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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4-02-02 11:57:26

    수정 : 2024-02-02 12:02:15

‘질적 성장’ 도래한 금속노조…장창열 신임 위원장 “향후 10년 발전 모델 제시하겠다”

2024-02-02 11:57:26



[인터뷰] 장창열 전국금속노동조합 위원장
[2024년 2월호 vol.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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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창열 전국금속노동조합 위원장(이지예 기자 jyjy@)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13기 집행부의 임기가 올해 1월 1일부터 시작됐다. 이번 2년의 임기는 윤석열 정부의 임기와 맞물려 있다. 노동계가 정부의 노동개혁을 노동개악으로 지목하고 정권 퇴진 운동까지 진행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어려운 시기에 임기를 치르는 셈이다. 외적인 조건만 어려운 것은 아니다. 베이비붐 세대의 대규모 정년퇴직으로 금속노조의 양적 성장은 정체기에 돌입했다.

    하지만 장창열 금속노조 신임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이라고 해서 특히 더 안 좋다, 어렵다고 보진 않는다"며 "어느 정권이든 노동운동은 항상 어려웠다"고 입을 열었다. 금속노조가 마주한 조직력의 위기에 대해선 "지금까지는 양적 성장을 해왔으니 질적 성장을 하면서 앞으로의 20년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며 "임기가 끝나기 전까지 금속노조의 10년, 20년을 준비하는 발전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지난 1월 17일 서울 중구 금속노조 사무실에서 장창열 위원장을 만났다.

    Q. 먼저 당선 축하를 전한다. 금속노조의 향후 1년을 책임지게 됐다.

    근속이 올해로 32년 차다. 현장에서 금속노조 사업을 들여다본 지는 13년 정도 됐다. 누구보다 금속노조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자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노동계가 처한 현실을 보면 금속노조 위원장이 됐다는 당선의 기쁨보다는 무거운 책임감이 더 크게 다가온다. 앞으로 2년간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서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해 볼 생각이다.

    Q. 임원 선거 당시 인지도와 조직력 면에서 열세라는 평가가 있었는데, 예상을 뒤엎고 당선됐다. 선거 승리 요인을 무엇이라고 보는지.

    당선 직후라면 모르겠지만 임기를 시작해 위원장으로서 조직의 통합을 우선해야 하는 입장이라 말을 아낄 수밖에 없는 것을 이해해 줬으면 한다. 선거 기간에 우리 후보조를 향해 중앙 경험이 없다, 조합원을 잘 모른다, 소수파다 등등의 이야기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도 결과적으로 당선이 됐다는 건 인지도, 조직력 등을 모두 뛰어넘었다는 이야기다. 선거 당시 현장에서 조합원들을 만나 보니 '변화에 대한 조합원들의 열망'이 크더라. 지금 조합원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조합원들이 아쉬워하는 점이 무엇인지를 선거운동팀에서 잘 읽어내고 잘 표현한 것이 당선으로 이어진 가장 큰 요인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Q. 변화에 대한 조합원들의 열망은 무엇이었나.

    조합원 동의 없이 동원 중심으로 굴러가는 체계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조합원의 노동과 삶의 조건을 반영하지 못한 요구와 의제로는 조합원이 투쟁에 동참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지도부의 결정이 조합원의 공감이나 조직 전체의 토론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면 단결과 연대가 잘 만들어질 수 없다. 금속노조가 아무리 다른 조직보다 투쟁력이 높다고 한들 지도부가 '투쟁할 때다'라고 말한다고 조합원이 무조건 따라오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다. 왜 투쟁해야 하는지, 무엇이 목표인지, 어떻게 할 것인지 제시하고 이해시켜야 조합원도 움직인다. 기획도 잘해야 하고, 교육과 선전도 중요하다. 앞으로는 입체적으로 조합원을 묶고, 필요하다면 직접 현장에 가서 설득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으려 한다.

