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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22-01-23 07:40:00

    수정 : 2022-02-03 15:14:14

[법원] “경영성과급, 근로의 결과”...현대해상 2심 판결이 남긴 것

2022-01-23 07:40:00



“경영성과급, 근로의 결과”...현대해상 2심 판결이 남긴 것
[2022년 2월호 vol.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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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현대해상화재보험의 경영성과급이 임금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 2심 모두 같은 판단을 내놨다. 2심 재판부는 경영성과급의 기준이 되는 당기순이익이 근로제공으로 발생하는 결과라면서 임금에 해당한다고 봤다.
     
    노동계는 근로자들이 제공하는 노동력으로 경영성과가 발생하는 만큼 당연한 판결이라는 반응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법원이 '근로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근로의 대가'로 혼동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심 재판부는 15년 이상 경영성과급이 지급됐던 '노동관행'에 따라 사용자에게 지급의무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현대해상은 대법원이 공공기관 복지포인트의 임금성을 부정하면서 언급했던 법리를 제시했지만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관련 업계는 경영성과급 관련 판결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이 아직 나오지 않은 탓이다. 유사 분쟁을 겪는 사업장뿐만 아니라 경영성과급을 지급하는 기업, 법조계, 학계의 관심이 높다. 현재 삼성전자, 한국유리, 발레오전장의 경영성과급 사건이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다.
     
    소송을 제기한 사무금융노조 현대해상화재보험지부(지부)는 이번 판결을 마냥 환영할 수 없는 입장이다. '경영성과급 지급기준은 취업규칙'이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부는 이 판단이 확정될 경우 현대해상이 지급기준을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설계해 경영성과급을 낮출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부는 현대해상이 법원 판단을 수용한다면 상생을 위해 지급기준 등을 놓고 논의할 용의가 있다면서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2심 "현대해상 당기순이익은 근로의 결과"...의견 '분분'
     
    23일 <노동법률>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해상 사건 2심 판결 중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은 경영성과급 지급기준인 경영성과에 관한 판단이다. 현대해상 사건에서는 당기순이익이 도마에 올랐다.
     
    서울고법 제15민사부(재판장 이숙연)는 지난 21일 현대해상 전ㆍ현직 근로자 A 씨 등 410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양측 항소는 모두 기각했다.
     
    ▶관련기사 : [단독] 2심도 "현대해상 경영성과급은 임금"...'지급기준' 등 잔불도
     
    재판부는 1심 판결을 유지하면서 추가 판단을 통해 ▲당기순이익의 근로관련성 ▲노동관행에 따른 지급의무 ▲근로복지기본법상 성과배분 조항의 적용 여부 등을 명확하게 판시했다.
     
    현대해상은 2003년부터 15년 이상 당기순이익이 일정 목표에 도달하면 경영성과급을 매년 1회씩 지급해 왔다. 이 기간 지급기준이 협의되지 않거나 당기순이익이 목표에 도달하지 못해 지급되지 않은 횟수는 3번뿐이다.
     
    현대해상은 경영성과급 지급기준인 당기순이익이 근로자의 근로제공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회사 자산 규모, 사고율ㆍ손해율, 시장상황, 경영전략 등의 영향을 받을 뿐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현대해상의 당기순이익을 구성하는 영업이익 항목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현대해상 영업이익은 보험영업이익, 투자영업수익 등으로 구성된다. 현대해상은 손해보험업과 자산운용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다.
     
    재판부는 이러한 점을 언급하면서 "당기순이익은 근로자의 근로제공을 발생 원인으로 생성된 결과물이어서 근로제공과의 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다"며 "고유의 업무수행 이외의 사유에 따라 지급되는 은혜적 성격의 급부가 아닌 이상 근로제공과 밀접한 관련이 없는 급부라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지부는 경영성과급이 근로제공과 직접적이고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판결이라면서 환영했다.
     
