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주희 휴넷 인재경영실 실장이 지난 10일 리멤버가 주최한 'HR 리더스 인사이트 컨퍼런스'에 참가해 '온전한 주4일제 근무, 2년의 실험 성과와 남은 과제'를 발표했다. (사진=리멤버)
 
세브란스 병원에 이어 중소기업에서도 주4일제 실험이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와 이목을 끈다. 특히 세브란스 병원과 달리 임금 삭감 없는 주4일제 시행했음에도 2년간 매출액이 계속 상승해 주목된다. 그러나 경영계에서는 일부 기업의 성공만으로 주4일제 도입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주4일제 법제화에 선을 그었다.
 
휴넷. 주4일제 후 오히려 '매출액 증가'…성공 조건은 '저성과자 관리'
 
휴넷은 지난 10일 리멤버가 주최한 'HR 리더스 인사이트 컨퍼런스'에 참가해 '온전한 주4일제 근무, 2년의 실험 성과와 남은 과제'를 발표했다.
 
휴넷은 2021년 주4일제 도입을 선언하고 2022년 상반기에 주4일제 시범 사업을 실시했다. 시범 사업을 통해 주4.5일제를 도입한 뒤 2022년 7월부터 임금ㆍ연차 삭감 없는 주4일제(주 근로시간 32시간)를 시행했다.
 
앞서 세브란스 병원에서 주4일제 실험을 진행했지만 기존보다 10% 삭감된 임금을 지급했다. LG, SK 등 대기업도 주4.5일제 시범 사업을 실시 중이지만 주 근로시간은 40시간을 유지했다.
 
문주희 휴넷 인재경영실 실장은 "휴넷의 주4일제 목표는 근무시간이 짧아도 높은 업무몰입도를 통해 고성과를 내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임금이나 연차 삭감 없는 주4일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처음에 주4일제를 도입하겠다고 CEO가 발표했을 때 임원진의 반발이 많았다"며 "CEO의 의지가 확고해 임금, 연차 삭감 없는 주4일제를 실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휴넷은 임금 삭감 없는 주4일제를 시행했지만 오히려 2년 연속 매출액이 증가했다. 휴넷은 주4일제 시행 첫 해 매출액이 13.3% 증가했고, 두 번째 해에도 6.4% 증가했다. 퇴사율은 14.1% 감소했고, 채용경쟁률은 4배 증가했다.
 
문 실장은 "근로시간은 감소했지만 직원들의 업무몰입도가 높아져 매출액이 오히려 증가했다"며 "업무몰입도 증가와 업무에의 AI 활용으로 80%의 근로시간만으로 100%의 성과를 내자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 실장은 주4일제 성공 조건으로 저성과자 관리를 꼽았다. 문 실장은 "주4일제를 시행하면 적은 근무시간 동안 성과를 내야 해 저성과자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며 "회사 차원에서 저성과자를 어떻게 관리하고 교육할 것인지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성과자 관리를 위해서는 회사는 물론 팀 리더들의 역량이 높아야 한다"며 "팀 리더 임기제, 순수연봉제를 실시해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임금 삭감 無 주35시간제, 프랑스서는 '실패'…경영계 "도입 신중해야"
 
그러나 경영계는 일부 기업의 주4일제 실험이 성공을 거뒀다고 해서 주4일제를 법제화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기업의 주4일제 실험이 이어지고 긍정적인 효과도 보고되고 있다"면서도 "프랑스와 같이 임금 삭감 없는 근로시간 단축이 오히려 실업을 늘리는 부작용을 가져오는 사례도 있어 주4일제가 노동시장에 장점만을 가져올 것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프랑스는 2000년 임금 삭감 없는 주35시간제를 도입했지만 2015년 실업률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자 2016년 근로시간을 다시 연장했다.
 
황 본부장은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인력난을 겪고 있고, 기업 구조상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업무 강도가 늘어나는 구조"라며 "일부 실험의 성공 사례만 강조하며 주4일제를 도입했다가는 오히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만 심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인력난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을 법제화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며 "주4일제 등 근로시간 단축 법제화가 이루어지면 대다수 중소기업에서는 생산 차질과 고객 항의 등 많은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생산성 감소 없는 주4일제가 실시되려면 노동강도가 높아져야 한다"며 "노동강도가 높아지는 주4일제를 노동계가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문 실장도 "실제 주4일제 실험을 진행하며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다 보니 모든 업종과 조직에 주4일제를 도입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며 "조직마다 규모도 다르고 특성도 달라 휴넷의 사례가 일반화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4일제는 성공하지 못하면 생산성의 20%가 사라지는 인사제도"라며 "기업별로 충분한 준비 과정과 제반 환경을 조성해야 성공이 가능해 도입이 쉽지 않다"고 했다.
 
이재헌 기자 jh59@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