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4-25 16:22:00 수정 : 2019-05-07 09:32:28

[이슈포커스] 항공기 기장은 턱수염을 기를 수 있는지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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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호 vol.336]
-대법원ᅠ2018.9.13.ᅠ선고ᅠ2017두38560ᅠ판결-

 
Ⅰ. 사실관계
 
(1) 원고는 1988.2.17. 설립돼 국내외 항공운송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참가인은 1997.7.1. 원고 회사에 입사해 운항승무원으로서 비행업무에 종사해 왔다.

(2) 원고의 취업규칙인 '임직원 근무복장 및 용모 규정' 제5조는 "임직원의 용모는 단정하고 청결을 유지하여야 한다"라고 하면서, 제1항 제2호에서 남자 직원의 경우 "안면은 항시 면도가 된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며, 수염을 길러서는 아니 된다. 다만 관습상 콧수염이 일반화된 외국인의 경우에는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를 허용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이하 '이 사건 조항').

(3) 참가인은 A320 비행기 기장으로 근무하던 2014.9.경 턱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참가인이 속한 원고의 A320 안전운항팀 팀장은 2014.9.12. 참가인에게 '참가인이 턱수염을 기르는 것은 이 사건 조항에 위배되므로 면도를 하라'고 지시했으나, 참가인은 위 조항이 참가인과 외국인 직원을 부당하게 차별하고 참가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등의 이유로 위 지시에 계속 불응했다.

(4) 이에 원고는 2014.9.12.부터 2014.9. 말까지 참가인의 비행업무를 일시적으로 정지시켰다(이하 '이 사건 비행정지'). 이후 참가인이 면도를 하고 비행업무에 복귀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하자, 원고는 2014.10.8.부터 같은 달 10일까지 비행임무 전 지상근무 관찰 기간을 거쳐 같은 달 11일부터 참가인을 다시 비행업무에 복귀시켰다.

(5) 참가인은 2014.12.9. "이 사건 비행정지가 부당한 인사처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으나 기각되자, 2015.3.6.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15.5.14. "이 사건 조항은 유효성에 논란이 있을 수 있고, 이 사건 비행정지에 업무상 필요성이나 합리적 이유가 없고 그로 인하여 참가인이 입은 생활상 불이익이 크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위 초심판정을 취소하고, 이 사건 비행정지가 부당한 처분임을 인정하는 등의 판정을 했다.
 
Ⅱ. 대법원 판결의 요지
 
1. 취업규칙의 한계
 
원고는 항공운송업 등을 영위하는 사기업으로서 항공사에 대한 고객의 신뢰와 만족도 향상, 직원들의 책임의식 고취와 근무기강 확립 등 필요에 따라 합리적 범위 내에서 취업규칙을 통해 소속 직원들을 상대로 용모와 복장 등을 제한할 수도 있다. 일반적 행동자유권 역시 무제한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취업규칙은 근로자의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헌법을 포함한 상위법령 등에 위반될 수는 없다는 한계를 가진다.
 
2. 근로자의 기본권 제한
 
이 사건 조항은, 일부 외국인 직원의 콧수염 이외에는 참가인을 포함한 원고 소속 직원들이 수염을 기르는 것을 전면적으로 금지함으로써 참가인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제한으로 인해 원고의 영업의 자유와 참가인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이 충돌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런데, 이 사건 조항은 원고의 영업의 자유와 참가인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에 대한 이익형량이나 조화로운 조정 없이 일부 외국인의 콧수염에 관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원고 소속 모든 직원들이 수염을 기르는 것 자체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처럼 영업의 자유와 관련한 필요성과 합리성의 범위를 넘어서 일률적으로 그 소속 직원들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제한하고 있는 것은 기본권 충돌에 관한 형량과 기본권의 상호조화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3. 법익 형량
 
(1) 오늘날 개인 용모의 다양성에 대한 사회 인식의 변화 등을 고려할 때, 원고 소속 직원들이 수염을 기른다고 해서 반드시 고객에게 부정적인 인식과 영향을 끼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오히려 해당 직원이 타인에게 혐오나 불쾌감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신의 외모 및 업무 성격에 맞게 깔끔하고 단정하게 수염을 기른다면 그것이 고객의 신뢰나 만족도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 사건 조항에 따라서 직원들에게 수염을 기르지 못하도록 한 결과 직원들의 책임 의식이나 고객의 신뢰도가 더 높아졌다고 볼 합리적 이유와 자료도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수염 자체로 인해 언제나 영업의 자유에 미치는 위해나 제약이 있게 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2) 참가인은 항공기의 조종을 책임지는 기장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기장의 업무 범위에 항공기에 탑승하는 고객들과 직접적으로 대면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당연히 포함돼 있다고 볼 수 없다. 참가인이 자신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지키기 위해서 선택할 수 있는 대안으로는 원고 회사에서 퇴사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처럼 수염을 일률적-전면적으로 기르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어, 참가인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 있다.

