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1-02-02 14:08:22 수정 : 2021-02-03 13:56:39

[피플] 젊은 인력보다 ‘전문 인력’ 필요하다면...시니어 플랫폼 ‘탤런트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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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호 vol.357]
퇴직을 앞둔 자의 뒷모습은 쓸쓸하다. 2~30여 년간 직장생활을 거치고 산전수전 다 겪은 고급 인재들도 퇴직 후에는 뒷방 늙은이가 되지 않을까 상실감에 빠지기도 한다.

최근 긱 이코노미(Gig economy, 빠른 시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비정규 프리랜서, 계약직, 임시직 근로 형태가 확산되는 것)가 확산되면서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서비스가 나타났다. 바로 '탤런트뱅크'다. 탤런트뱅크는 온라인 교육기업 '휴넷'에서 시작한 서비스로, 지난해 분사 절차를 거쳐 독립 법인으로 우뚝 섰다. 탤런트뱅크는 긱 이코노미와 시니어들을 잘 파고들어 전문지식을 가진 시니어들을 기업의 수요에 따라 중-장기 프로젝트 단위로 매칭한다. <노동법률>이 조영탁 휴넷 대표이자 탤런트뱅크 대표를 만나 시니어 고용 이야기를 들어봤다. 


▲조영탁 탤런트뱅크 대표 (사진=이지예 기자)

Q 탤런트뱅크 서비스에 대해 소개하자면
서비스를 처음 구상한 건 99년도였다. 그해 휴넷을 창업하면서 탤런트뱅크 사업계획을 작성했었다. 그 당시 '30대 기업에서 1년에 3,000명 정도 임원이 그만두겠다'는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 임원 한 사람을 키우기 위해 들어가는 돈과 교육은 엄청나다. 이런 사람들이 퇴직하면 많은 자산과 노하우가 사라지는 거다. 반면, 중소기업은 경험과 능력을 가진 분들이 매우 필요하다. 이 두 가지를 매칭시켜주고 싶었다. 예를 들자면 A라는 사람이 중국 북경에 화장품을 처음 판매하려 한다. 그리고 북경에서 10년 동안 판매업을 했던 B가 있다. A는 B가 가진 인맥이나 네트워크, 노하우를 기반으로 초기시장을 개척하는데 활용할 수 있고 B는 퇴직 후에도 고급 인력으로서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2016년 말에서 2017년쯤 플랫폼 인기가 높아지면서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기업 임원 출신이나 중소기업 부장 등 많은 경험을 쌓은 사람들을 중-장기형 프로젝트에 매칭시키는 서비스, 기업들에게 전문가의 자문을 제공하는 단기 자문, 헤드헌팅까지 제공하는 탤런트뱅크를 시작하게 됐다.

Q 99년부터 이 서비스를 구상했다는 게 놀랍다
휴넷은 원래 다니던 회사를 퇴직하고 창업한 회사다. 퇴직을 하면서 시니어 일자리에 관심을 갖게 됐다. 요즘 100세 시대라고들 한다. 이는 준비가 잘 된 사람에게는 축복이지만 준비가 안 된 사람에게는 재앙이다. 남자가 군대에 다녀와서 취업하면 28세 정도다. 50대에 이르러 퇴직을 하게 되면 50년을 일 없이 살아야 한다. 일하는 기간도 점점 짧아지는데 힘든 일이다. 휴넷은 초창기부터 회사 정년을 100세로 잡았다.

그리고 대부분은 퇴사하기 전까지는 자기가 회사를 먹여살리겠지 생각한다. 퇴직할 거라는 생각은 잘 안한다. 개인적인 경험이기도 하다. 그런데 퇴사하는 순간 협력업체에서는 전화도 받지 않고 삶의 존재 가치가 없어지는 기분이 든다. 퇴직한 고급 인력이 실의에 빠지는 건 사회적으로는 엄청난 자산이 사라지는 거다. 반면 이들이 필요한 회사 입장에서는 이런 국가적인 자산을 싸게 쓸 수 있게 된다. 좋은 사람을 채용하는 것도 좋지만 이는 유연성이 떨어지는 일이다. 인력들은 일을 다시 시작하면서 여전히 살아있음을 느낀다고 한다. 개인 입장과 기업 입장, 국가의 입장 모두 고려한 서비스다.