    Q. 함께 당선된 이상섭 수석부위원장과 엄상진 사무처장을 소개해달라.

    두 사람 모두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한 분들이다. 이상섭 수석부위원장은 포항 출신으로, 2001년부터 포항지부에서 활동해 지역지부에서 현장 실무 경험을 톡톡히 쌓은 분이다. 특히, 포항에서 비정규직 문제와 포스코 문제에 직접 관여해 왔고, 금속노조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

    엄상진 사무처장은 한국지엠 창원공장 출신으로, 2005년에 비정규직 정규직화 쟁취 투쟁을 하다 징계해고된 뒤 2011년에 복직했다.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사무처장으로 일한 이력도 있어 금속노조뿐만 아니라 민주노총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Q. 임기의 시작과 끝이 윤석열 정부의 임기와 맞물려 있다. 최근 노동계 분위기를 볼 때 굉장히 어려운 시기에 임기를 시작하게 된 것인데 향후 2년간의 임기를 어떻게 전망하나.

    '윤석열 잡는 장창열'이 선거 구호 중 하나였다. 윤석열 정권의 공세가 어려운 조건이고 쉽지 않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권이라고 해서 특히 더 안 좋다거나, 어렵다고 보진 않는다. 사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감옥에 갔다 온 시기가 문재인 정권 때지 않았나. 어느 정권이든 노동운동은 항상 어려웠다. 불합리한 법, 정권의 비협조, 노조에 적대적인 언론 환경, 노동운동에 대한 시민의 이해 부족 등은 윤석열 정권만의 문제는 아니다. 누가 언제 금속노조 위원장을 해도 별반 다르지 않은 조건이라고 본다.

    오히려 지금은 윤석열 정권 자체보다는 정치에 대한 조합원들의 포기와 혐오가 더 걱정이다. 임기 동안 기후 위기와 산업전환의 시대에 어떻게 하면 조합원의 일자리를 지키고 제조업의 미래를 확보할 것인가에 집중하려고 한다. 아울러 회계 공시 강요의 부당성과 전임자 문제로 고용노동부가 시정지시를 남발하는 것은 노조 할 권리를 침해한다는 측면에서 초반부터 강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방법은 향후 금속노조의 중앙집행위원회 대의원대회 통해 논의할 예정이다.

    Q. 선거 공약에서 조합원의 삶에서 나오는 요구와 의제로 금속노조 사업을 꾸려나가겠다고 했다. 앞에서 말한 조합원의 문제 제기와 연결되는 이야기 같은데, 관련해서 어떤 고민을 갖고 있는가.

    노조는 대중조직이다. 아무리 올바른 이야기, 정의로운 이야기를 해도 조합원이 동의하지 않고 움직이지 않으면 노조는 힘을 낼 수 없다. 윤석열 정권의 반노조 공세가 이어지고 있고 조합원들도 이를 뉴스로 확인했지만, 당장 현장에서 제도가 바뀌는 등 피해를 피부로 느끼진 못했을 거다. 그러다 보니 정부의 공격이 앞으로 어떤 문제를 만드는지, 노조의 힘을 어떻게 빼앗고 어떤 결과를 낳을지 조합원을 이해시키고 이를 통해 행동에 나서게 하는 과정이 부족했다고 본다. 그 결과, 간부와 활동가 중심의 동원에 의존하게 된 거다.

    현장 간부로 있었을 때도 중요한 투쟁이 있을 때마다 서울에 올라왔었는데, 투쟁에 '윤석열 퇴진'만 있고 노동 의제가 보이지 않았다. 조합원들의 삶에서 나오는 요구와 의제가 부재하다고 느낀 순간이다.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5시간 걸려 서울 와서 2시간 집회 앉아 있다가 다시 5시간 걸려 집으로 돌아가는 거다. 똑같이 반복되는 패턴에 조합원들도 상당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결국 윤석열 퇴진도 중요하지만 조합원들의 삶과 의제가 투쟁에 담겨야 한다. 그래야 투쟁이 된다.

