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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3-09-19 19:24:14

    수정 : 2023-09-26 11:13:58

경총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적용은 시기상조”

2023-09-19 19:24:14



내년 50인 미만 사업장 확대 시행 앞두고 개선 방향 논의
[2023년 10월호 vo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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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경영자총협회는 9월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방향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서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경총)

    중대재해처벌법이 내년 5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고용노동부가 무리하게 수사만을 강조하고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내려진 판례들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방향 토론회'를 개최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제3조에 따라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이 제외되지만, 부칙에 따라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내년 1월 27일부터 법이 적용된다. 내년 법 적용을 앞두고 경영계에선 시기상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와 서용윤 동국대 산업시스템공학과 교수가 발제를 맡고, 이승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토론의 좌장을 맡았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최근 정부의 실태조사를 보면 70% 이상이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77%는 법 적용 대비를 하지 못한 상황"이라면서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이 자리를 통해 합리적인 법 개정 방안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소 판결 보니 중처법은 중소기업 처벌법?
     
    발제를 맡은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법 시행 전에 예상했던 대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에 대한 처벌은 중소기업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지난 9월 14일 기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검찰에 기소된 24건 중에 대기업은 1곳뿐이고 나머지는 다 중소기업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기업은 기소조차 안 되고 있고 대기업에 실형 내지 유죄가 선고될 전망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예방이 아닌 처벌에만 집중된 고용부의 경향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정 교수는 "고용부는 중대재해 발생을 예방할 생각은 하지 않고, 중소기업 처벌에만 열을 올리며 경찰 흉내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소뿐 아니라 판결도 중소기업에 집중됐다. 정 교수의 발제에 따르면 판결이 내려진 4건의 중대재해처벌법 사건 모두 피고가 중소기업이다.
     
    정 교수는 "현재 중소기업에 중대재해처벌법 기소와 처벌이 집중되고 있지만, 내년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확대 적용되면 분명 50인 미만 소기업이 대상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기소와 처벌이 중소기업에 집중된 이유에 대해 정 교수는 세 가지의 이유를 들었다. 법원의 법리 적용에 일관성이 없고, 정치적인 판단으로 기소와 판결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정 교수의 설명이다. 정 교수는 "법리보다 정치적 판단에 의한 잘못된 입건 및 수사가 발생하고 있고, 명백히 수사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직무 유기를 하는 사례도 많다"고 비판했다.
     
    또한 정 교수는 중소기업이 중대재해처벌법에 전문성을 갖춘 법률대리인을 선임하기 어려운 점도 지적했다.
     
    정 교수는 "중소기업과 영세업체의 경우 전문성을 갖춘 법률대리인을 현실적으로 선임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기업에 비해 사법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훨씬 높다"면서 "본래 중대재해처벌법은 대기업 경영책임자를 처벌하고자 입법ㆍ제정됐지만, 이미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으로도 처벌 가능한 중소기업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에만 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소기업이 중대재해처벌법에 전문성 있는 법률대리인을 선임하지 못하면서 자백으로 판결이 내려지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정 교수는 발제에서 "중대재해처벌법 1~4호 판결 모두 피고인의 자백이 있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며 "중대재해처벌법에 전문성 있는 법률대리인이 없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은 무죄를 주장하면 어떤 판결이 내려질지 가늠하기 어려워 자백을 하며 선처를 호소하는 쪽을 선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백으로 판결이 나면 사실관계와 법리가 사실상 다뤄지지 않아 실체적 진실 규명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허점투성이 판결…법과 현장 이해하고 판결해야" 쓴소리도
     
    정 교수는 이미 내려진 중대재해처벌법 판례에 대해서도 "너무 많은 허점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제시된 구체적인 사례는 중대재해처벌법 1호 판결(온유파트너스 사건)이다. 정 교수는 온유파트너스 사건에서 원청 경영책임자가 업무매뉴얼을 미작성한 것이 하청업체 작업계획서 미작성의 원인이 됐다고 본 점을 비판했다. 정 교수는 "업무매뉴얼과 작업계획서는 엄연히 작성 주체가 다르고, 전자가 작성되지 않았다는 것이 후자를 작성하지 않은 것의 원인이 된다고 하는 것은 현장의 안전 실태를 전혀 모르는 지나친 논리적 비약에 의한 판결"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정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 1호 판결과 2호 판결(한국제강 사건)에서 법원은 원청과 하청의 위상과 역할을 구분하지 않고, 그 차이도 전혀 모르는 것 같다"면서 "원청과 하청을 산안법상 동일한 의무가 있는 것으로 보고 판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법원이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안법 의무의 내용과 주체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지적을 이어 나갔다. 정 교수는 "유해ㆍ위험 요인 확인 및 개선 업무절차 마련, 안전보건 관계자 평가 기준 마련 등 중대재해처벌법의 의무와 작업계획서 작성 의무와 같은 산안법의 의무는 그 내용과 주체가 엄연히 다르다"면서 "그럼에도 법원이 양 위반행위가 규범적으로 동일하고 단일한 행위라고 판결하는 것은 사실과 명백히 다른 큰 오류가 있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산안법 위반, 형법의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상상적 경합으로 본 판례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상상적 경합이란 1개의 행위로 수 개의 죄가 성립하는 경우 가장 중한 형으로 처벌하는 것을 뜻한다.
     
