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7일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등 재판관들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A 씨는 경기도에서 기능직 공무원으로 29년간 일하다 대장암 4기 투병 중 2022년 7월 사망했다. A 씨는 결혼을 하지 않아 배우자도, 자녀도 없었다. 부모님도 일찍 돌아가셔서 A 씨에게 남은 가족은 여동생 B 씨뿐이었다. B 씨는 공무원연금공단에 오빠의 퇴직유족연금일시금과 퇴직수당을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으로부터 "형제자매는 수급권자가 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B 씨는 A 씨의 유족이자 민법상 상속권자가 분명한데,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답은 공무원연금법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공무원연금법에 따르면 사망한 공무원의 퇴직수당 등은 사망할 당시 그에 의해 부양되고 있던 유족에게 지급된다. 문제는 공무원연금법이 '유족'의 개념을 배우자, 자녀, 부모, 손자녀, 조부모로만 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B 씨와 같은 형제자매는 공무원연금법상 유족에 해당하지 않는다.
 
B 씨는 이러한 규정을 담고 있는 공무원연금법 제33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형제자매는 제외? "재산권ㆍ평등권 침해" 헌법소원
 
B 씨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재산권 침해다. B 씨는 공무원의 퇴직수당이 민간기업에 빗대면 퇴직금에 해당하는 개념이고, 사회보장적 성격의 급여가 아닌 후불임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즉, 퇴직수당 수급권이 곧 재산권이기 때문에 공무원연금법상 형제자매가 유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퇴직수당을 지급받지 못하는 건 재산권 침해라는 지적이다.
 
두 번째는 평등권 침해다. B 씨는 같은 상황에 놓인 민간기업의 근로자와 공무원을 비교했을 때 망인이 공무원이란 이유로 형제자매가 퇴직수당을 받지 못하는 건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보다 앞서 나온 법원 판결은 B 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지난해 8월 서울행정법원 제7부(재판장 정상규)는 B 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퇴직수당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B 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또한 법원은 같은 날 B 씨가 신청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역시 기각했다.
 
법원은 퇴직수당이 후불임금 성격도 갖고 있지만 사회보장적 성격도 갖고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공무원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비용을 부담하는 급여의 경우 공무원이 납부한 부분은 재직 중 근무의 대가로 지급했어야 할 임금의 후불적 성격이 강하고,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부담금 부분은 사회보장적 급여의 성격이 강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형제자매를 제외한 건 통상 현대 가족구조가 부모와 자녀의 2대로 구성된 핵가족화하고 있고, 직계존비속과 달리 형제자매는 생계를 같이 하지 않는 한 가족 구성원으로서 법적인 부양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한 것"이라며 "재산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공무원연금은 국민연금에 비해 재정건전성을 확보해 국가의 재정 부담을 낮출 필요가 크다는 점 등에 비춰 볼 때, 국민연금법이 형제자매를 사망일시금수급권자로 규정하고 있는 것과 달리 공무원연금법이 형제자매를 퇴직수당 수급권자에서 제외하고 있는 건 합리적인 이유에 의한 차별"이라며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후 나온 헌법재판소의 결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듬해인 지난 6월 27일 헌재는 공무원연금법 제33조 제1항이 합헌이라고 판결했다. 앞선 서울행정법원 판결과 같은 취지의 판단이다.
 
B 씨 측은 공무원연금법에 퇴직수당이 신설 취지가 '공무원의 퇴직 후 생활보장을 강화하기 위한 것', '퇴직금과 국민연금 두 가지를 받는 민간근로자와의 형평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퇴직수당이 후불임금 성격을 가진다고 주장했지만, 헌재는 끝내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입법자는 재원의 한계, 소득 보장이 필요한 사회적 약자에게 우선적으로 사회보장급여 청구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필요성 및 우리나라 가족관계의 특성을 종합해 유족의 범위에서 형제자매를 제외했다"며 "유족이 없는 경우엔 유족이 아닌 직계존비속에게만 일정 금액을 지급하도록 사회보장수급권과 재산권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급여청구권의 내용과 범위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관 1명의 반대의견이 나왔다. 반대의견은 재산권 침해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평등권 침해는 인정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반대의견은 "민간근로자가 사망해 형제자매가 상속인이 된 경우 그 형제자매가 민법 규정에 따라 사망한 민간근로자의 퇴직금 지급채권을 상속받게 되는 반면, 사망한 공무원의 상속인인 형제자매는 심판대상조항으로 인해 퇴직수당을 비롯해 어떠한 급여도 지급받지 못하게 되므로, 차별취급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퇴직수당의 재원인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건전성을 도모해야 할 필요성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상속인인 형제자매에게 퇴직수당을 지급하더라도 연간 여기에 소요되는 금액이 비교적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형제자매가 상속인이 된 경우 그 공무원에게는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이 전혀 없었던 것이기 때문에 사망한 공무원과 그 형제자매가 평소보다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을 가능성을 쉽게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B 씨 측을 대리한 우지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중앙법률원 변호사는 "공무원연금법상 퇴직수당은 사회보장적 성격을 가지는 동법상 다른 수당들과는 다르게 후불임금으로서 민간근로자의 퇴직금의 상응하는 수당인데도 헌재가 공무원연금법상 수당을 모두 똑같이 취급해 유족 범위의 합헌 판단 등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이 사건을 합헌 결정한 것에는 큰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번 사건에서 공무원연금법상 퇴직수당과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상 퇴직금의 성격이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는 점, 공무원연금법 제33조 제1항이 후불임금인 공무원연금법상 퇴직수당 지급 시 망인의 민법상 상속권자인 형제자매를 청구권자에서 배제한 것은 평등원칙에 반해 위헌이라는 점을 밝힌 반대의견이 나온 것에 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동희 기자 dhlee@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