    산업전환도 마찬가지다. 산업전환을 준비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산업전환은 자동차산업과 조선산업이 다르고, 자동차산업 안에서도 완성차와 부품사가 또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각자 다르다는 것을 무시하고 그냥 '산업전환이 문제다. 정부는 대책을 내놓아라'라고 하면 조합원들조차 그 실효성에 의문을 가지게 된다.

    이제는 무엇을 위해 노조가 어떻게 투쟁할 것인지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고물가 시대라고 한다면 그것이 조합원의 임금과 생활에 어느 정도 피해를 주고 있는지 봐야 한다. 젊은 세대가 육아 문제를 고민하고 선배 세대가 노후 문제를 걱정한다면 어떻게 해야 젊은 세대가 퇴직하는 선배를 위해 싸울 것인지, 반대로 선배 세대는 후배들의 복지를 위해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노조가 답을 내놓아야 하는 시기다.

    ▲장창열 전국금속노동조합 위원장(이지예 기자 jyjy@)

    Q. 선거 공약에서 총파업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보이지 않았다.

    선거 공약에 총파업을 무작정 남발한다고 해서 좋은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조건' 총파업을 하는 게 중요하지 않다. '어떤' 총파업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싸우려면 제대로 싸워야 하지 않겠나. 올해는 임기 2년 차에 총파업으로 가기 위한 이행 과제를 하나하나 풀어가는 시간을 가지고 현장을 조직해 나갈 생각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조합원들의 이해와 요구가 무엇인지 적극적인 토론을 하고 이후 제대로 투쟁할 생각이다.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 대의원대회에서 관련 논의가 진행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Q. 현재 금속노조의 중앙교섭에 대해선 어떤 평가를 하고 있나. 또, 임기 중 중앙교섭과 관련해 그리는 청사진이 있나.

    아시다시피 금속노조 중앙교섭이 정체되고 있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금속노조 덩치가 계속 커지는 데 반해 참여 사업장은 늘지 않는 문제도 있고, 한국 금속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형사들도 빠져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앙교섭 회의론자가 될 생각은 없다. 산별중앙교섭 실현과 사용자단체 결성은 금속노조가 만든 최고의 성과이자 한국 노동운동 역사에 남을 자랑이다. 중앙교섭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게 아니다. 금속산업최저임금과 중앙교섭에서 만들어진 단협은 시간이 지나면 업계의 표준이 된다.

    중앙교섭과 관련해 임기 2년 동안 제도를 획기적으로 바꾼다거나 할 수는 없겠지만, 주어진 2년의 교섭을 최대한 성과 있게 만드는 것이 과제라고 본다. 크게 두 가지 방향을 고민 중인데, 우선 중앙교섭뿐만 아니라 금속노조 전체 교섭체계의 문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바꾸면 좋을지 광범위한 토론을 통해 공감대를 넓혀 가려고 한다. 인식이 모이면 다음 집행부에서는 제도 개선까지 시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다른 하나는 산별교섭이 제대로 가능하도록 밀어붙이는 일이다. 법제도의 변화도 고민해야 하고, 산별교섭이 가능한 노조의 실력도 키워야 한다. 산별교섭, 초기업단위교섭, 공단교섭, 단협 효력 확장 등 다양한 제도를 만들기 위한 사업계획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Q. 관련해서 '산별교섭 법제화'가 오랜 시간 노동계 구호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법제화가 불투명한 상황이라면 다른 방안도 모색해 봐야 하지 않나.

    벽에 부딪히고 있는 건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금속노조가 산별교섭 법제화 요구를 안 할 수는 없다. 결국 한 축에선 산별교섭을 계속 요구하고, 다른 한 축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지금의 금속노조 교섭구조에서 확장해 생각할 수 있는 건 업종별 교섭인 것 같다. 모트라스·유니투스 13개 지회 공동교섭, 현대제철 5개 지회 공동교섭 등의 사례가 있지 않나. 물론 각각의 이해와 요구가 다 다를 것이고, 자동차산업만 해도 현대·기아 양재동 가이드라인 철옹성을 뛰어넘기 쉽지 않을 테지만, 파열음을 내기 위한 고민과 공론화는 필요하다고 본다.