(3) 원고는 항공운항의 안전을 위해 항공기 기장의 턱수염을 전면적으로 금지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별다른 합리적 이유와 근거도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원고는 항공기 기장을 포함한 원고 소속 외국인 직원들에게는 수염을 기르는 것을 부분적으로 허용해 왔고, 다른 항공사들도 운항승무원이 수염을 기르는 것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지 않다. 아울러 원고가 취업규칙을 개정해 개별적인 업무의 특성과 필요성을 고려해, 구체적-개별적으로 수염의 형태를 포함한 용모와 복장 등을 합리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4. 결론
 
따라서 이 사건 조항은 원고가 보유하는 영업의 자유의 한계를 넘어서 참가인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참가인 등 근로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 이와 같이 이 사건 조항이 참가인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해 근로기준법 제96조 제1항 등에 위반돼 무효이므로, 참가인이 이와 같이 위헌-위법인 이 사건 조항을 준수하지 않았음을 전제로 이뤄진 이 사건 비행정지처분도 위법하다.
 
Ⅲ. 대상판결의 검토
 
1. 문제의 제기
 
대상판결은 항공운항의 안전을 위해 항공기 기장의 턱수염을 전면적으로 금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별다른 합리적 이유와 근거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을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판시내용은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항공안전 법규와 제도와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항공인으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불합리한 것이라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이하에서는 간략하게 대상판결의 문제점을 검토하기로 한다.
 
2. 항공안전법상 산소마스크 착용 의무
 
항공안전법에 따른 운항기술기준에서는 다음과 같이 비상 시에는 운항승무원이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산소마스크를 구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운항기술기준
7.1.14.6 산소저장 및 분배장치(Oxygen Storage and Dispensing Apparatus)
가. 산소사용이 요구되는 고도에서 운항하고자 하는 항공기는 항공안전법 시행규칙 제114조에 따라 적절하게 산소를 저장하고 분배해주는 장비를 갖추어야 한다.

나. 산소장치, 최소 산소흐름율, 산소공급은 국토교통부장관이 승인한 항공기 형식증명 감항성 기준을 충족하여야 한다.

다. 운항증명소지자는 1만피트를 초과하는 고도로 운항하고자 하는 경우 운항승무원이 임무수행 중에 즉시 사용할 수 있는 곳에 산소마스크를 구비하여야 한다.

라. 운항증명소지자는 2만 5천 피트를 초과(또는 대기기압이 376hPa 미만의 고도 위로 비행 시)하는 고도로 여압장치가 있는 항공기를 운항시키고자 할 경우 다음 사항을 충족하여야 한다.
1) 운항승무원의 산소마스크는 즉시 착용이 가능한 형태(Quick-donning type of oxygen mask)이어야 한다.
2) 객실의 여압이 상실될 경우 객실승무원이 위치에 관계없이 즉시 산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여분의 산소 배출구와 마스크 또는 산소마스크를 장착한 휴대용 산소용구가 당해 항공기에 탑승해야 할 최소 객실승무원 수만큼 객실 전체에 고르게 분포되어야 한다.
3) 산소공급 단말장치(Terminal)와 연결된 산소분배기구는 각 사용자가 어느 좌석에 있던지 즉시 사용할 수 있도록 장착되어야 하며, 분배기구 및 산소배출구의 전체수량은 좌석수의 10% 이상이어야 하고, 여분의 산소용구는 객실 전체에 고르게 구비되어야 한다.
마. 운항증명소지자는 특정 운항에 필요한 보조 산소량을 운항규정(Operations Manual)에서 정한 운항절차, 운항노선, 비상절차에 해당되는 비행고도와 비행시간에 근거하여 결정해야 한다.

