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손우목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위원장, 김정흥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지회 지회장, 김영문 화섬식품노조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지회 수석부지회장, 황용준 SK하이닉스 이천노동조합 위원장(노동법률)

반도체특별법을 둘러싼 노동계와 경영계, 여야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반도체특별법은 위기에 빠진 반도체산업을 지원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세상에 나왔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논란에 빠져 한치 앞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논란의 원인은 반도체산업에 종사하는 연구개발직에 대한 주52시간 적용 예외 조항.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 제외 토론회'에서 직접 좌장까지 맡아 반도체특별법 통과에 대한 의지를 반짝 보였지만, 노동계 반발에 부딪히자 주52시간 적용 제외가 포함된 반도체특별법에 반대한다는 당론을 최종 결정했다.
 
결국 지난 17일 반도체특별법은 여야 합의 불발로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여야는 지금도 반도체특별법 무산에 대한 책임 공방을 이어 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반도체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은 반도체특별법의 필요성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반도체산업의 위기는 실존하는 것일까.
 
노동법률이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손우목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위원장, 김정흥 전국화학섬유식품노동조합 SK하이닉스기술사무직지회 지회장ㆍ김영문 수석부지회장, 황용준 SK하이닉스 이천노동조합 위원장을 차례로 만났다.
 
*인터뷰는 3일에 걸쳐 각각 따로 진행했지만, 한 기사에 담아 정리했다. 손 위원장과는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손우목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위원장이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반도체 특별법 노동시간 제외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했다. 손 위원장과는 지난 10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사진=뉴시스) Q. 국내 반도체산업이 위기라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현재 반도체산업의 상황에 대해 노조 조합원들도 위기감을 체감하고 있는 것인가. 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면 어디서 느끼고 있는 것인지.
 
황용준 SK하이닉스 이천노동조합 위원장(이하 황) : 최근 SK하이닉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고,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꺾고 1위를 차지했다는 자긍심에 현장 분위기는 좋다. 위기라는 말이 피부로 와닿지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CXMT(창신메모리) 등 중국 반도체 회사들의 발전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와 보조금 삭감 등으로 반도체산업이 위기에 직면할 확률은 높아 보인다. 국내외적인 여러 변수들이 반도체산업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의 흐름에 민첩하게 반응하고 대처하지 못한다면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본다.
 
김영문 SK하이닉스기술사무직지회 수석부지회장(이하 김영문) : 반도체산업이 위기라는 것은 모두 인식하고 있다. 위기의 원인은 지나친 규제라고 본다. 우리나라는 경쟁국인 미국, 중국, 유럽에 비해 규제가 터무니없이 많아 기술 개발이 늦어지고 산업 경쟁력이 점점 뒤처진다. 반도체산업에 대한 세재 지원, 인허가 완화가 필요한데, 국가에선 반도체 기업들을 세금을 많이 내는 캐쉬 카우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고 답답하다.
 
손우목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위원장(이하 손) : 국내 반도체산업의 전반적인 위기라기보다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위기라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위기라는 것은 직원들도 실감하고 있다. 경쟁사 대비 기술력이 뒤처지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SK하이닉스와의 격차가 많이 벌어졌다. 제때 HBM 개발에 성공한 SK하이닉스는 역대 최고 성장을 기록하지 않았나. 노조는 경영진의 판단 착오가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위기를 불러왔다고 생각한다.
 
Q. 반도체산업에 종사하는 연구개발직에 대한 주52시간 적용을 예외로 하자는 것이 위기 극복 방안으로 나왔다. 노조에서는 이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인데.
 
황 : 이미 근로기준법 내에서 탄력적ㆍ선택적 근로시간제를 활용할 수 있어 필요 시 추가 근무가 가능하다. 반도체산업에 대해서만 근로시간 규제를 추가로 더 풀 이유가 없다고 본다. SK하이닉스는 오히려 주 4.5일제를 도입해 지금의 최대 성과를 만들어 냈다. 반도체산업에는 더 많은 근로시간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자율적인 근무환경과 수평적인 기업 문화가 필요하다.
 
