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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17-12-21 14:28:39

    수정 : 2018-01-02 13:28:30

근로시간, 근로시간 단축 문제와 함께 생각해 보고 싶은 ‘연결되지 않을 권리’에 대하여

2017-12-21 14:28:39



근로시간, 근로시간 단축 문제와 함께 생각해 보고 싶은 ‘연결되지 않을 권리’에 대하여
[2018년 1월호 vol.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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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해 아침 한해의 목표를 차분히 적어 내려가는 다이어리 첫 장, 첫머리에 '나는 과연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한해를 되돌아보고 좋은 사람들과 송년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어야 했던 시간까지 마무리되지 않은 일들에 소위 '치여'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있었던 피곤하고 우울한 기억 때문이다. 동시에 "일하지 않는 자여, 먹지도 마라!" 신약성서 데살로니가 후서 3장10절에 나오는 성경구절과 데이비드 프레인(David Frayne)의 '일하지 않을 권리'에서 얘기하는 도발적인 질문들, '왜 이렇게 오래, 열심히 일하는가?'에 대한 구절도 함께 떠올랐다.
    그래서 나와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새해 함께 생각해 봤으면 하는 화두로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선택해 보았다. 굳이 퇴근 후까지 '연결'되지 않아도 이미 일은 충분히 많이 하고 있으므로,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통해 적절한 안전거리에 대한 고민을 해 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개념과 등장배경
     
    '연결되지 않은 권리'란 근무시간 외 직장에서 오는 전자 우편이나 전화, 메시지 등을 받지 않을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디지털 시대에 부합하는 사생활 보호와 자유권의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새로이 등장한 권리 개념으로 노동자들의 사생활과 여가시간을 보장하기 위한 권리이다.
    '시간'과 '공간'에 얽매이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스마트 워크'는 초기 유연한 근무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한편, 퇴근해도 업무가 연장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도 했다. 특히 스마트 기기 등 SNS에 의한 노동연장은 우리나라의 장시간근로관행과 맞물려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OECD의 '2017 고용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 1인당 연평균 노동시간은 2,069시간으로 멕시코에 이어 2번째로 길었다. 그런데 이 통계에 새로운 형태의 추가노동은 빠져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16년 제조업-서비스업 노동자 24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내용을 보면, 전체 노동자의 86.1%는 퇴근 후에도 스마트폰 등으로 업무를 처리해야 하고 일주일 평균 11시간에 이르렀다.
     
