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노사협의회란 근로자와 사용자가 참여와 협력을 통해 근로자의 복지증진과 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구성하는 협의기구를 말한다."
 
우리나라 근로자참여법은 노사협의회를 이와 같이 정의하고 있다. 노사협의회는 근로조건에 대한 결정권이 있는 사업이나 사업장 단위로 설치해야 한다. 이때 상시 종업원 수가 30인 미만이면 노사협의회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이를 다시 말하면 근로자 수가 30인 이상인 기업은 노사협의회를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해외에도 우리나라와 같은 노사협의회 제도가 존재할까. 우리나라와 똑같은 이름으로 불리진 않지만 유사한 기능을 하는 기구는 존재한다. 설치가 의무인 국가도 있지만, 아닌 국가도 있다. 우리나라 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는 해외 국가의 사례를 중심으로 국가별 노사협의회 구성 여부 및 유사 제도를 살펴보자.
 
중국, '직원대표대회' 제도
 
한국에 노사협의회가 있다면 중국엔 '직원대표대회'가 있다. 직원대표대회는 근로자의 민주적 권리를 보장하고 합법적인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며 기업의 건강한 발전을 촉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중국 노동법은 근로자의 합법적 권익 보호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 직원대표대회가 회사와 평등한 협상을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어 중국 노동계약법은 노동보수, 근무시간, 휴식휴가, 안전위생, 보험이나 복지, 교육훈련, 노동규율 등 근로자 이익과 관련된 규정 또는 중대 사안을 결정할 때 직원대표대회와의 토론을 거치고 직원대표(또는 노동조합)와 평등하게 협상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직원대표대회는 어떻게 구성해야 할까. 기업민주관리규정에 따르면 직원대표대회의 대표는 최소 30명 이상, 전체 종업원의 5% 이상으로 구성돼야 한다. 다만 직원대표가 100명을 초과하는 경우엔 관련 규정에 따라 회사와 노동조합이 별도 협상을 통해 대표 수를 결정할 수 있다.

직원대표는 생산근로자, 기술인력, 관리자, 지도자, 기타 분야 인원으로 구성되는데, 중간 이상 관리자와 지도자는 직원대표 총 인원의 20%를 초과할 수 없다. 여성 및 파견근로자가 있는 경우엔 적정한 비율로 참여시켜야 하고 대표 임기는 3~5년이다.

직원대표대회의 구체적인 역할은 다음과 같다. ▲회사 주요 책임자로부터 기업발전계획, 연간 생산경영관리 현황, 중요 규정 제정 현황, 근로자 사용 및 노동계약 체결 이행 현황, 안전생산 현황, 사회보험비용 및 주택공적금 납부 현황 등에 대한 보고를 청취하고 의견 제시 ▲노동보수, 근무시간, 휴식휴가, 안전위생, 보험 및 복지, 교육훈련, 노동규율 등 관련 규정이나 중대 사안 결정에 관한 사안을 심의하고 의견 제시 ▲단체계약 초안 심사, 직원복리기금의 사용방안, 주택공적금 및 사회보험료 납부비율과 시기 조정 등 사안에 대한 검토 ▲직원대표 동사(董事，Director), 직원대표 감사의 선출 또는 해임, 수권이 있는 경우 권한에 따른 기업경영관리자의 추천 또는 선출 ▲사측의 노동법률 및 법규 등 이행 현황 검토와 감독 등이다.

직원대표대회는 3분의 2 이상의 직원대표가 출석하는 전체회의를 매년 1회 이상 개최해야 한다. 회의 안건과 의제는 직원 의견을 청취한 뒤 노동조합과 사측의 협상을 통해 확정한다. 안건 및 의제는 전체 직원대표의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통과된다. 특히, 중대한 사안을 결정할 땐 무기명 투표 방식을 채택할 수 있다.