SK하이닉스는 명시적으로 연구직군을 두고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연구개발직 근로시간 규제를 푼다면 사업장 안에선 어느 직군까지 법을 적용할지 다툼이 생길 것이다. 법이 시행될 경우 사실상 모든 구성원이 적용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특별법에 명확한 세부 조항을 두지 않고 대통령령으로 기준을 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들었다. 정말 대통령령으로 세부 기준이 정해진다면 정부와 기업 입맛에 맞게 근로시간제가 운영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김영문 : 반도체특별법에 있는 조항은 연구개발직에 대해서만 근로시간 예외를 적용하겠다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연구개발직 외 직군도 근로시간이 함께 늘어날 것이다. 연구개발직이 주52시간 이상 일하거나 몰아서 일하면 그에 맞춰 업무를 하는 공정, 설계 직군들, 협력업체 노동자들도 더 일하게 된다. 결국 더 많은 직군으로 근로시간 예외가 확대될 것이다.
 
손 : 경영진의 판단 미스로 발생산 위기인데, 이걸 근로시간을 늘려서 해결하자는 건 말이 안 된다. 생산은 이미 24시간 되고 있다. 문제는 개발이다. 그런데 개발은 시간을 많이 투자한다고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 업무 효율화와 구성원들을 동기 부여할 수 있는 보상 체계가 갖춰져야 개발이 제대로 이루어진다.
 
삼성전자 반도체가 전성기였던 2010년대를 돌아보면 스마트 워크를 통해 오히려 근로시간을 줄였다. 잔업 없이 근로시간 8시간 내에 집중적으로 업무를 끝내 세계 반도체 시장 1위를 했다. 이런 성공 경험이 있는데 왜 정부와 회사에선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Q. 지난 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주재한 국회 토론회가 있었다. 토론회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언론에서는 당시 이 대표가 반도체산업에 대한 주52시간제 예외를 허용하려는 의지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황 : 이름은 토론회지만 이미 답을 정해놓고 노조를 설득하려고 불렀다는 느낌이 강했다. 현장의 입장을 더 세밀하게 파악하고 경청하려는 자세가 아니라 이 대표가 자신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관철시키려 했다는 느낌이었다.
 
김영문 : 이 대표가 우클릭하고 있다는 말이 계속 나오는데, 반도체특별법을 빠르게 처리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행보라고 본다. 반도체특별법은 지난해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의 발의로 공론화됐고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주52시간제 예외를 추가 발의하면서 지금의 반도체특별법이 나온 상황이다. 토론회에서 이 대표도 갑자기 끼어든 주52시간 예외에 법안 전체가 발목 잡히고 있는 것에 유감을 표하면서 이를 제외한 법안으로도 여당을 설득해 보자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 또한 결국 반도체특별법 통과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손 : 토론회에서 이 대표도 주52시간제를 포함한 반도체특별법을 추진하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 듯했다. 경영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니 통과시켜야 한다는 느낌이 강해 아쉬웠다. 근로시간 제한이라는 것이 얼마나 긴 투쟁의 역사에서 자리 잡은 법인가. 이미 특별연장근로나 탄력근로제로 추가 근로가 가능하다. 이 조건이 까다롭다는 경영계의 요구만으로 적용 예외를 추진한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노동자들이 원한다는 이유로 특별법이 쉽게 제정되지는 않지 않나.
 
Q. 주52시간제 예외가 적용되면 형식적인 야근만 늘어나고 생산성은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근로시간과 관련된 기업 문화가 어떤 상황인가? 형식적인 야근이 강요되는 분위기가 있는지 궁금하다.
 
