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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태 금속노조 GGM지회 지회장(노동법률)
2019년 지역 상생형 일자리 1호인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탄생했다. GGM은 광주의 지역 소멸을 막을 수 있는 핵심 사업이자 청년들의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광주 노사민정이 힘을 합쳐 만든 일자리에 광주지역 청년들이 정착하고 안정적인 미래를 꿈꿀 수 있기를. 이러한 바람이 담긴 일자리가 GGM이었다.
GGM에는 창립 후 한동안 노조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사업의 취지대로 지역 상생과 노사 상생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으로 인한 현장 노동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하나씩 나오기 시작했고 지난 1월 GGM에도 노조가 생겼다. 노조는 지난 4월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에 가입했다.
무노조 사업장에서 금속노조에 가입하기까지 그동안 GGM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노동법률이 8월 22일 광주 광산구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사무실에서 김진태 GGM지회 지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GGM지회를 소개해달라.
A. GGM 1노조는 지난 1월 19일 출범했다. 이후 3월에 현 지회 사무장인 최환희 동지를 중심으로 1노조 청년 조합원들이 모여 2노조를 만들었다. 2노조가 4월에 먼저 금속노조에 가입했고 1노조도 4월 30일 조합원 총회를 거쳐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현재는 1노조와 2노조가 금속노조 GGM지회로 통합된 상태다. 조합원은 대부분 청년 노동자들이다. 20대 후반인 96년생에서 99년생이 대부분이다.
GGM지회가 출범했지만 회사와는 아직 제대로 된 교섭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를 적용해달라고 회사에 요청했더니 회사는 오히려 '타임오프 적용은 노동 정의가 아니다'라는 유인물을 배포했다. 회사가 교섭도, 타임오프 적용도 응답하지 않아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한 상태다.
Q. 지회장은 GGM 1노조 위원장이기도 했다. 금속노조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A. 노조엔 사회 초년생인 청년 조합원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조합원들이 노동 운동과 교섭에 익숙하지 않았다. 조합원들은 노동 운동에 익숙하지 않은데 회사는 노조를 강하게 거부하며 교섭을 계속 해태했다. 조합원 교육도 필요하고 강한 단결력이 필요한데 기업별 노조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금속노조에선 GGM에 대한 이해도 높았고 열악한 노동조건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또한 회사, 정부, 지자체가 노동계를 배제하는 것에 대한 분노에도 공감했다. 기업별 노조의 한계를 느끼고 있었던 상황에서 금속노조와 함께하면 회사와의 교섭 문제를 풀어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조합원들도 96%가 찬성해 금속노조로 조직 형태 변경을 하게 됐다.
Q. GGM에서 일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원래는 어떤 일을 했었나.
A. 원래 르노삼성자동차에서 18년간 주행검사업무를 하다가 희망퇴직했다. 퇴직 후에는 자동차 시트 회사에서 품질보증 업무를 했었다. 2020년에 지인이 경력직을 모집하니 지원해 보라고 권유해 지원하게 됐고, 2020년 12월에 GGM에 입사했다.
Q. GGM 노조 설립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특별한 계기나 이유가 있나.
A. GGM에 입사할 때 지역 상생형 기업이라는 취지로 급여는 적지만 주택, 의료비 지원 등 사회적 임금으로 보충해 준다고 해서 들어왔다. 그러나 약속했던 사회적 임금은 실체가 없었고, 노동조건은 동종업계에 비해 너무 열악했다.
노동조건도 열악한데 회사엔 수직적인 군대 문화가 팽배했다. 사장이 신입사원들을 모아놓고 1시간씩 연설을 하기도 했다. 더운 여름에 신입사원들 세워놓고 1시간씩 연설을 하니 쓰러지는 사람도 나왔다. 말은 노동자와 상생한다고 했지만 실제 현장은 상생이 전혀 없었다. 특히 현장 통제가 너무 심했다. 일할 땐 현장관리자도 휴대전화를 못 만질 정도였다. 현장관리자가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있단 이유로 다른 부서로 발령된 일도 있었다. 이에 반발해 계속 문제를 제기했지만 회사는 우리와 소통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었다. 회사를 바꾸기 위해서는 노조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 노조를 만들게 됐다.
Q. 일각에서는 GGM에 노조가 설립돼 지역 상생형 일자리 사업의 무노조 원칙이 깨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GGM 설립 당시 상생협정서에 무노조 원칙이 규정돼 있었나.
A. 상생협정서 어디에도 무노조 원칙은 없다. 과거 박광태 GGM 사장도 "노조는 만들되 파업은 하지 말라"는 이야기만 했었다. GGM에 입사할 때도 무노조 원칙에 대해 전혀 들은 바 없다. 무노조 원칙이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말인지 모르겠다. 무노조 원칙은 근거도, 실체도 없다. 외투기업에도 노조가 생기는 상황에서 한국기업에 무노조 원칙이 있다는 것이 말이 되나. 무노조 원칙이 깨졌다는 비판은 이해할 수 없다. 회사가 현장 노동자들의 의견을 묵살해 노조가 생겨난 것이다. 무노조 원칙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회사, 정부, 지자체는 노동자들이 왜 노조를 만들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Q. GGM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어느 수준인가.