    현재 중대재해처벌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죄가 동시에 문제된 2호 사건, 산안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죄가 동시에 성립한 1호ㆍ2호 사건에 대해 법원은 둘 간의 관계가 상상적 경합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법원이 산안법의 결과적 가중범 신설 이전 판례를 맥락 고려 없이 기계적으로 인용한 것"이라고 비판하며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안법 위반 행위는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성립시키는 모든 요소를 가지고 있기에 이들은 법조경합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 준비 안 된 영세기업…폐업 이어질 것"
     
    서용윤 동국대 산업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발제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기간 2년이 과연 적절한 시간이었는가에 대한 의문이 존재한다"면서 "영세기업들이 기준에 맞는 환경을 갖출 시간은 부족한데 처벌만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최근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다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많아지는 상황"이라며 "이런 한계기업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수사 대상이 되면 수사 과정에서 폐업하고, 형사 진행만 대응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것이 중대재해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맞는 방향인지 의문이 든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와 함께 서 교수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이 확대되면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간의 법정 공방, 협력업체 간 업무조정 어려움 등의 추가적인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면서 "이러한 문제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힘의 논리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기에 결국 피해를 입는 것은 중소기업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근로기준법, 산안법 등에서도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적용 배제 규정이 많다"며 "10인 미만 기업은 안전보건관리체제 의무의 대부분이 면제되고, 1억 원 미만 공사는 재해예방지도도 받지 않는 상황에서 중대재해처벌법만 적용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산안법을 통해 이미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영책임자를 처벌 가능한데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는 것이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서 교수는 "50인 미만 사업장은 사업주가 대부분 경영책임자"라면서 "산안법 양형을 높이는 것만으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처벌이 가능한데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서 교수는 처벌에만 집중된 현행 중대재해처벌법과 고용부 방침 또한 문제 삼았다. 서 교수는 "중대재해 처벌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지원과 세제 혜택 등을 강화해야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에까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사권 남용ㆍ안전의식 고취 부족'도 문제
     
    발제 후 토론에서는 발제에서 다뤄지지 않은 중대재해처벌법의 문제점에 대한 다양한 지적이 이어졌다.
     
    토론에 참여한 최진원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너무 포괄적이고 추상적이여서 현장에서는 중간에 산안법을 끼워 넣어 처벌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판결도 전문 인력이 부족해 사법정책연구원 보고서를 인용해 이뤄지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권 남용에 대해 비판했다. 권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처벌이 아니라 예방을 목적으로 입법됐어야 하는 법안"이라면서 "그럼에도 고용부와 검찰은 예방에는 관심이 없고 수사권만 남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처벌에만 집중하지 말고, 어려운 현실에 직면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현 대한전문건설협회 본부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에 대한 건설업계의 입장을 말했다. 김 본부장은 "건설업계도 기본적인 안전확보의무과 세부적인 안전사고 감축이라는 명제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다"면서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 내용의 모호성이 크기에 자의적 판단이 개입한 수사와 판결이 존재하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행규칙 등 하위법령 제정을 통해 구체적 기준이 마련돼야 건설업에 피해가 없는데 이를 고용부에 건의해도 시행규칙 제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답답하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김 본부장은 중소 건설업체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발언을 이어 나갔다. 김 본부장은 "대기업은 자본과 인력의 여유가 있기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 기준 마련이 쉽다"면서 "그러나 중소 건설업체들은 현장 안전관리자 확보가 너무나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한 "근로자들의 안전의식 고취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고 사업주의 안전관리 의무만 강조하고 있는데, 근로자도 재해예방 노력을 함께 할 수 있도록 근로자 안전의식 고취 정책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정부의 중대재해처벌법 개선안이 아직도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은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임 본부장은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테스크포스를 통해 구체적인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으나,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개선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부가 현장에서 혼선이 없도록 빠른 시일 내에 중대재해처벌법 개선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과 개선안을 만들어 논의가 시작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헌 기자 jh59@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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