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임금체불 근절 대책ㆍ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재헌 기자 jh59@)
 
노동계가 임금 체불 문제 해결을 위해 반의사불벌죄 폐지와 소멸시효 확대를 주장했다. 민사소송으로 가지 않아도 강제 집행이 가능하도록 근로감독관의 체불임금 사업주 확인서에 강제 집행 권원을 부여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임금체불 근절 대책ㆍ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임금체불 총액은 1조7845억 원으로 피해 근로자가 27만5400명이었다. 올해 상반기 임금체불 총액은 1조436억 원으로 이미 1조 원을 돌파했고 피해 근로자도 15만503명인 상황이다.
 
발제를 맡은 권오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는 임금 체불 문제 해결을 위해 민ㆍ형사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임금채권의 민사상 소멸시효와 임금체불죄 공소시효의 차이를 지적했다. 임금채권의 민사상 소멸시효는 3년이지만 임금체불죄의 공소시효는 5년이다.
 
권 교수는 "소멸시효와 공소시효의 차이로 민사상 지급 의무가 소멸했지만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며 "소멸시효를 5년으로 개정해 둘 간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성우 직장갑질119 운영위원도 "근로자들이 시간외수당 등의 임금체불을 바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임금채권 소멸시효가 완성되기도 한다"며 "소멸시효도 5년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금체불죄가 반의사불벌죄인 점도 시급하게 개선돼야할 점으로 꼽혔다. 권 교수는 "임금체불죄를 반의사불법죄로 규정해 임금체불 행위가 국가 법질서를 위반하는 범죄가 아니라 단순 채무불이행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만연해졌다"며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하고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 외에 사용자가 체불임금을 변제하거나 충분한 담보를 제공한 경우에만 공소권을 소멸시키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운영위원도 "고용부는 반의사불벌죄 도입 이후 체불임금 청산율이 높아졌다고 주장하지만 실효성 없는 청산율 상승에 불과하다"며 "근로감독관의 합의 강요에 의한 근로자의 희생에 따른 결과로 높아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한 최저 기준으로 존재하는 근로기준법의 가장 중요한 규정이 임금 규정"이라며 "임금 체불을 반의사불벌죄로 두는 것은 근로기준법 원리와 질서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임금 체불 구제 방법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로감독관이 임금체불 사실을 확인해 체불임금 사업주 확인서를 발급하더라도 근로자는 확인서만으로 강제 집행할 수 없다. 체불 임금을 강제 집행하기 위해서는 민사소송 판결이 필요하다.
 
권 교수는 "민사소송보다 간단하고 신속하게 체불임금을 강제 집행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 "체불임금 사업주 확인서가 발급된 경우 집행력을 부여하는 방법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헌 기자 jh59@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