바. 비여압 항공기와 여압항공기에 필요한 보조 산소량은 별표 7.1.14.6에서 규정한다.
 
7.3.5.2 호흡보호장비 (Protective Breathing Equipment)
가. 항공기사용사업자는 최대인가이륙중량이 5,700㎏을 초과하거나 최대인가좌석수가 19석을 초과하는 항공기에 다음의 장비를 구비하여야 한다.
1) 운항승무원이 조종실에서 근무하는 동안 각 운항승무원의 눈, 코, 입을 보호할 수 있고 최소한 15분 이상의 산소를 공급할 수 있는 호흡보호장비 또는 산소마스크
2) 최소객실승무원의 눈, 코, 입을 보호할 수 있고 최소한 15분 이상의 산소를 공급할 수 있는 휴대용 호흡보호장비

나. 가항의 규정에 의한 호흡보호장비(PBE)에 공급되는 산소는 추가산소장비로 제공될 수 있다.

다. 운항승무원이 사용할 호흡보호장비는 조종실내의 편리한 곳에 비치하여 운항승무원이 근무위치에서 즉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라.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휴대용 호흡보호장비는 휴대용 소화기와 같이 또는 인접한 곳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소화기가 화물칸 내부에 있는 경우 호흡보호장비는 외부에 설치되어야 하나 화물칸 출입구와 인접해야 한다.

마. 호흡보호장비 사용시 통신에 지장을 주어서는 아니 된다.

3. 항공안전을 이유로 한 운항승무원의 수염 금지
 
(1) 전 세계적으로 대부분의 항공사는 운항승무원 턱수염(beards)과 콧수염(mustache)을 기르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운항승무원이 수염을 기른 상태에서는 산소마스크가 얼굴과 완전히 밀착되지 아니하여 운항승무원에게 공급되는 산소의 양이 줄어들고, 이로 인해 호흡이 빨라져서 항공안전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다만 Air Canada는 Simon Fraser University의 Environmental Medicine and Physiology Unit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2018.9.부터 "최대 12.5㎜ 이내, 단정하게 정리된 턱수염"은 허용하기로 했다.
 
4. 외국의 사례
 
가. 미국 연방항공청(Federal Aviation Administration)의 권고

얼굴에 난 수염(턱수염, 콧수염)은 산소마스크를 얼굴에 밀착시킬 수 없어서 산소공급이 필요한 고도에 도달할 경우 운항승무원을 최고의 상태로 유지할 수 없으므로, 항공안전에 적합하지 않다. 턱수염은 조종사가 산소마스크 착용 시 산소 흡입량을 지속적으로 감소시키고 호흡을 빠르게 해 운항승무원의 의식, 능력, 임무수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그로 인해 운항승무원의 임무와 관련된 안전을 확보하는 능력을 감소시킬 수 있는 신체 증상을 초래할 수 있다.
 
나. Jane F. Garvey v. Ronald R. Macko 사례

(1) 델타항공사의 운항승무원인 피신청인 Ronald R. Macko는 1996.6.16. 애틀란타에서 사반나로 갈 예정인 델타항공 1471호기의 기장으로 지정됐다. 출발 전에 FAA 소속 항공안전감독관 Steven Groover가 운항 중 검사(En route inspection)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피신청인에게 통지했다. 1995.8.31. 작성된 델타항공의 운항규정(FOM)에는 콧수염을 기른 사람은 조종실에 들어갈 수 없다고 규정돼 있었다.
 
Dress Code
Note ; for safety reasons, beards are not acceptable in the cockpit.
 
(2) 피신청인은 감독관이 콧수염을 기르고 있었기 때문에 조종실 보조좌석에 앉는 것을 거부했다. 피신청인은 위와 같은 결정을 내리기 전에 애틀란타에 있는 델타항공 수석기장실에 연락을 취했고, 부수석기장으로부터 피신청인이 운항규정을 제대로 숙지한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피신청인은 FAA의 승인을 받은 운항규정을 준수하지 않으면 연방항공규정(FAR) Section 121.548조를 위반하게 되고, 상사의 지시에 불복종하게 되는 것뿐만 아니라, 콧수염을 기른 사람을 조종실에 들어오게 하는 것은 기장으로서 가장 중요한 의무인 최고 수준의 항공안전 확보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3) 행정법 판사는 피신청인이 연방항공규정 121.548조, 49 C.F.R. Part 121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15일간 조종사 자격을 정지했다. 그러나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피신청인이 안전을 이유로 콧수염을 기른 사람의 조종실 출입을 거부한 것은 정당하고, 연방항공청 소속 감독관이라도 예외는 없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고 결정하면서, 행정법 판사의 자격정지처분을 취소했다.
 
