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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3-09-19 10:33:56

    수정 : 2023-09-26 11:15:36

헌법ㆍILO 위에 기재부? “공공기관 교섭 개입 말라” 꿈쩍 않는 정부

2023-09-19 10:33:56



ILO “정부, 공공기관 단체교섭 개입 금지” 권고 이행 촉구
[2023년 10월호 vo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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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대 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공대위)는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헌법과 ILO 협약 위에 군림하는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지침, ILO 권고 이행과 민주적인 단체교섭 제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경영평가를 통해 공공기관 단체교섭에 개입하지 말라는 국제노동사회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귀담아 듣지 않는 정부를 향해 국제노동기구(ILO)가 작심 비판에 나섰다. 제프리 보그트 ILO 결사의자유위원회 위원은 19일 한국에 방문해 "단체교섭의 범위를 정부가 협의 없이 직권으로 정하는 것은 결사의 자유 협약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양대 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공대위)는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헌법과 ILO 협약 위에 군림하는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지침, ILO 권고 이행과 민주적인 단체교섭 제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ILO 권고에도 정부는 묵묵부답
     
    지난해 6월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공공운수노조)와 국제공공노련(PSI)는 한국 정부가 정부지침과 가이드라인을 통해 공공기관 노사 간 단체교섭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단체교섭권을 침해한다며 ILO 결사의자유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ILO는 지난 6월 17일 정부의 지침이 공공기관 단체교섭에 실질적으로 개입하지 않도록 공공기관 노동자를 대표하는 단체가 참여하는 정기적인 협의 메커니즘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권고했다.
     
    하지만 이러한 ILO 권고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제도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헌법상 노동3권이 보장돼 있는 데다, ILO 협약 제87호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보장 협약, 제98호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협약을 지난 2021년 국회가 비준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권고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그렇기에 현 상황에서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 지침이 헌법과 ILO 협약 위에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해철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위원장은 "올해 처음 양대노총 공공 노동자가 정부의 예산운용지침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고 지난 8월에 공대위 이름으로 정부에 노정 교섭을 요구했다"며 "하지만 정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양대노총 공대위의 노정 교섭 요구에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도 "기재부의 각종 지침에 따라 공공기관 노동조건을 좌지우지하는 정부와 기재부가 공공노동자들의 진짜 사장"이라면서 "그러나 진짜 사장인 정부는 시종 불통으로 일관하고 있다" 비판을 이어 나갔다.
     
    ILO 결사의자유위원회 "정부 지침, 압박수단으로 사용돼"
     
    이날 토론회는 권오성 성신여대 법과대학 교수가 좌장을 맡고, ILO 제소를 함께한 이석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와 제프리 보그트 ILO 결사의자유위원회 위원이 발제를 맡았다.
     
    보그트 위원은 "한국 정부는 일방적으로 공공기관에 여러 지침을 주고 있다"며 "정부는 이 지침을 준수하지 않는 공공부문 사용자에 대해 경영평가를 감점하는 제도를 가지고 있고, 이것으로 공공기관 성과급이 결정되기에 실질적 압박수단으로 쓰이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지난 2022년 총인건비 증가율을 1.4%로 제한하라는 정부 예산지침으로 인해 모든 공공기관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면서 "작년에도 예산지침을 변경해 연공급 체계를 폐지하고 직무성과급 체계로 대체되도록 일방적으로 유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공부문은 재원이 세금이기에 민간부문과 달리 제한이 가해질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것이 단체교섭을 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보그트 위원은 "단체교섭의 범위를 정부가 협의 없이 직권으로 정하는 것은 결사의 자유 협약에 위배되는 것"이라면서 "노동자와 공공조직이 전반적인 교섭 틀을 설계하는 데 있어 완전하고 의미 있게 참여할 수 있도록 메커니즘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석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발제를 통해 "무엇보다 정부 지침들은 경영평가를 통해 개별 공공기관의 노사 간 단체교섭과 단체협약에 강력한 영향력과 구속력을 가진다"고 주장했다.
     
    공대위에 따르면 기재부는 매년 공공기관에 대해 예산운용지침, 경영지침, 혁신지침을 내리고 있다. 이 지침을 따르지 않는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부여해 성과급을 전혀 지급하지 않는다. 따라서 개별 공공기관과 노조는 정부의 지침에서 벗어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하거나 교섭할 수 없고, 임금 등 근로조건이 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상황이다.
     
    이 변호사는 구체적으로 ▲총인건비 인상률 일방 결정 ▲성과급 지급 기준 및 지급률 일방 결정 ▲직무급제와 임금피크제 도입과 사내대출제도 축소에 대한 노사합의 강요 ▲총인건비 인상률을 초과하는 노사 합의 무력화 ▲통상임금 관련 단체협약 체결 및 노사합의 강요 문제에 대해 지난해 ILO에 이의제기를 했다고 밝혔다.
     
