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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4-06-14 17:18:29

    수정 : 2024-06-14 17:18:24

법원 “회사-소수노조 합의해도 교섭대표노조 교섭권 침해 아냐” [종합]

2024-06-14 17:18:29



화섬식품노조-피비파트너즈 노사협약, 단체협약 아냐...소수노조 권리 재확인
[2024년 7월호 vo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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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시내 파리바게트 매장(사진=뉴시스)

    교섭대표노조의 교섭권이 노사관계 전반에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교섭대표노조가 있더라도 소수노조와 사용자는 단체교섭이 아닌 수준의 대화를 하고 그에 따른 합의를 체결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법원은 피비파트너즈와 전국화학섬유식품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가 체결한 노사협약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노사협약이 교섭대표노조의 교섭권을 침해해 무효라고 본 앞선 가처분 결정과는 상반된 결과다.
     
    14일 노동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제3민사부(재판장 송인권)는 이날 오전 피비파트너즈노동조합이 피비파트너즈와 화섬식품노조를 상대로 낸 노사협약 및 부속협약 무효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화섬식품노조와 피비파트너즈 간 노사협약은 실질적인 단체협약이 아니"라며 "교섭대표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이유로 교섭대표노조가 되지 못한 노동조합이 회사와 노사관계에 관해 협의하는 것 자체가 항상 금지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교섭대표노조 "소수노조-회사 합의는 교섭권 침해"

    피비파트너즈는 파리바게뜨 제빵기사와 카페 기사를 고용하는 SPC의 자회사다. 피비파트너즈에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 피비파트너즈노조와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가 조직돼 있고 피비파트너즈노조가 교섭대표노조다. 회사는 다수노조인 피비파트너즈노조와만 교섭을 해왔다.
      
    2018년 파리크라상은 불법파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사회적 합의를 체결했다. 파리크라상 제빵기사들의 불법파견 문제가 불거지자 노조와 시민사회단체, 정당, 가맹점주, 회사는 파리크라상이 자회사 피비파트너즈를 설립해 제빵기사들을 고용하는 합의를 도출했다. 피비파트너즈에 고용된 근로자들의 임금은 3년 안에 본사와 동일한 수준으로 맞추기로 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2021년, 지회와 회사 간 갈등이 터지기 시작했다. 회사는 사회적 합의 이행이 완료됐다면서 대대적으로 선언했지만 지회는 반박했다. 임금을 포함해 근로자 처우 개선을 위한 노사협의체 운영, 불법파견에 대한 유감 표명, 부당노동행위 시정 등 대다수 합의 내용이 이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회와 회사는 1년 넘는 기간 갈등을 겪다가 2022년 11월 노사합의를 체결했다. 노사합의는 노사협약서와 부속합의서로 나뉜다. 노사협약서에는 회사와 지회가 '사회적 합의 발전 협의체'와 노사간담회를 구성하는 내용이 담겼다. 대표이사가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관련자를 인사 조치한다. 회사는 노조 활동을 보장하고 신입 직원에게 노조 선택의 기회를 공평하게 제공한다. 보건 휴가와 연차 휴가를 현행보다 자유롭게 사용하도록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피비파트너즈노조는 반발했다. 소수노조와 회사가 맺은 노사협약은 사실상 단체협약이고 이로 인해 교섭대표노조의 교섭권이 침해됐다는 것이다. 피비파트너즈 노조는 노사협약 효력을 정지시켜달라는 가처분 신청과 무효 소송을 냈다.

    가처분 사건에서 법원은 노사협약 효력을 정지시켰다. 법원은 "노사협약 내용은 근로자의 노동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 또는 단체적 노사관계 운영에 관한 사항으로 단체협약 체결 대상"이라며 "단체교섭권과 단체협약 체결권을 가지는 피비파트너즈노조 없이 교섭권 없는 지회와 교섭하고 노사협약을 체결한 것은 피비파트너즈노조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뒤집힌 가처분..."교섭대표노조 교섭권, 노사관계 전반에 미치는 것은 아냐"

    그러나 본 소송에서 법원은 가처분 결과를 뒤집고 노사협약 효력을 인정했다. 노사협약이 실질적인 단체협약은 아니라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지회와 피비파트너즈는 단체협약을 체결할 의사로 노사협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라며 "회사가 지회와 단체협약을 체결할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않기로 하고 직접 지회와 교섭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노동조합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교섭창구 단일화를 거부하고 소수노조와 교섭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회사는 지회와 교섭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고, 교섭대표노조는 피비파트너즈노조로 확정됐다. 


    재판부는 "노사협약에는 단체협약 내용과 충돌할 요지가 있는 내용은 제외됐고 협약의 주된 내용은 사회적 합의 이행과 관련된 오랜 분쟁을 종결하기 위한 것"이라며 "일부 근로조건에 관해 구체적 내용을 정한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합의의 경위와 취지를 고려하면 일부 조항만으로 협역 전체가 단체협약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교섭대표노조의 교섭권이 노사관계 전반에까지 당연히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교섭대표노조의 단체교섭권은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과 체결된 단체협약의 구체적인 이행 과정에 인정되는 것이지 이와 무관하게 노사관계 전반에까지 당연히 미친다고 볼 수 없다"며 "따라서 교섭대표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이유로 교섭대표노조가 되지 못한 노조가 회사와 노사관계에 관해 협의하는 것 자체가 항상 금지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단체협약 명목으로 체결된 것이 아닌 노사협약의 효력을 다투는 사건이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소수노조와 회사가 단체협약이 아닌 노사협약도 맺지 못한다면 소수노조 권리 침해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주목을 받았다.

    지회 측을 대리한 손명호 법무법인 오월 변호사는 "교섭대표노조가 가진 대표권이 당연히 노사관계 전반에까지 미친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이 확인된 판결"이라며 "복수노조가 허용되는 시대에 교섭대표노조가 있다고 하더라도 소수노조도 사용자와 독자적으로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이 아닌 대화를 할 수 있고 그와 관련된 협약을 체결할 수도 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이지예 기자 jyjy@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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