다. Association of Professional Flight Attendants v. American Airlines, Inc. 사례

(1) 턱수염을 기르지 못하게 한 American Airlines의 방침에 위반해, 휴가 중 턱수염을 기르고 회사에 출근한 운항승무원 Brian Joseph Hagerty에게, 회사는 턱수염을 면도하지 않으면 해고하겠다고 통지했다. Brian은 턱수염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을 중단하고, 깔끔하고 단정하게 정리된 턱수염을 허용하는 합리적인 방안을 수립해 달라는 취지로 고충처리(grievance)를 신청했다.

(2) 4인 중재위원회(the four-member System Board of Adjustment for arbitration)는 턱수염 금지는 항공안전에 관한 것이므로, 고충처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해당 신청을 기각했다. 항공사의 노무담당이사는 고충처리 사건의 심리를 1984.3.29. 개최하기로 했다. 그러나 항공사는 턱수염금지규정이 항공안전에 관한 것이어서 노동중재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는 이유로 중재를 거부했다. 이에 Brian이 소속된 항공조종사연합회(Association of Professional Flight Attendants)는 연방지방법원에 중재를 명하는 신청을 제기했다. 연방지방법원은 1984.8.28. 신청을 인용해 회사에 중재에 응할 것을 명령했다. 위 결정에 대해 회사가 항소를 제기했다.

(3) 연방항소법원은 FAA의 권고에는 턱수염이 항공안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명확하게 나타나 있지만, 턱수염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은 있지 않고, 이 경우 턱수염금지조항에 관한 고충처리가 노동중재대상이 아니라고 볼 만한 명백한 자료가 없는 이상, 이 사건 고충신청은 노동중재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라. 캐나다 교통부의 상업항공 권고 제185호

턱수염, 무성한 안면수염, 긴 머리카락은 조종사가 산소마스크 착용 시 산소의 흡입량을 지속적으로 감소시키고, 밀착되지 않는 곳으로 연기 등 유독가스가 들어올 수 있으며, 운항승무원의 호흡을 빠르게 해, 수염을 기르지 아니한 운항승무원보다 의식유지 시간이 40% 정도 단축된다.
 
5. 대상 판결에 대한 비판
 
(1) 참가인의 취업규칙에서 "다만 관습상 콧수염이 일반화된 외국인의 경우에는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를 허용한다"라고 규정한 것은 항공안전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문화적・종교적 이유로 콧수염을 장려하는 외국인을 보호한다는 점에서 타당하다. 그러나 한국인 임직원에게만 콧수염을 기르지 못하게 한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국적을 이유로 한국인 임직원을 차별하는 것이므로 헌법 제11조 제1항, 근로기준법 제6조에 위반된다.

(2) 대법원이 참가인의 보호 법익이 영업의 자유라고 판단한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대법원이 이와 같은 판단을 하게 된 것은, 원고가 항공운항의 안전을 위해 항공기 기장의 턱수염을 전면적으로 금지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별다른 합리적 이유와 근거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항공안전을 이유로 운항승무원에게 턱수염을 기르지 못하게 하는 것은 항공산업 종사자에게는 상식에 속하는 것이고, 미국과 캐나다 사례를 보더라도 보편적인 법리로 인식되고 있다. 그럼에도 법원이 변론주의라는 이름하에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항공안전규범상 기본원리를 배척한 것은, 원고가 주장・증명 등 소송수행을 잘못한 것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법원도 너무 쉽고 안일하게 결론을 도출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3) 항공사가 항공안전을 위해 운항승무원들에게 턱수염을 기르지 못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주장・증명한다면, 항공안전이라는 공익적 법익이 운항승무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보다 우월한 법익으로 평가될 수 있기 때문에 대상판결의 결론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 다만 에어 캐나다 사례에서 본 바와 같이, 의학적으로 산소마스크의 정상적인 작동을 저해하지 않는 한도에서 턱수염의 길이를 제한해 단정하게 기르는 것을 허용한다면, 그와 같은 취업규칙의 내용은 유효하다고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권창영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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