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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4-02-08 09:59:34

    수정 : 2024-02-08 09:59:42

분업의 효율화와 근로자파견 사이에서의 적정한 조화에 대한 시각 : 정비 업무에 대한 최신 판결을 기초로

2024-02-08 09:5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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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호 vol.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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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노동법률] 신성환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1. 분업의 효율화와 근로자파견 판단을 바라보는 시각에 관해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예를 들었던 핀 생산 공장에서의 분업에서부터 확인되는 경제 주체들 간의 영역별 집중 및 전문화와 이들의 결합 형태로 발현되는 효율성 극대화 체제는 산업사회의 발달에 따라 더욱 고도화됐다. 특히 오늘날과 같이 기술의 발전과 개혁이 시시각각 이루어지는 상황에 이르러서는 대형 생산 업무를 수행하는 제조공장뿐만 아니라 용역 서비스를 제공함에 있어서도 단일 주체가 해당 업무와 관련된 모든 부문을 담당하는 것은 어렵게 됐으며, 효율화를 위해 다양한 경제 주체가 결합돼 최종 제품 생산 및 용역 제공이 이루어지고 있다. 

    즉, 분업 및 그에 따른 효율화는 더 이상 단일한 생산 공장 내 근로자들 간의 업무 분화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렵게 된 것이며 개별 영역에서 충분한 경험 및 전문성을 가진 기업 간의 합리적인 결합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효율의 극대화가 가능해졌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해당 기업이 수행하는 주된 사업 영역에 관한 업무는 직접 처리하되, 부수적이고 보조적인 업무 영역에 관해서는 해당 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전문 기업들과 아웃소싱 및 도급 등의 계약 형태를 활용함으로써 주된 사업 영역의 원활한 수행을 가능케 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기업 간의 협업 및 조화의 형태를 이용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대신 위험의 외주화, 인건비 절감 등의 목적에서 외형적으로만 개별 사업체 간의 결합 형태를 만든 후 실질적으로 업무의 효율과는 전혀 무관하게 운용하는 사업 방식이 악용되기도 했는데, 대표적으로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이라고 평가받는 구조를 꼽을 수 있다. 이처럼 실질적으로 특정 업체(A 업체)의 주된 업무 중 특정이 어려운 일부만을 분리(예: 컨베이어벨트에 의한 연쇄 공정 중 일부 공정만을 분리하는 경우 등)해 외형적으로만 기업 형태를 갖춘 업체(B 업체)와 도급 등 계약을 체결한 후 B 업체 소속 근로자들 또한 실질적으로 A 업체의 지휘 등을 받게 되는 경우, 개별 업체 간 분업에서 비롯되는 효율성 증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근로자의 개별적 권리만을 박탈하게 될 수 있으므로 A 업체에 고용 의무를 부담 지우는 현재의 파견법은 타당성이 충분히 인정될 수 있다. 

    한편, 대법원이 근로자파견관계 판단에 관한 확립된 지표들을 제시한 이후(대법원 2015. 2. 26. 선고 2010다106436 판결), 법원은 대체로 앞서 살펴본 A, B 업체와 같은 전형적인 사례 외에도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하는 정도를 확장하고 있고, 특히 사내하도급의 경우에는 도급계약에 의한 협업 형태의 존속 자체가 의심받을 정도로 그 평가를 엄격하게 보고 있는 태도가 확인되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파견법을 잠탈해 근로자의 권리를 착취하는 형태를 없앰으로써 적정한 근로관계를 형성시키고, 바람직한 고용관계를 이룩하는 것의 긍정적 효과는 충분히 인정되나, 기업들이 그와 같이 협업 및 분업 관계를 형성하게 된 원인과 그에 따른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면밀하게 고려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상당 부분 제기돼 왔다. 

    그러던 중 최근 서울고등법원에서는 도급인의 주된 업무에 사용되는 장비(설비)의 정비(유지 및 보수 등) 업무에 대한 도급이 이루어진 사례에서 근로자파견관계를 긍정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근로자파견관계의 성립을 부정한 판결을 잇달아 선고(서울고등법원 2023. 11. 3. 선고 2022나2034044 판결, 서울고등법원 2024. 1. 26. 선고 2023나2010410 판결, 서울고등법원 2024. 1. 26. 선고 2023나2014276 판결)했는데, 이는 법원이 부수적이고 보조적인 업무의 특수성에 대한 심화된 이해를 바탕으로 업무의 성격에 맞게 근로자파견관계의 판단을 달리하겠다는 취지를 보다 명확히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아래에서는 정보통신시설 유지관리업무를 수행하는 수급인 소속 근로자들에 대해 근로자파견관계를 부정한 서울고등법원 2024. 1. 26. 선고 2023나2010410 판결(이하 'H 공사 판결')의 설시를 기초로 부수적이고 보조적 업무의 대표로 꼽을 수 있는 '정비 업무'가 가진 특수성 및 해당 특수성이 근로자파견관계 판단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논해보도록 하겠다. 