Q 방금 회사 정년이 100세라고 하신 건가
맞다. 근데 일 못하면 안 된다(웃음).

Q 인력 매칭 서비스인 만큼 인력풀 구축이 중요해 보인다
플랫폼이다 보니 인력을 끌어오는 것과 이들을 쓰게하는 것 두 가지가 이슈다. 이미 공급적인 측면에서는 문제가 없다. 이미 확보한 전문 인력은 3,000명 정도다. 모두 이력서를 받고 대면 인터뷰를 1시간 정도 진행해서 검증한 인력들이다. 이 과정에서 20%정도는 탈락한다. 그런데도 인터뷰할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니즈가 너무 많다. 저는 직원들한테 인력 3,000명이 아니라 10만명까지 확보해달라고 주문했다. 시니어 전문가뿐만 아니라 좀 더 폭을 넓히고 있다. 퇴직을 앞둔 임원 평균 연봉은 1억 정도다. 이들 10만명을 확보하면 연봉 1조원 가량을 지출하지 않고 고용하는 격이다.

다만 수요가 아직 부족하다. 마치 콜롬버스의 달걀같다. 기업체 입장에서는 굉장히 좋은 기회고 서비스를 이용한 기업들 만족도가 매우 높다. 재사용율도 높은 편이다. 그러나 처음 시도하기를 어려워한다.

Q 중-장기적인 프로젝트에 일시적으로 인력을 투입한다고 했는데 정부 정책은 비정규직은 줄이고 정규직을 늘리는 방향이다
일반적으로 정규직이 위너고 비정규직이 루저라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비정규직이 위너가 될 수 있다. 전문성을 갖고 있다가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다. 몇 개월은 취미 생활을 하다가 몇 개월간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일하고, 또 몇 개월은 여행을 다니며 쉴 수 있다. 요즘 회사들은 적기에 쓸 만한 전문성 있는 사람들을 원한다. 

개인적 생각으로는 정규직 전환 정책은 마지막에 이른 것 같다. 정부 인식이 비정규직을 줄이자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들도 중단기적으로 비정규직 인력을 사용하는 걸 말하기 싫어한다. 그러나 긱 이코노미가 점점 대세가 되는 중이다.

Q 몇 가지 인력 매칭 성공 사례를 듣고 싶다
한 케이블통신기업은 O2O(Online to Offline) 홈케어 신사업에 부진을 겪고 있었다. 회사 내부 전략팀도 신사업팀도 해결책을 찾지 못하던 중이었다. 그러나 탤런트뱅크를 통해 O2O 홈케어 회사 임원 출신 전문가를 소개받았고 6주간 주 2회 출근하는 형태로 계약했다. 전문가는 신사업 전략을 새로 만들고 내부 관계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했다. 해당 기업 담당자는 "CEO와 담당부서에 던지는 질문이 내부에서 보던 시각과 확실히 달랐다"며 만족해 했다.

프로젝트가 단기 자문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다. 온라인으로 소비재를 유통하던 한 벤처기업은 신규 브랜드를 개발하고자 탤런트뱅크에서 20년 경력의 소비재 마케팅 전문가를 소개받았다. 그는 1달간 주 16시간 근무하며 신제품 개발 업무를 맡았다. 추가로 생산공장을 섭외하고 가격테이블을 선정하고 생산 테스트까지 함께했다. 해당 기업은 전문가에게 프로젝트 종료 후에도 단기 자문을 구하고 있다.

