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클립아트코리아 [노동법률] 권오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들어가며

2024. 12. 19. 통상임금에 관한 두 건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됐다. 이번 판결로 대법원이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제시했던 통상임금의 판단기준이 변경됐다.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은 통상임금의 개념징표에서 '고정성'을 제외하고, 소정근로 대가성, 정기성, 일률성만을 기준으로 통상임금 해당 여부를 판단해야 하며, 따라서 재직조건부 상여금이나 근무일수 조건부 상여금 등의 통상임금성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필자는 종래 통상임금의 개념징표로 요구됐던 고정성을 실체 없는 유령(幽靈)에 불과하다고 주장해 왔다. 생각해 보면 노동법이론실무학회에서 주최한 2018. 5. 24.자 '통상임금 법리와 정기상여금, 법제화의 방향'이라는 주제의 학술대회에서 필자는 "통상임금은 ①임금성→②정기성→③일률성의 3단계 판단 구조를 따라야 하며, 법문에서 규정하지 않는 고정성은 별도로 고려돼서는 안 된다"라는 취지의 발표를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플로어(Floor)에서 "필자의 주장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는 질문이 있었고, 이에 필자는 "선생님께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제 논증이 틀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한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의 정서에 비춰 보면 다소 블런트(Blunt)한 답변이었다고 생각되지만,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로 폐기된 2013년 판례가 제시했던 통상임금의 고정성 요건이라는 유령(幽靈)에 포획돼 있던 세간의 인식이 너무 답답해 그리 답했던 것이라고 새삼 변명해 본다. 사실 필자는 위 학술대회에서의 질문에 대한 답변보다 더 거친 말을 한 적도 있기는 하다. ㈜중앙경제에서 주최한 2019. 7. 22.자 '통상임금, 전원합의체 판결 후 6년의 변화와 과제 -고정성과 신의칙-' 심포지엄에서 필자는 프레드 로델(Fred Rodell)의 "저주받으리라 너희 법률가들이여(Woe Unto You, Lawyers!)"라는 책 제목에 빗대어 재직자 요건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을 부정하라고 자문한 변호사와 노무사들에게 저주를 퍼부어 주기도 했으니 말이다.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로 필자의 오랜 주장이 판례로 수용됐기에 망정이지, 생각해 보면 필자도 참으로 물불을 가리지 않는 성정(性情)을 가진 듯하다. 

이러한 사정이 있어서 필자는 관련 사건의 소송 당사자만큼이나 이번 대법원 판결을 가슴 졸이며 기다려왔다. 필자가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을 내린 대법원에 너무나도 감사한 마음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물론, 판결문에 선행 연구를 인용하지 않는 한국 법원의 관행으로 인해 통상임금의 고정성 요건을 부정해 온 필자의 기존 연구들이 이번 판결의 이름 없는 재료로 대사(代謝)되고 앞으로는 인용조차 되지 않을 운명을 맞을 것이 조금 서운하기도 하지만, 이번 판결을 통해 통상임금의 개념에 관한 상식적인 논증이 새로이 정립됐다는 점만을 온전하게 즐기기로 했다. 지면을 통해 이번 판결을 내리신 대법관님들과 판결의 기초를 닦으신 재판연구관님들께 깊은 감사의 뜻을 표한다. 사실 법리(法理)의 당부를 떠나 사회적 파장이 적지 않을 판결이기에, 선고 전에 많은 부담을 느끼셨으리라 짐작된다. 

