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지난달 18일 오후 공무직위원회 임금협의회가 열리는 서울 중구 직업능력심사평가원 앞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차별을 철폐하라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가 중앙행정기관 무기계약직에 대한 합리적인 임금 기준을 마련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를 수용하지 않았다. 인권위는 이 사실을 공표하고 다시 한 번 이행을 촉구했다.
인권위는 14일 노동부와 기재부가 중앙행정기관 무기계약직 근로자를 위한 합리적인 임금 기준을 마련하고 재원을 확보하라는 권고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인권위는 노동부에 직무 분류, 분석, 평가 등을 바탕으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맞는 합리적인 무기계약직 임금 기준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공무원과 격차가 해소될 수 있는 합리적인 복리후생비 지급 기준을 마련하고 기관별 무기계약직 처우 격차가 해소될 수 있도록 통합 관리ㆍ운영 체계를 마련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기재부에는 노동부에 권고한 내용을 시행할 재원을 확보하라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무기계약직 근로자 상용임금을 인건비나 기본경비로 일관성 있게 편성하도록 예산편성ㆍ집행 기준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노동부와 기재부는 인권위 권고에 따라 권고 이행계획을 제출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이날 두 기관이 제시한 이행계획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우선 노동부는 합리적인 임금 기준 마련에 대해 "합리적인 무기계약직 임금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에 원칙적으로 공감하지만 현재 공무직위원회 산하 발전협의회에서 임금 관련 의제를 논의 중에 있어 현 단계에서 임금기준 개선의 범위, 개선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는 어렵다"고 회신했다.
기재부는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기관의 예산 사정 등을 고려해 합리적인 임금체계를 설계해 나갈 예정"이라고 답했다.
인권위는 "(노동부와 기재부가) 구체적인 임금 기준 개선 방안에 대해서는 검토한 내용 없이 논의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며 불수용으로 판단한 이유를 설명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두 기관은 합리적인 복리후생비 지급기준 마련에 대해서도 난색을 표했다. 임금 체계 개편 없이 개별 수당을 인상하게 되면 기관 간 임금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것. 두 기관은 "현재 논의를 진행 중이라 구체적인 복리후생비 지급기준 개선의 범위 등을 제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인권위는 "중앙행정기관 무기계약직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수당 관련 진정이 인권위에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고 복리후생비는 직무와 무관하게 고용관계를 유지하는 모든 직원에게 복리후생 내지 실비변상 차원에서 지급되는 항목임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복리후생비 지급기준 개선방안 없이 논의를 지속하겠다고만 밝혔다"고 평가했다.
노동부는 통합 관리ㆍ운영 체계를 마련하라는 권고도 수용하지 않았다. 인권위는 노동부가 이러한 방식이 바람직한지 단정 지을 수 없다는 의견과 함께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기재부도 예산 편성ㆍ집행 기준을 마련하라는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재부는 "(현재) 사업비 편성 방식이 채용기준, 근로여건, 업무 내용 등 기관별 사정을 고려한 탄력적 채용 및 관리가 가능해 보다 합리적"이라며 "현재 상용임금은 인건비 차원에서 안정적으로 편성돼 운영되고 있다"고 불수용 이유를 설명했다.
인권위는 두 기관에 유감을 표하면서 복리후생비에 대한 적극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임금체계의 개편은 구성원들의 합의를 기반으로 점진적ㆍ단계적으로 추진돼야 하는 사안으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며 "하지만 무엇보다 복리후생비는 직무의 성질, 업무량, 업무의 난의도 등과는 무관하게 복리후생 차원에서 지급되는 것으로 공무원과 다르게 지급받아야 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음에도 노동부와 기재부가 권고를 불수용한 부분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보다 적극적인 검토를 촉구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중앙행정기관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을 준수해 차별을 시정해야 할 의무를 강하게 부여받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격차 해소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며 권고 이행을 촉구했다.
이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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