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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4-07-08 09:17:49

    수정 : 2024-07-08 09:18:39

플랫폼ㆍ프리랜서 권리 보호 관련 주목할 만한 해외 흐름

2024-07-08 09:17:49



플랫폼ㆍ프리랜서 권리 보호 관련 주목할 만한 해외 흐름
[2024년 8월호 vol.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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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시내에서 배달 노동자가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동법률]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올해 상반기만큼 플랫폼·특수고용·프리랜서 노동자들이 자주 호명되고 호출된 적이 또 있었을까? 그동안 최저임금과는 아무 관계없을 것으로 여겨졌던 이들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가장 많이 거론된 대상이 됐다는 점도 새로운 현상이다. 그럴 수 있었던 배경에는 뉴욕과 영국, 호주 등에서 배달 라이더, 승차 공유기사를 비롯한 플랫폼 노동자에도 최저임금 권리를 보장한 사례들이 존재했다.

    대략 한국보다 2~3년가량 플랫폼 경제의 발전이 빠른 나라들에서 도입된 해외 사례들은 2~3년가량 뒤가 되면 한국에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들의 권리 보호와 관련된 해외 사례들은 단순히 호기심 충족용이 아니라 한국에 맞는 정책 설계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고용관계 추정한 유럽연합 입법 지침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들의 권리와 관련해 올해 해외에서 벌어진 최대의 사건은 유럽연합(EU)의 '플랫폼노동 입법 지침(Platform Work Directive)' 결정이라 할 수 있다. 장장 2년여에 걸친 유럽연합의회, 집행위원회, 이사회의 밀고 당기는 협상 끝에 유럽연합 의회 임기를 불과 한 달여 남겨놓고 극적으로 합의에 도달했다.

    입법 지침의 핵심은 플랫폼을 통해 일감을 얻는 이들의 고용관계 추정(Presumption of Employment Relation)이라 할 수 있는데, 일정한 조건을 만족하면 일감을 얻는 이들의 '노동자성'을 추정할 뿐만 아니라 플랫폼 기업의 '사용자성'도 추정해 준다.(둘을 합해 고용관계 추정 또는 노사관계 추정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일정한 조건이 무엇인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유럽연합이 소속 26개 정부의 자율에 맡겼다는 점은 분명한 한계지만, 고용관계 추정과 함께 만일 이러한 추정에 이의가 있다면 그에 대한 입증책임을 사용자에게 넘긴 '입증책임 전환'의 법리도 함께 결정됐다는 점은 분명한 진전이라 할 수 있다.

    고용관계 추정은 상당한 힘을 갖게 되는데, 최저임금 및 사회보험에 접근할 권리는 물론이고 산업안전 관련 제반 권리가 모두 보장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플랫폼 기업이 사용하는 알고리즘에 대해서도 그것이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면 노동자 및 노동조합에게 알 권리, 설명을 들을 권리 및 그것에 대항할 권리(교섭할 권리)도 보장된다.

    입법 지침이 통과되기 전에 이미 입법을 완료한 나라들도 있다. 벨기에의 경우 유럽연합 입법 지침 초안에 있던 5가지 중 2개 이상의 조건을 만족할 경우, 또는 벨기에 정부가 별도로 정한 3개의 기준을 합한 8가지 중 3개 이상의 조건을 만족할 경우 고용관계를 추정하도록 했다.

    스페인 정부는 이미 3년 전에 '라이더법(Ley Riders)'을 제정해 배달 라이더의 고용관계를 당연히 추정하도록 했고,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알고리즘 및 인공지능(AI)의 기초가 되는 매개변수 등에 관한 정보를 노동자평의회에 제공할 것을 의무로 규정했다.

    알고리즘과 AI에 대한 규제

    알고리즘이 플랫폼 기업 노사관계에서 '비대면 노무관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점점 분명해지면서 알고리즘 경영(Algorithmic Management)이란 단어가 각국 법제도에 명시되기 시작했다. 플랫폼 기업은 "알고리즘은 관리 또는 경영(Manage)하지 않는다. 오직 매개할 뿐이다"라고 주장하며 이 단어 사용 자체를 반대하고 있지만, 노동자들의 수입은 물론이고 안전에도 알고리즘이 깊숙이 개입한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이 주장은 설 땅을 잃고 있다.

