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2-02-03 13:54:28 수정 : 2022-02-04 09:22:00

사용자가 부담하는 공정대표의무의 쟁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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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호 vol.369]

▲이미지=노동법률

[월간노동법률] 장현진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1. 들어가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은 제29조의4 제1항에서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 간에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하며, 교섭대표노동조합(이하 교대노조)뿐만 아니라 사용자에게도 공정대표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공정대표의무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와 일체로 규정된 것이므로 기본적으로는 교대노조가 공정대표의무를 부담하지만, 사안에 따라서는 사용자도 소수노조와 그 조합원에 대한 차별적 처우의 주체가 될 수 있으므로 사용자도 공정대표의무를 부담하는 것이라고 이해돼 왔다.

2010년 복수노조 허용과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도입 이래 공정대표의무에 관해서는 소수노조에 대한 노조 사무실 제공이 문제 된 사례들이 다수를 차지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단체교섭 과정, 단체협약 내용, 단체협약 이행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에 대한 공정대표의무 위반을 다투는 등 쟁점이 보다 구체화되고 있다. 이하에서는 비교적 최근 판결례들을 바탕으로, 특히 사용자가 부담하는 공정대표의무와 관련된 구체적인 쟁점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2. 교대노조를 제외하고 사용자만을 공정대표의무 위반으로 문제 삼을 수 있는지

사용자가 교대노조를 우대하고 소수노조를 차별할 경우 이에 대해서는 실무상 부당노동행위로 다투는 경우가 많고, ①교대노조만이 문제 되거나 ②교대노조와 사용자가 함께 문제 되는 경우에 공정대표의무 위반으로 다투는 사례가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사용자가 교대노조와 합의해 이행한 사항에 대해서, 교대노조를 제외하고 사용자만을 대상으로 노동위원회에 공정대표의무 위반 시정신청을 할 수 있는지 문제 된다.

회사는 노동조합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차량을 제공하면서 각 노동조합별 차량 이용 방식에 대해 교대노조와 합의하고 이를 이행했는데, 소수노조는 이러한 차량 배분 방식이 공정대표의무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회사만을 상대로 노동위원회에 공정대표의무 위반 시정신청을 했다. 앞서 정리한 것과 같이 공정대표의무는 기본적으로 교대노조가 부담하는 것이라는 입장 하에서 회사는 차량 배분은 회사와 교대노조 간 합의에 따른 것이어서 교대노조 동의 없이 회사가 단독으로 그 내용을 변경할 수 없고, 회사가 교대노조 없이 단독으로 공정대표의무 위반의 주체가 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i)노동조합법 제29조의4 제1항이 문언상 공정대표의무의 주체를 교대노조와 사용자로 규정하고 있고 달리 사용자가 단독으로 공정대표의무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해석하기는 어려운 점 (ii)회사가 노동조합 간 차량 이용 시간, 대수 등 배분 방법을 교대노조에게 일임하지 않고 배분 방식을 직접 제안한 점 등의 사정을 들어 회사도 독자적으로 의무 주체가 될 수 있고, 사용자만이 공정대표의무 위반 시정신청의 피신청인이 되는 데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판단했다(서울행정법원 2021. 8. 19. 선고 2020구합69816 판결).

3. 사용자는 소극적 중립의무만을 부담하는지

교대노조와 소수노조 간 이견이 발생했을 때 회사가 중재에 나서거나 회사의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 자칫하다가는 부당노동행위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계로 인해 사용자의 공정대표의무 위반이 문제 될 경우 회사는 소극적 중립의무만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하기도 한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은 공정대표의무의 기능에 더해 노동조합법 제29조의4 제1항이 문언상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 간의 차별을 교섭 과정의 절차적 문제에 한정하지 않고 있고 교대노조와 사용자가 함께 차별금지 의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까지 고려해보면 공정대표의무는 단체교섭 과정이나 그 결과물인 단체협약의 내용뿐만 아니라 교섭을 전후해서 노동조합 간 그리고 조합원 간의 이해를 조정하는 전 과정에서 준수돼야 하고, 사용자는 교대노조와 동일한 내용의 공정대표의무를 독립적으로 부담한다고 봤다. 나아가 사용자라고 해서 교대노조와 달리 교대노조와 소수 노동조합 사이의 중립을 지켜야 할 소극적인 의무만을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서울고등법원 2018. 6. 20. 선고 2017누86233 판결).

같은 맥락에서, 근로시간 면제 시간의 분배가 문제 된 사례에서 서울고등법원은 노사 간 합의로 근로시간 면제 제도를 도입하기로 합의한 이상 공정대표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로서는 근로시간 면제 시간의 분배가 소수 노동조합에 대해서도 조합원 수 등을 고려해 형평성 있게 적용되도록 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소수 노동조합이 받는 불합리한 차별을 제거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서울고등법원 2019. 8. 30. 선고  2019누36829 판결). 또한 노동조합 사무실에 대해서도, 설령 소수노조가 단체교섭 과정에서 사용자에게 노동조합 사무실과 관련해서 아무런 요청을 하지 않았고 소수노조 소속 조합원 수 비율에 따라 산정되는 사무실 면적이 지나치게 좁게 되는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을 들어 사용자가 소수노조에게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하지 않은 것이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동 판결은 보론으로, 사용자로서는 기존 공간을 재배치해서 소수노조에게 최소한의 독립적인 공간을 제공해 주거나, 적어도 교대노조에게 제공된 사무실을 일정 부분 공유할 수 있도록 사용자-교대노조-소수노조 3자 간의 합의를 도출하는 등의 방법으로 차별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4. 교대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약의 문언도 문제가 될 수 있는지

회사는 적법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선정된 교대노조의 요구안에 따라 단체협약을 체결했는데 추후 소수노조가 단체협약의 내용이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며 문제 삼을 가능성이 있다. 