손 : 부서마다 다르지만 그런 분위기가 일부 존재한다. 연구개발부서는 부서장이 퇴근을 안 하면 눈치를 보고 퇴근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 일도 안 하고 있을 수는 없으니 8시간 안에 끝낼 일을 10시간 12시간 동안 한다. 회사에 오래 있어야 인사고과도 좋고 승진을 잘하는 분위기다 보니 근로시간만 늘어나고 능률은 떨어지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김영문 : SK하이닉스는 구성원의 워라밸을 챙겨주는 기업 문화로 바뀌었다. 그래서 근로시간제 예외를 포함한 반도체특별법이 통과되더라도 SK하이닉스 노동자들은 그렇게 일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지금도 평균 주43시간을 근무하고 있다. 또한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의 연장 근로시간이 8시간이 넘으면 금요일에는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 회사에서도 주말, 휴일에 근무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다.
 
Q. 고소득 근로자ㆍ전문가에 대한 주52시간 적용 제외(화이트칼라 이그젬션)도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김영문 :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은 미국에서 시행된 10만 달러 이상 고소득자에 대한 근무 형태 변경 적용이다. 미국과 일본처럼 근로자의 복지 및 건강권에 대한 기본적인 체계가 제도화되고 법적인 형태가 갖춰지면 시행이 가능하겠지만 우리나라는 다르다. 우리나라는 근로자의 복지와 건강권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을 갖추지 않고 근로시간 적용 제외만 늘리려는 것 같다.
 
손 : 고소득이란 이유로 근로시간 제한을 풀면 점점 더 시대를 역행할 것이다. 전 세계적인 트렌드는 노동시간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여 워라밸을 높이는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에 역행하는 것은 저출산 시대에 국가 전체에 도움이 안 된다. 일만 하고 가정이 없는 노동자들을 원하나.

▲노동법률이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사무실에서 황용준 SK하이닉스 이천노동조합 위원장을 인터뷰했다.(이재헌 기자 jh59@) Q. 주52시간제 적용 예외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인공지능 시대에 국내 반도체산업이 다시 한번 도약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나.
 
김정흥 SK하이닉스기술사무지회 지회장(이하 김정흥) : 반도체산업은 기업이 혼자서 잘한다고 되는 산업이 아니라 미국, 중국 정부의 정책과도 연관돼 있는 산업이다. 그래서 정부가 외교적으로 풀어줘야 할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등으로 압박을 해올 때 기업 혼자서 이 문제를 풀 수는 없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또한 관련된 규제가 많다. 규제 완화도 반도체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필요한 사항이다. 반도체산업에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토지, 전력, 용수다. 하루에 80만 톤의 용수, 16기가 와트의 전력 등은 기업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국가 차원에서의 인허가 문제 등을 해결해 지원을 해줘야 가능한 일이다.
 
손 : 반도체산업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전반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반도체산업에 대한 규제가 너무 많다. 반도체 기업들이 보다 자유롭게 투자하고 개발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 선택지를 넓혀줄 필요가 있다.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한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도 필요하다. 주52시간 예외 조항을 뺀 반도체특별법의 나머지 지원 방안들은 서둘러 법 통과가 필요하다.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는 경영진들도 문제라고 본다. 경영진들은 자기 임기 내에 당장 성과가 날 수 있는 프로젝트에만 집중한다. 그렇다 보니 당장에 성과가 나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 기업에 꼭 필요한 투자들이 등한시된다. 하지만 반도체산업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를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Q. 반도체산업협회는 2031년에 5만4000명의 반도체 인력이 부족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나.
 
황 : 산학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수도권에서만 인재를 찾지 말고 정부와 기업이 지방으로도 눈을 돌렸으면 좋겠다. 지역 명문대들을 활용해 산학협력을 확대하면 지금보다 더 많은 인재를 발굴하고 키울 수 있다.
 
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인력 유출을 막는 것이라고 본다. 이미 중국 반도체 회사로 이직한 반도체 엔지니어들이 많다. 중국 기업들은 이들에게 연봉 2배, 3배를 제안한다. 이런 상황에서 인력이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수평적인 기업 문화 조성과 워라밸이다. 중국 기업들은 연봉은 높지만 워라밸이 없고 기업 문화가 수직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업들이 반도체특별법 등의 영향으로 근무시간이 늘어나 워라밸이 없어지고 기업 문화도 수직적으로 바뀐다면 적은 연봉에 국내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어진다. 근로시간을 늘리는 것은 반도체산업의 인재 유출을 가속화시킬 뿐이다.
 
