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낭두 비센치 비발두 브라질노총 국제관계 사무국 조정자가 지난 27일 강원도 정선군 하이원리조트에서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정책대회에서 '브라질노총(CUT)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전략'을 주제로 강연했다. (사진=민주노총)

1995년 태어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2025년이면 30돌을 맞이한다. 한국 사회는 지난 30년간 IMF 경제위기, 코로나19 팬데믹, 인공지능(AI) 시대 등 예측할 수 없는 시간을 보냈고, 이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변화의 소용돌이 안에서 민주노총이 내년 30주년을, 앞으로의 30년을 준비하기 위한 정책대회를 개최했다. 민주노총 조합원 2000명이 모여 3일간 토론과 숙의의 시간을 보내는 이 현장에 노동법률이 함께했다.
 
민주노총의 열망 중 하나는 '노동자 정치세력화'지만 지난 10년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에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과 함께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성공한 브라질노총(CUT)이 민주노총을 찾았다. 브라질노총은 노동자 정치세력화 성공 경험을 나누며 "진보 진영 간 연대와 상징성 있는 인물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민주노총은 강원도 정선군 하이원리조트에서 열린 민주노총 정책대회 첫날인 지난 27일 페르낭두 비센치 비발두 브라질노총 국제관계 사무국 조정자를 초청했다.

브라질노총은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의 브라질노동당(PT)과 함께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성공했다. 2002년 처음으로 정권 창출에 성공해 지금까지 집권에 5번(룰라 대통령 3번,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2번) 성공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민주노총의 숙원 사업 중 하나지만 아직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한 아픈 손가락이다. 민주노총은 2000년 민주노동당을 창당하고 배타적으로 지지한다는 정치 방침을 정했다. 민주노동당은 17대 총선에서 의석 10개를 확보하며 원내 진입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후 민주노동당 분당과 통합진보당 해산을 거치며 진보정당은 분열됐고 민주노총의 정치 방침은 10년간 실종됐다. 민주노총은 지난 4월 열린 20대 총선을 앞두고도 총선ㆍ정치 방침 결정에 내부 갈등을 겪기도 했다.

비발두 조정자는 정치ㆍ선거 방침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봤다. 비발두 조정자는 "조합원 모두 원하는 정당을 지지할 자유가 있다"며 "브라질노총 안에서도 브라질노동당(PT)에 가입하고 지지할지 여부는 조합원 자율에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브라질노총이 아닌 다른 노총에 가입한 사람이 브라질노동당에 가입하고 활동하는 경우도 있다"며 "조합원들에게 브라질노동당 지지를 강요한다고 내부 단결이 유지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비발두 조정자는 진보 진영 내 정당이 많을 경우 정당 간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발두 조정자는 "브라질 진보 진영에는 브라질노동당 외에도 많은 정당이 있다"며 "브라질노동당은 연정을 위해 다른 진보정당과도 긴밀히 연합하고 특히 진보 진영에 위기가 닥치면 하나로 단결된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브라질노동당은 2016년 지우마 대통령의 탄핵으로 위기를 맞았다. 지우마 대통령이 탄핵되고 극우 후보로 불리던 자이르 보우소나루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고, 룰라 대통령도 2018년 부패 혐의로 580일간 구속됐다.

비발두 조정자는 "브라질 진보 진영은 지우마 대통령 탄핵과 상징적인 인물인 룰라 대통령의 구속으로 큰 위기를 겪었다"며 "위기 상황에서도 진보 진영이 분열하지 않고 오히려 단결해 2022년 룰라 정부 재집권을 이루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룰라 대통령과 같은 상징적인 인물의 존재도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핵심으로 꼽혔다. 빈민가에서 태어나 브라질노총과 브라질노동당의 창립을 이끈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 진보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비발두 조정자는 "룰라와 같은 상징적인 인물이 있는 것은 브라질 진보 진영의 큰 행운"이라며 "특정 인물을 너무 우상화해서는 안 되겠지만 노동자 대표성을 가진 인물을 인정하고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원동력으로 활용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했다.

비발두 조정자는 노총이 정당과 긴밀하게 협력해야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완성할 수 있지만 서로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비발두 조정자는 "브라질노총과 브라질노동당은 룰라 대통령이라는 중요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긴밀하게 협력한다"면서도 "노총의 목적과 정당의 목적은 엄밀히 다르기 때문에 정부와 노조는 반드시 서로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헌 기자 jh59@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