    관련 해외 법제
     
    이미 외국에서는 소위 '카톡금지법'이 도입, 시행되는 추세다. 프랑스의 경우 노동개혁 패키지법인 엘 콤리법 내용 중 하나로, 노동법(L.2242-8)에 '연결되지 않을 권리(Le droit de la déconnexion, Right to Disconnect)'가 세계 최초로 법제화돼 2017년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독일 폴크스바겐, 다임러 등 일부 회사가 노사협약을 통해 퇴근 이후 전자 우편-메신저 사용을 제한한 사례가 있지만, 프랑스의 새 노동법은 50인 이상 노동자가 일하는 모든 기업은 의무적으로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노사 협의하도록 적용되므로 의미와 파장이 크다.
    프랑스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 적용을 위해 '호출 대기' 개념을 도입했다. '호출 대기' 시간은 원칙적으로 휴식시간이지만, 전화나 메시지 등으로 연락을 받고 업무를 하게 되면 노동시간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근로자가 특정 장소에 머물러야 하고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와 감독 아래 있는 시간이기 때문에 '대기 근로'가 되는 것이다. 다만,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업장에 대한 벌칙규정은 없다.
    근로대기시간에 대해, 프랑스는 노동법전에서 호출대기시간 개념 하나를 중심으로 규율한 반면 독일 근로시간법에서는 근로대기, 대기업무, 호출대기로 세분화해 규율하고 있다. 독일과 달리 노동법전상의 시간 관련 규정들이 공법적 의미만이 아니라 계약법적 의미도 갖고 있는 프랑스에서는 분명히 근로시간으로 볼 수 없는 호출대기시간만을 규정하고, 근로대기나 대기 업무에 대해서는 사례별로 법원의 판단에 맡기려는 것으로 보인다. 아래에서 프랑스와 독일에서 정의하고 있는 근로시간관련 개념을 정리해 본다.
    구분 정의
    프랑스 근로시간 실제의 근로시간은 근로자가 사용자의 처분 하에 놓여있고, 개인적인 일을 자유롭게 행할 수 없는, 사용자의 지시에 복종하는 시간을 의미한다.
    호출대기 사용자의 상시적이고도 즉각적인 처분에 놓여 있지 않지만 기업의 업무에 근로를 수행할 수 있게끔 호출 내지 투입할 수 있도록 자신의 주거지에 머물러 있거나 근접한 곳에 머물러 있을 의무를 지는 시간을 말한다. 호출대기시간에 대해 보상을 원칙으로 한다.
    독일 근로시간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근로의 개시부터 종료까지의 시간이다.
    근로대기 긴장이 완화된 상태에서 깨어서 주의하고 있으며, 근로자가 근로 장소에서 출석하고 즉시 그리고 별도의 지시 없이도 근로를 수행할 준비를 하고 있는 시간이다. 근로대기는 공법적인 근로시간법의 의미로는 근로시간에 해당한다.
    대기업무 근로자가 계속해서 깨어서 주의하고 있는 상태에 있을 필요는 없으나 사용자의 동의하에 사업장 바깥에서도 대기할 수 있는 시간이다. 대기업무도 공법인 근로시간법상 원칙적으로 근로시간에 포함된다. 그러나 보상과 관련해서 대기업무 에 대한 추가적인 보상이 주어지는가 하는 점은 구체적 사안에 따라 보아야 한다.
    호출대기 사업주가 지시하는 장소에서 근로자가 대기하는 경우인데 반해 호출대기는
    근로자의 가정 혹은 자신이 정한 장소에서 대기하는 경우를 뜻한다. 근로자 자신이 정한 장소이지만 사용자에게 고지해야 한다. 호출대기는 근로시간법상 근로시간에 해당하지 않고 휴식시간에 해당한다.
     

    국내 법제화 시도
     
    '연결되지 않을 권리'에 대해서는 지방차지단체가 빨랐다. 그 시작은 광명시가 지난해 7월 전국 지자체 최초로 퇴근 후 카톡 업무시지 금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직원 인권보장 선언'에서 부터였다. 이후 서울시가 '서울시 지방공무원 복무조례' 개정안에서 연결되지 않을 권리에 대한 내용을 지난해 9월 21일 공포와 동시에 적용하고 있고, 전북에서도 지난해 12월 '퇴근 후 메신저 금지조례(지방공무원 복무조례 개정안)'을 의결했다. 서초구는 퇴근 후 카톡금지 실천 결의문을 채택하기도 했다.
     업무시간 외 스마트폰을 이용한 노동과 관련한 법률규정은 아직 없다. 법률차원의 논의는 많았지만, 대개 상임위원회에서 머물다 폐기됐고, 현재 이용호 의원의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돼 있는 상태이다.
     