A. 현재 1교대로 잔업과 주말 특근을 포함해 주52시간을 꽉 채워서 근무하고 있다. 올해 연말까지 주52시간 근무가 확정돼 있는 상태다. 임금은 상생협약서가 44시간을 기준으로 임금을 기재해 다소 높게 언론에 나왔을지 모르지만 현실은 초임 평균 임금이 2940만 원이다. 4년 차가 돼도 3400만 원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자동차 부품사가 평균 임금 6000만 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낮은 임금이다. 완성차 회사의 3분의 1 수준이다. 상여금, 복리후생까지 포함한 임금 격차는 더 크다. GGM은 다른 완성차 회사나 부품회사들과 달리 상여금과 복리후생이 거의 없다. 2년에 한 번 건강검진 지원과 주거지원비 30만 원이 복리후생의 전부다.
Q. 상대적으로 저임금을 지급하는 대신 정부와 지자체가 주택, 의료비 지원 등 복지를 제공하기로 했는데, 잘 이행되고 있나.
A. 원래 회사 근처 신규 주택 입주를 약속했지만 입주가 2029년으로 미뤄진 상태다. 그러면서 주거지원비 30만 원만 지급하고 있다. 주택 입주가 미뤄지다 보니 다른 복지 제공이 다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회사에 어린이집을 만들었지만 주거지랑 거리가 멀어 이용하는 노동자들이 거의 없다. 회사에 체육시설도 지었지만 주거지와 거리가 멀다 보니 사용하는 사람이 없다. 주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보여주기식으로 시설만 만들다 보니 노동자들이 복지를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이 외에는 대부분의 기업이 일반적으로 지원하는 통근버스, 건강검진비 지원이 전부다.
Q. 교섭을 시작도 못했다고 했는데, 현재 교섭 상황은.
A. 회사에 9차례나 교섭을 요구했지만 상견례도 못한 상황이다. 회사는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Q. 교섭에서 노조가 첫 번째로 요구할 사항은.
A. 일단 제일 큰 요구는 노조를 인정하라는 것이다. 회사가 노조를 인정하고 교섭에 나와야 노동자들이 진짜 필요로 하는 곳에 예산을 집행할 수 있다. 지금 회사와 지자체는 돈은 돈대로 쓰고, 노동자들에게 욕은 욕대로 먹고 있다. 우리가 쓰지도 않는 체육시설을 만들고, 사용할 수 없는 어린이집을 만드는 데 왜 돈을 쓰고 있나. 노조와 대화해서 노동자들이 필요로 하는 복리후생을 제공했으면 하는 게 우리의 요구다. 노동조건 측면에선 현대차·기아 1차 하청업체 수준의 노동조건을 쟁취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다.
Q. 상생협의회(노사협의회)를 통한 노동조건 개선 협의는 이루어지고 있나.
A. 현 노사협의회는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협의할 수 있는 구조가 전혀 아니다. 회사는 노조 간부가 근로자위원으로 참여하는 걸 방해하면서 노조 간부가 아닌 근로자위원의 선거 공약을 회사가 직접 만들어주기도 했다. 방해를 뚫고 다행히 근로자위원에 당선되긴 했지만, 회사는 근로자위원이 활동할 수 있는 시간도 제대로 보장하지 않고 있다. 노사협의회가 만들어진 지 3년이 지났지만 회의록 한 번 작성된 적 없다.
▲김진태 금속노조 GGM지회 지회장(노동법률)
Q. GGM은 노사민정이 함께 만든 일자리다.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선 노사뿐 아니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도 중요해 보인다. 정부와 지자체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나.
A. 정부와 지자체도 결국 노동자들과 대화해야 한다. 정부와 광주광역시가 GGM을 위해 어느 정도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원하지 않는 시설, 지원금을 제공하며 헛돈을 쓰고 있다. 노조를 배제하면서 자기들끼리 예산안을 만들고 정책을 집행하니 발생하는 문제다. 정부와 지자체는 지원을 하기 전에 노사와 협의를 해야 한다. 무턱대고 '얼마를 지원하겠다', '무엇을 만들어주겠다'고 할 것이 아니라 무엇이 필요한지, 그것을 위해서 얼마가 필요한지 대화하는 게 먼저다.
지금 노조는 노사민정협의회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 하고 있다. 1년에 2번 노사민정협의회를 개최하는데, 노조에게 주어진 시간은 발언 시간 1분뿐이다. 이 1분으로 어떻게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 있겠나. 정부, 지자체와 대화를 할 창구 자체가 부족하다. 정부와 지자체는 제대로 된 대화의 장부터 만들어야 한다.
