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택배노동조합이 2022년 2월 서울 종로구 CJ대한통운 본사를 점거했다. (사진=뉴시스)

2022년 CJ대한통운 본사를 점거한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 간부, 조합원들이 업무방해와 공동주거침입 등의 혐의로 집행유예와 벌금을 선고받았다. 택배노조는 점거가 정당한 쟁의행위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전면적ㆍ배타적 점거로 수단의 정당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8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제27단독 조민혁 판사는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진경호 전 택배노조 위원장과 김인봉 전에 사무처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노조 간부 및 조합원 9명에겐 최소 벌금 500만 원부터 최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까지 선고됐다.

앞서 지난 2021년 12월 택배노조는 택배기사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CJ대한통운을 상대로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2022년 2월 10일 택배노조 간부와 조합원 200명이 CJ대한통운 본사 정문을 향해 돌진해 게이트를 뛰어넘어 1층과 3층을 점거했다. 점거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해 직원 21명이 다쳤고 유리 출입문이 파손돼 4400만 원 상당의 손해가 발생했다.

택배노조는 2022년 2월 10일 본사 점거 후 28일까지 점거를 이어 나갔다. 택배노조는 19일 동안 CJ대한통운 본사 1층 출입구와 지하 1층 출입구에서 천막 농성을 실시해 직원 900명의 출입을 방해했다.

이 결과, 택배노조 간부 8명과 조합원 3명은 CJ대한통운의 업무를 방해하고 공동으로 주거침입, 재물손괴를 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또, CJ대한통운 직원들을 폭행하고 상해를 입힌 혐의도 적용됐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 본사 점거가 정당한 쟁의행위라며 형사상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노동조합법에 따르면 정당한 쟁의행위는 형법상 정당행위로 법적인 처벌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법원은 택배노조의 점거가 정당한 쟁의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조 판사는 "택배노조 간부와 조합원들은 폭력적 언동을 보이며 CJ대한통운 직원을 물리적으로 저지해 재물손괴행위와 상해행위를 했다"며 "택배노조의 업무방해 행위는 단순한 부분적, 병존적 점거를 넘어 CJ대한통운의 사업장에 대한 관리권을 전면적, 배타적으로 빼앗을 정도의 행위로 정당한 쟁의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다만 법원은 "점거가 근로조건 개선을 촉구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루어졌고 파업이 이루어진 경위를 볼 때 형량에서 참작할 사유가 있다"며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와 벌금을 선고했다.

택배노조는 판결 선고 당일인 지난달 27일 실형이 선고될 경우 서울 서초구 법원 삼거리에서 판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으나 집행유예와 벌금형 선고돼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한선범 택배노조 정책국장은 "실형이 선고되지 않아 한편으로는 다행이지만 CJ대한통운 점거 파업은 회사가 교섭에 응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선택된 것"이라며 "교섭을 회피하는 진짜 사장에게는 처벌이 돌아가지 않고 극단적 투쟁으로 내몰린 택배 노동자들에게만 처벌이 돌아오는 것은 여전히 부당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1심 판결에 대해 검찰과 택배노조 모두 항소했다.

이재헌 기자 jh59@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