    현 행 개 정 안
    <신 설> 제6조의2(사생활 자유의 침해 금지) 사용자는 업무의 종료 시각 이후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근로자에게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항에 따른 전자적 전송매체를 이용하여 직접 또는 간접으로 업무에 관한 지시를 내리는 등 근로자의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신 설> 제56조의2(업무종료 시각 이후 전자적 전송매체 등을 이용한 업무 지시에 대한 특례) 사용자가 업무의 종료 시각 이후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에 따라 근로자에게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항에 따른 전자적 전송매체 등을 이용하여 직접 또는 간접으로 업무에 관한 지시를 내리는 경우 제53조에 따른 연장근로로 보고,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하여 지급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 법안에서 '정당한 사유'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획일적으로 전 산업에 적용되기는 어렵다는 문제제기가 있다. 또한 제56조의 2에서 직간접적으로 업무에 관한 지시를 내리는 경우 '근로기준법 제 53조에 따른 연장근로로 보고'라고 규정하고,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해 지급해야 한다고 기재돼 있는 부분도 좀 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프랑스에서의 '호출대기'라는 개념을 도입한 것이 아니라면, 현재 대법원이 판단하고 있는 '대기시간'에 대한 근로시간성을 인정해 그 근거로 입법화한 것인지에 대한 정확한 규정 역시 필요하다. 프랑스에서는 호출대기시간에 대해 보상을 원칙으로 하는데, 호출대기시간 자체를 근로시간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는 우리 법제 하에서 근로시간이 아닌 시간을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남아있는 것이다. 업무의 종료 시각 이후는 근로자 개인의 처분에 맡겨지는 자유로운 시간임에도 이 시간에 대한 사용종속적인 관계를 근로자가 입증하고 임금청구를 할 수 있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한 의구심도 지울 수가 없다.
    관련해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17년 9월 이용호의원실 주최로 열린 '연결되지 않을 권리 보장을 위한 정책토론회' 발제를 통해 "프랑스와 독일은 호출대기를 휴식시간으로 보지만 실제 업무활동을 하면 근로시간으로 인정하며 근로계약이나 단체협약으로 이를 보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하면서, "어떤 것을 초과근무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해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고, 이는 "프랑스 노동법과 같이 노‧사 간 단체협약을 통해 구체적 내용을 정하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밝힌바 있다.

     
    도입사례

    해외 사례는 독일기업의 사례가 주를 이룬다. 먼저 독일의 '도이치텔레콤'은 '모바일 워킹'이라는 단체협약을 만들어 '연락을 받지 않을 권리'를 분명히 했다. 퇴근 후에도 일해야 하는 특별한 사유가 있을 경우 미리 시간과 장소를 지정해서 업무를 하며 이에 합당한 보수를 지급하는 식이다. 독일 자동차 회사 폭스바겐은 업무시간 외 업무를 원천적-기술적으로 막았다. 업무를 종료하면 업무용 메일 기능도 함께 중지되며, 휴가 중 오는 메일은 자동 삭제됨과 동시에 발신자에게 '수신자가 부재중'이라는 내용과 함께 대체자의 연락처가 전달된다. '다임러 벤츠' 역시 모든 직원에 대해 휴가기간 또는 5일 이상의 부재 시 도착한 전자 우편이 직원의 요청에 따라 자동으로 삭제되도록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기업 상황에 맞게 자체 규제를 시작한 기업들이 늘고 있다. 'CJ그룹'은 구체적인 방침 마련에 나서고 있고, 국내 7개 증권 회사는 근무시간 외 업무지시를 금지하는 내용을 단체협약에 포함하기로 했다. 특히 모범사례로 불리는 LGU+의 경우는 16년 4월부터 '밤10시 이후 카톡 금지'를 지시하고 어길 경우 해당 보임자 직책 해제 등 강력한 인사조치 의지를 보이고 있다.
     

    결어

    결국 현재 우리나라에서 논의되고 있는 '연결되지 않을 권리'는 근본적으로 '근로시간'의 문제로 귀결된다. 디지털 시대의 신 노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근로시간의 개념을 재검토해 이를 제도화하거나 근로시간이나 휴식으로 판단되기 어려운 상황에 대해 '호출대기'와 같은 새로운 규정을 마련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더 근본적으로 우리나라의 근로시간의 정의가 불분명하고 변화하고 있는 산업과 노동시장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의견에 대해 ILO에서 새롭게 정의한 근로시간의 개념틀을 사용해 우리나라도 근로시간을 새롭게 정의하고, 근로시간과 관련된 항목의 측정, 산정, 보상에 이르기까지 보다 일관되고 비교가능한 근로시간의 개념을 확보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에도 귀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논의와 노력이 결실을 맺어 현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휴식있는 삶을 위한 일-생활 균형의 실천'에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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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연

     노무법인 마로 대표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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