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7-27 11:17:15 수정 : 2020-07-31 13:36:37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의 사업장에 대한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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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호 vol.351]

▲사망자 38명이 발생한 경기 이천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현장에서 지난 5월 12일 오후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자들이 4차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월간노동법률]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1. 서론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업 안전 및 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그 책임의 소재를 명확하게 해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의 안전 및 보건을 유지ㆍ증진함을 목적으로 한다(산업안전보건법 제1조). 2020. 1. 16.부터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되고 있는데, 해당 개정법에서는 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도급인의 책임을 강화했고, 그 방안 중의 하나로 수급인의 근로자라 하더라도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도급인이 해당 근로자에 대한 안전ㆍ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하게 했다. 그런데, 이러한 도급인의 책임 요건은 과거에도 해석상 논란을 일으켰고, 이러한 혼란은 도급인 책임을 강화했다는 개정법에서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보인다. 이 글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에게 책임의 요건이 되는 "도급인의 사업장"의 개념에 대해 고찰해 본다.
 
2.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소정의 도급인 책임 규정의 내용

 
구 산업안전보건법(2020. 1. 16. 법률 제17,433호로 개정되기 이전의 것)은 수급업체 근로자들에 대한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하는 도급인의 범위를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었다.
 
제29조(도급사업 시의 안전-보건조치)
① 같은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으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업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의 사업주는 그가 사용하는 근로자와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같은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 생기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1. 사업의 일부를 분리하여 도급을 주어 하는 사업

위와 같은 규정은 도급인의 근로자들이 일하는 도급인의 사업장에 수급인의 근로자들이 들어와 도급인의 사업의 일부를 담당하는 경우를 전제로, 도급인에게 수급인의 근로자들에 대한 안전ㆍ보건조치의무를 부담시키는 취지의 규정이었다.

이에 따라 수급인의 근로자들이 도급인의 사업장에 들어와 일을 하더라도 사업의 일부를 담당하지 않고 전부를 담당한다든지, 같이 일하는 도급인 소속 근로자가 없다든지 등의 경우에는 도급인이 수급인의 근로자들이 도급인 사업장에서 근무를 하더라도 안전ㆍ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 수급인 소속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일을 하는 경우에는 같이 일하는 도급인 소속 근로자들의 유무나 사업의 일부를 담당하는지 여부 등을 묻지 않고 도급인에게 안전ㆍ보건조치의무를 부담시키게 된 것이다.

또한 수급인 근로자들이 도급인 사업장이 아니라 하더라도, 도급인이 지배ㆍ관리하는 공간에서 일을 하는 경우에는 도급인 사업장에서 일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이유로, 도급인의 사업장이 아니더라도 도급인이 지배ㆍ관리하는 장소에서 일하는 수급인 소속 근로자들에 대해서도 그 장소를 지배-관리하는 도급인이 안전ㆍ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하게 한 것이다(산업안전보건법 제10조 제2항,).
 
3. 도급인의 사업장에 대한 해석

 
그런데 산업안전보건법은 제2조 정의규정에서 "도급인의 사업장"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두고 있지는 않다. 다만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산업안전보건법 제10조 제2항에서는 도급인의 사업장 등에서의 산업재해 발생건수 등의 공표 의무를 정하면서, "도급인의 사업장"은 실제 도급인의 사업장뿐만 아니라, (도급인의 사업장이 아니라도) 도급인이 제공하거나 지정한 경우로서 도급인이 지배ㆍ관리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소를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해당 사항이 이하의 규정에도 동일하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도급인의 사업장의 개념은 해석론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하에서 도급인의 사업장은 도급인 사업장 그 자체(협의의 도급인의 사업장)와 도급인이 제공하거나 지정한 경우로서 도급인지 지배ㆍ관리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소로 구별해 해석론을 전개해 본다.
 
(1) 도급인의 사업장
 
먼저 도급인이 관리권을 가지고 실질적으로 관장하면서 생산이나 서비스 등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장소는 도급인의 사업장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특히 구법과 같이 도급인의 근로자들이 같이 근무하면서 수급인 근로자들이 도급인의 사업 중 일부를 담당하는 경우라면 도급인의 사업장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이때 도급인이 해당 장소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는지 여부는 기준이 될 수 없다. 도급인의 장소에 대한 관리권을 갖는 경우가 반드시 해당 장소에 대한 소유권을 전제로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도급인이 해당 장소에 대한 임차권을 가지고 사업을 영위할 수도 있다. 이의 연장선에서, 만약 수급인이 특정한 장소에 대해 점유를 할 민법상 권원(소유권, 임차권 등)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해당 장소는 도급인의 사업장이 아닐 경우가 많다. 해당 장소에 대해 점유할 권원은 해당 장소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을 징표하는 것으로 봐야 하게 때문이다.