대법원은 단체교섭의 결과물인 단체협약의 내용에 대해서도 공정대표의무가 준수돼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A 일렉트로닉스의 사례에서는 단체협약에 ①휴직 사유가 발생할 경우 "노사가 협의"해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 ②"노사" 각 5인으로 구성되는 고용안정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한다 ③생산 부문의 일부를 용역 또는 외주, 하도급으로 전환하고자 할 때는 사전에 "조합"과 합의하도록 한다는 등의 조항을 두고 다른 조항에서 '심의결정 및 노사협의, 노사합의의 주체가 되는 노동조합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을 말한다'고 규정한 부분(단체협약 제103조)이 문제가 됐다.  

이에 대해 법원은, 단체협약 제103조에서 교대노조에게만 협의 등의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사항들은 노동조합법이 교대노조의 권한으로 열거하고 있는 사항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이에 더해 위 사항들은 근로조건 자체를 실체적 내용 면에서 통일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향후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 발생할 경우 노사 간의 협의절차 등을 정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단체협약에 공정한 절차 규정을 마련하는 것 자체가 공정대표의무의 내용이 된다고 봐야 하고, 소수 노동조합의 조합원의 신분이나 인사와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고 판단했다. 동 사건에 대해 대법원도 같은 맥락에서, 단체협약 체결 후의 추가 합의·협의나 근로조건의 심의 결정 등에까지 교대노조의 대표권이 미치도록 정한 단체협약은 소수노조나 그 조합원들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는 것으로서 공정대표의무에 반한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7두37772 판결).

서울남부지방법원도 단체협약의 "회사는 별도의 절차 없이 피고 OO노동조합(교대노조)의 단체 교섭권을 보장하며 교섭창구 단일화 대상에 포함시키지 아니한다"는 내용, "회사는 조합원이 근무시간 중 지역자동차노동조합 대의원회(교대노조 관련)에 참석하는 시간을 근무시간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이 단순히 추상적, 선언적 규정에 그친다고 볼 수 없고 이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노조 활동 등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소수노조를 차별하는 조항으로 공정대표의무에 위반되는 규정이라고 판단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20. 9. 24. 선고 2019나66598 판결). 

5. 사용자의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는 어떠한지

사용자의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대해 소수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책임을 묻거나 위자료를 청구할 가능성이 있다. 구체적인 사례로, 소수노조에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전혀 배분하지 않거나 불과 26시간만 배분했고, 교대노조에게는 사업장 내 사무실을 제공하면서 소수노조에게는 노동조합 사무실을 전혀 제공하지 않아 공정대표의무 위반이 인정됐고 이에 더해 회사의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가 문제 된 사례에 대해 법원은 회사가 소수노조에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금으로 20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20. 10. 13. 선고 2018가단208576 판결).

위 서울남부지방법원 2019나66598 판결에서 법원은 단체협약의 조항이 소수노조를 차별하는 내용이므로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하고, 해당 조항으로 인해 소수노조의 손해가 구체적으로 현실화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차별적인 내용의 존재만으로 소수노조의 교섭력 내지 단결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소수노조에게 비재산적 손해가 발생했다고 인정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사용자의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더해 부당노동행위의 내용, 불법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그 위반의 정도 등을 고려해서 회사가 소수노조에게 손해배상금으로 10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한편, 또 다른 사건에서 소수노조는 회사가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하지 않은 것이 공정대표의무 위반이라는 취지의 판결을 받은 뒤 회사를 상대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으로서 사무실 임대료, 비품 구입비, 전기세, 통신비, 상하수도요금 및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회사가 소수노조에게 합리적인 이유 없이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하지 않은 것은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하나, 회사는 소수노조 및 교대노조와 협의해 소수노조에게 적절한 위치, 크기의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할 의무를 부담할 뿐 소수노조가 요구하는 특정한 사무실을 노동조합 사무실로 제공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나아가 회사에 소수노조가 요구하는 특정한 금액의 노동조합 사무실의 비품 구입비, 전기세, 통신비, 상하수도요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이에 소수노조가 청구한 사무실 임대료, 비품 구입비, 전기세, 통신비, 상하수도요금 청구 부분은 기각하고, 위자료로 500만 원만 인용했다(대전지방법원 2021. 4. 20. 선고 2020나108828 판결).

6. 마치며

노동조합법에 공정대표의무 조항이 신설된 지 약 10년이 지났고, 공정대표의무 위반 관련 분쟁은 점차 구체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더욱이 2020년에 노동조합 운영비 원조의 부당노동행위를 금지하는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4호가 개정돼 노동조합의 자주적인 운영을 침해할 위험이 없는 범위 내에서의 운영비 원조행위가 예외적으로 허용됨에 따라, 향후 운영비 원조와 관련된 공정대표의무 위반 분쟁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노동조합 간 이견이 있을 경우 사용자는 부당노동행위 리스크를 고려해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사안에 따라 이러한 소극적 태도가 공정대표의무 위반으로 문제 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장현진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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