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클립아트코리아
 
[노동법률] 안진수 노무법인 유앤 공인노무사

들어가며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지위·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는 행위를 하는 것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정해 금지하고 있다. 회사 내 관리자는 사업주와 함께 대표적으로 지위상 우위를 가진 주체다. 관리자는 지위의 우위를 일상적으로 활용해 업무를 수행하므로 이것이 업무상 적정성을 넘은 행위인지 여부에 따라 업무상 활동이 직장 내 괴롭힘이 될 수도 있다.

업무 과정에서 모든 근로자는 각자의 주관으로 상황을 다르게 받아들인다. 이것이 적정한 업무방식에 대한 구체적 규범이 필요한 이유다. 호주 SWA(Safe Work Austrailia)의 매뉴얼에서는 업무 활동에서의 정당한 관리 활동을 열거하는 방식으로 이를 안내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법과 문화에 부합하는 관리 활동의 기준이 필요하다.

법적 관점에서 관리자의 활동은 '복무 관리'라는 용어로 통용된다. 정당한 복무 관리 활동은 직장 내 괴롭힘이 될 수 없다. 업무상 불필요한 갈등과 직장 내 괴롭힘 논란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복무 관리의 내용과 범위, 구체적 방법에 대한 기준이 관리자뿐 아니라 조직 내 모든 구성원들에게 공유돼 규범으로 작동해야 한다.

1. 복무 관리의 의의

근로계약의 주된 내용은 출근을 통해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지급받는 것이다. 이때 근로의 핵심 지표는 '시간(소정근로시간)'이며, 그 시간이 수행할 업무와 결합해 근로의 구체적 내용을 형성한다. 그렇기에 통상 복무 관리는 근로시간에 대한 관리와 업무에 대한 관리로 구성된다.

고용노동부에서 제작·배포하는 표준취업규칙에서도 유사한 구조로 복무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2023년 표준취업규칙에는 복무 내용이 제3장에 편성돼 있는데, 해당 장은 제8조(복무 의무), 제9조(출근, 결근), 제10조(지각·조퇴 및 외출), 제11조(공민권 행사 및 공의 직무 수행), 제12조(출장)로 구성돼 있다. 특히 제8조에서는 구체적인 복무 의무의 내용을 '맡은 바 직무를 충실히 수행', '제반 규정을 준수하고 상사의 정당한 직무상 지시에 따라야 한다'는 내용으로 기술하고 있다.

복무 관리권의 법적 근거는 근로계약상 사용자의 권리인 노무지휘권에서 찾을 수 있다. 근로계약에 의해 근로자는 근로를 제공하고 그 반대급부로 임금을 지급받는다. 이때 근로자의 근로는 사용자의 노무지휘권 행사로 구체화되는데, 노무지휘권의 행사는 위임전결권을 통해 조직 내 관리자 및 인사부서 등에 배분돼 있다. 통상 복무 관리의 권한은 부서장으로 통칭되는 일선 부서 관리자에게 위임된다.

이를 종합하면 복무 관리는 사용자의 노무지휘권에 기초한 활동으로 ①출근, 결근 등 근로시간을 관리하는 근태관리와 ②근로자가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도록 지시·관리하는 업무관리로 이해할 수 있다.

2. 근태관리의 내용과 방법

근로계약에 의해 근로자는 소정근로일에 출근해야 하며, 출근하지 않는 경우에는 결근에 해당한다. 법원은 해고 사유로 무단결근 연속 3일 또는 5일 이상을 규정한 것을 정당하다고 인정해 결근을 중대한 징계사유로 보고 있다.

그런데 정당한 이유와 절차를 거친 결근은 휴가 사용(근로의무의 면제)으로 인정돼 근로계약 위반에 해당하지 않고 유급으로 처리할 수 있다. 정당한 이유 없이 휴가, 병가 등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업무상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어 적법한 기준에 따라 휴가 사용 절차를 정립하고 운용하는 것이 근태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이다.

근로자가 사용할 수 있는 휴가는 기본적으로 법정 휴가와 약정 휴가로 구분된다. 법정 휴가는 다시 연차휴가와 모성·가족 돌봄 휴가로 분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휴가 사용은 근로자의 신청과 사용자의 승인을 거쳐 진행되는데,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휴가 사용은 결근(무단결근)에 해당할 수 있다.

1) 법정 휴가① : 연차휴가

근로자가 시기를 특정해 연차휴가를 신청하면 사용자는 이를 승인해야 한다. 단, 휴가 사용이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경우에는 사용자가 시기변경권을 행사할 수 있다. 

주의할 점은 사유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사용자는 연차휴가의 사유와 무관하게 휴가를 승인해야 한다. 그래서 연차휴가를 특정 사유로 거부하는 것은 위법이자 직장 내 괴롭힘이 될 수 있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연차휴가 결재 서식에서 사유란을 삭제하는 이유다.

2) 법정 휴가② : 모성ㆍ가족 돌봄 휴가인 출산전후휴가, 가족 돌봄 휴가, 배우자 출산휴가, 생리휴가 등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에서는 모성보호, 가족 돌봄을 위한 다양한 휴가를 규정하고 있다. 근로자가 해당 사유로 휴가를 신청하면 사용자는 이를 승인해야 한다.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는 점, 사용자가 시기변경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이 연차휴가와 다른 점이다.