한편, 필자는 평소 판결은 연구자에게 '비평(Critique)'의 대상일 뿐, 굳이 나서서 '설명(Interpretation)'을 할 소재는 아니라고 생각해 왔다. 필자에게는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도 그리 다르지 않다. 나아가 이번 판결이 제시한 법적 논증은 너무나 담백하고, 법문(法文)에 충실한 것이어서 누군가의 설명이 따로 필요할 것 같지도 않다. 이에 아래에서는 먼저 통상임금 개념에 관한 필자의 기존의 견해를 밝힌 후 이러한 필자의 이해에 터 잡아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이 제시한 법리의 의미와 향후의 과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조금 긴 글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2. 통상임금 개념에 대한 필자의 해석론

⑴ 문제 제기

1953년 제정 근로기준법은 시간 외 근로에 대한 할증임금의 계산을 위한 기준으로 '통상임금'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도 통상임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하지 않았다. 다만, 1954년 제정 근로기준법 시행령은 일급·주급·월급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함을 전제로 그러한 금액을 해당 기간의 '소정근로시간 수'로 나눠 시급(時給)으로 환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이후 1982년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령에서 "근로자에게 정기적·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하여진 시간급금액·일급금액·주급금액·월급금액 또는 도급금액"이라는 방식으로 통상임금의 일반적인 '정의'가 신설됐다. 다만, '정기성·일률성'이 없는 '시간급, 일급, 주급, 월급'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정기성·일률성이라는 말이 어떠한 취지에서 도입된 것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위 정의에서 말하는 일률성은 '하나의 비율' 내지 '정률'의 의미로 사용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를 '모든 근로자' 또는 '일정한 조건을 충족한 근로자' 등의 의미로 파악해 온 판례는 일률성이라는 말을 '하나도 빠짐없이'라는 의미로 오독한 것은 아닌가하는 의심을 갖고 있다. 한편, 정기성과 관련해서는 이러한 정기성과 '임금의 매월(每月) 정기 지급의 원칙'의 관계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근로기준법은 임금의 '매월 1회 이상 정기일 지급'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으며, 시행령에서 이러한 원칙에 대한 몇 가지 예외를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비정기적으로 또는 1개월을 넘는 기간을 주기로 지급하는 금품의 경우 먼저 그러한 금품 지급 방식이 정기일 지급 원칙의 '예외'로 허용되는가를 판단해야 할 것이지, 이러한 판단을 생략한 채 위법할 수도 있는 지급 방식을 전제로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평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필자의 이러한 해석은 기존의 판례법리나 학계의 주류적 해석과는 매우 다른 관점의 접근인바, 아래에서는 먼저 필자가 주류적인 견해와 입장을 달리하는 해석론을 주장하는 이유를 밝히고자 한다. 

⑵ 관련 법령의 연혁

1953. 5. 10. 법률 제286호로 제정된 근로기준법(시행일 1953. 8. 9.) 제46조는 '시간외휴일근로'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제46조(시간외휴일근로) 사용자는 연장시간근로(第42條, 第43條의 規定에 依하여 延長된 時間의 勤勞)와 야간근로(下午10時부터 上午6時까지의 사이의 勤勞)에 대하여는 통상임금의 100분의 50이상을 가산하여 지급하여야 하며 휴일근로(本法에서 定한 賃金支給休日의 勤勞)에 대하여는 사용자는 당해일에 소당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이유로 본법에서 정한 휴일에 지급할 임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

한편, 1954. 4. 7. 대통령령 제889호로 제정된 근로기준법 시행령(시행일 1954. 4. 7.) 제24조는 '법 제46조의 규정에 의한 통상임금'의 구체적인 산정방식에 관해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었다.

제24조 법 제46조의 규정에 의한 통상임금이라 함은 다음 각호에 의하여 산정한 것을 말한다.
1. 시급으로써 정하여진 임금에 대하여는 그 금액
2. 일급으로써 정하여진 임금에 대하여는 그 금액을 1일의 소정 근로시간수로서 제한 금액
3. 주급으로써 정하여진 임금에 대하여는 그 금액을 주의 소정 근로시간수로서 제한 금액
4. 월급으로써 정하여진 임금에 대하여는 그 금액을 월의 소정 근로시간수로서 제한 금액
5. 월, 주 이외의 일정한 기간으로써 정하여진 임금에 대하여는 전각호에 준하여 산정된 금액
6. 도급제에 의하여 정하여진 임금에 대하여는 그 임금 산정기간에 있어서 도급제에 의하여 계산된 임금의 총액을 당해 임금산정기간(임금마감일이 있는 경우에는 임금마감기간. 이하 같다)의 총근로시간수로써 제한 금액
7. 근로자가 받는 임금이 전각호의 2이상의 임금으로써 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 부분에 대하 여 전각호에 의하여 각각 산정된 금액의 합산액

