노동조합법 해석지침에 따르면 정부와 공공기관이 법령이나 조례, 국회의 예산 심의ㆍ의결로 정해진 기준을 집행하는 것은 공공정책의 결과여서 개별 노사 간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노동계는 공공기관 등 원청이 이 대목을 근거로 임금을 교섭 의제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선종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하청 단위들이 원청교섭을 요구하면 공공기관 자회사나 민간위탁 사업장 대부분은 정부 해석지침을 근거로 임금 관련 의제를 삼지 않겠다, 사용자성이 없다고 답한다"며 "임금은 아예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청 사용자성이 인정되면 사용자성을 인정받지 못한 의제도 교섭에서 다룰 수 있다는 정부 설명과 달리, 현장에서는 사용자성이 인정된 의제만 선별적으로 다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부위원장은 "해석지침이 나온 뒤 간담회에서 어떤 의제로든 사용자성을 인정받으면 사용자성을 인정받지 않은 의제라도 교섭에서 대화하며 풀면 된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사용자들은 사용자성을 인정받은 의제만 얘기하고 다른 의제는 교섭 테이블에 올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사용자성이 인정된 노동안전 의제조차 교섭 테이블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인천국제공항 하청 근로자들은 원청인 인천국제공항공사에 현행 3조2교대를 4조2교대로 바꿔 달라고 요구해 왔다. 주간 이틀, 야간 이틀 일하고 쉬는 현 방식은 두 번째 야간 근무 때 사망사고를 비롯한 산재가 집중된다는 이유에서다.

    노동계는 교대제 방식이 근로자의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노동위원회가 공사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노동안전 의제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반면 공사는 노동위원회가 사용자성을 인정한 노동안전 분야에 한해서만 논의하고 교대제 개편은 교섭의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교대제는 근로시간과 인력 운영에 관한 문제로, 자회사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김 부위원장은 "근무형태가 노동안전과 관련 있다고 얘기하는데, 원청은 근무형태가 노동안전과 별개라며 거부하고 있다"며 "교섭 의제로 인정받은 것도 막상 직접 교섭에 들어가면 교섭 의제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교섭을 거부하다 보니 추가적인 논의로 들어갈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자회사 근로자의 임금은 자회사와의 교섭 이전에 원청과 자회사가 맺는 위탁계약 단계에서 사실상 정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자회사는 정부 지침의 인건비 인상률을 따라야 하고,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지 않은 자회사도 원청이 위탁계약 금액을 정할 때 인건비 인상분을 공공기관 임금인상률 수준으로만 반영하기 때문에 자회사가 그 이상 임금을 올려 줄 재원이 없다는 것이다.

    김 부위원장은 "철도나 도로공사 쪽처럼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자회사는 지침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이를 벗어나는 건 할 수 없다고 한다"며 "지정되지 않은 곳도 원청이 위탁계약을 할 때 임금인상 범위를 공공기관 임금인상률만큼으로 맞춰 계약 금액을 정하다 보니 그 이상을 만들어내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 "공무직위원회는 원청교섭 대체 아닌 보완"
     
    정부는 공공부문 하청 근로자 처우 문제를 공무직위원회에서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공무직위원회는 지난 9월 18일 국무총리 소속 법정위원회로 출범했다.
     
    2020년 훈령에 근거해 3년 한시로 운영되고 정부위원으로만 구성됐던 1기와 달리, 지난 9월 출범한 위원회는 노동계와 전문가, 정부가 함께 참여하고 정책 대상도 공무직, 기간제 근로자에서 파견, 도급, 위탁 근로자까지 넓혔다. 노동계 위원 8명, 사용자 위원 8명, 전문가 6명이 참여했다.
     
    김 장관은 지난 13일 "국정감사에서 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이어지는 원하청 교섭을 적극 지원하겠다"며 "한편 공무직위원회를 통해 공공부문 근로자의 고용과 처우 문제에 대한 사회적 대화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공무직위원회는 공무직위원회법에 따라 노ㆍ정ㆍ전이 함께 공무직 등의 처우개선을 위한 정책적ㆍ제도적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기구"라며 "개별 교섭이 기관 단위의 구체적 근로조건을 다룬다면, 위원회는 임금체계 등 개별 교섭으로 다루기 어려운 제도 개선과 중장기 발전방향을 논의한다"고 설명했다.
     
    11월 분야별협의회 가동…의결 구속력은 없어
     
    또한 정부는 공공부문 하청 근로자 처우 문제를 분야별협의회에서 다루겠다는 입장이다. 분야별협의회는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교육기관, 공공기관, 민간위탁, 자회사 등 6개 분야로 나뉘며, 공공기관과 민간위탁 등 분야별협의회는 11월 중 본격 운영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공공부문 공무직, 기간제, 파견, 도급, 위탁 등 다양한 고용형태 노동자들의 차별해소 및 처우개선 방안을 우선과제로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개별 기관 차원에서 풀기 어려운 예산ㆍ인건비 등의 문제에 대한 제도적 개선 논의도 당연히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위원회 의결에 법적 구속력은 없다. 정부 관계자는 "공무직위원회는 협의를 기반으로 안건을 심의ㆍ조정하는 기구로, 의결이 개별 기관에 법적 의무를 발생시키는 것은 아니"라며 "정부 정책, 지침, 평가 등에 반영하고, 소관 부처가 후속조치를 책임 있게 추진하는 방식으로 실효성을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정부에 공공부문 원청교섭 응낙 지침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부문 원청에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에 응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성실하게 교섭하도록 지침을 내려 달라는 것이다.

    정부는 응낙 지침에 대한 검토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분야별협의회 논의 의제는 폭넓게 다뤄질 예정이며, 특정 의제를 논의한다거나 배제하겠다는 방향이 있는 것은 아니"라며 "분야별협의회 노ㆍ정ㆍ전 참여자들 간 협의를 통해 논의 의제가 정해질 것"이라고만 답했다.
     
    위원회는 '제도', 교섭은 '근로조건'…그 사이 임금 논의는 공백
     
    정부 설명대로라면 개별 원청교섭에서 풀기 어려운 예산과 인건비 문제는 공무직위원회 분야별협의회로 넘어가 제도 개선 논의를 거치게 된다. 교섭 현장의 요구를 협의회로 올리고, 협의회 논의 결과를 다시 교섭에서 활용하는 구조다.

    노동계는 위원회가 원청교섭을 대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부위원장은 "공무직위원회는 직접 교섭하는 형식이 아니라 정부도 주장하듯 제도를 개선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공공부문 하청 근로자의 임금을 실질적으로 교섭할 자리가 지금은 없다는 점이다. 정부와 노동계 모두 구체적인 근로조건은 개별 교섭에서 다룰 사안으로 보고 있지만, 원청 교섭에서는 원청이 정부 지침과 권한 부족을 이유로 임금을 교섭 의제로 삼지 않고 있다. 대안으로 마련된 공무직위원회는 전반적인 제도를 논의하는 장이기 때문에 개별 사업장의 임금을 정하지 않는다.

    한편, 공무직위원회를 통해 공공부문 하청 근로자를 위한 제도가 마련되더라도 이를 반영하는 것은 개별 기관의 몫으로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부위원장은 "기타 공공기관은 총인건비제가 정해져 있어 이를 뛰어넘지 못하는데, 공무직위원회에서 그런 논의가 합의된다면 지키는 건 기관들의 몫"이라며 "위원회에서 결정되는 건 제도를 만드는 것이고 노사 간 교섭은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박정현 기자 axs@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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