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잇수다 기획단과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공공운수노조)가 8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콜센터 노동환경 할말잇수다 증언대회'를 열었다. (사진=할말잇수다 기획단)
 
콜센터 노동자들이 업무 교육을 받을 때 최저임금 미만의 교육비를 받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마저도 의무 재직기간 전에 퇴사하면 교육비를 한 푼도 받지 못해 회사가 강제 근로를 유발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할말잇수다 기획단과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공공운수노조)는 8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콜센터 노동환경 할말잇수다 증언대회'를 열었다.
 
직무 교육인데 교육비 '하루 3만 원'…"행정해석 변경해야"

공공기관 콜센터 노동자였던 A 씨는 2주간 근무하고 퇴사했다. A 씨는 근무를 시작하기 전 10일간 직무 교육을 받았지만 최저임금에 한참 못 미치는 하루 교육비 3만 원을 받았다. 회사는 A 씨가 교육을 받는 기간 동안엔 근로자가 아니라며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 3.3%를 공제해 하루당 2만9010원을 입금했다.
 
A 씨는 지난 3월 고용노동부 부천지청에 교육생 신분이었던 기간도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최저임금 지급을 구하는 진정을 신청했다. 부천지청은 A 씨의 진정을 받아들여 회사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A 씨는 "미용업계는 이직해서도 배운 기술을 사용할 수 있으니 최저임금 미만의 교육비를 주는 관행이 있다고 들었는데, 콜센터는 이직하면 교육 내용이 아무런 쓸모가 없다"며 "미용업계도 최저임금 이상의 교육비를 주는 문화가 자리 잡혀 가고 있어 콜센터 업계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은성 샛별 노무사사무소 대표공인노무사는 이번 진정 결과를 계기로 고용부가 교육생의 근로자성 판단기준에 대한 행정해석을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용부는 지난 2000년 행정해석을 통해 교육생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에 대한 판단기준으로 ▲교육이 직무교육인지 업무 적격성 판단을 위한 교육인지 여부 ▲교육 불참으로 인한 제재 여부를 제시했다.
 
하 노무사는 "고용부 행정해석은 사용자의 오남용 여지가 크다"라며 "콜센터 노동자뿐 아니라 데이터 라벨링 노동자도 교육 기간을 두고 있으면 노동자성이 부정될 수 있어 사각지대가 전 업종에 퍼질 위험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육을 받고 본채용이 결정되는 교육생은 법적으로 시용근로자라고 봐야 한다"라며 "법원은 버스 견습 기사도 시용근로자로 보는 등 시용근로자에게 모든 근로기준법을 적용하고 있어 행정해석도 변경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의무기간 못 채우면 교육비도 못 받아 '강제 근로'
 
콜센터 노동자 B 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B 씨는 하루 4만 원의 교육비를 받고 7일간 교육을 받았다. B 씨는 열악한 근무 환경에 10일도 되지 않아 퇴사를 결정했다.
 
B 씨는 회사에게 7일분의 교육비를 달라고 요구했지만 회사는 근로계약서에 10일 이상 근무해야 교육비를 지급한다는 의무재직기간 규정을 이유로 교육비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B 씨는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신청했다. 그러나 B 씨는 "고용노동청은 행정해석을 근거로 콜센터 교육생은 근로자가 아니라고 봤다"라며 "근로감독관이 민사소송으로 문제를 해결하라고 하는데 몇 십만 원을 위해 변호사를 선임해 민사소송을 할 수 있는 노동자가 얼마나 되겠나"라고 비판했다.
 
B 씨는 "의무재직기간으로 인해 퇴사하지 못하고 일하는 노동자들도 많다"라고 했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반하는 근로를 금지하고 있지만 콜센터 노동자들은 교육비를 받지 못할까 봐 의무 재직기간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일하는 상황이다.
 
하 노무사는 "의무재직기간이 명시된 근로계약서에 서명했다고 교육비 미지급이 당연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의 강제근로 금지 위반"이라며 "회사는 의무 재직기간 전 퇴사한 콜센터 노동자에게 교육비를 미지급하지만 정부로부터 받는 사업주 훈련 지원금을 그대로 수령한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콜센터 교육생 문제의 원인은 노동자를 자영업자로 오분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 실장은 "교육생들에게 회사가 사업소득세를 공제한다고 통보하면 노동자인 교육생들이 갑자기 사업자로 둔갑한다"라며 "노동자와 사업주 오분류 문제 해결을 위해 고용부가 대대적인 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노동 약자지원법이 아닌 전국민 고용보험제도를 요구했다. 오 실장은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노동 약자로만 낙인찍으면 평생 노동자가 되지 못하고 노동 약자로 남게 된다"라며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노동자로 인정하고 사회보험법, 최저임금법,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도록 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재헌 기자 jh59@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