    2. 정비 업무가 가진 특수성 및 해당 특수성이 근로자파견관계에 미치는 영향

    앞에서도 논했던 바와 같이, 산업의 발전 및 기술의 고도화에 따라 단일 업체가 사용하는 기계 및 설비는 점차 다양해지고 있고, 해당 설비의 변동도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 이러한 설비들을 지속해서 정상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복적이고 주기적인 유지 및 보수, 즉 정비로 통칭할 수 있는 업무가 반드시 수반돼야 하며, 만약 해당 업무를 적정히 수행하지 않았을 때는 설비 자체 문제에 따른 손실뿐만 아니라 주된 업무 자체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손해가 매우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정비 업무의 주체를 누구로 설정할 것인지는 향후 주된 업무의 정상적 이행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문제에 해당하는데, 이때 중점적으로 고려되는 것이 정비 업무의 효율화 및 전문화이며 이는 추후 파견관계 판단 요소에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통상적으로 특정 물품을 제조하거나 용역을 제공하는 기업의 경우 그 주된 업무는 어디까지나 물품 제조 및 판매, 용역의 제공에 한정되며 그 업무 과정에서 사용되는 설비에 대해서는 사용 주체로서 사용 방법 등에서 충분한 전문성을 확보해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해당 설비의 유지 및 보수는 그 사용과는 전혀 다른 별개의 영역으로서 설비가 가진 특성 및 고장 수리에 관한 전문성이 반드시 요구되므로 해당 설비를 사용한다고 해서 그 정비 업무까지 사용자가 담당하는 것은 일반적이라 보기 어렵다. 게다가 투입되는 설비의 변동 가능성은 항상 잠재돼 있는데, 새로운 설비를 투입할 때마다 그 정비를 위한 조직 및 인력을 내부적으로 구성하는 것은 조직의 무의미한 비대화만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 특정 설비에 대한 유지·보수에 대해서는 설비 생산업체의 타 사업부 또는 유관 업체에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점을 고려했을 때, 효율적 정비 수행의 관점에서 전문성을 갖춘 기업과의 도급 계약 등을 통해 업무 수행 형태를 구성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볼 수 있다. 사회경제적으로 보았을 때, 대기업의 무분별한 업무 확장 및 비대화에 따라 전문성 있는 기업들이 대기업으로 흡수되고 그에 따라 특정 기업에 대한 의존성이 심화하는 부작용을 방지하는 측면에서도 해당 구조는 적정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설비 정비 업무의 경우 설비 사용자가 직접 정비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을 구비하기보다는 정비 업무만을 담당하는 업체와의 도급 계약 등으로 해결하는 것이 합리적인 경우가 많은데, 이때 정비 업무만을 '특정'해 도급받은 수급인들은 '자체적 업무 능력'을 바탕으로 정비 업무를 수행하게 되므로 도급인으로부터 '구체적인 지휘 및 명령을 받을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며 해당 정비 영역을 함께 수행한 도급인 측 인력도 없으므로 '혼재 근무'의 여지도 없어지는바 해당 구조에서 근로자파견관계가 인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H 공사 판결에서도 ①H 공사는 설비 도입 시부터 정비 업무를 외부에 위탁했다는 점, ②H 공사 내 정비 업무를 수행할 기술 및 경험이 없는 점, ③수급인들이 해당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비 업무에 대해 전문 지식 및 기술이 요구된 점 등 정비 업무가 가진 특수성이 주요하게 고려됐고 이를 바탕으로 근로자파견관계가 부정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정비 업무의 경우 근로자파견관계 판단의 핵심으로 고려되는 '상당한 지휘·명령의 존부' 와 관련해서도 특이성이 있다. 정비의 경우 물건 제작과 같은 통상적 도급과 같이 일회적 지시만으로는 업무의 적정한 완료가 어려우며 설비 관련 고장 등 장애가 상시로 발견될 수 있고 그 즉각적인 수리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피해가 막대하게 확장될 수 있으므로, 도급인 소속 담당자가 수급인 소속 현장대리인뿐만 아니라 근로자들에게 직접적인 연락을 취할 필요성이 보다 크게 인정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H 공사 판결의 1심은 문자, SNS 등을 활용한 직접적 연락을 '상당한 지휘·명령 존재'의 근거로 삼았으나, 항소심에서는 정비 업무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해당 연락 또한 정당한 업무 제공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는데, 이와 같은 항소심의 견해는 대법원이 제시한 지표인 '상당한 지휘·명령의 존부'에 관해 형식적 판단에서 그치지 않고 실질적 판단에까지 나아간 합리적 논증의 결과로 보인다. 

    3. 나가며 

    로봇 등을 활용한 물리적 설비의 발달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을 비롯한 각종 시스템이 고도화됨에 따라 장비 및 소프트웨어의 안정적 유지 등을 위한 업무는 점차 확장될 것이고, 해당 업무는 설비 및 시스템을 이용한 제조, 용역 업무에 주요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설비 및 시스템이 발전될수록 이를 유지·보수하는 업무에 더욱 높은 전문성이 요구될 것이며 이를 전문적으로 담당할 업체 등이 새롭게 등장할 것으로도 보인다. 나아가 해당 설비 등을 이용하는 업체들은 위와 같은 정비 전문 업체들과의 도급 계약 등을 통해 안정적으로 설비를 사용하면서 본연의 사업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정비 업무는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더욱 분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에 해당할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정비 업무에서 파견이 문제될 경우 앞서 살펴본 정비 업무의 특수성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전제돼야 할 필요가 있다. 만약, 이러한 고려 없이 형식적인 근로자파견관계 판단의 지표에만 매몰돼 파견의 범위를 확장적으로 판단할 경우, 정비 업무의 독자적 발전을 저해하고 대규모 제조업체 및 용역업체의 규모만을 증대시킴으로써 사회경제적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을 것이며, 이는 파견법의 도입 취지와도 부합하지 않는 결과임을 충분히 인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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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성환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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