    AI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기술은 결코 중립적이지도, 중립적일 수도 없다는 전제 아래 AI라는 신기술이 노동조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노동자들의 건강에는 어떤 요소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고, 이에 대한 법제도 또는 규범이 만들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안전성과 보안성 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AI에 관한 행정명령(Executive Order on Safe, Secure, and Trustworthy Artificial Intelligence)'을 발표한 바 있다. 비록 입법이 아니라 행정명령이라는 한계를 갖고 있긴 하나 내용적으로는 상당히 진일보한 부분을 품고 있다.

    행정명령에 따르면 먼저 AI 시스템 개발자는 안전 테스트 결과 및 기타 중요한 정보를 미국 정부에 공유해야 하며, 안전 테스트에는 반드시 레드팀 안전 테스트(Red-Team Safety Test)를 포함해야 한다. 다시 말해 최악의 경우와 최악의 조건을 상정하고 그에 대한 대비책이 기업 내에서 작동되는가를 평가한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 정부 차원에서 AI 관련 안전과 보안에 대한 새로운 표준(New Standards for AI Safety and Security)을 만들 예정이며 안전장치가 없는 AI가 프라이버시를 더욱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직접 자금을 지원해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암호화 도구와 같은 프라이버시 보호 연구 및 기술을 강화하고, 연방 기관이 AI 시스템에 사용되는 기술을 포함해 개인정보 보호 기술의 효과를 평가할 수 있는 지침을 개발하게 된다.

    놀랍게도 EU는 백악관의 행정명령과 거의 유사한 내용을 담은 인공지능법(Artificial Intelligence Act)을 지난 5월 21일에 통과시켰고, 6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EU의 인공지능법은 인공지능 시스템을 4가지 범주로 분류한다. ⑴금지된 인공지능 시스템 ⑵고위험 인공지능 시스템 ⑶범용 AI ⑷최소 위험 인공지능 시스템이다.

    이렇게 분류한 뒤 각각의 범주에 맞춤형 규제를 설정하게 된다. 이를테면 인간의 행동을 왜곡하고 정보에 입각한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방식으로 피해를 입히는 기술의 경우 금지된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분류해 EU 역내에서 사용 및 배포가 금지된다. 고위험 인공지능 시스템의 경우 위험관리 시스템,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 투명성 확보를 위한 조치가 의무로 부과된다.
    올해 3월에는 미국과 캐나다 뮤지션들의 노동조합인 미주 뮤지션 조합(AMF)이 긴 단체교섭 끝에 사용자단체인 영화 및 TV 프로듀서 협회와 새로운 기본협약을 체결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단체협약 내용 중에는 AI 오남용 방지 및 상당 수준의 임금 인상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의 '구멍 막기 법'

    올해 2월 호주 상·하원에서 구멍 막기 법(Closing Loopholes Bill)이 통과됐다. 구멍 막기 법은 노동 또는 고용에 대한 규제가 늘어나면 마치 풍선효과처럼 정규적 고용이 아닌 다른 곳이 늘어나게 되는데, 그게 주로 임시 계약직 노동(Casual Employment) 또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 쪽에서 발생한다고 보고, 그 2가지 부문의 구멍을 틀어막는 것을 목표로 하는 법이다.

    대표적으로 임금 체불 및 산재 사망 사고에 대한 사용자 처벌 조항을 강화했고, 운송산업 공급망(Supply Chain)의 최저 기준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안전운임제(Safe Rates)'를 부활시켰다. 여기서 공급망이라 표현한 것은 다단계 하도급 전반에 걸쳐서 적용된다는 의미와 함께, 노무를 제공하는 이가 노동자인지 독립계약자 또는 프리랜서인지를 따지지 않고 최저운임을 보장받는다는 의미를 갖는다.

    아울러 일하는 사람이 노동자인지 프리랜서인지, 일 시키는 사람이 계약 상대방인지 사용자인지에 대해, 계약의 이름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판단하도록 법 규정을 정비했다. 

    일이 어떤 방식으로, 언제 이뤄지는지에 대한 결정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 노무 제공 대가는 어떻게 지급되고 어떤 방식으로 결정되는지, 또는 다른 사람에게 일을 대신 시킬 수 있는지 등 잘 알려진 테스트 기법을 통해 판단하게 된다.