Q. GGM이 주목받은 또 다른 이유는 청년을 위한 일자리라는 점 때문이다. 청년들은 GGM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분위기인가.
A. 약속했던 주택 지원 등 복지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다 보니 GGM을 '거쳐 가는 일자리'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이미 퇴사한 청년도 많지만 아직 퇴사를 하지 않았더라도 이직을 준비하며 일하는 청년들이 태반이다. 주말에 자격증 공부를 하며 이직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업무 집중도도 떨어지고 회사와 지역에 대한 충성심도 없다. 지금 GGM은 광주·전남 출신 청년 노동자들의 평생 일자리가 아니라 '스펙 쌓기용 일자리'가 돼버렸다.
Q. 지역 상생형 일자리 사업의 취지는 지역에 대한 투자, 경제 활성화를 통해 지역 소멸을 막자는 것이었는데, 현 시점에서 이 취지가 잘 실현되고 있다고 보나.
A. 광주 지역에 650개 신규 일자리가 생긴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당초 '양질'의 지역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취지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이미 절반이 퇴사했고, 퇴사자의 대부분이 광주·전남 출신 청년 노동자들이다. 지금의 GGM은 광주·전남 출신 청년 노동자들이 고향에 정착해 살아갈 수 있는 일자리가 아니다. 이직을 준비해 수도권으로 떠나려는 청년 노동자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GGM이 처음 취지처럼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한 일자리가 되려면 노동조건이 개선돼야 한다. 단순히 일자리 개수를 늘린다고 지역 소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일자리를 양질의 일자리로 만들어야 지역 상생형 일자리 사업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 평균 임금이 이렇게 낮은데 청년 노동자들이 어떻게 GGM을 평생직장이라고 생각하며 광주에 살 수 있겠나.
Q. 기존 완성차업체들이 겪고 있는 원하청 이중구조 문제, 불법파견 문제는 없나.
A. 원하청 문제나 불법파견 문제는 없다. 완성차업체의 대다수 하청업체 임금보다 GGM 임금이 낮기 때문이다. 완성차업체들이 업무를 하청업체에 맡기고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이유는 비용이 저렴해서다. 그러나 GGM 노동자들은 이미 하청 노동자들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있어 비용이 절감될 것이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완성차업체들이 하청을 주는 업무도 GGM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담당하고 있다.
Q. GGM에서 안전 관리는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나.
A. GGM은 다른 완성차업체들과 비교했을 때 노동 강도가 높다. 인력이 부족해 편성률이 90%에 달하고, 자동화율도 떨어진다. 그래서 근골격계 산재가 많이 일어난다. 특히 청년 노동자들은 근속연수가 짧아 업무 요령이 부족한 상태에서 높은 노동 강도로 장시간 일하다 보니 부상을 많이 입는다.
공장 라인에서 산재가 발생할 경우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하지 않고 회사가 치료비 등을 개별적으로 보상하는 '공상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공단이 집계하는 통계보다 실제로는 더 많은 산재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회사가 공상 처리도 해주지 않아 개별적으로 산재 신청을 고민하는 청년 노동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Q. GGM을 시작으로 전국 8개 시도에 지역 상생형 일자리가 확대됐다. 다른 지역 상생형 일자리의 상황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공통의 문제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보는가.
A. 다른 지역 상생형 일자리 사업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상생 없는 상생 일자리'라는 이야기다. 정부, 지자체, 회사 모두 현장 노동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관심이 없다. 예산은 예산대로 사용하는데 왜 점점 청년 노동자들은 떠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청년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지역 상생형 일자리 사업으로 출범한 기업들에 노조가 만들어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장 노동자의 요구를 무시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예산과 정책을 집행하니 이들이 모여서 노조를 만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노사민정협의체라는 형식적인 협의체를 통한 대화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실제 현장을 챙겨야 한다. 노사민정협의체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니 현장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어 회사와 직접 대화하려는 것이다. 이런 핵심은 모른 채 왜 지역 상생형 일자리인데 노조를 만들었냐고만 말하면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진짜 상생을 위해서는 현장 노동자와 노조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Q. GGM지회의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앞으로 어떤 목표를 가지고 지회를 이끌어나갈 계획인가.
A. 지회의 향후 계획은 회사에 달려있다. 회사가 지금이라도 대화를 하자고 하면 대화에 나설 것이고, 계속해서 대화를 회피하면 쟁의권을 확보해 투쟁에 나설 것이다. 부디 회사가 교섭장에 나와 대화로 교섭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으면 한다.
GGM이 광주·전남 청년들에게 거쳐 가는 일자리가 아니라 지역에 영원히 정착할 수 있는 일자리였으면 한다. '청년이 행복한 GGM'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 GGM이 지속 가능한 일자리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노력할 계획이다.
이재헌 기자 jh59@elabor.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