이후 1981년에 이르기까지 근로기준법과 동법 시행령이 수차례 개정되는 동안 통상임금에 관한 규정은 1969. 11. 10.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령(대통령령 제4220호)에서 조문의 위치가 제31조로 변경된 것 이외에 실질적인 내용의 변화는 없었다. 한편, 1982. 8. 13. 대통령령 제10898호 일부 개정돼 같은 날 시행된 근로기준법 시행령은 제31조 제1항을 신설해 통상임금을 "근로자에게 정기적·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정해진 시간급금액·일급금액·주급금액·월급금액 또는 도급금액"이라고 정의했는바, 이를 통해 정기성과 일률성이 통상임금의 개념요소로 최초로 명시됐다. 한편, 동조 제2항은 시간급금액 이외의 방식으로 정해진 임금을 시간급금액으로 산정하는 식을 규정했는바, 이는 개정 전의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31조와 동일한 내용이다.

제31조(통상임금의 정의) ① 법과 이 영에서 "통상임금"이라 함은 근로자에게 정기적ㆍ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하여진 시간급금액ㆍ일급금액ㆍ주급금액ㆍ월급금액 또는 도급금액을 말한다.

② 제1항의 규정에 의한 통상임금을 시간급금액으로 산정할 때에는 다음 각호에 의한다. 이 경우 일급금액으로 통상임금을 산정할 때에는 시간급금액에 1일의 소정근로시간수를 곱하여 계산한다.

1. 시간급금액으로 정하여진 임금에 대하여는 그 금액
2. 일급금액으로 정하여진 임금에 대하여는 그 금액을 1일의 소정근로시간수로 나눈 금액
3. 주급금액으로 정하여진 임금에 대하여는 그 금액을 주의 소정근로시간수로 나눈 금액
4. 월급금액으로 정하여진 임금에 대하여는 그 금액을 월의 소정근로시간수로 나눈 금액
5. 월ㆍ주외의 일정한 기간으로 정하여진 임금에 대하여는 제1호 내지 제4호에 준하여 산정된 금액
6. 도급제에 의하여 정하여진 임금에 대하여는 그 임금산정기간에 있어서 도급제에 의하여 계산된 임금의 총액을 당해 임금산정기간(임금마감일이 있는 경우에는 임금마감기간 이하 같다)의 총근로시간수로 나눈 금액
7. 근로자가 받는 임금이 제1호 내지 제6호에서 정한 2이상의 임금으로 되어 있는 경우에는 그 부분에 대하여 제1호 내지 제6호에 의하여 각각 산정된 금액의 합산액

이후 1997. 3. 27. 대통령령 제15320호로 제정된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는 통상임금의 정의는 종전의 내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시간급금액 이외의 방식으로 정해진 임금을 시간급금액으로 산정하는 식의 분모(分母)를 종전의 '소정근로시간수'에서 '통상임금 산정기준시간수'로 변경했다.

제6조(통상임금) ① 법과 이 영에서 "통상임금"이라 함은 근로자에게 정기적ㆍ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근로에 대하
여 지급하기로 정하여진 시간급금액ㆍ일급금액ㆍ주급금액ㆍ월급금액 또는 도급금액을 말한다.

② 제1항의 규정에 의한 통상임금을 시간급금액으로 산정할 경우에는 다음 각호의 방법에 의하여 산정된 금액으로 한다.