Q 인력시장 전망은 어떤가
맥킨지(Mckinsey, 다국적 경영 컨설팅 전문회사)와 같은 기업에서도 2025년까지 전체 인력시장이 긱 이코노미로 변화한다고 예측한다. 우버(Uber)도 긱 이코노미의 일종이다. 그 시장이 매우 커지고 있다. 자기가 자기시간을 통제하는 걸로 바뀌고 있는 추세다. 탤런트뱅크에서 하고 있는 경영자문도 사업 중 어려움이 생기면 실시간-화상으로 경영 자문을 해주는 서비스다. 경영자는 언제나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는데 이 경우 바로 자문 인력을 30분에서 1시간씩 투입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긱 이코노미를 활용한 기업이 생겨나고 있다. 탤런트뱅크와 유사한 해외 기업으로는 나스닥에 상장된 파이버(Fiverr) 등이 있다.

Q 최근 플랫폼노동이 화두가 되면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도 우버와 같은 플랫폼 기업에 대해 규제 이슈가 있었다. 안전에 관련된 문제는 어느 정도 규제가 필요할지 모른다. 현재 노동시장은 취업이 안되는 게 문제다. 가장 큰 문제는 아버지와 아들이 노동시장에서 싸우게 되는 거다. 정규직은 젊은 사람한테 주면 된다. 비정규직을 약자라고만 생각하는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조영탁 탤런트뱅크 대표가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사진=박소망 기자)


Q 현재 고급 인력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인력 풀을 더 다양화 하는 것에 대한 생각은
연령대는 점점 낮추고 있고 분야도 확대할 수 있다. 중요한 건 검증이다. 탤런트뱅크는 3가지는 꼭 지키려 한다. 바로 '고급', '신뢰', '검증'이다. 인력을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인터뷰는 꼭 거치고 있다.

Q 탤런트뱅크가 휴넷에서 최근 분사했다고 들었다. 휴넷과 서비스를 연계하는 것도 구상하고 있나
이미 몇 가지를 하고 있다. 우선 휴넷은 교육 서비스이기 때문에 고객이 겹칠 수 있다. 휴넷 고객층을 대상으로 온라인 경영자문을 하기도 한다. 또 자문 데이터를 축적해 인공지능 코치를 만드는 것도 구상중이다. 또 전문인력이 10만명이 생기면 이분들을 재교육하는 것도 중요하다. 휴넷 교육 서비스를 훨씬 더 좋은 조건으로 제공하거나 탤런트뱅크 프로젝트 실적과 연계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Q 중년들의 새로운 시작을 돕는데서 오는 보람도 있을 것 같다
실제로 "I'm still alive"라는 말을 많이 한다. 탤런트뱅크는 수수료를 일정 부분 받고 있다. 그러나 금전적인 문제로 인한 갈등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인력들은) 그저 일을 하면서 살아있음을 느끼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 

앞서 언급했지만 퇴직하면서 임원들은 굉장히 충격을 많이 받는다. 평소에 자신을 존경한다던 협력업체 사장이 퇴직 후에는 전화도 받지 않는다. 퇴직 후 3개월 정도는 서류만 내면 다시 채용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많이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럴 때 자존감이 바닥에 떨어진다고 한다. 이들이 탤런트뱅크를 통해 퇴직 후에도 일을 하면서 '여전히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게 보람차다. 

Q 퇴직으로 우울감을 느끼거나 노후 준비에 막막함을 느끼는 중년들이 많다
멀리 내다봤으면 좋겠다. 요즘 취업 시장에서 가장 몸값이 높고 눈이 높은 사람들이 30대 후반이다. 이분들은 찾는 회사도 많고 회사도 골라서 갈 수 있다. 그런데 앞에 4자만 생기면(40대) 갈 데가 없어진다. 30대 후반에 이르러서 약자가 되고 갈 곳이 없어지는 시류에 따를 게 아니라 인생 전체를 놓고 100세까지 어떻게 살아갈지 플랜을 세우고 공부할 필요가 있다.

유발 하라리는 평생 학습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30대부터 계속 몸값을 올리고 전문지식을 키우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지예 기자 jyjy@elabor.co.kr
이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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