손 : 반도체산업 연구개발 인력을 키우기 위한 대학과의 산학 연계 강화가 필요하다. 지금도 대학의 반도체학과를 신설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연구개발 인력에 대한 국가 차원의 투자가 더 필요하다.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한 보다 과감한 투자도 있어야 한다. 필요한 해외 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기업 차원에서 보상을 강화하고 고용안정성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 지금도 현대자동차, 에쓰오일 등 대기업은 보상 수준이 높고 고용안정성이 있어 우수한 인재들이 모인다. 반도체산업의 기업들이 인력에 투자를 해야 우수한 인재들이 몰린다. 지금은 부족한 보상과 낮은 고용안정성으로 있는 기존 인력들도 못 붙잡고 경쟁사, 외국 기업에 빼앗기고 있다.

▲노동법률이 지난 11일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인근 카페에서 김정흥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 SK하이닉스기술사무직지회의 지회장(왼쪽)과 김영문 수석부지회장을 인터뷰했다.(이동희 기자 dhlee@) Q. 지난해 전국삼성전자노조가 창사 이후 처음 파업에 돌입하고, 올해 초 SK하이닉스에서도 성과급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최근 반도체산업에서 노사 대립이 심화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손 : 삼성전자의 경우 무노조 경영을 하다가 노조가 생긴 상황을 아직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여전히 노조를 대화 상대로 보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노사 간의 신뢰가 무너져 파업까지 발생했다고 본다. 또한 회사의 보상이 예전보다 못하다 보니 삼성이라는 자긍심과 자부심도 많이 떨어졌다. 열심히 노력해 봐야 돌아오는 것이 없다는 삼성전자 내부 분위기가 있다. 경영진의 노사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황: 과거에는 '주는 대로 받자'는 마인드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지금 세대는 '내가 노력한 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 노동자들의 생각은 바뀌었는데 회사는 여전히 인건비 감축을 통한 이윤 추구만을 주장한다. 이로 인해 노사 입장의 간극이 커져 대립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고 본다.
 
성과급에 대한 관점 차이도 원인이다. 대기업들은 성과급이 전체 임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기형적으로 높다. 노동자들은 성과급을 '실질적인 임금'으로 보지만 회사는 여전히 '은혜적 임금'의 하나로 보고 있어 성과급을 두고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Q. 지난해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첫 파업이 있었다. 올해 교섭은 어떻게 진행 중인 상황인가.
 
손 : 올해 들어서야 지난 3년 치 임금 교섭을 하고 있다. 투명하지 않은 성과급 기준으로 사기 저하 문제가 심각하다. 작년에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16조 원이었다. 많은 영업이익을 냈지만 재작년보다 영업이익이 줄었다는 이유와 반도체산업이 위기라는 이유로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의 성과급이 책정됐다.
 
이렇게 불만이 높은 상황에서 회사는 임금에 대한 부분을 노사 협의 없이 노사협의회를 통해 발표하고 있어 노사 간의 신뢰는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 지금 당장은 파업까지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문제가 계속해서 해결되지 않으면 다양한 투쟁 방법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Q.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최대 실적을 기록해 분위기가 좋다. 이런 와중에 성과급 분쟁을 겪기도 했는데.
 
황 : 성과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거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의 투쟁을 했다. 관련 부서 건물에 조화를 보내고, 상여를 메고 사업장을 도는 등 장례식 분위기를 만드는 방법으로 투쟁했다. 성과급만으로는 쟁의행위가 안 돼서 이를 임금 교섭까지 쟁점으로 가져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회사에서 먼저 만남을 제안해 와서 대화를 나눴고 성과급을 노사 간 합의로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추가로 1인당 자사주 30주를 격려금으로 지급하는 것에도 합의해 성과급 분쟁은 일단락됐다.
 
이재헌ㆍ이동희 기자 jh59@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