    또한 한국의 중앙노동위원회, 아니 그보다 더 막강한 권위를 가진 호주 공정노동위원회(Fair Work Commission)는 노동자와 유사한 노무 제공자에 대해 노동조건의 최저 기준을 결정할 권리를 갖게 된다. 이를테면 노무 제공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일감을 구해 일하는 이들로서 다음의 3가지 중 2가지 이상을 충족한 경우(같은 일을 수행하는 노동자와 비교했을 때 낮은 협상력, 낮은 보수, 업무에 대한 낮은 통제력을 가졌는가 여부)에 적용된다.

    이렇게 할 경우 플랫폼노동에도 최저임금(최저보수) 설정이 가능해진다. 이를 위해 작년 11월 호주 통계청은 라이더, 앱 택시 기사, 택배기사, 돌봄노동 등 다양한 플랫폼 노동자의 시간당 평균 보수와 관련해 매우 체계적인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최저임금ㆍ적정 임금에 대한 권리

    뉴욕 주지사가 올해 초 '프리랜서 공짜 노동 방지법(Freelance isn't Free Act)'에 서명해 효력이 생겼다. 이로써 뉴욕시는 세계 최초로 프리랜서 관련 법을 가진 도시가 됐다. 이 법에 따르면 프리랜서를 사용하는 사용자의 경우 반드시 서면계약을 체결해야 하며 약속한 대가를 일을 마친 뒤 30일 이내에 지급해야 한다.

    이렇듯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적정 임금 관련 권리에 대한 논의가 세계적으로 매우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뉴욕시 배달 라이더와 앱 택시 기사들에게 시행되고 있는 최저임금 관련 법제도는 이미 다른 언론에서 활발하게 소개하고 있으니 생략하고 다른 사례들 몇 가지만 추가하도록 한다.

    지난 3월 7일, 미국 미네소타주의 미네아폴리스 시의회가 우버, 리프트를 비롯한 승차 공유 플랫폼 기사들의 최저임금 권리를 보장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사실 이 법의 통과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에도 의회가 의결했지만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미네아폴리스에서 사업을 철수하겠다는 우버, 리프트의 협박 한 마디에 시장이 거부권을 행사해 버렸다.

    이번에도 시장은 거부권 행사를 공언했지만 시의회 표결 결과 9대4로 더블스코어 이상의 압도적 지지를 얻으며 통과됐다. 법안에 따르면 기사들은 승객을 태우고 운행하는 동안 1마일에 최소 1.40달러 이상, 1분당 최소 0.51달러 이상의 운임을 보장받을 권리를 갖게 된다. 또한 운행 1건당 최소 5달러 이상이 돼야 하며, 앱에 로그인 중인 1시간당 최소 15.57달러 이상의 수입을 보장받아야 한다.

    중국 정부도 플랫폼 노동, 특히 음식 배달과 앱 택시 기사에게 최저임금 권리를 비롯한 노동기본권 보장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최저임금 권리는 기본이고, 플랫폼 기업이 휴일 노동에 대해서는 평일보다 더 높은 보상을 하도록 하고 장시간 노동이 이뤄지지 않도록 관리할 책임을 지게 된다. 아울러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알고리즘을 변경할 경우 반드시 노동자들 의견을 청취하도록 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오는 7월 1일부터 벨기에에서는 '배달배송법(Parcel Delivery Act)'이 시행된다. 배달 및 배송을 담당하는 라이더, 택배기사의 경우 근로자냐 아니냐와 관계없이, 자영업자나 프리랜서이더라도 이 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내용 중에는 '시간당 최소 수수료(Minimum Hourly Fee)' 개념이 있는데, 장시간 노동 과로사를 방지하기 위해 1일 및 1주간 노동시간 한도를 정하고 있다. 7월 1일부터 적용되는 최저 수수료는 시간당 32.77유로가 된다. 참고로 벨기에 최저임금은 월급 기준 2029.88유로, 주38시간 기준으로 시간당 12.33유로다. 바야흐로 지금 세계는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들의 권리 보호를 위한 다양한 법제도 마련에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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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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