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저출생, 인구절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보다 출산율이 높은 국가에서도 저출산 문제는 예방하고 해결해야 할 고민거리다.

저출산 문제를 대응하기 위한 대표적인 정책이 바로 출산ㆍ육아지원제도다. 최근 우리나라는 월 150만 원이었던 육아휴직급여 상한액을 월 250만 원으로 인상하는 내용과 육아휴직으로 인한 대체인력 지원금을 월 80만 원에서 월 120만 원으로 인상하는 내용을 입법예고했다. 이는 일ㆍ가정 양립 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대책으로, 내년부터 시행된다.

해외에서도 이와 비슷한 출산ㆍ육아지원제도를 도입하고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주로 진출한 해외 국가들에선 어떤 제도를 도입ㆍ시행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우리나라와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 우리나라가 참고할 수 있는 정책적 시사점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1. 베트남
 
베트남의 여성근로자는 출산 전후에 6개월의 출산휴가를 받는다. 이때 출산 전에 사용하는 휴가기간은 2개월을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 다태아를 출산하는 경우 여성근로자는 두 번째 자녀부터 각 자녀마다 1개월의 휴가를 추가로 받는다.

출산휴가기간 동안 사용자는 별도의 급여를 지급할 필요가 없고, 대신 여성근로자는 사회보험에 관한 법률 규정에 따른 출산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출산휴가기간이 끝났더라도 사용자와 합의한다면 무급휴가기간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만약 출산휴가기간이 전부 끝나기 전에 회사로 복귀하고 싶다면 몇 가지 절차가 필요하다. 근로자는 복귀를 사전에 고지해야 한다. 근로자의 건강이 나쁘지 않아 조기 복귀한다는 것을 관할 진단ㆍ치료시설을 통해 확인받아야 하고, 사용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회사에 복귀했을 때 근로자는 출산휴가 전과 비교해 임금 및 권리ㆍ이익이 줄어들지 않은 기존의 업무를 보장받는다. 출산휴가기간 동안 기존 업무가 없어진 경우 사용자는 근로자가 출산휴가 전에 받은 임금수준보다 낮지 않은 업무에 배치해야 한다.

베트남에선 별도의 육아휴직 관련 제도는 없다. 다만, 여성근로자는 12개월 미만의 자녀를 양육할 때 근로시간에 1일 60분의 휴식시간을 가진다. 휴식시간에도 근로계약에 따른 임금 전액을 지급받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2. 중국
 
'인구 대국'으로 불리는 중국도 저출산 문제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23년 태어난 중국의 신생아수는 902만 명으로, 2022년부터 연속 2년간 신생아수가 1000만 명에 미치지 못했다. 2021년 '1가구 3자녀'를 허용하면서 오랜 기간 시행해 왔던 산아제한정책을 사실상 폐지했지만, 출산율 회복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① 출산 및 육아지원금
 
2023년 이후 중국 다수 지역에선 출산 및 육아지원금 제도를 도입했다. 시(市) 또는 구(區)ㆍ현(縣)급 행정 단위를 중심으로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 대부분 지역에선 둘 이상의 자녀를 출산하고 양육하는 경우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일례로, 저장성 항저우시는 2023년 1월 1일부터 둘째, 셋째 자녀를 임신한 산모에게 각각 2000위안, 5000위안의 임신지원금을 일시불로 지급한다. 또한, 출생 후 180일 이내 신청하면 둘째, 셋째 자녀에 대해 각각 5000위안, 2만 위안의 출산지원금도 지급한다.

광둥성 선전시의 경우 첫째 자녀에게도 출산지원금을 지급한다. 첫째는 3000위안, 둘째는 5000위안, 셋째는 1만 위안이다. 이후 3년간 육아지원금으로 첫째 1500위안, 둘째 2000위안, 셋째 3000위안을 지급한다.
 
②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제도
 
출산휴가의 경우 중앙정부 기준으로 법정 기본일수는 98일(산전휴가 15일 포함)이다. 난산이거나 다태아 출산이면 각각 15일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휴가일수와 그에 따른 구체적인 시행 조치는 지역별로 다르다.

예를 들어 상하이는 법정 기본일수가 총 158일(순산 98일+육아 60일)이다. 배우자 출산휴가는 10일을 부여한다. 광둥성의 경우 법정 기본일수는 총 178일(순산 98일+장려 80일)이고, 배우자 출산휴가로 15일을 부여한다.

