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8-03 14:25:22 수정 : 2020-09-03 16:59:53

이장원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장 "포스트 코로나19, 고용보험 넘어선 사회보장정책 개발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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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호 vol.351]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31대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장으로 취임했다. 이장원 연구위원은 이미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총무이사-부회장-수석부회장을 지낸 바 있고, 학회가 회원인 국제노동고용관계학회(International Labour and Employment Relations Association)에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집행이사를 맡고 있다. 2018년 국제노동고용관계학회 사상 최대 규모로 열린 세계대회가 한국서 개최될 때는 조직위원장으로 일했다. 이장원 회장은 "인생에서 꽤 중요한 의미를 가진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라고 말한다. 



Q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31대 회장 임기가 시작됐다.

제가 31대 회장이니 학회 역사가 30년이 넘었다. 경영학, 사회학, 법학, 경제학 등 세부 전공은 다르지만 노사관계 발전에 대한 열정과 관심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연구자 및 노사정 담당자들의 통합적 참여와 교류를 담당해 왔다. 고용관계를 포함하는 세계적인 추세를 반영해 중간에 고용노사관계학회로 개칭한 것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학회 발전의 초석을 놓아주신 원로 여러분들과 임원 또는 회원분들은 물론 꾸준히 후원해주시는 노사정에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린다. 학회 발전을 위해 소임을 다하겠다.


Q 학회 활동이 코로나19로 원활하지 않았다.

7월에 인수인계를 마치고 지금 우리 학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되묻고 자문도 구하면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다. 숨도 제대로 쉬기 어려운 코로나19 위기시대다. 모여서 토론하고 집단적 지혜를 모으는 게 학회의 사명인데, 이게 힘들어졌으니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비대면 시대에 맞는 학회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학회 홈페이지를 전면 개편해 온라인 창구로 역할을 하도록 준비하고 있으며, 동시에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노동의 미래를 모색하는 노력을 다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경제 위기에 처해있고 사회적 갈등도 증가하고 있다. 일자리 부족은 물론 노사갈등과 노노갈등도 확산되고 있다. 고용과 노사관계에서 새로운 정책적 해법을 찾고 진지한 사회적 대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 이념과 진영에 치우치지 않고 공명정대한 공익적 역할을 수행하면서 사실에 기반한 합리적 토론을 통해 신뢰받는 단체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Q 포스트 코로나19, 뉴노멀 시대의 고용노사 분야 변화를 전망한다면.

노동의 미래는 어떻게 흘러갈까? 우선 4차 산업혁명의 진수인 산업의 디지털화 흐름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해 매우 빨라질 것이다. 비대면 거래, 앱 기반 상거래, 무인화, 자동화, 플랫폼화 등 유사한 흐름이 확산되면서 고정적 사회관계로서의 고용관계가 취약해질 것이다. 자본주의 아래서 고전적인 자본과 노동 간 이원적 구분과 대응관계가 희석되고, 사용자 책임으로 부과됐던 노동법적 규제도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보다 효율적이고 안전한 산업자본 활용을 위해 기업들은 결국 무인화, 자동화, 디지털화를 추구할 것이다. 노동절감적인 생산과 유통이 확산되면 일자리가 줄고 재능 있는 인력들과 단순 인력들 간 이중구조는 더 심화되리라 본다. 단지 임금수준만이 아니라 일자리 기회 자체에서 격차가 커질 것이다.

변화가 새로운 사업기회 창출을 가져와 부분적으로 새로운 일자리도 만들겠지만, 더 많은 기존 산업과 기업 내부 구조조정을 수반할 것이다. 오프라인 매장을 가진 유통업체가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점포인력은 축소되고 배달인력은 늘어나겠지만, 그 규모가 비슷할 수는 없다. 코로나19와 같은 위기에서 겪은 경험을 기반으로 부품조달과 조립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바이러스에 취약한 사람들의 숫자는 줄이면서 적시 생산을 가능하게 할 로봇 숫자는 늘어날 것이다. 이런 일자리 위기에 직면한 노동자들은 한편으로는 노조를 만들어 고용보장을 받으려고 할 것이고, 노사관계는 매우 불안한 국면에 빠질 것이다.

Q 특수고용노동자나 플랫폼노동자 관련 노동이슈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앞서 언급한 점과 흐름을 같이 하는지.

플랫폼 노동 및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은 숫자는 늘어나는데 오히려 일거리가 없어지고 있다. 플랫폼 경제와 코로나19 위기가 부정적으로 결합해 충격을 배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취업자 2,600만명 중에서 고용보험에 가입된 사람이 절반에 그치니 1,000만명 정도는 사실 제대로 보호 범주에 제대로 들어가기 어려운 존재다. 

