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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4-07-01 10:46:23

    수정 : 2024-07-02 13:17:50

"이주민, 계급 사다리 끝 아닌 우리 옆자리에 서야"

2024-07-01 10:46:23



[인터뷰] 김이찬 지구인의 정류장 대표
[2024년 7월호 vo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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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이찬 지구인의 정류장 대표(노동법률)

    심각한 저출산과 고령화로 이주노동자는 어느새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존재가 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는 92만3000명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필수 인력이 된 이주노동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여전하다. 

    안산 다문화 거리에 혐오와 차별에 지친 이주노동자들이 쉴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지구인의 정류장'이다. 이상하리만큼 캄보디아어를 유창하게 하는 김이찬 지구인의 정류장 대표는 현재 이주노동자 정책이 우리나라를 점점 계급 사회로 만들고 있다면서 안타까움을 전했다. 노동법률이 6월 17일 경기도 안산시 지구인의 정류장에서 김 대표를 만나 그가 꿈꾸는 이주노동사회를 들어봤다.
     
    Q. 6월 24일 경기도 화성시에서 발생한 아리셀 참사 희생자의 다수가 이주노동자로 밝혀져 충격을 줬다.
     
    A. 이주노동자들은 언어가 달라 안전교육을 제대로 실시하기 어렵다. 그런데 폭발 위험이 높은 리튬 배터리 공장에 이들을 투입한 것이 원인이 됐다고 본다. 어떤 상황에서 위험이 발생한다, 대피하라는 안전관리 명령이 제대로 전달이 됐을까. 비자도 비전문인력(E-9) 비자가 아닌 다른 취업비자여서 안전관리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이주노동자들이라 안전관리에 더 취약했을 확률도 높다.
     
    Q. 지구인의 정류장은 어떤 기관인가. 어떻게 이주노동자를 지원하는 일을 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A. 지구인의 정류장은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언어와 법적인 문제에 대한 상담을 주로 한다. 이주노동자에게 임시 숙소도 제공하고 있다. 직접 캄보디아어를 배워서 한국어로 된 서류를 번역해 주고 있다. 억울한 사연을 듣고 이를 토대로 사업주와 대신 싸워주기도 한다.

    이주노동자들이 대부분 한국어와 영어가 아닌 제3의 언어를 쓴다. 그래서 언어 문제를 겪다 보니 불합리한 대우를 받아도 항의하지 못한다. 또한 취업비자가 고용허가제로 운영돼 이주노동자들의 운명이 고용주 결정에 좌우되다 보니 더 항의를 못 하는 측면도 있다. 이런 사연을 가지고 찾아오는 이주노동자들의 억울함을 대변해 주고, 법적인 문제 해결 방법을 찾아주는 것이 지구인의 정류장이 하는 일이다.

    이와 함께 이주노동자들이 취미생활을 함께하며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시간도 만들려고 노력한다. 이주노동자들이 부당한 사연을 공유하고 연대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서다. 그래서 일요일마다 국가별로 팀을 만들어서 6대6 축구 미니게임을 하고 있다. 고맙게도 나도 껴줘서 일요일마다 함께하고 있다.

    Q. 서울대 법대, 다큐멘터리 감독 출신이라는 독특한 배경이 있다. 어떻게 이주노동자 지원 활동을 하게 됐나.

    A. 서울대 법대 출신이라는 이야기는 이제 그만 나왔으면 한다. 이 일을 하게 돼 후회는 없냐는 질문을 받기도 하는데, 후회는 없다. 주변에 변호사나 검사가 된 동기, 선후배들 이야기를 많이 듣지만 그들의 삶보다 지금 내 삶이 낫다고 생각한다. 권력을 위해 일하는 사람보다 이주노동자들의 친구가 될 수 있어서 행복하다. 

    법대 출신이기는 하지만 법학보다 방송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1994년 방송사에 들어갔다. 그런데 국제통화기금(IMF) 경제 위기 사태가 오니까 홈쇼핑을 위주로 일을 시키더라. 그러면서 이게 내가 원하던 삶인가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서 꿈을 찾아 퇴사를 하고 퇴직금으로 촬영용 카메라를 샀다.

    카메라를 사서 비상업 다큐멘터리를 찍기 시작했다. 미얀마(당시 버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을 때 미얀마 사람들이 주한 미얀마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한 일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경찰이 시위를 무자비하게 진압하던 시기였다. 그런 충격적인 상황을 목도하며 그들의 목소리를 엮어 다큐멘터리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왜 우리나라에서 시위를 하게 됐는지, 무엇을 위해 시위를 하는지 생생한 현장을 담고 싶었다.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이주민들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러면서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찾다가 여기까지 왔다.