    김태욱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현대해상은 경영성과급이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근로제공과 직접적이고 밀접한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며 "법원은 이에 대해 근로제공과의 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비판도 거세다. 이 판결대로면 기업의 모든 이윤이 근로의 대가인 임금이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상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근로자들이 일하지 않으면 당연히 이익이 나지 않겠지만 당기순이익은 시장상황 등의 변수가 있어 정확하게 근로제공과 비례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며 "(현대해상은) 금융보험사여서 문제가 있다면 손해를 볼 수도 있는데 그렇다면 당기순이익을 기술적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재판부가 근로제공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근로의 대가로 혼동해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는 지적도 있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기업의 이윤은 원래 근로와 관련이 있는 것이고 그 이윤의 범위에서 '이 정도까지는 주겠다'고 정한 것이 임금이지 근로와 관련이 있다고 다 임금이 아니다"라며 "판례들이 근로관련성과 근로대가성을 오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법원 판단도 엇갈린다. 서울남부지법은 앞서 LG디스플레이 경영성과급의 임금성을 부정하면서 "근로자의 근로제공이 경영성과에 기여한 바에 대한 대가는 급여에 이미 반영돼 있다"며 "근로자에게 이윤 배분을 요구할 권리까지도 당연히 인정된다거나 사용자가 그 지급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 재판부는 "경영성과는 본래 주주(투자자)의 몫이고 다만 경영진 판단에 따라 성과 전부를 다음 영업연도 영업을 위해 기업 내부에 유보하거나 주주에게 배당할 수도 있지만 근로자들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해 동기 부여를 통한 회사 전체의 성과 향상을 도모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서울법원종합청사(사진=뉴시스)
     
    2심, 노동관행 따른 지급의무도 인정..."동의 어려워" 반론도
     
    단협이나 취업규칙에 경영성과급 지급근거가 없더라도 노동관행에 따라 사용자의 지급의무를 인정할 수 있다는 판단도 눈에 띈다. 이는 최근 경영성과급의 임금성을 인정한 판결에서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법리이기도 하다.
     
    재판부는 "현대해상에서는 매년 한 차례씩 경영성과에 따른 경영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질 정도의 노동관행에 의해 지급의무가 인정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해상은 지속적으로 경영성과급 지급기준을 마련하고 그에 따른 경영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을 예정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관행이 계속 당연하다고 여겨질 정도'의 인식에 이르렀다"며 "현대해상은 '당해연도에 한해 지급되는 것'이라는 지급기준 문구에도 15년 이상 해마다 경영성과급 지급기준을 마련해 경영성과급을 지급해 왔다"고 덧붙였다.
     
    김태욱 변호사는 "대법원에 여러 경영성과급 사건이 계류 중인데 해당 사건들은 단협이나 취업규칙에 지급근거를 둔 경우가 많다"며 "현대해상 사건은 단협에 근거를 두지 않았지만 관행에 의해 사용자의 지급의무를 인정하면서 임금성을 인정한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노동관행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노동관행으로 볼 수 있는 '확고한 인식'이나 '법적 확신'이 어느 정도 수준을 의미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면 노사 간 분쟁 가능성만 커질 수 있다.
     
    김동욱 변호사는 "계약법에서 법적 근거 없이 사실관계가 반복됐다는 이유만으로 권리가 발생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조심스러운 논법"이라며 "누군가에게 매달 밥을 3년간 사줬다는 이유로 그에게 밥을 사줘야 할 의무가 생기는 것은 아닌 것처럼 쉬운 논리가 아닌데도 이러한 논리가 너무 쉽게 사용되고 있어 (현대해상 2심) 판결에 동의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지부 측은 이번 판결이 근로복지기본법상 성과배분 조항을 이유로 경영성과급의 임금성을 부정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현대해상은 재판 과정에서 근로복지기본법에 따른 복지 증진 차원에서 경영성과급을 지급한 만큼 임금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공공기관 복지포인트의 임금성을 부정한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한 것이다. 당시 복지포인트는 근로복지기본법에서 정한 선택적 복지제도로 분류돼 임금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재판부는 "관련 규정(근로복지기본법)은 근로자 복지 향상을 위한 규율대상을 정한 것으로 보일 뿐 근로복지의 한 유형인 성과배분을 언제나 임금에서 배제하려는 입법자의 의사가 반영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근로자 복지를 규율하는 부수적 하위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법령의 해석에 따라 독자적인 보호법익에 기초해 판단되어야 할 근로기준법상 임금 개념의 해석이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경영성과급 지급기준은 취업규칙 아냐...회사 재량 '인정'
     
    또 다른 쟁점이었던 '경영성과급 지급기준 변경'과 관련해서는 현대해상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지부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현대해상은 2018년 경영성과급 지급기준을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변경한 바 있다. 당기순이익 2000억 원을 넘으면 경영성과급이 지급됐지만 노조 동의 없이 이 기준을 2500억 원으로 상향 조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당기순이익 구간과 지급률도 다시 조정됐다. 예컨대 경영성과급 200%를 지급받으려면 이전에는 당기순이익 2400억 원을 기록했어야 하지만 조정 이후 2900억 원을 달성해야 한다.
     