    Q. 관련해서 '산별교섭 실현 투쟁본부'를 만들겠다는 공약도 있었다.

    금속노조처럼 산별교섭에 뜻이 있는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등 다른 조직과 함께 산별노조 운동을 준비하자는 의미에서 제안한 공약이다. TFT라도 만들어서 제도적인 틀을 갖춘다면 산별교섭을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 토론하고 의제를 만든 후 대정부 투쟁이나 국회 압박도 같이할 수 있을 것이다.

    Q. 복수노조 문제 역시 오랜 기간 풀리고 있지 않은 문제다. 교섭권이 없는 소수노조의 경우 현장에서 사업을 하기도 어렵고 금속노조의 중점사업에서 소외되는 경우도 많다. 

    금속노조에 아픈 손가락이 한둘은 아니지만, 그중에서도 장기투쟁 사업장과 소수노조 사업장이 가장 아픈 손가락이다. 장기투쟁 사업장은 퇴근 몇 년간 일부 타결까지 가면서 최소한 늘어나지는 않는 추세지만, 복수노조 문제는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 조금 과장해서 이야기하면 금속노조가 사업장 3곳에 노조를 조직하면 하나는 탄압으로 무너지고, 하나는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하나는 회사가 어용노조를 만들어 소수노조가 된다. 복수노조 시행 취지는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자유롭게 선택해야 한다는 국제 원칙을 실현하는 것인데, 정작 현실에서는 자본이 누구랑 교섭할 것인지 선택하는 악법이 됐다. 그만큼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에 복수노조, 그중에서도 소수노조를 제대로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무엇보다 교섭창구를 강제로 단일화하는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노사가 어떤 교섭을 할 것인지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해야 한다. 회사에만 선택권이 있으면 안 된다. 교섭의 비용을 줄이는 등의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한다는 것엔 동의할 수 있지만 그게 노동자의 권리, 특히 헌법이 보장한 교섭권을 부정하는 방식으로 가면 우리들은 동의할 수 없다.

    다음 해법은 결국 앞에서 얘기한 산별교섭을 정부와 자본이 인정하는 것이다. 회사 울타리 안에서만 보면 소수노조일 뿐이지만, 산업 전체로 보면 금속노조 조합원이다. 산별노조 교섭권을 인정하면 거의 모든 복수노조 사업장 갈등이 해결된다. 이 방법이 교섭 비용을 줄이는 가장 합리적인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사업장의 노사 갈등도 없어지고 사회적 비용도 아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금속노조 안에 복수노조 사업이나 문제만 전담하는 부서는 없는데, 가능하다면 전담팀을 구성해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보려고 한다. 정말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로서도 간과하지 않을 생각이다.

    Q. 최근 몇 년간 늘어난 제조업 사무직·연구직 노동조합의 설립도 눈여겨 볼 지점이다. 다만, 금속노조 안에서는 사무직·연구직이 주요 조직화 대상으로까지는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현대자동차에서 일반직으로 불리는 사무직군이 바로 나다. 금속노조에서 사무직, 연구직, 일반직이 주요 조직화 대상이 아닌 건 아니다. 금속노조가 워낙 덩치가 크고 이른바 라인을 타는 생산·기술직 노동자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뿐이다. 판매서비스 노동자까지 포함하면 결코 적지 않은 이들이 금속노조 조합원으로 있다. 현대차 남양연구소처럼 별도의 조직으로 있지 않다 보니 잘 보이지 않는 것뿐이다.

