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10-22 10:31:00 수정 : 2020-10-30 10:44:03

[Daily News] 양대 노총 “정부, 노동조합법 개악...ILO 등 국제노동기준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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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호 vol.354]
양대 노총이 정부가 내놓은 노동조합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직접 참석했다.

양대 노총 위원장 "정부 노동조합법 개정안, 국제노동기준 훼손"


▲김재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비상대책위원장과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등 양대 노총 관계자들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정부의 반노동적 노동법 개악안 반대 및 ILO핵심협약 비준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양대 노총은 기자회견에서 "정부 개정안은 ILO 핵심협약으로 비롯되는 국제노동기준에 크게 못 미치고 오히려 훼손하는 내용"이라며 "기정사실화돼 있는 해고자와 실업자의 단결권을 법으로 인정한다는 구실로 사용자 권한을 더 크게 열어주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안은 실업자나 해고자도 기업별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현행 노동조합법은 실업자ㆍ해고자의 초기업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대신 기업별노조 가입을 제한하고 있다.

양대 노총이 정부안을 이미 기정사실화된 내용이라고 보는 이유는 대법원 판례 때문이다. 대법원은 일시적으로 실업상태에 있는 자나 구직 중인 자도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다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양대 노총은 정부안이 기업별노조 임원 자격을 재직 중인 조합원으로 제한한 대목도 겨냥했다. 노동계는 정부안이 처음 공개된 지난해 7월 이후 줄곧 노조 임원 자격에 대한 법적 제한이 ILO 핵심협약 취지와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양대 노총은 이어 "산별노조를 비롯한 상급단체 노조 간부의 사업장 출입을 사용자 마음대로 제한할 수 있게 했으며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3년까지 연장할 수 있게 했을 뿐만 아니라 이른바 사용자의 조업의 자유를 위해 사업장 내 쟁의행위 역시 크게 제한할 수 있게 했다"고 꼬집었다.

정부안은 사업장에 종사하지 않는 조합원이 출입할 경우 사업장 내부 규칙이나 노사 간 합의된 절차 등을 준수하도록 했다. 또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현행 최장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쟁의행위를 할 때 사업장 내 생산ㆍ주요 업무시설 등에 대한 전부 또는 일부 점거를 금지했다.

사업장 내부 규칙 또는 합의된 절차를 준수하도록 한 것은 노조 활동을 위한 사업장 출입과 사용자의 시설관리권이 충돌하지 않도록 조율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단협 유효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은 단체교섭 주기를 늘려 노사관계를 안정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대로 단협이 장기간 유지되면 급변하는 경제상황을 적절한 시기에 반영할 수 없는 단점도 따른다.

해외 사례를 보면 일본은 3년, 프랑스는 무기 또는 유기(5년)로 유효기간을 정하고 있다. 미국과 독일은 유효기간 규정 자체가 없다.

노동계 반발이 특히 심한 대목은 사업장 점거 제한 규정이다. 그러나 이 규정은 기존 판례를 반영한 조항일 뿐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정부안이 처음 공개됐을 당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한 관계자는 "정부안의 직장 점거 관련 규정은 판례법리를 그대로 조문화시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정부안이 지금보다 직장점거의 범위를 좁힐 것인지 여부는 앞으로 판례 형성을 기다려봐야 아는 것이지 현행 규정상으로는 직장점거의 범위가 더 좁아졌다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안에 대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서도 "개정안(정부안)은 판례가 직장점거와 관련해 일관되게 '부분적ㆍ병존적 직장점거' 형태의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인정하면서도 '전면적ㆍ배타적 직장점거'는 정당성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부 토론회, '협의' 포장 위한 요식행위"


▲지난 21일 오후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노조법 개정 관련 노사정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이지예 기자)

양대 노총은 정부가 노동조합법 개정을 놓고 노사정 토론회를 개최하는 데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고용노동부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노조법 개정 관련 노사정 토론회'를 열고 각계 의견 수렴에 나섰다. 토론회에는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2본부장과 이준희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노사관계법제팀장 등 노사 관계자와 학계ㆍ정부 인사 등이 참석했다.

양대 노총은 "오늘 정부는 노사정 논의를 통해 상생의 길을 찾는다는 노동법 개정에 관한 토론회를 개최한다"며 "과연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길이 '상생의 길'인지 되묻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사정 합의도 거치지 못한 채 사용자 요구를 대폭 반영한 노조 혐오 노동법 개정안이 노동자에게 강요하는 상생인지 묻고 싶다"며 "또다시 정부의 길은 정해져 있고 이 길을 노동자들과의 협의 완료로 포장하기 위한 요식행위일 뿐인 토론회가 되지 않을지 묻고 싶은 것"이라고 했다.

이어 "(양대 노총은) 정부에 노동법 개악을 중단하고 지금이라도 ILO 핵심협약 즉각 비준과 함께 국제기준에 걸맞는 노동법 개정을 위해 양 노총과 머리를 맞댈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영계도 정부안에 반대하고 있다. 경총은 정부안이 처음 공개된 직후 "불법적 노동운동 관행으로 고비용ㆍ저생산성의 산업구조에 봉착돼 있는 상황에서, 정부안대로 해고자ㆍ실업자 노조 가입이 허용된다면 자동적으로 노조의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도 보다 강화되고 활성화돼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대영 기자 kdy@elabor.co.kr
김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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