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사진=뉴시스)
 
법원이 2020년에 이어 또다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금피크제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기획재정부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한 공공기관의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굳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1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지난 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1민사부(재판장 정회일)는 LH에서 퇴직한 근로자 32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2020년 이어 또 '적법' 판결
 
LH는 2015년 발표된 기획재정부 임금피크제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정년이 55세였던 1급, 2급 직원의 정년을 60세로 늘렸다. 56세에 도달하면 임금을 1년 차(56세)에 95%, 2년 차(57세)에 90%, 3년 차(58세)에 85%, 4년 차(59세)에 80%로 감액하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2016년 도입했다.
 
이번 소송에 앞서 LH 근로자들이 회사의 임금피크제가 위법하다고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LH의 임금피크제가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해당 판결은 근로자 측이 상고하지 않아 2020년 8월 확정됐다.
 
이번에 소송을 다시 제기한 이들은 2021년 퇴사한 근로자들이다. 이들은 LH의 임금피크제가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차별해 위법하다며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LH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에 합리성이 있다며 또다시 회사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LH는 공공기관으로서 기재부의 총인건비를 맞추고 임금피크제 도입 권고 이행을 위한 도입의 경위가 있다"며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이 정년을 연장해 고령자의 고용 안정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합리성이 있다"고 했다.
 
법원은 임금피크제 대상 근로자들의 불이익 정도도 낮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2급 직원의 경우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뒤 25%가량 더 많은 임금을 지급받았다"며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 수준이 과도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LH가 임금피크제 도입 후 근로시간을 단축한 점도 주목했다. 법원은 "LH가 임금피크제 대상자의 근로시간을 9시간 단축하고 주31시간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개인별 근로시간을 설계해 근무할 수 있도록 했다"며 "대상조치의 적정성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LH는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을 신규 채용에 사용했다. 재판부는 "LH는 절감된 재원으로 지속적으로 신규 채용을 실시했다"며 "신규 채용 확대라는 임금피크제의 목적을 실질적으로 달성했다"고 했다.
 
A 씨 등은 임금피크제 도입을 놓고 근로자 간 토론할 기회를 회사가 보장하지 않았다며 도입 절차를 지적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회사가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해 광역ㆍ지역본부 별 직원설명회를 실시했다"며 "설명회 이후 회사 내부 인터넷망을 통해 임금피크제 기준, 불이익에 대한 질의응답을 받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조 지역 지부장들이 임금피크제 회의에 참석했고, 노조 조직 대상이 아닌 2급 근로자들도 개별적으로 회사에 동의서를 제출했다"며 "전체 근로자 73.1%가 임금피크제 도입에 찬성해 절차에 하자가 없다"고 덧붙였다.
 
공공기관 정년연장형 임피제는 '적법' 굳어져
 
2020년에 이어 법원이 또다시 LH 임금피크제를 적법하다고 판결하면서 기재부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한 공공기관의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는 적법하다는 판결 경향이 굳어져 가는 것으로 보인다.
 
최진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기재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공공기관들은 임금 감액률이나 대상조치가 유사하다"며 "공공기관이 가이드라인에 기반해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경우 적법하다는 판결 경향이 굳어지는 추세"라고 평가했다.
 
유일한 변수는 임금피크제가 정년유지형인지 여부가 될 전망이다. 최 변호사는 "공공기관이 기재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더라도 위법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가 도입된 경우"라며 "원래 정년이 60세였는데 임금피크제를 통해 감액한 경우엔 공공기관이라도 임금피크제가 무효로 판단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재헌 기자 jh59@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