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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4-06-17 21:22:15

    수정 : 2024-07-01 11:54:03

[단독] 대법, “현대차 ‘시험장비 보전업무’ 불법파견 맞다” 근로자 측 손

2024-06-17 21:22:15



원심에서 불인정한 근로자 파견관계 인정…대법 “협력업체 근로자, 현대차 위해 보전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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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호 vo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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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차 본사(사진=뉴시스)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시험 장비를 예방ㆍ보전하는 업무를 한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를 현대차가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근로자 파견관계를 부정한 원심을 뒤집고 근로자 측 손을 들어줬다.
     
    17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제3부(주심 노정희)는 이날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시험 장비 예방ㆍ보전업무를 한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A 씨 등 21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근로자 파견관계를 부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A 씨 등은 협력업체에 고용된 후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현대차의 지휘ㆍ명령을 받으며 현대차를 위한 보전 업무에 종사했으므로, 둘 사이엔 근로자 파견관계가 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판시했다.
     
    자동차 시험 장비 '보전업무'가 불법파견?…엇갈린 하급심
     
    현대차 남양연구소는 자동차 연구ㆍ개발에 필요한 시험 장비를 운영하고 있다. 소송을 제기한 A 씨 등은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로, 이 시험 장비들이 고장 없이 작동할 수 있게 예방하고 점검하는 업무(예방ㆍ보전업무)를 했다.
     
    현대차는 예방ㆍ보전업무가 필요한 장비를 선정한 뒤 이를 토대로 협력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 협력업체 근로자는 관련 점검계획을 작성해 현대차에 송부하고, 현대차 측에서 희망하는 날 또는 합의한 날에 시험팀을 방문해 업무를 수행했다.
     
    A 씨 등은 현대차가 불법으로 근로자들을 파견 사용하고 있다며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남양연구소에 파견돼 현대차로부터 구체적인 지휘ㆍ명령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급심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근로자 파견관계를 인정했지만, 2심은 근로자 파견관계를 부정했다.
     
    1심은 예방ㆍ보전업무가 현대차 시험팀 업무와 연동돼 이루어졌다고 봤다. 1심은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시험팀의 일정에 따라 방문시간을 조율하는 등 시험팀이 지정하는 시간에 구속돼 보전업무를 수행했다"며 "긴급 점검이 필요할 땐 시험팀 담당자로부터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점검 일정을 통보받았고, 계약 외 업무가 있어도 현대차 측의 업무 지시를 거절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A 씨 등이 시험팀 일정에 맞춰 업무를 수행한 것이 업무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봤다. 2심은 "시험 장비가 있는 곳에서 시험 장비를 운용하는 시험팀이 있어야 업무를 할 수 있는 예방ㆍ보전업무 특성에서 비롯된 업무상 협력관계"라며 "A 씨 등이 각 시험팀이 지정하는 시간에 구속돼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A 씨 등은 현대차가 교부한 예방점검표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다. 예방점검표에는 점검항목별 점검포인트와 점검기준이 담겼다.
     
    1심은 이 예방점검표가 실질적인 지시 수단으로 기능해 A 씨 등이 재량껏 업무를 수행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예방점검표가 기본적인 점검사항을 담고 있을 뿐이라며 이를 통해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한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한, 2심은 "남양연구소에서 일하는 이들은 대부분 연구직으로, 예방ㆍ보전업무가 연구직들이 사용하는 장비를 대상으로 하더라도 예방ㆍ보전업무와 연구ㆍ개발업무는 명확하게 구별돼 작업량, 작업내용면에서 연동될 여지가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 "현대차 위해 보전업무 종사했다" 파기환송
     
    그러나 대법원에서 판단이 한 번 더 뒤집혔다. 대법은 근로자 파견관계를 부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은 "A 씨 등은 현대차로부터 제공받은 예방점검표에 따라 점검 결과를 표시하고 측정 데이터 등을 기재해 시험팀 담당자로부터 확인을 받는 방식으로 보전업무를 수행했다"며 "또한, 현대차는 현대차 사무실에서 협력업체와 주 1회 업무회의를 통해 보전업무의 진행을 관리하고 지시사항을 전달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보전업무와 관련해 정규직 근로자와 협력업체 근로자가 담당해야 할 업무 내용을 구분해 두기는 했지만, 실제로는 업무 범위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아 일부 장비의 경우엔 함께 업무를 담당하기도 하고 장비 고장이 발생한 경우 수시로 공동 작업을 수행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현대차 남양연구소는 불법파견 분쟁이 계속되다가 이번 대법 판결까지 나오면서 분쟁이 소강상태로 접어든 모양새다.
     
    지난 2022년 4월 대법원은 현대차 남양연구소 시설관리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가 불법파견이 아니라며 근로자 측 상고를 심리불속행 기각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상고 대상이 아닌 판결일 경우 본안 심리 없이 기각하는 것을 말한다.
     
    올해 3월에도 대법원은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전산장비 유지ㆍ보수업무를 한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를 근로자 파견관계로 볼 수 없다며 근로자 측 상고를 심리불속행 기각했다.
     
    잇따라 회사 측 손을 들어주던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선 근로자 측 손을 들어줬다.
     
    이번 사건에서 근로자 측을 대리한 최종연 법률사무소 일과사람 변호사는 "불법파견에 관해 2심에서 패소한 사건을 다시 파기환송한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고, 대법원은 2심에서 불인정한 근로자 파견관계의 각 사실관계를 전부 인정했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자동차 연구ㆍ개발시설인 남양연구소에서 시험 장비가 잘 관리되지 않으면 신차 개발 등 남양연구소의 사업 목적에 차질이 생긴다는 논리로 보전업무가 현대차사업에 편입돼 있다고 주장했는데, 대법원에서 이 부분이 인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동희 기자 dhlee@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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