1. 시간급금액으로 정하여진 임금에 대하여는 그 금액
2. 일급금액으로 정하여진 임금에 대하여는 그 금액을 1일의 소정 근로시간수로 나눈 금액
3. 주급금액으로 정하여진 임금에 대하여는 그 금액을 주의 통상임금 산정기준시간수(법 제20조의 규정에 의한 주의 소정근로시간과 소정근로시간외의 유급처리되는 시간을 합산한 시간)로 나눈 금액
4. 월급금액으로 정하여진 임금에 대하여는 그 금액을 월의 통상임금 산정기준시간수(주의 통상임금산정 기준시간에 1년간의 평균주수를 곱한 시간을 12로 나눈 시간)로 나눈 금액
5. 일ㆍ주ㆍ월외의 일정한 기간으로 정하여진 임금에 대하여는 제2호 내지 제4호에 준하여 산정된 금액
6. 도급금액으로 정하여진 임금에 대하여는 그 임금산정기간에 있어서 도급제에 의하여 계산된 임금의 총액을 당해 임금산정기간(임금마감일이 있는 경우에는 임금마감기간을 말한다)의 총근로 시간수로 나눈 금액
7. 근로자가 받는 임금이 제1호 내지 제6호에서 정한 2이상의 임금으로 되어 있는 경우에는 각 부분에 대하여 제1호 내지 제6호에 의하여 각각 산정된 금액을 합산한 금액

③ 제1항의 규정에 의한 통상임금을 일급금액으로 산정할 때에는 제2항의 규정에 의한 시간급 금액에 1일의 소정근로시간수를 곱하여 계산한다.

이러한 입법은 '소정근로시간 외의 유급처리되는 시간'에 대해 지급되는 급여가 통상임금에 포함됨을 전제한 것이다. 그런데 통상임금은 기본적으로 소정근로시간을 넘는 근로(편의상 '소정 외 근로'라고 한다)에 대한 수당의 산정의 기준금액이다. 따라서 '소정 근로시간 외의 유급처리되는 시간'에 대한 급여(예컨대, 주휴수당)는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임금이 아니라 통상임금을 '적용'해 지급해야 하는 수당이다(이러한 개정의 문제점은 후술한다).

⑶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은 "어떠한 임금이 통상임금에 속하는지 여부는 그 임금이 소정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금품으로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것인지를 기준으로 그 객관적 성질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임금의 명칭이나 그 지급 주기의 장단 등 형식적 기준에 의해 정할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위 판결에서 '정기적'이란 말의 의미를 "통상임금에 속하기 위한 성질을 갖춘 임금이 1개월을 넘는 기간마다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경우, 이는 노사 간의 합의 등에 따라 근로자가 소정근로시간에 통상적으로 제공하는 근로의 대가가 1개월을 넘는 기간마다 분할지급되고 있는 것일 뿐, (…) 정기상여금과 같이 일정한 주기로 지급되는 임금의 경우 단지 그 지급주기가 1개월을 넘는다는 사정만으로 그 임금이 통상임금에서 제외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봤고, '일률적'이란 말의 의미를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것에는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것뿐만 아니라 '일정한 조건 또는 기준에 달한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것도 포함된다"라고 보면서, 여기서 '일정한 조건'이란 "고정적이고 평균적인 임금을 산출하려는 통상임금의 개념에 비추어 볼 때 고정적인 조건이어야 한다"고 봤다.

나아가, 대법원은 "통상임금이 위와 같이 근로자가 사용자와 사이에 법정근로시간의 범위에서 정한 근로시간(이하 '소정근로시간'이라고 한다)을 초과하는 근로를 제공할 때 가산임금 등을 산정하는 기준임금으로 기능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것은 당연히 근로자가 소정근로시간에 통상적으로 제공하는 근로의 가치를 금전적으로 평가한 것이어야 하고, 또한 근로자가 실제로 연장근로 등을 제공하기 전에 미리 확정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고, 나아가 "(…) '고정성'이라 함은 '근로자가 제공한 근로에 대하여 그 업적, 성과 기타의 추가적인 조건과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될 것이 확정되어 있는 성질'을 말하고, '고정적인 임금'은 '임금의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임의의 날에 소정근로시간을 근무한 근로자가 그 다음날 퇴직한다 하더라도 그 하루의 근로에 대한 대가로 당연하고도 확정적으로 지급받게 되는 최소한의 임금'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고 판시해 소위 '사전확정성' 내지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요건으로 요구했다.