한편, 2024년 7월 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회사법은 직원 수가 300명 이상인 경우 3명 이상으로 구성된 동사회(董事会, Board of Directors)를 설치하고, 직원대표가 감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하지 않는 유한책임회사의 경우 직원대표 최소 1명이 동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하도록 의무화했다. 동사회는 우리나라로 치면 기업 이사회와 유사한 기능을 한다. 직원대표의 동사회 참여제 도입은 사측의 경영 의사결정과 관련된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기도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직원대표대회와 함께 기업 발전을 위한 노사 간 소통을 활발히 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 '사업장 내 대화' 제도
 
베트남 노동법에선 '사업장 내 대화'라는 제목으로 노사협의회와 유사한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노동법 제63조 및 노동법 시행령 제37조 이하) 이 규정에 의하면 사업장 내 대화란 "상호 바람직한 해결 방안에 도달하도록 함께 노력하고 이해와 협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직장 내 각 당사자의 권리ㆍ이익 및 관심사 관련 문제에 관해 사용자와 근로자 또는 근로자대표조직 간 정보 공유, 참고, 논의, 의견 교환을 하는 것"을 말한다.

회사는 매년 1회 정기적으로 사업장 내 대화를 실시해야 한다. 이때 양측 당사자는 개최일 최소 5일(영업일 기준) 전에 대화 참석자에게 대화 내용을 보내야 한다. 이어 사용자는 대화가 종료되고 최소 3일(영업일 기준) 이내에 대화의 주요 내용을 사업장에 공개적으로 알려야 한다.

또한, 일방 또는 양 당사자의 요구가 있는 경우, 노동법에서 단위 근로자대표조직의 의견을 참고하거나 협의하도록 정하는 경우에도 사업장 내 대화를 실시해야 한다.

사업장 내 대화에선 어떤 내용을 다룰까. 일단 필수적으로 다뤄야 할 건 '법에서 단위 근로자대표조직의 의견을 참고하거나 협의하도록 정하고 있는 사항'들이다. 다만, 각 당사자는 ▲사용자의 생산ㆍ사업 상황 ▲근로계약, 단체협약, 취업규칙, 직장 내 기타 규제 및 약정 합의 이행 ▲근로조건 ▲근로자ㆍ근로자대표조직의 사용자에 대한 요구사항 ▲사용자의 근로자ㆍ근로자대표조직에 대한 요구사항 ▲일방의 당사자 또는 당사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기타 내용 등에 대해 사업장 내 대화를 실시할 수 있다.

사업장 내 대화 참석자 수도 정해져 있다. 사용자 측은 최소 3명 이상이어야 한다. 근로자 측도 최소 3명이지만, 근로자 측은 사용자가 고용한 근로자 수에 따라 인원이 더 늘어날 수 있다. 여성 근로자 권리 및 이익과 관련된 내용이 대화 주제일 땐 여성 근로자대표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대화에 참석하는 이들의 명단 확정은 적어도 2년에 한 번 정기적으로 실시되고 사업장에 공개적으로 공보돼야 한다.
 
인도네시아, '50인 이상' 기업에 의무 설치
 
인도네시아 근로기준법 및 노사협의회 구성 절차에 관한 장관령은 노사협의회를 "사용자 측과 근로자 측 간의 대화와 협의를 통해 사업의 영속성과 근로자와의 굳건한 관계를 확보해 사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근로자의 복지수준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기구"로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근로자 수가 30인 이상인 기업에서 노사협의회를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데, 인도네시아는 50인 이상을 고용하는 기업에서 의무적으로 노사협의회를 구성해야 한다. 노사협의회는 최소 1개월에 1회 개최해야 하고 필요한 경우 수시로 개최될 수 있다.

노사협의회는 사용자 측과 근로자 측이 각 절반을 구성원으로 지명한다. 필요에 따라 최소 6인 이상으로 구성된다. 노사협의회 위원장은 사용자 측과 근로자 측이 각각 지명한 사람이 번갈아가면서 맡는다. 노사협의회 구성원의 임기는 원칙적으로 3년이지만, 임기 만료 이전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들의 요청, 그 밖의 장애 사유가 있으면 교체될 수 있다.

