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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3-03-17 12:48:48

    수정 : 2023-03-17 12:48:59

노동개혁 성급했다...전문가도 “법 개정보다 여론 형성이 먼저” 지적

2023-03-17 12:48:48



일자리연대, '노동개혁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노동개혁 전략 논의 토론회 개최
[2023년 4월호 vol.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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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월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일자리연재가 '노동개혁,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정책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노동개혁에 성공하기 위해선 법 개정보다는 여론을 먼저 형성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법 개정이 어려운 여소야대 국면에서는 노동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알리고 설득하는 것이 우선인데 성급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정부의 근로시간제 개편안에 대해 장시간 근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윤석열 대통령은 개편안을 다시 검토하라고 지시한 상황이다.
     
    지난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는 일자리연대가 주최한 '노동개혁,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일자리연대는 청년층과 학계, 법조계, 관계 전문가 등이 모여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과 대안을 모색하는 단체로 지난해 6월 출범했다.
     
    김대환 일자리연대 상임대표는 "오늘 토론회는 어떻게 정부가 국민 지지를 확보하면서 노동개혁을 추진해서 성과를 거둘지 논의하기 위한 자리"라며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의지는 과거 어느 정부보다도 강하지만 여러 장애물이 있고 한꺼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닌 만큼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입법예고 성급"...'완수해야 하는' 노동개혁, 전략 세워야

    첫 발제자로 나선 이성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근로시간제 입법예고는 성급한 측면이 있다"며 "정부가 결론을 내서 개정안을 먼저 제시하기보다는 부정적인 문제 제기를 최소화하는 해법을 는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 노동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였고 구체적인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서 노동개혁을 완수하지 않으면 선진국 반열에 오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노사관계 법치주의 확립,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두 가지 과제를 중심으로 노동개혁을 진행한다. 노사관계 법치주의 확립으로 노조 회계투명성 제고와 5대 부조리 근절을,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혁으로는 임금체계 개편과 근로시간제 개편 등을 추진한다.
     
    이 중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혁 방안은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일 근로시간제 개편방안과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표하고 입법 예고에 들어갔지만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노동계의 반대뿐만 아니라 장시간 근로를 우려하는 여론이 형성됐고 소위 'MZ노조'라고 불리는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도 반대 입장을 냈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들의 여론을 수렴해 근로시간제 개편안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정부의 노동개혁은 성사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법 개정에 동의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다. 노동계도 노동개혁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사회적 대화에도 나서지 않고 있다.
     
    이성희 연구위원은 "지금 상황에서는 국민의 관심과 지지가 가장 중요하고 국민들이 얼마나 이해하고 공감하고 지지하는지에 따라 노동개혁 추진이 가능하다"며 "어떻게 국민 관심을 끌어오고 노동개혁을 왜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얘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이성희 연구위원은 노동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몇 가지 전략을 제안했다. 우선 상대적으로 국민 지지를 받고 있는 노사 법치주의 확립 과제를 먼저 추진해 성과를 내야 한다. 성과가 있어야 국민들이 지속적인 지지를 보낼 수 있어서다.
     
    다만 권위적인 개혁은 지양해야 한다. 노사의 불법행위는 엄정히 대응해야 하지만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리적으로 접근해야 공감을 얻을 수 있다.
     
    법 개정이 수반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과제는 공론화에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성희 위원은 "올해는 법 개정까지 이르지 않아도 여론을 형성하는 것이 일차적 과제가 돼야 한다"며 "정부가 노동개혁을 뚝심 있게 밀고 나가면서 세부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충분한 노사정 정책 협의를 통해 현실적인 해법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정책 협의를 위한 협의틀도 구축해야 한다. 지금까지 사회적 대화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중심으로 해왔지만 노동계의 참여가 요원하다. 이성희 위원은 '합의'가 아닌 '협의'를 원칙으로 사회적 대화 틀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 발제자로 나선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같은 점을 지적했다. 노동개혁 의지는 보이지만 장애물이 많아 성사는 어려워 보인다는 지적이다.
     
    이승길 교수는 "얼마 전 열린 국민의힘 당정협의회에서도 노조 회계 투명성 제고와 불법부당행위 근절 방안 논의가 진행됐지만 여론의 호응을 받는 노동개혁이라고 보기는 부족하다"며 "정부가 법 개정 방향성을 설정해버리면서 노동개혁이 옳은 방향인지 노동계는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있고 기업도 적극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승길 교수는 단순히 현행법을 개정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전반적인 법체계, 규제 방식 등 폭넓은 담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추가로 최근 국회에서 급물살을 탄 노란봉투법에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를 '실질적 지배력이 있는 자'로 확대하고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를 일부 제한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이다. 정부와 여당은 노란봉투법을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야당에서 이를 적극 추진하면서 소관 상임위원회까지 통과했다. 이에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할 경우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승길 교수는 "노란봉투법은 노사관계에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법안으로 종합적이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지만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적절한지는 의문"이라며 "대통령 거부권은 국회와 행정부 관계에 선을 긋는 것인데 그런 상황까지 벌어지지 않도록 여당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자리연대 고문을 맡고 있는 배진한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원하청 공동교섭을 진행하는 현실적인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공공부문의 임금체계를 성과급 체계로 개혁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중소기업 근로자 교육ㆍ훈련에도 힘써야 한다.
     
    또 노동현장의 탈법적 관행 근절을 통해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고 최저임금제 개혁으로 지역별 임금 격차를 줄이는 노력도 이뤄져야 한다.
     
    배진한 교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려면 긴급 현안과 장기적 현안을 구분해서 접근해야 한다"며 "사회적 대화 분위기를 형성하고 노동개혁 과제를 진두지휘하는 정부 기구를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김강식 항공대 경영학과 교수, 이상희 한국공학대 지식융합학부 교수, 임무송 인하대 초빙교수가 의견을 나눴다 이들도 왜 노동개혁을 추진해야 하는지 공론화하고 여론 형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상희 교수는 "노사관계에 불법부당행위가 사라져야 안정적 생산체계 자리 잡을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정치적 기반을 공고하게 한 후 다른 개혁을 꾸준히 추진해야 성과가 나고 국민 지지도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고용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근로시간제 개편안 재검토에 나섰다. 법안을 공개하고 입법예고를 시작한 마당에 다시 개편안을 수정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지예 기자 jyjy@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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