    특히 총인건비 인상률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기재부 예산운용지침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이 변호사는 "공공기관의 임금교섭은 예산운용지침에 의해 총인건비 인상률이 결정된 뒤 비로소 진행되기에, 실제로는 임금교섭이 아니라 공공기관별로 이미 확정된 총인건비 예산을 분배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공공기관 임금 인상률은 당해 연도 공무원 보수 인상률과 일치해 노조와 노동계의 의견이 일절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 공대위의 주장이다.
     
    총인건비 인상률을 초과하는 노사 합의가 있어도 이는 정부에 의해 무력화됐다. 한국철도공사의 자회사인 코레일 네트웍스는 최저임금 수준의 낮은 임금을 지급받자 지난 2020년 시중노임단가의 100%에 해당 연도 정부 임금 인상률을 곱한 값을 인상해 임금을 지급받기로 한국철도공사 노ㆍ사ㆍ전문가 협의체와 합의했다.
     
    그러나 정부의 예산편성지침을 준수해야 한다는 이유로 합의 내용에 해당하는 임금인상이 이루어지지 못했고, 정부가 정한 저임금 공공기관 총인건비 인상률 상한인 4.3%만 인상됐다.
     
    이 변호사는 "성과급도 정부 예산지침과 경영평가에 따라 일괄적으로 결정된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대법원이 경영평가 성과급이 노동자의 임금이라고 판시했음에도 정부가 지침과 경영평가를 이용해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성과금 수준과 지급 조건을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있다"면서 "이는 공공기관 노사 간 자율적 교섭 원칙에 명백히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직무성과급제와 임금피크제 도입에도 경영평가 점수가 크게 작용했다. 이 변호사의 발제에 따르면 "임금피크제는 지난 2015년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권고안, 직무성과급제는 2020년 공공기관 경영평가편람을 통해 도입하지 않으면 경영평가에서 불이익을 받도록 해 도입을 강제했다"고 밝혔다.
     
    통상임금 관련 단체협약 체결도 정부가 강제했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이 변호사는 "정부가 체불임금을 예비비가 아닌 총인건비에서 집행하라고 예산운용지침을 내리면서 체불임금총액이 총인건비 기준을 초과하면 경영평가에서 감점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공기관 노사를 압박했다"면서 "사실상 정부가 공공기관 노사 양측에게 특정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하도록 강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제소, ILO의 판단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서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ILO에 제소했고 ILO 결사의자유위원회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 변호사의 발제에 따르면 ILO 이사회는 결사의자유위원회의 보고서를 원안 그대로 채택하며 "공익 보전을 위해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단체교섭권이 어느 정도 제한될 수는 있으나, 이들에게 단체교섭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겨야 함은 변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위원회는 진정인들이 제기한 다섯 가지 사항에 대해 모두 진정인들의 주장을 인정했다. ILO 결사의자유위원회는 "위원회는 대한민국 정부가 공공기관 노동자 단체와 협의 없이 지침을 제정해 공공기관 총인건비 및 임금인상률 상한선을 일방적으로 정하고, 성과급 배분 방식을 결정하며, 임금체계 구조와 원칙을 변경하고, 사내대출 배분조건을 강화한다는 진정인들의 주장이 사실임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가 노동자의 참여 없이 공공기관 고용조건을 경영평가 지표를 통해 수립하는 것은 자제돼야 한다"고 말하며 "공공기관 노동자를 대표하는 단체가 완전하고 의미 있게 참여할 수 있는 협의 메커니즘을 수립하고 관련 조치를 위원회에 계속 알려줄 것을 요청한다"고 권고했다.
     
    ILO 권고 이행은 '노동 참여'로
     
    ILO의 권고를 이행할 방법으로 이 변호사는 정부의 공공기관 관련 지침을 심의ㆍ의결하는 과정에 노동자 대표를 참여시킬 것을 주장했다. 또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을 개정해 공공기관 운영위원회 산하에 노정 교섭을 시행할 수 있는 산하 특별위원회를 설치ㆍ운영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러면서 위원회 산하에 조사기구 또는 자문기구를 둘 수 있는 규정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변호사는 "특별위원회가 350개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40만 이상의 공공기관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다룬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사기구, 자문기구를 둬 전문성과 합리성을 제고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변호사는 사법부의 역할도 강조했다. 헌법재판소는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지난 2011년 제기한 기재부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계획에 대한 심판청구'와 지난 2015년 제기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 대한 심판청구'를 모두 "지침이 내부 지침에 불과해 강제적이지 않다"며 각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정부 지침의 절대적 영향력을 고려하면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지나치게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고 비판하며 "이번 ILO 권고를 통해 헌법재판소도 이 문제를 더 이상 회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판단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토론에 참여한 문성덕 금융노조 법률원장도 "ILO 기본협약이 국내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노동 배제가 아닌 노동 참여가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공공기관 운영위원회 산하에 특별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발제에 참여한 보그트 ILO 결사의자유위원회 위원은 "공공기관 결사의 자유와 관련된 문제는 대한민국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ILO 대표단을 초청해 공공부문 단체교섭 틀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논의하고 ILO로부터 기술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고위급 조사단을 요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헌 기자 jh59@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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