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이 지난 8월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앞에서 '금속노조 자동차업종 공동파업 대회'를 열었다. (사진=뉴시스)
중앙노동위원회가 구내식당ㆍ보안 업무를 담당한 하청 근로자의 산업안전에 대해 원청인 현대자동차의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했다. 중노위는 특정 의제에 사용자성이 인정된다면 나머지 구체적인 교섭 범위는 미리 제한할 수 없고 실제 교섭 과정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명확히 했다.
27일 노동계에 따르면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 8월 31일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과 현대자동차가 울산지방노동위원회 초심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교섭 요구사실 공고 시정 재심 신청을 기각했다.
현대차는 전국의 공장과 연구소 구내식당 운영을 1차 하청인 현대그린푸드에 위탁하고, 보안 업무는 1차 하청인 현대엔지니어링과 2차 하청업체에 위탁했다.
지난 3월 10일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이 시행되자 금속노조 현대그린푸드지회와 보안지회는 현대차를 상대로 휴게공간 제공, 주방 환기시설 설치, 노후 초소 등 근무환경 개선 교섭을 요구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교섭을 거부하고 교섭요구사실을 공고하지 않았다.
금속노조는 울산지노위에 교섭요구사실 미공고 시정 신청을 했다. 울산지노위는 교섭의제 중 '근무시설 개선'과 '산업안전관리'에 대해 현대차가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다고 판단해 시정명령을 내렸다.
초심 판정에 양측 모두 불복했다. 금속노조는 전체 의제 중 일부 의제만 원청 사용자성이 인정됐다는 이유로, 현대차는 지노위가 시정명령을 내렸다는 이유로 각각 재심을 신청했다.
중노위는 쌍방의 재심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중노위는 금속노조의 재심 신청에 대해 "이미 초심 판정에서 시정명령이 나온 상황에서 판단 이유의 일부 취소를 위한 재심 신청은 신청 이익이 없어 인용될 수 없다"고 했다.
중노위 역시 초심 판정을 유지하면서 현대차의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중노위는 산업안전보건에 대해 현대차가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다고 봤다. 중노위는 "현대차는 사내 안전보건관리 규정을 통해 하청업체 근로자를 포함한 사업장 전체의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총괄했다"며 "위험성 평가나 산재 재발 방지 대책도 현대차가 수립해 하청의 산업안전에 대해서도 실질적으로 지배ㆍ결정하는 지위에 있다"고 판단했다.
중노위는 근무시설 개선에 대한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도 인정했다. 중노위는 "하청 근로자들이 근무하는 구내식당, 경비초소가 현대차 소유이고, 현대차의 서명 동의가 없으면 하청이 임의로 구조를 변경하거나 시설물 공사를 할 수 없다"며 "현대차가 하청 근로자들이 근무하는 근무시설을 실질적으로 지배ㆍ관리하고 개선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중노위는 일부 교섭의제에 대해 원청 사용자성이 인정된 이상 나머지 의제까지 개별적으로 판단할 필요는 없다고 봤다.
중노위는 "이 사건과 같이 교섭 요구 사실 공고 절차에서 원청 사용자성이 문제된 사안에서 일부 교섭의제에 대한 원청 사용자성이 인정됐다면 나머지 교섭의제에 대해서는 중노위가 개별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없다"며 "이는 향후 교섭이 개시된 후 원ㆍ하청 당사자 간 논의할 사항이고, 분쟁이 발생할 경우 교섭 거부ㆍ해태의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을 통해 해결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금속노조는 현대차가 재심 판정에 따라 교섭에 성실히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금속노조는 27일 성명을 내고 "중노위가 특정 노동조건과 관련해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경우 이후 열릴 단체교섭에서 교섭 대상이 노조의 최초 요구안 또는 시정 신청 과정에서 제시된 교섭의제에 한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현대차는 더 이상 어떤 이유로든 교섭을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섭요구 사실 공고 단계에서 교섭의 범위가 미리 제한될 수 없고 구체적인 교섭 의제는 실제 교섭 과정에서 다투어져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확인받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며 "이제 더 이상 교섭의제 등을 이유로 교섭을 회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재헌 기자 jh59@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