    Q. 이주노동자 관련 기사를 보면 이주노동자에 대한 혐오 댓글이 적지 않다. 이런 혐오나 오해의 댓글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A. 별로 신경 쓰지 않지만 혐오의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그래서 이주노동자 때문에 실제로 어떤 피해를 봤냐"고 묻고 싶다. 이주노동자들은 우리나라에 와서 내국인들이 하지 않는 힘든 일을 한다. 이주노동자들이 없으면 안 되는 사회가 된 것이다.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들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어렵고 시간이 걸리는 일이겠지만 인식은 꼭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법체류자'라는 단어도 마음이 아프다.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불법체류자라고 말하는 '체류자격을 얻지 못한 이주노동자'들은 대부분 고용주의 횡포 때문에 불법체류자가 된 경우다. 밀입국해서 우리나라에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온 사람들이 아닌데 불법체류자라고 부르며 범죄자처럼 인식하는 것은 문제다. 고용주의 괴롭힘, 성추행을 견디지 못해 사업장을 이탈해서 불법체류자가 된 이들이 혐오의 대상이 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Q. 이주노동자들이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 피해를 당하는 경우도 많이 있나. 피해가 생겨도 구제를 받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A. 정말 많다. 고용주들이 이주노동자를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는데다 인건비도 싸다 보니 무시하고 학대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일을 못 한다고 대놓고 면박을 주는 사람이 많다. 이제 한국 사람들끼리는 일 못한다고 대놓고 면박주는 일이 없지 않나. 하지만 이주노동자에겐 흔하게 발생하는 일이다. 이주노동자들은 모멸감을 느껴도 말 못 하고 참는 경우가 많다. 자칫 항의했다가 해고되면 불법체류자가 될 위험도 높아서 말하지 못한다. 언어도 달라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엄두를 못 내기도 한다.

    특히, 여성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성희롱이 많다. 최근에는 고용주가 욕실에 몰래 구멍을 뚫고 훔쳐보는 사건도 있었다. 성희롱도 괴롭힘과 마찬가지로 일단 참는 사람들이 많다. 이주노동자 숙소를 남녀 혼숙으로 제공해 생기는 문제도 있고, 방마다 비밀번호를 똑같이 설정해 성폭행 위험으로 불안에 떠는 이주노동자도 있었다.
     
    Q. 농업 이주노동자들은 지방 소도시에서 일하다 보니 주거 문제도 발생한다. 또한 근로기준법상 휴게, 휴일 적용 제외 대상자여서 휴식권도 문제도 있다. 현실은 어떤가?

    A. 이야기한 것처럼 농업 이주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숙소를 구할 수 없다. 숙소비를 내고 고용주가 제공하는 숙소에서 지내는 경우가 태반인데, 대부분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컨테이너 무허가 가건물에 이주노동자들을 살게 하거나 심지어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하게 하는 고용주도 있다. 이런 열악한 숙소를 제공하면서 한 달에 30만 원 이상씩 받아 간다. 냉난방도 제대로 안 되다 보니 지난 겨울에 비닐하우스에서 자다 추위에 동사한 이주노동자도 있었다. 이주노동자가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숙소는 제공해 줘야 하지 않나. 

    장시간 근로와 휴식권 침해 문제도 심각하다. 농업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휴게, 휴일 적용 제외 대상자여서 하루에 11시간씩 일하고, 한 달 중 휴식일은 이틀인 경우가 많다. 더 큰 문제는 고용주들이 근로시간을 속여 11시간씩 일했는데 8시간의 임금만 주는 사례도 많다는 점이다. 근로시간을 속이고, 숙소비는 공제되고, 여기에 농업 이주노동자들은 국민건강보험 지역가입자여서 건강보험료도 전액 노동자가 부담한다. 이러면 정말 남는 게 없다. SNS의 발달로 과거보다 이런 문제가 많이 알려져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많다.
     
