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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률] 이지예 기자

대법원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세 명의 대법관이 교체됐고 현 대법원장의 임기 만료도 다가오고 있다. 새롭게 지명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는 현 김명수 대법원장과는 달리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새로운 대법원장 체제에서는 그간 '진보 성향'으로 평가받던 대법원이 노동 분야에서 전향적 판결을 다수 내놨던 것과는 다른 국면이 펼쳐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법원에 계류 중인 주요 노동사건을 다시 한번 짚어봐야 할 때다. 

지난 8월 22일 윤석열 대통령은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로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사법연수원 19기)를 지명했다. 

현 김명수 대법원장이 9월 24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새 대법원장 인선에 나선 것이다. 대통령이 지명한 대법원장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와 임명 동의 표결을 거쳐 임명된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는 경남 함안 출신으로 부산 중앙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민사지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서울남부지법원장, 대전고법원장 등을 거쳤다.

이균용 후보자는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그가 활동한 민사판례연구회는 법원 내 엘리트 법관 모임으로 불린다. 전통적인 법원 주류 연구회 출신인 만큼 보수적인 성향이라는 평이 나온다. 현 김명수 대법원장이 진보 성향 판사들이 주로 활동하는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 활동하고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맡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임명된 대법관은 3명이다. 첫 시작은 지난해 11월 오석준 대법관(사법연수원 19기)이 끊었다. 오석준 대법원장은 경기 파주시에서 출생해 광성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나와 29회 사법시험에 통과했다. 서울지법 서부지원 판사로 1990년 임관돼 법원행정처 공보관,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제주지방법원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 7월에는 조재연·박정화 대법관이 퇴임하면서 서경환(사법연수원 21기)·권영준(사법연수원 25기) 대법관이 취임했다. 

서경환 대법관은 건대부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해 30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95년 서울지방법원 서부지원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고 전주지법, 서울서부지법, 서울중앙지법,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등을 거쳤다.

권영준 대법관은 대건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해 1993년 35회 사법시험에 수석 합격했다. 서울지방법원, 대구지방법원, 수원지방법원,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등을 거친 뒤 2006년 서울대 법대 교수로 임용됐다. 권 대법관은 국내 민사법학계 권위자로 평가받는다.

중도·보수 대법관 다수…대법 판도 바뀌나

이균용 후보자 지명과 함께 대법원 구성에 지각 변동이 왔다는 평가가 줄을 잇는다. 김명수 대법원장 시기 대법원은 진보 성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조재연·박정화 대법관이 퇴임하기 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법관 13명 중 7명이 진보 성향으로 평가됐다. 진보 성향인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권영준·서경환 대법관이 임명되면서 대법원은 보수·중도 다수가 됐다. 13명 중 보수·중도가 7명, 진보 6명이다. 여기에 이균용 후보자가 대법원장으로 임명되면 보수 성향 법관이 한 명 더 늘어나게 된다.

이번 정부에서만 9명의 대법관이 더 교체된다. 새로 선임된 대법관과 2027년 9월 임기가 끝나는 오경미 대법관을 제외하고 모두 현 정부 내 임기가 만료된다. 안철상·민유숙·김선수·이동원·노정희·김상환 대법관은 모두 내년 임기 만료다. 노태악 대법관은 2026년 3월, 이흥구 대법관은 2026년 9월, 천대엽 대법관은 2027년 5월 임기가 끝난다.

그간 진보 성향이 주를 이뤘던 만큼 최근 몇 년간 대법원에서는 노동과 관련해 전향적인 판결이 여럿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20년 8월 산재사망한 근로자의 유족을 특별채용한 것이 무효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9월 고용노동부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내린 법외노조 통보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지난 5월에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법리를 45년 만에 깼다.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더라도 근로자 동의 없는 취업규칙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전원합의체 판결은 아니지만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는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차별로 무효라고 본 판결은 큰 파장을 가져왔다. 현대차의 불법파견을 폭넓게 인정하는 판결이 확정됐고 최근에는 파업에 대한 노조 상대 손배소에서 조합원들의 책임을 각각 산정해야 한다는 판결도 있었다. 현대중공업 통상임금 소송에서는 회사 측의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른 신의칙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는 노동 분야에서 굵직한 판결이 다수 나왔다.

민변과 참여연대가 8월 30일 개최한 김명수 대법원장 평가 토론회에서 유승익 한동대 교수는 "김명수 대법원장 시기에는 노동·소수·민생 등 주변적 사건에 적극주의를 취하고, 자본·권력 등에 대해선 소극적 입장을 취했다"고 평했다. 권오성 성신여대 법과대학 교수는 "60년간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경쟁하듯 노동3권을 망가뜨려왔지만 김명수 대법원에서는 노동조합법에 대한 전향적 판결을 여럿 내놨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대법원에 지각변동이 일면 판결 경향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대법원에 계류 중인 주요 노동사건에 시선이 쏠린다.

새 대법원장 기다리는 노동 사건, 어떤 것 있나

우선 가장 파급력이 있을 것으로 꼽히는 사건은 전원합의체에 계류 중인 세아베스틸 통상임금 사건이다. 통상임금에 붙은 재직자조건이 유효한지가 쟁점이 된 사건으로 전원합의체가 기존 법리를 뒤집을 경우 재직자조건을 둔 많은 기업에서 혼란이 일 수 있다. 

현대중공업 단체교섭 청구 소송 사건도 '큰 건'이다. 하청노조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이 쟁점이 된 사건으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노동조합법 개정안과 맥을 같이 한다. 이 사건은 법원의 사용자성 판단에 따라 국내 집단적 노사관계 판도를 흔들 수 있는 파급력을 지녔다. 현재 동일한 쟁점의 사건이 하급심 법원에 여럿 계류 중이기도 하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사기업 경영성과급 사건도 주목해야 한다. 사기업 경영성과급에 관한 법원 판단은 계속해서 엇갈려 왔고 이에 대법원이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법원이 이 사건을 판단하면서 '임금'의 정의와 요건에 대한 판시를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전원합의체에 계류 중인 국도관리원의 임금 사건은 '차별' 사건을 흔들 수 있다. 고용형태가 사회적 신분인지가 주요 쟁점인 사건으로 이 쟁점에 대한 대법원 선례는 없다. 만약 근로자 측이 승소한다면 고용형태를 이유로 한 차별 시정 소송이 늘어날 수 있다.

이지예 기자 jyjy@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