중국은 2021년 '인구 및 산아제한법'을 개정하면서 육아휴직 근거 법안을 마련했다. 현재 대부분의 지역에서 자녀가 만 3세가 될 때까지 부모 둘 다 매년 5~15일의 유급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

충칭은 만 6세까지 5~10일이 주어지고, 상하이는 만 3세 이전에 5일이 주어진다. 다만, 육아휴직은 도입을 시작한 단계로, 회사 승인을 받을 것을 요구하는 지역도 있다. 육아휴직 제도 미이행에 따른 회사의 리스크도 약해 제도가 확대 적용되기까진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③ 생육(生育)보조금 및 의료비 지급 제도
 
중국은 의료보험기금에서 출산휴가 일수에 상응하는 생육보조금을 지원한다.(보험통합 미시행 지역에선 생육보험에서 지급한다) 또, 검사, 수술, 입원, 약품, 치료비 등 의료비용도 지급한다. 최근엔 난임ㆍ불임 치료, 분만 진통 완화 등과 관련된 지원도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분	생육보조금 지급기준
상하이	재직회사 전년도 직원 월평균급여/30일*출산휴가 일수
산둥성	전년도 개인 월평균급여/30일*출산휴가 일수
베이징	출산 당월 재직회사 월평균 급여/30일*출산휴가 일수

④ 기타 제도
 
수유권 보장 제도는 중국 전역에서 시행되고 있다. 회사는 만 1세 미만의 자녀를 둔 여성근로자에게 매일 수유를 위한 휴식시간 1시간을 제공해야 한다.

세금 소득공제 제도 역시 중국 전역에서 동일하게 시행되고 있는 제도다. 2022년 1월 1일부터 만 3세 이하 영유아를 둔 부모에게 월 1000위안의 공제 혜택을 준다. 2023년부터는 공제한도를 월 2000위안으로 상향 조정했다.
 
3. 인도네시아
 
① 출산 지원 제도
 
인도네시아 근로기준법 제82조에 따라 출산을 앞둔 여성근로자는 산부인과 등으로부터 받은 진단서를 제출하면 출산 이전 1.5개월, 출산 이후 1.5개월 총 3개월의 출산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 제84조에 따라 출산휴가를 사용하는 근로자는 정상적인 급여를 받을 권리가 있다. 배우자가 출산할 경우 해당 근로자는 2일의 유급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한편, 아이를 유산한 경우엔 진단서를 지출하면 여성근로자는 1.5개월의 휴가를 사용할 수 있고, 이 경우에도 정상 급여가 지급돼야 한다.

임신 중인 근로자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오후 23시부터 오전 7시까지 일하게 시키는 것이 금지된다. 만약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 일을 시킬 땐 사용자가 영양가 있는 음식 및 음료를 제공해야 하고, 작업장 내 도덕 및 안전을 유지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또, 오후 11시부터 오전 5시 사이 출퇴근이 발생하는 경우엔 출퇴근 교통수단을 제공해야 한다.
 
② 육아 지원 제도
 
인도네시아에선 법령을 통한 육아휴직 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출산휴가나 연차휴가를 활용해 육아를 하는 것 이외에 근로자의 육아를 위한 국가 차원의 법적ㆍ제도적 지원은 사실상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인도네시아 근로기준법 제83조에서는 근로시간 중 자녀에게 수유를 해야 하는 근로자에게 적당한 수유 시간을 제공해야 하는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수유 시간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의 예외를 규정한 인도네시아 근로기준법 제93조 제2항의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수유를 위한 시간 동안 근로를 하지 않았다면 그 수유 시간은 근로시간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4. 일본
 
가까운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저출생 문제를 안고 있다. 일본 정부도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제도적 지원에 나서고 있으며, 특히 일하는 여성을 위한 출산ㆍ육아 지원 제도가 시행 중이다.
 
ㆍ임산부의 보호 : 노동기준법, 남녀고용기회 균등법으로 규제된다. 임신, 출산 등에 유해한 업무를 제한하거나 경미한 업무로의 전환 요구가 가능하다. 또, 법적 노동시간 외 노동, 휴일노동, 심야노동 등을 제한하고 있다.

ㆍ육아시간확보 : 노동기준법으로 규제된다. 생후 만 1년에 미치지 않는 아이를 육아하는 여성은 휴식시간 외에 1일 2회, 적어도 30분을 육아를 위한 시간으로 청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출근시간을 30분 늦게 또는 퇴근시간을 30분 일찍 하는 식으로 운용되고 있다.

ㆍ산전/산후휴가 : 노동기준법에 의해 규제된다. 출산 예정 6주 전에 청구하는 경우에 취득이 가능하다. 산후 8주간이 지나지 않은 여성은 원칙적으로 휴직해야 한다. 단, 산후 6주가 경과하고 의사가 업무에 지장이 없다고 인정한 경우는 예외다.

ㆍ출산수당 : 건강보험법에 의해 규제된다. 건강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경우, 출산 예정일 42일 이전부터 출산 후 56일까지 노무에 종사하지 않은 기간에 대해 지급된다.

ㆍ출산육아 일시금지급 : 건강보헙법, 국민건강보헙법에 의해 규제된다. 출산비용 급여로서 40만4000엔이 지급된다.