⑷ 종전 해석론의 문제점

시간급, 일급, 주급, 월급이라는 용어는 그 자체에 정기성과 일률성(필자는 이를 '정률성'으로 고쳐 읽고자 한다)이라는 개념징표가 당연히 내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제1항의 "근로자에게 정기적·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하여진 시간급금액·일급금액·주급금액·월급금액 또는 도급금액"이라는 통상임금의 정의에서 '정기적·일률적'라는 문구가 어떠한 의미로 사용된 것인지 의문이다.

정기성·일률성이 인정되지 않은 '시간급, 일급, 주급, 월급'은 상상하기 어렵다. '일·주·월 외의 일정한 기간으로 정해진 임금'의 경우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따라서 시간급, 일급, 주급, 월급, 일·주·월 외의 일정한 기간으로 정해진 임금은 본질적으로(per se) 통상임금이다. 정기성·일률성과 시간급, 일급, 주급, 월급은 동어 반복(Tautology)에 불과하다. 즉,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제1항에서 말하는 정기성·일률성은 종래 통상임금으로 규정돼 있었던 '시간급, 일급, 주급, 월급'의 공통적인 개념징표를 귀납 추론(또는 포괄유추)해 통상임금의 일반적인 개념징표를 규정한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시간급, 일급, 주급, 월급, 일·주·월 외의 일정한 기간으로 정해진 임금은 '당연히'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면, 통상임금의 개념요소로 정기성과 일률성을 규정한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제1항은 규범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이해의 편의상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제1항의 문구를 아래 그림과 같이 재구성해 본다.

시간급, 일급, 주급, 월급이라는 용어 자체에 정기성·일률성이라는 의미가 당연히 포함돼 있다고 본다면, 정기적·일률적이라는 말은 '총 근로에 대해 지급되는 도급금액'에 관해서나 의미를 갖는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총 근로에 대한 도급금액도 정기적·일률적인 경우에만 통상임금에 해당하는가?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제2항 제6호는 시간급 통상임금액의 산정방법을 "도급금액으로 정하여진 임금에 대하여는 그 임금 산정기간에 있어서 도급제에 의하여 계산된 임금의 총액을 당해 임금산정기간(임금 마감일이 있는 경우에는 임금마감기간을 말한다)의 총근로시간수로 나눈 금액"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과연 '도급이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제도로 사용하는 근로자'(이하 '도급근로자'라 한다)가 제공한 총 근로에 대하여 도급금액으로 정해진 임금이 정기적·일률적일 수 있는가? 총 근로에 대해 도급금액으로 정해진 임금은 소정근로시간과의 관계에서 어떠한 함수관계에 있지 않으며, 따라서 근로시간과 임금 사이에 일률성을 갖기 어렵다. 따라서 도급근로자의 시간급 통상임금은 사후적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에서 판례가 언급하는 고정성은 일률성의 내용을 구성하는 요소로 고려될 수 있을 뿐이지, 통상임금 여부를 판단하는 요건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법령이 예정하지 않은 고정성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통상임금 요건의 하나로 추가하는 것은 통상임금의 범위를 당초 입법자가 예상보다 부당하게 좁히는 것으로 해석의 범위를 넘는 부당한 법형성이라고 생각된다. 한편 사전확정성이라는 개념을 '내일 퇴사하는 경우에도 무조건 지급되는 금품' 따위로 마치 논리학적 인과성 차원으로 해석하는 것 또한 당연히 법령에 근거가 없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제1항은 통상임금을 소정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해진' 임금이라고 정의한다. 따라서 통상임금은 근로자가 당초 약정한 소정근로가 제공하는 '통상적인' 경우에 지급하기로 미리 정해진 통상적인 임금일 뿐이지, 소정근로가 실제로 제공되지 않은 '이례적인' 경우 당초 지급하기로 약속된 임금이 '사후적'으로 감액해 지급됐다는 이유로 그러한 임금의 통상임금성이 부정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필자는 통상임금은 ①임금성→②정기성→③일률성의 3단계의 판단구조를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며, 법문에서 규정하지 않는 고정성은 별도로 고려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