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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4-07-11 13:59:21

    수정 : 2024-07-11 14:18:04

노동사건과 HR 데이터의 활용

2024-07-11 13:5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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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호 vo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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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노동법률] 구자형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1. 들어가며


    최근 노동소송에는 임금대장, 인사 발령기록, 문서 대장 등 각종 HR 데이터가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동종·유사 업무 판단, 차별 소송 등에서는 법리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실증적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어 이때  HR 데이터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자문 업무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HR 데이터를 사용하고 있다. 이번 리포트에서는 필자가 실제로 수행한 소송 사건이나 자문 업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데이터의 활용 방법과 유의 사항을 살펴보고자 한다.

    2. 동종ㆍ유사 업무 판단

    파견법이나 기간제법에서는 파견 근로자나 기간제 근로자가 정규직 근로자와 동종·유사 업무를 수행했는지가 중요한 쟁점이 된다. 동일한 종류 또는 유사 업무를 수행하면서 임금이나 복리후생에서 차등을 두는 것은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동종·유사 업무 여부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고려되므로 그 판단기준을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으나, 비슷한 사무직종 간에는 생성한 문서의 양이나 내용이 쟁점이 될 수 있다.

    최근 한 국책연구소에서 사무보조 업무를 수행한 근로자들이 해당 기관의 일반 행정원(정규직 근로자)과 동종·유사 업무를 수행했다고 주장하며, 그 증거로 두 직종 별로 각각 작성한 문서들 목록 수만 건을 소송에 제출한 바 있다. 이를 검토한 제1심 법원은 "피고의 행정원들은 원고들(사무보조원)이 기안한 문서와 유사한 제목의 문서를 상당수 생성하기도 하였다"고 판단하면서 동종·유사 업무의 수행을 인정했다(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22. 10. 13. 선고 2018가합104172 판결).

    위 사건 항소심을 수행하면서 실제 작성 문서를 비교하게 됐는데, 해당 문서 제목들이 일견 비슷해 보이는 면이 있으나 사무보조원들이 작성한 문서는 'A 관련 행사 비용 지출 결의' 등 비용 처리에 집중된 반면, 일반 행정원들이 작성한 문서는 'A 관련 겁토 의견' 등 심층적인 기획의 성격을 가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제는 비교 대상 문서가 수만 건에 이르렀기 때문에 다수의 문서를 효율적으로 비교해 보일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에 문서에서 빈번하게 사용된 단어를 비교·분석하기로 했고, 파이썬(Python)의 언어 패키지를 이용해 명사, 형용사 등 필요한 형태소를 추출한 뒤  주요 사용 단어를 비교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해 법정에 제출했다.

    결국 항소심 재판부는 제1심을 뒤집고 두 직군이 작성한 문서에 차이가 있다고 판단했고, 두 직군이 동종·유사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수원고등법원 2024. 1. 24. 선고 2022나24489 판결, 확정). 물론 문서에 사용된 단어 등 사실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문서의 결재권자 등 규범적인 요소가 결합돼 이루어진 판단이었다.

    3. 채용 차별의 실증적 분석

    남녀고용평등법은 성별에 따라 채용 조건을 명시적으로 달리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동일한 조건을 적용하더라도 특정 성별에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를 차별로 규정하고 있다(이른바 간접차별). 간접차별에서는 사용자가 정한 조건이 실제 결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므로 이에 관한 실증적 분석이 필요할 때가 많다. 남녀고용평등법에 관한 사례는 아니지만 간접차별에 관한 대표적 사례로 헌법재판소의 제대군인 가산점 위헌결정을 살펴볼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공무원 시험에 적용되는 제대군인 가산점의 평등권 침해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전체 여성 중 극히 일부분만이 제대군인에 해당될 수 있는 반면, 남자의 대부분은 제대군인에 해당한다는 점 등에서 위 가산점이 여성의 평등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헌법재판소 1999. 12. 23. 선고 98헌마363 결정). 위 헌법재판소 결정은 실제 공무원 시험에서 가산점을 받지 못한 응시자로서 합격한 사람이 7급 일반행정직 99명 중 3명뿐이었다거나 7급 검찰사무직 15명 중 1명뿐이었다는 통계를 근거로 제시했다.

    채용 절차를 설계하는 입장에서는 가산점이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기 위해 실제 채용 결과에 다양한 방식으로 가산점을 부여하는 시뮬레이션을 실시할 수 있다. 

    이는 실제 자문 업무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내용이지만 현재 소송화된 것이 없어 외부에 공개할 수 있는 자료는 없다. 다만 가산점의 효과를 산출하는 과정을 예시하기 위해 아래에서는 외국의 공개 데이터를 이용해 설명하고자 한다.

    미국 뉴욕시는 공무원 시험 응시자의 성명, 점수, 제대군인 가산점 여부 등 세부 자료를 공개하고 있는데, 2022. 5. 20. 자료를 기준으로 제대군인 가산점의 효과를 검토해 본다. 응시자 중 상위 5%만 선발한다고 가정하는 경우, 합격자 중 제대군인의 비율이 가산점(5점) 부여 전에는 3.31%였으나 가산점 부여 후에는 13.76%로 10%p 이상 올랐다. 반면, 상위 30%를 선발한다고 가정하는 경우 가산점 부여 전 제대군인 비율이 2.61%였고 가산점 부여 이후 비율이 4.88%로 비교적 적게 상승했다. 참고로, 전체 응시자 중 제대군인의 비율은 2.27%였다.