이쯤 되면 기존 고용보험정책의 한계가 드러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사용자성도 모호한 플랫폼 노동이 확산되고 있기에, 기존 사각지대에 더해서 고용주를 명확히 하고 이들이 고용보험료를 내도록 하는 점진적 확대정책은 추후 있을 일자리 위기에서 사회 안전망으로 작동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고용보험을 넘어선 사회보장정책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결국 모든 국민들의 경제활동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국세청 자료에 의해 기본적 보장을 해야 한다. 일을 했지만 가난한 이들에게 근로장려세제에 따른 현금소득지원, 일이 없어 힘든 사람들에 대한 생계구호지원, 아동, 장애인, 노인 등 기본적인 보호가 필요한 국민들에 대한 수당지원 등 보편적이고 통합적인 소득지원정책을 확대해야 한다. 세금과 사회보험료의 징수체계를 통합해 돈주머니를 보다 투명하고 간결하게 운영할 필요도 있다. 고용보험은 실업자격을 판명하고 급여를 관리하는 기능보다는 일자리를 만들고 찾고 사람들을 재훈련시켜 연결하는데 초점을 둬야 한다. 


Q 뉴노멀 시대에는 기업운영에 유연성을 더 줘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은데.

노동시장은 시장 경쟁을 의식해야 하니, 생산성을 올리고 비용을 줄이고 상품의 가치를 높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이런 활동을 대체로 혁신 활동이라고 일컫는다. 그러나 노동시장 안의 주체들은 노사라는 사회적 관계에 포섭돼 있고 사회적 갈등과 다툼이 시장의 평화로운 질서조차 위협할 수 있기에, 주제 간 통합적인 노력과 포용적 정책을 필요로 한다.

'유연안정성' 추구는 그 자체가 가진 내재적 긴장 관계가 깊다. 때문에 실천적 수준에서 결합과 작동을 실현하지 못한다면 다분히 논쟁을 위한 논쟁 수준에 머무른 공허한 이슈 싸움이 되기 쉽다. 

우리는 경직된 이중 노동시장 제도를 보유 중이다. 대기업은 고용보호가 강하고 유연성이 약하며, 중소기업은 매우 유연하고 보호는 약하다는 의미다.  

대기업만 보면 고용 보호가 강할수록 배치전환, 평생학습, 임금체계 개선 등 기능적 유연성을 강화해서 보완할 때 지속 가능한 고용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인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유연성과 안정성은 쉽게 조화를 이루기 어렵다. 이를 보완적 관계로 놓으려면 기능적 유연성에 노사가 타협을 해야 한다. 뉴노멀 시대에 노사가 배치전환, 재훈련에 합의하고 맡은 직무에 따라 임금이 달라질 수 있다는 데 동의할 필요가 있다.

노동시장 전체적으로는 고용보험 및 실업보호제도의 강화를 통해 기업 내부에서 보다 유연한 경영관리가 가능하도록 타협할 필요가 있다. 단, 전제는 사회적 보호와 사회안전망 강화에 들어가는 추가적 재원조성에 기업들이 더 공헌하고, 기업 내부의 경직적 고용보호에 관해선 규제완화를 얻어내는 사회적 거래가 필요하다.




Q 일터의 변화 방향을 예측한다면?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산업현장의 움직임들이 분주해지는 가운데 인적자원은 매우 중요하다. 혁신은 조직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기술은 산업혁신과 경제발전의 중요한 원동력이지만, 보다 더 중요한 인적자원에 의한 경제적, 사회적 혁신은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평가받고 있지 못하다. 기계와 기술의 활용은 인적자원에 의해 구체적으로 실행되고 생산성으로 효과가 나타난다. 인적자원이라는 무형적 자산이 부족하다면 좋은 기업은 물론 경쟁력 있는 기업이 될 수 없다. 좋은 기업, 공유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은 대부분 인적자원을 중시하는 기업이다. 빠른 기술변화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응해 차별화된 부가가치를 창조하고 변화된 환경에 적응해 낼 수 있는 역량의 원천은 인적자원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지금도 인력 대비 로봇활용 대수가 전 세계에서 압도적 1위인 우리나라 현실에서 스마트 공장 확산이 자칫 일자리와 사람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보다 포용적인 관점에서 일터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는 대안적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Q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이중적 사명을 취해야 한다. 하나는 일터혁신을 산업혁신, 기술혁신과 통합적으로 연계 추진하는 정책적 노력과 함께, 현장에서 종업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현장 인프라로서 기업별 노사관계의 교섭의제를 전환시키고 노사협의회 제도를 대폭 개선하고 대표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아울러 일터 혁신의 결과로 얻어지는 성과와 이익을 공정하게 배분하는 기업 내 성과배분제도를 더 정교하고 다양하게 개발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Q 한국판 뉴딜 정책에 대해 전망해 준다면.

160조원이 들어가는 정책 꾸러미들을 총동원해서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사회안전망 강화라는 세 기둥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기대한 만큼 반향이 크지 않다. 결정적인 이유는 정부, 국민, 기업 간의 새로운 사회계약이 안 보인다는 점이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다는 발표는 있지만 그래서 이익을 얻는 집단이 누구고 비용을 부담해야할 집단이 누구인지 불분명하고, 이해관계의 조정, 비용분담, 사회적 대타협 방안이 제시되지 않아 판을 흔들만한 사회적 딜이라는 평가를 받기 어렵다.