3) 약정 휴가 : 병가, 경조사 휴가 등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 개인적 질병·부상으로 인한 병가나 경조사 휴가 등을 약정해 운영하는 경우가 있다. 근로자가 해당 사유로 휴가를 신청하면 사용자가 승인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세부적인 기준은 법정 휴가와 다르게 운영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개인 상병으로 인한 병가는 연차휴가를 모두 소진한 후에 쓸 수 있도록 정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연차휴가의 잔존을 이유로 사용자는 병가 승인을 거부할 수 있다.

4) 사전 승인 원칙과 사후 승인의 예외적 운용

일반적으로 휴가는 사전에 사유를 증빙해(연차휴가 제외) 신청하고 승인 후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며 많은 회사들이 이를 취업규칙에 명기하고 있다. 이때 사전 신청이란 근로일이 시작하기 전날 24시까지 신청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원칙적으로 근로일 당일에 휴가 신청을 하는 것을 사용자가 승인할 의무는 없고 휴가가 미승인된 경우 결근으로 처리된다. 다만 객관적으로 반드시 휴가가 필요한 상황이 갑자기 발생했는데도(유·사산휴가, 생리휴가, 가족 돌봄 휴가, 조사(弔事)휴가 등) 이를 사후 승인하지 않는다면 휴가승인권을 남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때는 근로자가 객관적 증빙 자료 제출을 통해 예외적 사후 승인의 필요성을 입증해야 한다. 법원은 규정상 증빙 자료를 근로자가 제출하지 않은 경우 사용자의 승인 거부를 정당한 것으로 봐 해당 휴가를 무단결근으로 인정한 바 있다.

3. 업무관리의 내용과 방법

경영관리 활동의 일반적인 PDS(Plan Do See) Cycle을 관리자의 활동에 적용할 때 업무관리는 ①업무부여 ②수행관리 ③결과관리로 구분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업무상 적정성을 넘는 경우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어 적절한 운영이 필요하다.

1) 업무부여

관리자가 부서원에게 업무를 배분할 때 직무기술서·업무분장에 따르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규정대로 분류되지 않는 업무는 언제나 발생한다. 특정인에게 업무를 과다·과소하게 배분하는 경우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할 수 있어 일반적으로 부서원의 경험과 능력에 따라 과업을 배분하는 원칙을 공유하고 이를 준수해야 불필요한 논란을 피할 수 있다. 업무부여 및 업무지시 과정에서는 상호협의를 통해 업무의 결과(완료 시점과 결과물의 형태)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과도한 감시 등 업무상 괴롭힘 소지를 예방할 뿐 아니라 불필요한 감독과 반복적 보완을 축소시켜 업무의 효율적 수행에 기여할 수 있다.

2) 수행관리

많은 업무는 정보나 자료를 수집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관리자가 업무수행에 필요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거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근로자를 배제하는 경우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 나아가 관리자는 업무수행에 필요한 물적·인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업무와 관련된 구체적 기준이나 매뉴얼, 기존 업무자료를 제공하고 유관부서의 소통을 지원할 때 괴롭힘을 예방할 뿐 아니라 효과적 업무수행을 지원할 수 있다.

3) 결과관리 : 피드백 및 보완

업무가 완료되면 이를 평가하고 평가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를 진행하게 된다. 이때 업무수행 결과물이 미비한 경우 피드백 과정에서 이루어진 소통이 직장 내 괴롭힘 이슈로 번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지나친 질책, 비난, 반성 강요 등은 직장 내 괴롭힘이 될 수 있다. 특히 부정적 피드백의 과정은 그 절차와 유의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형화해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① 1:1 진행 : 부정적 피드백을 공개된 장소에서 진행하는 경우 감정적 반응을 일으킬 수 있고 공연성이 성립해 형법상 모욕죄나 명예훼손죄 논란이 발생하기도 한다. 칭찬은 공연하게, 지적은 조용하게 진행하는 원칙이 필요하다.

② 정형화된 프로세스로 진행 : 부정적 피드백은 일반적으로 문제 사실의 공유, 개선 방안ㆍ지원 사항 협의, 향후 계획 수립이라는 3단계 방식을 따른다. 이러한 프로세스를 통해 임의적 발언이나 불필요한 부정적 소통을 방지할 수 있다.

③ 반성 강요 금지 : 부정적 피드백의 목적은 정서적 굴복이나 반성이 아니다. 특히 반성문 지시는 정당한 업무

명령이 아니기에 업무상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 업무상 실수나 행태상 문제로 경위서 작성을 요구하는 경우에도 상기 ②의 프로세스를 항목화해 징구하는 것이 불필요한 갈등을 예방할 수 있다.

마치며

HR분야에서 관리자의 리더십은 중요한 주제 중 하나다. 그런데 조직에 따라 리더십이라는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개념으로 관리자의 활동을 임의에 맡기고 개인적 역량에 과도한 기대와 부담을 주는 경우가 있다. 

상기 검토한 복무 관리 방안은 관리자라면 마땅히 알아야 하고, 해야 하는 활동들이다. 이러한 기본적 활동을 구체적으로 정의하는 것은 조직 활동을 체계화하는 것일 뿐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의 핵심인 규범화의 가장 중요한 영역이다. 정당한 권한을 합리적으로 행사할 때 업무 과정의 불필요한 소모적 갈등과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

조직적 지원이 전제된다면 관리자의 복무 관리 활동을 더욱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직무 중심 인사체계의 확립, 합리적인 평가제도와 조직문화, 업무수행에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의 확보가 없이는 관리자가 정당한 복무 관리를 통해 성과를 달성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인사체계 지원이 병행될 때 관리자의 리더십은 조직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고, 업무수행 과정에서 직장 내 괴롭힘 등 불필요한 조직 갈등 또한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