노동조합이 없을 경우엔 근로자 측 대표 선출 시 민주적 절차에 따른다. 회사 내 1개의 노동조합이 있고 전 근로자가 해당 노동조합의 조합원일 경우 노동조합 집행부는 자동적으로 노사협의회 대표를 지명할 수 있다. 회사 내 1개의 노동조합이 있고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가 있을 경우엔 해당 노동조합과 조합원이 아닌 근로자들이 각 노사협의회를 대표할 자를 각 지명한다.
 
태국의 '종업원위원회'와 '복지위원회'
 
우리나라에 노사협의회가 있다면 태국엔 종업원위원회, 복지위원회가 있다. 각각 노동관계법과 노동법에 근거를 두고 있는 기구다. 두 위원회는 근로자만의 조직이기 때문에 사용자와 근로자 양측이 참여하는 노사협의회와는 성격이 다르다. 하지만 근로자대표와 사용자가 정기적으로 협의한다는 측면에서 우리나라 노사협의회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두 위원회는 근로자의 복지 증진을 도모하기 위한 기구로, 근로조건 개선을 목적으로는 노동조합과 별개로 설치되는 기구다.
 
① 종업원위원회
 
한 가지 눈여겨 볼 점은 노동조합이 설립되지 않은 사업장에선 종업원위원회가 노동조합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노사가 종업원위원회에서 근로조건을 포함한 다양한 사안을 협의할 수 있다. 다만, 종업위원회는 설치가 의무화돼 있지 않아 근로자 50인 이상의 사업장에서 '임의로'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종업원위원회에선 주로 복리후생, 취업규칙에 대한 사항, 근로자의 민원, 사업장 내의 화해 및 분쟁 해결에 대해 사용자와 근로자위원이 협의를 진행한다(태국 노동관계법 제45조 제1항, 제50조 제1항). 사용자는 3개월에 1회 이상 종업원위원회와 정기적으로 회의를 소집해 협의를 해야 하며, 종업원위원회의 과반수 또는 노동조합이 요구한 경우에도 회의를 소집해 협의를 해야 한다(노동관계법 제50조 제1항).

또, 사용자는 종업원위원회의 근로자위원에게 이익을 제공하거나 불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한다. 따라서 위원회 근로자위원에 대해 해고, 임금 삭감, 처벌, 방해가 부과되지 않도록 해야 하고(노동관계법 제52조), 위원에게 금전 또는 재산을 제공하거나 제공하기로 약정하는 등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하려고 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 위 규정에도 불구하고 위원은 임금, 초과 근무 수당, 휴일 근무 수당, 상여금, 배당금 또는 기타 수당 등 근로자로서 정상적으로 받을 권리는 그대로 향유할 수 있다(노동관계법 제53조).
 
② 복지위원회
 
복지위원회는 태국 노동법에 따라 설치되는 조직으로, 강제성이 없는 종업원위원회와 달리 복지위원회는 근로자 50인 이상의 사업장에서 설치가 강제된다. 복지위원회는 근로자의 대표인 5인 이상의 위원으로 구성된다(노동법 제96조 제1항). 복지위원회 위원인 근로자대표는 노동부의 노동국 사무국장이 마련한 절차에 따라 선출된다(노동법 제90조 제2항). 다만 이미 사업장 내에 종업원위원회가 설치돼 있는 경우엔 복지위원회를 별도로 설치하지 않고 종업원위원회가 복지위원회의 역할을 대신하게 할 수 있다(노동법 제96조 제3항). 복지위원회는 주로 종업원의 복리후생 등에 대해 사용자와 정기적으로 협의하고 사용자가 제공하는 복리후생이 제도로 시행되고 있는지에 대해 사용자를 감시한다(노동법 제97조). 종업원위원회와 마찬가지로 사용자는 3개월에 1회 이상 정기적으로 협의하고, 나아가 복지위원회의 합리적인 청구가 있거나 노동조합의 요구가 있는 경우에도 복지위원회와 협의할 필요가 있다.
 
<기사 도움>
- 중국 : 구영미 엠케이차이나컨설팅 상무
- 베트남 : 조범곤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 인도네시아 : 이대호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 태국 : 유정훈 법무법인 디엘지 아시아 프랙티스 그룹장/변호사
 
이동희 기자 dhlee@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