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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1-08-12 20:30:00

    수정 : 2021-08-12 21:40:24

[법원] [종합] 제조업 불법파견 최초 징역형...업계도, 학계도 ‘술렁’

2021-08-12 20:30:00



[종합] 제조업 불법파견 최초 징역형...업계도, 학계도 ‘술렁’
[2021년 9월호 vol.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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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구미지부 아사히비정규직지회가 지난 11일 대구지법 김천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사히글라스에 비정규직 직접고용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지회)

    제조업 불법파견을 '중대한 범죄'로 보고 징역형이 선고되자 관련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제조업 불법파견으로 징역형이 선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동계는 벌금형 정도로 그쳤던 불법파견에 경종을 울렸다고 평가했고, 경영계에서는 현행 파견법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도 이번 판결에 시각 차를 보였다.
     
    12일 노동계에 따르면 대구지법 김천지원 형사1단독 김선영 부장판사는 이날 파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하라노 타케시 전 아사히글라스 AGC화인테크노코리아 대표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GC화인테크노코리아 법인에 대해서도 벌금 1500만 원이 선고됐다.
     
    하청업체였던 GTS 대표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GTS 법인에도 벌금 300만 원이 선고됐다.
     
    김 판사는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178명의 피해자가 있고 6년간 범죄행위가 이뤄졌다는 것을 중요하게 판단해 양형에 고려했다"며 이같이 판시했다.
     
    GTS 노동자들 "아사히글라스가 지휘ㆍ명령" 불법파견 주장
     
    GTS 소속 노동자들은 아사히글라스의 지휘ㆍ명령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다면서 파견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아사히글라스 지휘ㆍ명령을 받아 사실상 파견형태로 일해 왔던 만큼 명백한 불법파견이라는 것이다.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에는 현행법상 파견이 금지된다. 파견법은 파견 금지 업무에 파견근로자를 사용하거나, 2년을 초과해 사용할 경우 사용사업주(원청)가 직접 고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들은 2015년 아사히글라스가 불법파견과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면서 고용노동부에 고소했다. 노동부는 2017년 9월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이후 대구지검 김천지청은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지만 대구고검은 다시 수사할 것을 명령했다.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도 2019년 2월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김천지청은 결국 AGC화인테크코리아와 GTS 전ㆍ현직 대표를 재판에 넘겼다.

    법원 "피해자만 178명...불법파견, 중대한 범죄행위"
     
    김 판사는 "간접고용은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큰 고용형태이고 파견법은 직접제조생산공정에서 파견을 금지하고 있다"며 "파견이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에 불법파견을 한 것은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판단했다.
     
    아사히글라스 측은 재판과정에서 원청 정규직과 혼재 근무를 하지 않는 공정의 경우 불법파견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자 측을 대리한 탁선호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민사사건 1심에서도 그렇고 이번 형사재판도 그렇고 해당 공정이 연속적으로 작업이 이뤄져 정규직 혼재 근무 공정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고 봤다"며 "원청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돼 업무수행이 이뤄졌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탁 변호사는 "그동안 직접생산공정에서 불법파견이 있어도 수사와 기소 자체가 소극적으로 이뤄져 법원에서도 약식명령을 내리거나 정식으로 기소돼도 벌금형 정도가 선고됐었다"며 "이번에는 우여곡절 끝에 기소가 이뤄져 법원에서도 중대한 범죄행위로 보고 징역형을 선고했다는 게 가장 큰 의미"라고 말했다.
     
    불법파견에 대해 징역형이 선고되자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불법파견 사건에서는 보통 정규직으로 고용하라는 이야기나 임금 차액분을 어떻게 할지가 주로 다뤄지는데 파견근로자를 사용한 사용자에게 징역형이 선고된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불법파견 사건에서 형사처벌이 이뤄진 사례는 많지 않다. 형사처벌의 경우 고의성이 입증돼야 하기 때문에 민사재판보다 더 구체적이고 명확한 증거들이 요구된다.
     
    수사기관도 고충이 있다. 도급 관계에서 일정 수준의 지시권을 인정한 민법 법리와 근로관계에서 이뤄지는 지휘ㆍ감독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이다.


    ▲사진=AGC화인테크노코리아 누리집 갈무리
     
    경영계선 '근본적 개선' 주문...전문가들, 의견 엇갈려
     
    경영계에서는 파견법 적용 실태를 재검토하고 파견 규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장정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컨베이어벨트를 운영하는 업체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대법원 판례를 법원이 계속 인용하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사업 운영 실태 등을 종합해 다양하게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어 "파견법이 만들어질 당시와 달리 많은 사회적 변화가 있었고 산업구조가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에 파견을 막고 일부 업종만 허용하는 방식이 현 산업구조에 맞지 않다"며 "파견을 정말 막아야 하는 일부 업종만 규제하고 나머지 업종은 유연하게 활용하도록 재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을 놓고 시각 차를 보였다.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간접고용은 결국 착취 구도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노동에 관한 제대로 된 평가를 방해할 뿐만 아니라 임금ㆍ산재 등 노동의 심각한 문제가 간접고용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전체적인 법 체계를 보면 가급적 간접고용을 하지 않는 것이 정의에 부합되고 근로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지양돼야 한다는 게 우리 법리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조성혜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는 "파견법상 벌금형은 벌칙규정으로서 가벼운 측면이 있어 징역형이 불법파견을 근절하는 데 기여할 수 있고 불법파견이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만큼 경종을 울릴 수 있다"면서도 "사망재해가 아닌데 사업주를 징역형에 처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대영 기자 kdy@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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