    오히려 금속노조의 고민은 다른 곳에 있다. 제조업의 노동형태와 노동방식이 여러 이유로 바뀌고 있다. 제조업 노동자라고 해서 얼굴에 기름 묻혀가면서 일하는 그런 형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사무직, 전문직 형태로 점점 변화하고 있다. 그런데 아무래도 새롭게 도입되는 일자리는 젊은 노동자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지 않나. 이로 인해 세대 간의 인식 차이, 갈등까지는 아니더라도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 차이를 어떻게 뛰어넘을 것인지가 우리의 고민이다. 연장선상에서 판매, 대여, 수리, 정비 같은 서비스업태의 노동자는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기업별 이해, 업종별 이해를 뛰어넘는 산업별 이해를 만들어 산별노조를 강하게 결집하는 것이 사무직, 연구직, 일반직 노동자를 더 많이 노동조합으로 들이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Q. 불법파견 소송이 주였던 비정규직 투쟁이 잇따른 대법 판결로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비정규직지회가 불법파견 소송만 하는 집단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려면 금속노조 내에서도 새로운 비정규직 운동이 필요한 때인데, 어떤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전환기를 맞이한 건 맞다. 불법파견 소송은 정해진 판결문을 반복하는 수준으로 판결이 나오고 있다. 이제는 제조업을 넘어 공공·민간서비스 영역에서도 불법파견 판결이 나온다. 불법파견 소송을 중심으로 한 비정규직 노조 운동이 하나의 장을 마감하고 다른 의제로 다시 힘을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금속노조 안에 넓게 퍼져있다. 다만, 먼저 짚어야 할 것은 불법파견 문제 자체가 일단락된 건 아니라는 거다. 최근 법원 판결의 흐름을 보면 회사가 간접공정이라고 부르는 2차, 3차 하청에 대해서는 불법파견이 아니라는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를 만들어 소비자에게 전달하기까지 모든 과정이 '생산'이다. 공정이라는 말이 붙었다면 회사도 이게 생산의 과정이라고 인정한 것인데, 법원이 1차는 불법이라고 하면서 2, 3차는 합법이라고 하는 것은 사내하청 노동자 안에서도 계급과 급을 나누는 매우 잘못된 시각이다.

    '비정규직지회가 불법파견 소송만 하는 집단'이라고 한 말도 동의할 수 없다. 금속노조 비정규직 운동은 현장의 차별철폐도 꾸준히 제기하고 성과를 만들었다. 조선하청지회도 불법파견보다는 현장의 조직화에 무게 중심을 둔 운동을 벌였다.

    현재 사내하청 운동이 직면한 문제는 자회사 전환이다. 일종의 풍선 효과라고 생각하는데, 금속노조가 사내하청 조직화에 박차를 가하고 대법원마저 불법파견 확정 판결을 내기 시작하자 자본이 꼼수를 찾아낸 것이 자회사 전환이다. 노조가 하나의 성과를 냈을 때 자본은 항상 다른 탈출구를 찾는다. 자회사는 결국 또 다른 사내하청 노동, 처우가 개선된 사내하청 노동이다. 또 전환 과정에서 부제소동의를 강제하고 임금채권을 소멸시키는 건 비정규직 차별과 똑같은 폭력이다. 그러나 노조가 원칙적인 입장만을 고집하기엔 현장의 이견과 자본의 공세가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 문제는 신임 지도부에게 숙제로 남아 있다.

    길게 얘기했지만, 돌파구에 대한 답은 아직 찾지 못했다. 그래도 덧붙이자면 먼저 윤석열 정권이 파견법을 개악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구체적인 흐름은 아직이지만 경제지와 여당 인사들이 규제혁파라는 이름으로 모든 파견을 풀어버리는 지옥문을 열자고 군불을 지피고 있다. 이는 금속노조의 명운을 걸고 저지해야 한다.

    다른 고민은 원하청 직접교섭의 실현이라는 돌파구다. 10년, 20년 걸리는 불법파견 확정 판결만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다. 저임금, 차별, 안전 등 당장의 문제는 실제 사용자인 원청과 교섭할 수 있어야 한다. 사내하청 노동자와 원청이 마주 앉아 교섭할 수 있을지 방법을 찾도록 노력하겠다.

    이동희 기자 dhlee@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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