ㆍ육아휴직 : 육아개호휴업법에 의해 규제되는데, 아이가 1세가 되기까지 휴직을 청구할 수 있다. 배우자의 직업이나 수입에 관계없이 취득이 가능하며, 사업주는 휴직을 거절할 수 없다.

ㆍ육아휴직급여 : 고용보험법에 의해 규제된다. 몇 가지 조건을 달성하면 휴업개시 시 산정되는 임금일급에 180일까지는 100분의 67, 181일부터는 100분의 50의 비율로 지급된다.

ㆍ사회보험료면제 : 건강보험법과 후생연금보험법으로 규제된다. 산전ㆍ산후 휴직 중 또는 육아휴직중의 건강보험, 후생연금보험료는 사업주가 신청서를 제출하면 사업주부담분, 피보험자부담분이 모두 면제된다.

ㆍ아동수당 : 아동수당법에 의해 규제된다. 중학교 졸업 전의 아동이 있는 경우 급여금이 지급된다. 단, 이 경우는 소득제한규정이 있고, 주소지 지자체의 인정을 받을 필요가 있다. 0세~3세까지는 일률적으로 1만5000엔, 3세에서 초등학교 졸업까지는 첫 번째, 두 번째 자녀에게는 1만 엔, 셋째 이후에게는 1만5000엔, 초등학교 졸업 후~중학교 졸업까지 일률적으로 1만 엔이 지급된다.

ㆍ 육아기간 중의 표준보수월액 특례조치 : 후생연금보험법으로 규제되는데, 본인이 신청을 하면 3세 미만의 아이를 양육하는 기간 동안 양육개시 전보다 급여가 내려갔을 때 보험료는 그에 따라 경감되고, 연금액의 계산은 기존과 변경 없이 그대로 계산된다.
 
5. 미국
 
미국의 출산ㆍ육아휴가 제도는 1993년 제정된 연방법 '가족 및 의료 휴가법(Family and Medical Leave Act, 이하 FMLA)'을 근간으로 한다. 이 법은 50인 이상 근로자를 고용한 민간기업 사업장을 기준으로, 1년 이상 근무하고 지난 12개월간 1250시간 이상 근무하는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근로자에게 출산, 입양, 가족 간호 등의 사유로 연간 최대 12주의 무급휴가를 보장하고 있다.

FMLA의 제정은 미국에서 근로자의 일ㆍ가정 양립에 큰 진전을 가져왔다고 평가되긴 하나, 몇 가지 한계도 가지고 있다.

첫째, FMLA의 적용 대상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29 U.S.C. § 2611(2)(B)'에 규정된 바와 같이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이나 50인 이상 사업장이라도 1년 미만 근로한 근로자 등은 FMLA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 이로 인해 전체 근로자의 약 40%가량이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둘째, FMLA가 보장하는 휴가가 무급이라는 점이다. 결국 경제적 부담 때문에 휴가 신청을 주저하는 근로자들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연방 차원의 FMLA를 보완하기 위해 캘리포니아, 뉴저지, 로드 아일랜드, 뉴욕 등 다수의 주(州)에서 별도의 출산ㆍ육아휴가 관련 법안을 시행하고 있다. 해당 주들은 FMLA를 넘어서는 수준의 제도를 시행 중이며, 주요 내용으로는 휴가 적용 대상 사업장 규모 기준 완화, 급여 보전을 통한 유급휴가 제공, 출산의 일시적 장애 인정 등이 있다.

한편, 미국에서는 이러한 출산ㆍ육아휴가 제도 외에도 세제 혜택, 보육 지원, 모유수유 보호 등 다양한 방식의 출산 및 육아 지원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들만으로는 출산과 육아를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이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2024년 3월 발표한 2025 회계연도 예산안에 국가 차원의 유급 가족 및 의료 휴가 프로그램 도입을 포함시켰다. 이 프로그램은 최대 12주의 유급휴가와 연간 7일의 유급 병가를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비록 의회 내 이견으로 실제 입법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이러한 제안은 유급휴가에 관한 사회적 논의를 지속적으로 환기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리하면 연방 차원의 노력과 더불어 기업의 자발적인 유급휴가 확대 경향은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모든 근로자에게 골고루 혜택을 제공하기엔 여전히 한계가 있어 보인다. 특히 저출산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출산과 육아에 대한 사회적 지원 강화는 매우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나아가 일ㆍ가정 양립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확대되고 있는 국제적 추세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미국의 출산ㆍ육아휴가 정책은 보다 실효적인 방향으로 정비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유급휴가 보장을 위한 연방법 제ㆍ개정 논의가 속히 결실을 맺기를 기대해 본다.
 
<기사 도움>
- 베트남 : 조범곤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 중국 : 구영미 엠케이차이나컨설팅 상무/수석컨설턴트
- 인도네시아 : 이대호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 일본 : 김홍영 법무법인 디엘지 아시아 프랙티스 수석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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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희 기자 dhlee@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