도급인이 임대인인 경우에도 동일하게 해석해야 한다. 물론 도급인이 실질적으로 자금을 부담하면서 형식적으로 명의만 수급인의 이름으로 계약을 체결하거나, 형식적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차임을 시장가보다 굉장히 낮은 수준으로 지급한 경우는 수급인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는 이유로 도급인의 사업장이 아니라고 봐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임차인이 도급인 또는 제3자에게 시장가에 상당하는 차임을 지급하고 해당 장소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에는 도급인의 사업장이 아니라는 징표가 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해당 장소의 공과금 등을 누가 납부하는지 여부도 부수적인 기준이 될 수 있다. 전기료, 수도료 등의 공과금이 도급인과 수급인이 사업장을 구별할 수 없어 같이 부과되는 경우에는 수급인의 사업장을 도급인의 사업장으로 보는 표지로 작용할 것이나, 전기료, 수도료 등이 도급인과 수급인의 사업장에 각 부과될 경우에는 이는 수급인의 사업장이 도급인의 사업장이 아니라고 해석될 표지로 봐야 할 것이다.

또한, 도급인의 임직원들이 수급인의 사업장에 대한 자유로운 통행권이 있는지가 중요한 표지가 될 것이다. 도급인의 임직원들이 자유롭게(또는 도급인의 승인을 받고) 드나들 수 없는 공간을 도급인의 사업장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급인의 임직원들이 수급인의 사업 공간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거나, 설혹 통행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수급인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장소는 도급인의 사업장으로 볼 수 없을 것이다. 설혹 같은 부지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부지 내에 게이트가 다르거나, 출입구가 다른 경우에도 동일하다. 또한 같은 건물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건물 출입구가 같은지, 건물 안에 벽체 등으로 장소가 구별돼 있는지, 벽체가 간이한 벽체인지 견고한 벽체인지에 따가 수급인의 사업 장소가 도급인의 사업장인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또한 도급인의 임직원들이 수급인 사업장에 출입이 자유롭지 않은 경우에는, 도급인과 수급인의 관계가 도급관계가 아닌 다른 계약관계(예를 들어 제작물공급계약)일 가능성이 많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실무상 이 부분은 간과되고 있는 것 같으나, 계약이 도급계약이 아닌 경우에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도급인 책임이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2) 도급인이 제공하거나 지정한 경우로서 도급인이 지배ㆍ관리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소
 
위와 같은 장소의 요건은 "도급인이 제공하거나 지정한 장소", "도급인이 지배-하는 장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소"이고, 이 3요건은 병렬적인 요건이다. 먼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소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제11조에 규정돼 있다. 다음으로 해당 도급인이 제공하거나 지정한 장소이어야 한다. 이때 도급인과 수급인이 실질적인 협의를 통해 장소를 지정한 경우나 도급인이 장소에 대한 의견을 표명했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장소결정권이 수급인에게 있었던 경우에는 지정한 장소라고 보기 어렵다. 즉, 지정은 구속력이 있는 지정이어야 한다.

또한 제공의 개념도 시장가에 상응하는 상당한 금액을 지급하는 유상임차의 경우에는 제공의 개념에 포섭시키기 어렵다고 본다. 또한 해당 장소는 도급인지 지배ㆍ관리하는 장소이어야 한다. 이때 지배ㆍ관리의 대상은 해당 사업장이지 수급인이 아니다. 만약 지배ㆍ관리의 대상을 수급인으로 해석하게 되면 수급인이 도급인의 자회사 등으로 도급인이 상법상 지배관리를 할 수 있는 경우도 혼동을 불러일으키기 쉽기 때문이다. 장소적 지배ㆍ관리를 위해서는 해당 장소에 대한 자유로운 출입이 전제가 돼야 한다. 따라서 도급인 임직원들이 해당 장소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없는 경우에는 지배ㆍ관리에 대한 부정적 징표가 된다고 해석해야 한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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