    지부는 지급기준을 불리하게 변경할 때 노조 동의를 받는 노동관행이 있었지만 이를 생략했다고 주장했다. 또 사실상 취업규칙에 해당하는 지급기준을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지부 동의를 받지 않아 효력이 없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나 재판부는 "내부 품의 및 대표이사 결재 절차를 통해 경영성과급 지급기준이 마련됐다"며 "2016년도, 2017년도 지급기준에 휴직기간 또는 정직기간 일할 감률 규정을 추가할 때 노조 동의를 받지 않은 것으로 보여 노조 동의를 얻어 변경하는 관행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노사 간 분쟁이 확대될 수도 있다. 경영성과급의 임금성이 인정된 상황에서 지급기준을 회사가 일방적으로 바꿀 수 있다면 임단협 때마다 노사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강재남 지부장은 "(이번 판결대로면) 노사관계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해마다 회사는 '법원이 우리 마음대로 지급기준을 정해도 된다고 했다'면서 자유롭게 정할 것이고 우리는 '아무리 그래도 임금인데 회사 마음대로만 할 수 있냐'고 주장하면서 분쟁이 생길 여지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회사의 재량 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 재판부는 경영성과급 지급률이나 지급액수에 관한 노동관행이 인정되지 않은 점을 언급하면서 현대해상이 지급기준을 정할 때 '어느 정도의 재량'이 인정된다고 했다. 바꿔 말하면 제한 없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재량은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김태욱 변호사는 "'어느 정도의 재량'이라고 한 점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무제한의 재량이 인정되지는 않는다"며 "만약 지급률과 액수에 관한 현대해상의 재량 행사가 지급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정도에 이른다면 무효로 판단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동종 업계ㆍ유사 분쟁 사업장 등 파장 '눈길'
     
    이번 판결이 유사 분쟁에 미칠 파장에도 관심이 쏠린다. 사무금융노조 소속 사업장 중에는 경영성과급이 지급되는 곳이 적지 않다. 명칭만 다를 뿐 사실상 경영성과급과 동일한 성격의 성과급을 받는 사업장을 포함하면 숫자는 더 늘어난다.
     
    강 지부장은 "현대해상과 같이 계속적으로 경영성과급을 지급받아 노동관행이 인정될 여지가 있는 사무금융노조 소속 사업장이라면 단협이나 취업규칙에 지급근거가 없더라도 경영성과급을 임금으로 산입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는 것"이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경영성과급을 놓고 회사와 적극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소송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으로도 확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삼성전자, 발레오전장, 한국유리 등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다.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에서도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김상민 변호사는 "경영성과는 여러 변수에 따라 달성되는데 근로성과의 발생 여부와 양에 대해 근로자들의 근로제공이 어느 정도로 직결돼 있는지, 그 성과를 기준으로 성과급을 주는 것이 근로제공의 대가로서의 성격을 갖는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며 "그동안은 아니라는 것이 주류적 입장이었지만 최근 판결이 엇갈리는 만큼 대법원이 이 부분에 대한 판단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수완 태평양 변호사는 <노동법률> 기고를 통해 "사규 등으로 경영성과급의 구체적인 지급조건, 지급률 등을 정해 일정 요건이 충족되면 사용자에게 지급의무가 인정돼 임금성을 긍정하는 요인이 되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기업들은 자사의 경영성과급이 가장 극단적 판결에 의하더라도 임금성이 부정될 수 있는지 짚어보고 리스크를 저감하는 방안을 선제적으로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지부는 현대해상이 경영성과급의 임금성을 인정한다면 지급기준 등을 놓고 대화에 나설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강 지부장은 "임금성을 인정하면 그 기준에 대해서는 회사가 부담을 덜 수 있는 방향으로 상생 차원에서 언제든 이야기할 수 있다는 의지를 표명했었지만 회사는 일언반구도 없었다"며 "회사가 법원 판단을 인정하고 그 기준을 논의할 수 있다고 한다면 대법원에 갈 필요 없이 조합원 총의를 모아서 대화의 장에 나갈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김대영 기자 kdy@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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