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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3-03-03 06:59:00

    수정 : 2023-03-03 06:59:04

경사노위 “노동개혁 논의 시급”…노사에 “허심탄회하게 대화하자”

2023-03-03 06:59:00



[인터뷰] 김덕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
[2023년 3월호 vol.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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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덕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이지예 기자 jyjy@)

    정부가 노동개혁에 속도를 내면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의 발걸음도 함께 빨라지고 있다. 김덕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은 "노동시장 환경이 혁명이라 부를 만큼 급변하고 있고 노동시장 자체도 이중구조가 심화되는 등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될 수준에 이르렀다"며 "대통령도 노동개혁에 대한 의지가 확고해 정부는 그 논의를 경사노위에서 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김덕호 상임위원은 고용노동부에서 청년여성고용정책관, 대변인, 근로감독정책단장,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위원장, 기획조정실장 등을 지냈다. 오랜 행정 경험과 노사 양쪽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정부의 노동개혁 과제 해결을 이끌 적임자로 지목됐다. 김덕호 상임위원은 "조직을 정비하고 올해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정부가 요청한 노동개혁 과제를 논의하기 위한 준비를 하다 보니 취임 후 넉 달이 훌쩍 지나갔다"며 짧은 소회를 전했다. 노동법률은 지난 2월 20일 김덕호 상임위원을 만나 경사노위의 올해 사업계획, 운영 방향 등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정부의 노동개혁 의지가 확고한 상황이다정부는 관련 논의를 경사노위에서 해주길 바라고 있다.
     
    경사노위는 기본적으로 대통령 자문기구로서 기능을 한다. 이야기한 것처럼 정부의 노동개혁 의지가 확고해 관련 논의가 시급한 상황인데, 경사노위 공식 회의체가 아직 논의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언제까지고 기다릴 수 없어 사회적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노동계를 계속 설득해 나가되, 올해 상반기엔 '노사관계 제도ㆍ관행개선 자문단'(이하 자문단)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연구회'(이하 연구회)를 통해 논의 결과를 먼저 도출하려고 한다.
     
    - 이번에 발족한 자문단과 연구회를 통해 경사노위가 기대하는 바는 무엇인가.
     
    산업구조의 대전환으로 일하는 방식과 고용형태, 고용관계가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졌다. 이 변화는 미래에도 계속될 거다. 우리 주변만 둘러봐도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플랫폼과 프리랜서 형태로 노무제공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 많은 노동자들이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있고, 근로자성 여부를 따지고 있지 않나.

    파견제도는 어떤가. 우리 노동시장은 다른 나라에 비해 경직적이고 노사관계가 불안정해 제조업을 중심으로 사내하도급 관행이 형성됐다. 지금은 사내하도급 비중이 파견보다 커지는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는데, 도급이냐 파견이냐를 법원에 의존하고 있어 산업현장의 불확실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 또, 보호체계가 부재한 사내하도급뿐만 아니라 파견 영역에서 임금의 중간착취, 고용불안, 차별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노사관계도 노조 설립에서부터 단체교섭, 쟁의행위에 이르기까지 변화된 노동시장과 국제기준에 맞는 법제와 관행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문제도 들여다봐야 한다. 연차 휴가, 연장 수당 적용 등 근로기준법 일부를 적용받지 못해 너무나 큰 차별을 당하고 있다. 이 부분은 연구회 소속 근로기준 현대화 분과에서 근로기준법의 단계적 적용 확대를 연구 과제로 논의할 예정이다. 경제가 어렵다 보니 소상공인의 반발이 굉장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전면 확대까지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사용자의 법 준수 능력과 비용 부담, 근로자 보호를 함께 고려하는 방안을 만들려고 한다.

    자문단과 연구회는 해당 분야에서 오랜 기간 연구를 통해 현장과 이론에 조예가 깊고,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전문가로 구성했다. 논의의 결과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개선방안을 정부에 권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자문단과 연구회에 대한 노동계 비판이 존재한다. 특히, 한국노총은 이해당사자인 노사를 배제하고 학자 중심으로 자문단과 연구회를 꾸린 점을 비판하고 있는데.

    우선 경사노위가 왜 이렇게 갈 수밖에 없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최근 정부 정책에서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는 건 노사관계 법치주의,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등 당연히 지켜져야 할 것들이다. 회계 장부의 경우 3년 보관 의무가 있고 조합원이 열람을 원하면 공개해야 한다. 회계 투명성 강화는 이전에도 해야 했을 일이지만 그간 정부에서도 현장 충돌 등을 우려해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처럼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이걸 이유로 노동계가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는 건 바람직하지 않고, 일차적인 책임을 경사노위에 묻는 것도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 경사노위는 대통령 자문기구로서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 역할을 노동계가 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 노동계가 정말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들어와서 함께 논의하면 된다. 경사노위는 전체 공동체를 생각해야 하는 중립지대다. 무조건 합의해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고 노동계도 들어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으면 한다. 지금 현실적으로 외부 노동시장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있으니 그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대화에 참여해주길 바란다. 한국노총과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참여 주체인 노사가 의제를 제기한다면 함께 검토하고 회의체를 구성해 운영할 생각이다.