    Q. 이주노동자들의 근로조건 개선은 매우 더딘 상황이다. 이들의 근로조건 개선이 더딘 이유가 따로 있을까.

    A.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역 고용주들끼리의 단합 문제가 있다. 지역 고용주들끼리 임금은 얼마로 하자, 숙소비는 얼마를 받자고 단합을 한다. 숙소비를 안 받기로 하거나 임금을 올려주는 고용주가 나오면 단합한 사람들이 찾아가서 항의한다. 고용노동부에 고용주들의 단합에 대해서도 말했지만 고용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또 하나는 이주노동자들 간 연대가 어렵다는 점이다. 결국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서는 노동자들 간 연대와 단결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은 언어가 각기 다르고, 서로의 노동문제를 교류할 수 있는 환경도 부족하다. 우리가 이주노동자들 간에 소통의 장을 마련하려고 노력하는 이유다. '나는 이런 일이 있었는데 이건 불법이라더라. 그래서 나는 어디서 이렇게 도움을 받아서 문제를 해결했어'라는 문제 상황과 해결 방법을 이주노동자들이 서로 공유할 수 있어야 연대 의식이 싹튼다. 지금은 이런 교류의 장이 매우 적어 연대 의식이 싹트지 못하고 있다.

    ▲김이찬 지구인의 정류장 대표와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노동법률)
     
    Q. 이주노동자는 늘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차별과 혐오는 줄지 않고 있다. 차별과 혐오를 넘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A. 분노의 방향이 사업주가 아닌 같은 일을 하는 이주노동자에게 가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 건설 현장 육체노동의 경우 대부분 하도급으로 이루어진다. 정말 힘든 일을 하면서 제대로 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젊고 힘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싼값에 일을 한다고 하니까 사업주는 이들을 고용하고, 원래 현장에서 일하던 건설 노동자들은 일자리가 없어지니 당연히 분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주노동자에 대한 분노에 앞서 짚어 봐야 할 것이 있다. 지금까지 이렇게 힘든 노동을 해왔는데 '내 근로조건은 왜 이럴까'에 대한 분노다. '왜 내 일자리를 외국인들이 뺏지?'에 앞서 '왜 내 노동이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지'에 대한 분노가 우선돼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면 이주노동자와 함께 연대해서 근로조건을 개선해 나갈 수 있다.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이주노동자가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아닌 일자리, 임금을 위해 함께 투쟁하는 연대 파트너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Q. 지난해 이주노동자 지원센터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예산 삭감으로 인한 현장의 변화가 있나.

    A. 아직까지는 큰 영향이 없지만 점점 영향이 커질 것 같다. 지금까지 지원센터는 고용주와 이주노동자 사이를 원활하게 중재하는 윤활유 역할을 해왔다. 이제 예산 문제로 이주노동자 지원센터들이 하나씩 문을 닫게 되면 민간 브로커들이 늘어날 것이다. 모든 상담과 고충 청취에 비용이 따르는 민간 브로커에게 이주노동자들이 지금처럼 편하게 자신의 문제를 털어놓을 수 없다. 그래서 초반에는 이주노동자 문제가 오히려 줄어드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줄어드는 게 아닌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는 것뿐이다. 지원센터가 있어야 그들이 편하게 문제를 털어놓고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을 텐데 안타까운 일이다.
     
    Q. 정부는 이민청 설립을 검토하는 등 이주 정책을 새롭게 추진하려고 한다. 정부의 이주 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정부의 이주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있다면.

    A. 정부는 지난 20년간 우리나라도 다문화 국가로 가야 한다고 수없이 말해왔다. 하지만 다문화 국가로 가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모르는 것 같다. 지금의 이주 정책은 다문화사회가 아니라 시민과 노예로 구분되는 로마 시대로 가겠다는 정책이다. 정부가 원하는 게 이주노동자들을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하지만 권리는 없는 로마 시대 외국인 노예로 만드는 것인지 묻고 싶다. 지금의 이주 정책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평등하게 보지 않는다. 외국인과 내국인 모두가 평등한 사람이라는 관점에서 이주 정책을 다시 짜야 한다.

    나라 간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이주노동자들은 국적이 다 다르다. 다른 국적은 문화와 살아온 과정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다른 이주민들을 사회에서 공존시키는 것이 제대로 된 이주 정책이다. 그런데 이들의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려는 기초 조사조차 법무부와 고용부에서 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무슨 이민청을 말하는지 모르겠다. 나라별 기초 조사가 우선이다. 나라별 문화에 대한 이해를 위해 기초 조사를 진행하고 이에 맞게 이주 정책을 세밀하게 짜 나가야 한다.
     