그린 뉴딜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친환경 자동차 육성을 예로 들어 보자. 전기차 113만대, 수소차 20만대를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아마도 이 정도는 마중물 역할이고 이를 통해 전체 자동차산업 생태계가 미래형 친환경 자동차로 바뀔 것이다. 그러면 생산에 들어가는 부품수도 대폭 줄고 공정도 아주 달라 현재 자동차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은 불가피하다. 어떻게 이 불안정한 다리를 건너갈 것인가? 사회안전망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월급 600만원을 받던 노동자가 몇 달 실업급여로 불만을 참기는 어려울 것이다. 

산업 구조조정 프로그램과 배치전환, 재훈련, 임금조정 등 비용분담 방안이 필요하고 최소한 노조도 해고 금지라는 주장을 펼칠 사회적 대화 공간을 마련해줘야 한다. 대화가 없다가 어느 날 갑자기 도산이나 사업장 폐쇄를 당하고 실업급여를 받으러 가는 것이 좋은 사회안전망은 아닐 것이다. 

사회안전망 강화의 핵심으로 제시된 것은 2025년까지 전국민 고용보험 가입의 완성이다. 소득은 적고 실업이 잦을 수밖에 없는 특수고용직이나 영세자영업자들을 고용보험으로 품기 위해선 누가 더 보험료를 부담해야 하는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대기업 노사가 사회적 연대정신으로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하는지, 그렇다면 가장 안정적인 공무원과 교원은 분담구조에서 빼주고 따로 국가가 특별보호를 하는 게 공정한지, 국가재정으로 전국민 고용보험을 완성한다면 기본소득과 달리 운영할 이유가 있는지 각종 이슈들이 꼬리를 물고 튀어 나올 수밖에 없다. 

뉴딜은 원대한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것 보다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는데 초점을 둬야 한다. 그렇다면 추진할 정책을 대거 선보이는 것보다, 추진 주체들의 위기극복 의지를 신뢰할 수 있어야 사회계약이 성립되는 것 아닌가. 극복방안은 당연히 고통분담과 이해관계 조정 및 타협이 필수다. 이런 점에서 총리가 주도한 사회적 대화가 미완으로 끝난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다. 그런 기초적인 수준의 타협이라도 성공하고 나아가 더 어려운 자본과 노동, 정규직과 비정규직, 국가와 시장 간 역할과 비용분담 조정을 거쳐야 뉴딜이 된다.




Q 중요한 역할을 해 줄 전문가가 더욱 필요한 만큼 고용분야 및 노사-노동법 분야 신진학자의 발굴이 시급해 보인다.

고용노사 분야에서 후속 세대 단절 내지 취약성이 실제로 있고,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일부 경제학 분야에서 후속 세대 양성은 시장 여건에 따라 이뤄지고 있지만, 이 또한 노동 분야 제도에 대한 직접 몰입 보다는 이론적 분석대상으로서 관심을 두는 정도로 보인다. 

1980년대 후반 노동자 대투쟁 이후 전개된 노사관계 현안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학계의 활발한 정책적 역할 기능이 상당히 축소된 것이다. 

노동법이나 경영학과 사회과학에서 고용노사관계를 전공하는 신진학자들이 줄어든다는 것은 학문 시장이 왜소하다는 의미다. 더불어 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해주고 에코를 만들어 확산해줄 고용노사관계 정책 커뮤니티가 약해진 점이 원인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세계화 이후 고용과 노사관계 발전에 대한 대안 모색이 혼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현재 상황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일자리 위기,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가 중첩돼 매우 심각한 고용 및 노사관계 과제들에 봉착했다. 다시 고용이나 노사 이슈에 대한 후속 세대의 관심이 환기될 가능성도 높다.


Q 학회 차원의 대책은.

2018년 세계 노동고용관계학회 대회를 치루고 남은 재원으로 장학회를 만들어 전공별로 안배해 매년 대학원생 3명에게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고, 2년차 장학생들이 수혜를 받았다. 

이른바 87년 체제의 산물로 형성된 풍부한 노동 분야 연구진들이 현업에서 은퇴하고 있는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록 집단적 세력은 약하지만 40대 후반 및 50대 초반의 후배 연구자들이 새로운 감각과 의사소통 방식으로 후속 세대와 교류하도록, 학회 활동에서 대대적인 책임과 권한을 위임하겠다. 학회 운영 상 정보도 소수 임원만이 아니라 후배 세대가 공유하도록 개방적 풍토를 조성하려 한다. 


 
이장원
한국고용노사관계 31대 학회장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학력
1994 미국 시카고대 사회학과 박사
1992 미국 시카고대 사회학과 석사
1988 연세대 사회학과 졸업

주요경력
31대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회장
30대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수석부회장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곽용희 기자 kyh@elabor.co.kr
곽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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