    다만, 지금은 참여하고 있지 않으니 전문가들로 구성한 자문단과 연구회를 먼저 출범한 거고, 여기서 쟁점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노사 당사자들의 참여도 용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과제에 우선순위를 두고, 합의도 좋지만 협의 그 자체에 의미를 두고 공론화하고 국민과 소통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김덕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이지예 기자 jyjy@)

    - 그동안 경사노위는 합의기구가 아닌 협의기구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하지만 회의체 운영이 합의가 아닌 협의로만 끝나면 비판을 피하기 어렵지 않나.
     
    비판을 감내하겠다는 거다. 그동안 회의체 운영 결과를 보면 반드시 합의해야 한다는 생각에 매몰돼 합의문 내용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추상적이거나 논의 의제가 제한적인 경향이 있었다. 어떤 경우엔 회의체가 관성적으로 운영돼 의미를 찾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합의가 부담된다는 이유로 논의가 너무 지엽적이거나 추상적으로 흘러가면 나중에 논의 결과로 합의안이 나와도 국회에서 입법화하기 어려운 문제가 생긴다. 합의가 안 되면 권고문, 제안문 형태로라도 결과를 내서 국회가 참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 노동시장 문제가 일부의 조직적인 논리와 입장으로 일부분만 개선되면 오히려 전체가 틀어지는 기형적인 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 이런 기형적인 현상을 목도하는 것보다 비판을 감내하는 게 훨씬 낫다는 얘기다.

    - 반대로 학계 전문가 중심으로 논의하기 때문에 가져갈 수 있는 장점은 뭐라고 보는가.
     
    존 롤스의 이론처럼 '무지의 베일' 속에서 논의하는 게 오히려 쟁점을 정리하는 데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별다른 이해관계가 없으니 중립적으로 사안을 볼 수 있는 거다. 따라서 전문가들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개선방안을 정부에 권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함께 설득은 계속해나갈 거다. 논의 과정에서 간담회, FGI 등을 통해 현장 목소리를 많이 듣고 현장의 전문가 및 관계자 등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 노동계 반발이 더 심할 뿐 경영계도 지난 사회적 대화 과정에서 쌓인 피로감불신으로 인해 경사노위 참여에 마냥 호의적이지만은 않은데.
     
    상임위원으로 취임하고 경영계와 이야기를 나눴을 때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지난 정부의 사회적 대화 과정에서 경사노위에 참여하는 게 노동계에만 유리하고 경영계에는 불리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 것 같다. 하지만 한편으로 지금 경영계는 정부가 노동개혁의 고삐를 쥐고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걸 보면서 무임 승차하려는 경향도 없지 않다. 경영계도 사업주의 임금체불, 부당노동행위와 같은 불법에 대해선 목소리 내고 자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그런 노력 없이 그렇게만 이야기하는 건 대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김덕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이지예 기자 jyjy@)

    - 노동개혁 외엔 또 어떤 노동 의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가.
     
    무엇보다 노동개혁에 대한 논의가 중요하지만, 지난해 개정된 공무원 및 교원 노조법에서 근로시간면제한도를 경사노위에서 심의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관련 준비를 해나갈 예정이다. 또, 초고령사회에 대응한 계속고용에 대한 논의도 중요한 의제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특히, 계속고용문제는 급속한 고령화 속도, 연금수급연령 60세에서 65세 상향 등을 고려해볼 때 임금체계와도 연관돼 있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노동조합 우산 속에 포함되지 않은 청년, 여성, 비정규직 등 미조직 노동자들을 위한 의제 발굴과 소통 방안도 고민거리다. 이미 경사노위에선 이들을 위해 계층별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그간의 논의 과정과 결과를 되돌아봤을 때 지금까지와는 관점과 접근을 달리해야 한다는 고민을 갖고 있다. 보다 많은 미조직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온라인 소통 플랫폼을 준비 중에 있다.

    - 마지막으로 노동계와 경영계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대화는 몇몇 부침이 있었지만 경제위기와 고용위기 때마다 역할을 해왔다. 정부의 노동개혁 의지가 확고한 현 상황에서 사회적 대화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지만, 갈등 요소가 많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사회적 대화가 더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애덤 스미스가 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할 수 있는 이유를 참여자들의 도덕성이 전제되기 때문이라고 했듯이 사회 각 주체들이 공동체 이익과 정신을 마음에 담고 사회적 대화에 임할 때 국가는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그동안 노동계와 경영계가 크고 작은 합의를 이뤄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왜 개선되지 않고 심화돼 왔을까를 되돌아볼 때가 왔다. 공동체 전체 이익을 염두에 두지 않고 집단적 이익에 치우치지는 않았는지 돌아봐야 하며, 서로에게 담대한 이해와 관용을 가져야 한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어려움에 처해 있는 외부노동시장의 미조직 노동자들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생각해주길 바란다. 이를 위해 정부가 요청한 노동개혁 과제를 논의하는 사회적 대화에 조건 없이 참여해 허심탄회한 논의를 해나가길 다시 한번 당부하고 싶다.
     
    이동희 기자 dhlee@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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