    한국의 경우 제대 군인 비율이 미국에 비해 훨씬 더 높기 때문에 다른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다른 한편으로 선발 비율이 높을수록 가산점의 효과가 완화될 것이라는 점은 동일하리라고 예상할 수 있다. 이를 고려하면 가산점을 부여하더라도 상위 30% 선발 등 1차 합격자 선발에만 사용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도 제대군인에게 우대 조치를 하되 5점이나 10점 등 일률적인 점수 형태로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면접 기회나 우선권을 주는 방식으로 시행하는 주(州)들이 있다.

    4. 대량 관찰 방식에 의한 부당노동행위의 판단

    판례는 사용자가 소속 노동조합에 따라 임금인상, 승진 등을 차별했는지 문제된 사안에서 조합원 집단과 비조합원 집단을 전체적으로 비교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격차가 있었는지 고찰함으로써 부당노동행위 의사를 추정하는 방법을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7두25695 판결, 이른바 '통계적 입증 방법' 또는 '대량 관찰방식').

    사견으로는 대량 관찰방식의 타당성 자체에 다소 의문이 있다. 차별이 증명되기 위해서는 조합원과 비조합원 사이의 능력이나 근무 실적에 차이가 없다는 점이 개별적, 구체적으로 증명돼야 한다. 집단으로서의 격차에서 바로 차별 취급을 단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노동조합별로 사용자의 업무 지시에 대응하는 방침이 다르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평가 방법이나 상여금 차등 지급에 반대하는 근로자들이 특정 노동조합에 모이기도 하는 등 조합원과 비조합원이 동일하다는 전제가 현실적인지도 의문이다. 나아가 통계적 입증 방법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일정한 수 이상의 자료가 전제돼야 하는데, 최근 일부 하급심 판결들은 10명 내외의 작은 집단에 대해서까지 통계적 입증 방법을 적용함으로써 이 방법론을 남용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여하튼 현실에서는 이미 대량 관찰방식이 널리 사용되고 있으므로 실제 소송에서는 이에 대한 대응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가령 전보 발령 대상자 중 노조원이 많았다는 이유로 부당노동행위를 의심받는 사안이 있다고 가정할 수 있다.

    우선, 소송에 제시된 수치들은 많은 경우 조건부 확률의 성격을 가진다는 점을 생각할 수 있다. 예컨대, 전보 발령 대상자(B) 중에 노조원(A)이 많다는 것은 P(A|B)가 크다는 의미이다. 학교에서 배운 조건부 확률의 공식을 떠올려 보면, 조건부 확률 P(A|B)는 [P(A|B)=P(B|A)*P(A)/P(B)]와 같이 정의된다. 즉, 전보 발령 대상자(B) 중에 노조원(A)이 많다[즉, P(A|B)가 크다]는 것은 노조원(A) 중 전보 발령 대상자(B)가 많다[즉, P(B|A)가 크다]를 의미할 수도 있지만, 단순히 전체 직원 중 노조원이 많다[즉, P(A)가 크다]를 의미할 수도 있다. 노조원 중 유독 전보 발령 대상자가 많다면 부당노동행위의 소지가 있지만, 단순히 전체 직원 중 노조원이 많을 뿐이라면 부당노동행위와는 관련이 적다.

    물론 실제 사건에서는 조금 더 복잡한 조건이 개재돼 있으므로 위와 같이 단순화된 논리를 곧바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소송에 제시된 수치들은 대부분 누군가의 의도가 개입된 것이라는 점을 기억하고 어떤 조건이 부여된 것인지 의심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특히, 기업 인사 데이터에서는 다양한 조건하에서 추출된 확률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소송에 제출된 수치를 적극적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5. 불법파견 소송 또는 자문에서의 데이터 활용

    다수 당사자가 관계된 불법파견 소송에서 당사자별로 증거를 구별하는 과정에서도 데이터를 처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가령 고등법원이 제철소 간접공정 근로자들의 불법파견을 인정한 사건에서 상고이유서를 작성하면서 시기별·공정별로 증거의 구별이 필요함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경험이 있다. 위 상고 이유서에서는 원심판결이 인용한 증거들을 시기별·공정별로 분류하고 이를 원고들의 입사 연도·수행업무와 대조했고, 이렇게 작성된 표와 그래프를 토대로 공정별·계쟁 기간별 심리·판단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상고 이유로 제시했다.

    대법원은 위 상고 이유를 받아들여 특정한 공정 및 기간에 관해서는 원심의 구체적인 심리가 없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원심판결을 일부 파기했다(대법원 2024. 3. 12. 선고 2019다28966 판결). 앞으로 다수 당사자에 관한 불법파견 소송에서는 이와 같은 업무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불법파견의 경우 소송 업무뿐만 아니라 자문 과정에서 계량적인 분석 방법이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고 이 과정에서도 다양한 HR 데이터가 활용되고 있다. 일례로 필자가 속한 법무법인에서는 사내하도급과 불법파견의 구별 기준에 관한 기존의 판례를 분석해 계량적 분석 틀을 만들고, 사업장의 데이터를 입력해 불법파견 판단의 위험성을 검증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참고로, 근로자성 판단에 관해서는 아예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사용하고 있는데, 비슷한 방식의 업무가 계속 확대될 것으로 생각된다.

    6. 나가며

    필자가 소속된 법무법인뿐만 아니라 여러 로펌에서 통계분석에 관한 전문적인 인력이나 조직을 갖추고 있다. 다만, 담당 변호사가 기본적인 과정을 이해하고 있지 않으면 전문 인력의 도움만으로 실제 업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유효한 자료를 얻기는 어려운 편이다. 노동 사건에서 데이터의 활용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방법론을 교류하고 논의할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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