    Q. 비전문인력(E-9) 비자는 근로할 수 있는 사업장이 정해져 있어 무단이탈 시 불법체류자가 되기도 한다. E-9 비자의 개선점이 있을까.

    A. E-9 비자의 최대 체류 기간은 4년 10개월이다. 4년이면 4년이고, 5년이면 5년이지 왜 4년 10개월인지 생각해 본 적 있나? 이들에게 영주권을 주기 싫어하는 국가의 꼼수 때문이다. 국제관습법상 다른 나라들은 외국인이 5년간 체류하면 영주권을 준다. 정부에서 이들에게 영주권을 주고 싶지 않아서 E-9 비자 최대 체류 허용 기간이 4년 10개월이 된 것이다. 기간부터 문제라고 생각한다. 현장에서는 숙련된 이주노동자를 더 고용하고 싶어 하는 사업주들도 많다. 방법이 없냐고 묻는 사업주들이 있지만 법이 허용하지 않는다. 숙련된 이주노동자에게 영주권을 주는 것에 대해 정부가 왜 이렇게 거부감을 가지는지 모르겠다.

    이주노동자의 체류 자격이 고용주에게 전적으로 달려있는 것도 큰 문제다. 고용주가 이주노동자가 무단이탈했다고 출입국사무소에 신고하면 그 사람은 불법체류자가 된다. 현대판 노예제로 고용허가제가 악용되는 이유다. 이주노동자는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순간 일하고 거주해야 할 장소가 정해진다. 물론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는 예외적인 상황이 있지만 언어 문제가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서류와 증빙 자료를 구비해 변경하기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직을 하려고 해도 기존 고용주의 해지 신고가 있어야 이직을 할 수 있어 사실상 생사여탈권이 고용주에게 있는 셈이다.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Q. 한국은행의 외국인 돌봄노동자 최저임금 구분적용 보고서로 인해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구분적용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A. 한국은행과 이정식 고용부 장관이 말한 최저임금 미만 이주 가사노동자 제도는 사실상 예전에 있던 '식모 제도'를 부활시키겠다는 말이다. 절대 동의할 수 없다. 가사노동이 그런 식으로 이루어지면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아무도 받을 수 없게 될뿐더러 괴롭힘, 성추행 문제도 발생할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은 이미 여러 가지 이유로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받고 있다. 우선 근로시간의 부정확한 산정 문제가 있다. 고용주들이 이주노동자들의 근로시간을 고의로 부정확하게 산정하는 사례가 많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청에 문제를 제기해도 제대로 받아주지 않는다.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일지나 출퇴근 장면이 보이는 CCTV를 가져가도 이것만으로 근로시간 증명이 안 된다고 퇴짜를 맞기 일수다. 실근로시간 대비 임금을 계산해 보면 지금도 최저임금을 못 받는 이주노동자들이 태반이다.

    과다한 숙소비 공제도 문제다. 지방 소도시에서 근로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사용자가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등의 비정상적인 숙소를 제공하고 30만 원씩 임금에서 공제해 간다. 이 문제도 고용노동청에 수차례 문제를 제기했지만 처벌할 수 있는 법률이 없다며 손을 놓고 있다. 공제비까지 고려하면 이미 최저임금 적용을 못 받는데 여기에 최저임금 구분적용까지 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Q. 최근 정부는 임금체불 등 노동 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노동법원을 설립겠다고 발표했다. 노동법원이 이주노동자들의 임금체불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A. 이민청과 마찬가지로 노동법원도 무엇을 위해 어떻게 하겠다는 명확한 계획이 있어야 한다. 지금도 이주노동자들은 판결을 받아도 집행을 못 해 체불임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고용주들이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거나 수익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아서다. 판결이 있어도 집행이 안 되는 것이 현실인데 노동법원이 설립된다 해서 무슨 차이가 있을까. 최근에도 판결까지 받았지만 집행에 실패해 체불임금 몇천만 원을 받지 못한 이주노동자가 있었다. '꼭 이길 수 있다'고 설득해 소송까지 했지만 소송에서 이겨도 돈을 못 받으니 정말 할 말이 없더라. 노동법원에 앞서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먼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Q. 앞으로 지구인의 정류장 운영 계획은 어떻게 되나. 그리고 개인적인 꿈이 있다면?

    A. 사실 미래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너무 많은 생각을 하기보다는 일의 즐거움에 집중하고 싶다. 다른 어떤 일을 하는 것보다 이주노동자들과 소통하고, 그들에게 도움을 주는 이 일이 즐겁고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이제 60대를 앞두고 있는데 아직도 에너지 넘치고 생기 있는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좋다. 어떻게 대통령에게 잘 보일까, 권력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하는 삶보다 더 나은 삶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주노동자들과 함께하며 날이 좋으면 함께 웃고, 비가 내리면 함께 맞을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계속 그들과 친구가 되고 싶고, 고립되지 않게 연대의 장을 만들어 주고 싶다.

    이재헌 기자 jh59@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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