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철강산업 안전시스템 실태와 대안 마련 연구 발표회'를 개최했다. (박정현 기자 axs@)
 
철강 사업장에서 산재 위험이 더욱 높은 하청 근로자가 산업보건위원회에 직접 참여해 산재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철강산업 안전시스템 실태와 대안 마련 연구 발표회'를 개최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3년여가 지났지만 철강 사업장에서 여전히 산업재해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지난 3월 14일 현대제철 포항공장에서 20대 근로자가 추락해 숨지면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철강 산업에서 8번째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금속노조는 "여러 철강 사업장에서 중대재해를 비롯해 각종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는 건 안전 시스템에 치명적 결함이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철강 기업의 경영진은 모든 책임을 근로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근로자 통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는 사고 발생을 막을 수 없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철강 사업장의 산업재해를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이날 토론회를 개최했다.
 
첫 번째 발표를 맡은 김형렬 가톨릭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철강 사업장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산재 유형이 무엇인지 분류했다.
 
김 교수는 철강 사업장에서 가장 빈번한 산재 유형으로 ▲이동 장비에 의한 협착 ▲작업 중 추락 ▲보호구 미착용 ▲방호물 설치 미흡 등을 꼽았다. 김 교수는 이 같은 재해 유형은 하청 근로자들에게서 주로 발생했고, 정규직 근로자에게는 근골격계 질환 등이 주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앞서 설명한 유형이 중대재해로 이어지기 쉬운 사고들이고, 당연히 예방 가능한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발생하고 있다"며 "산재 위험에 더 크게 노출돼 있는 하청 근로자가 직접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발표를 맡은 이혜은 한림대 사회의학교실 부교수는 현대제철에서 시행되고 있는 'SCR(Safety Core Rule, 10대 핵심 안전 수칙)'으로 인해 산업재해의 책임이 근로자에게 돌아가고 있고, 현대제철의 안전 관련 정책으로 인해 산재가 은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부교수는 "SCR 제도는 노사 합의 없이 도입됐을 뿐만 아니라, 모든 작업에 있어 정해진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SCR 위반이 돼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다"며 "재해자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고, 근로자를 통제하려는 방식으로는 산재를 막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부교수는 "현대제철에는 소규모 안전 활동 인증제라고 하며 10인 이하 소그룹을 대상으로 안전을 잘 지키면 20만 원을 지급한다. 단 SCR을 위반하거나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이러한 제도 때문에 같은 소그룹 동료에게 민폐가 되지 않기 위해 산재를 은폐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런 제도 자체를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 발표를 맡은 전주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원은 현대제철의 내부의 위험이 자회사, 사내하청, 외주업체 근로자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연구원에 따르면 현대제철 당진공장은 정규직 6769명, 자회사 근로자 3997명, 사내하청 근로자 3052명, 외주업체 근로자 3896명으로 구성돼 있다. 전 연구원은 현대제철이 노조를 약화시키기 위해 외주업체를 상시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 연구원은 사내하청에 존재하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의 '사고조사권'이 인정되지 않는 점 또한 지적했다. 원청만이 사고조사를 주도해 하청이 산업재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배제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 연구원은 "중대재해를 포함한 산업재해의 재발 방지 대책에 하청이 전혀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소통 과정에서 배제돼 하청 근로자들은 원청에 대한 불신이 심하다. 이는 원청과 하청의 갈등으로 이어지고, 원청이 하청 근로자들의 안전 통제가 강화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정현 기자 axs@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