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2-10-05 09:00:00 수정 : 2022-10-05 14:26:23

“조선업 이중구조 문제…‘땜질’로는 해결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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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호 vol.377]
▲김동성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위원장(노동법률)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2022년 6월 2일 실질임금 30% 인상, 노조 인정 및 노조 활동 보장 등을 요구하며 시작된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의 파업이 어떤 폭풍을 가져올 것인지.

파업 51일째인 7월 22일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사가 극적인 타결을 맞이하면서 파업은 마침표를 찍었지만, 새로운 과제를 낳아 사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의 470억 원의 손해배상청구는 노란봉투법 제정 운동에 불을 붙였고, 그 끝이 어디로 이어질 것인지는 현재로서 속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남은 과제들이 어지럽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평가, 이후의 과제를 답해줄 노동계 인물을 찾았다. 바로 김동성 금속노조 부위원장이다. 그는 과거 조선소 사내하청노동자로 일했던 당사자이자, 5년 전인 2017년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를 처음 설립한 초대 지회장이기도 하다. 현재는 지회장 직책을 김형수 지회장에게 넘기고 금속노조에서 비정규직 할당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 전부터 대우조선해양 내 하청노조의 교섭 및 투쟁 전반을 담당했던 것도 김 부위원장이다. 그가 바라본 이번 사태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지난 9월 22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과거 조선소 사내하청노동자였던 사람으로서,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이하 지회)를 처음 설립했던 사람으로서 이번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궁금하다.
 
그 이야기를 하려면 이번 파업에 이르기까지 대우조선 안에서 하청노동자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왔는지부터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2017년 처음 지회를 만들었을 때부터 "5년 안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줄곧 이야기해 왔다. 5년 안에 조합원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서 하청노동자들의 싸움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2019년 대우조선 안에서 파워공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작업거부 투쟁에 들어간 일이 있었다. 당시 파워공들의 투쟁은 지회가 이끈 투쟁이 아니어서 우리로서도 예상하지 못한 투쟁이었다. 지회에서 곧바로 상황 파악에 나섰고 작업거부 중인 파워공들에게 개별적으로 투쟁해서는 성과를 내기 어려우니 지회와 함께 투쟁하자고 제안했다. 그 이후로 선전전을 진행하고 하청업체별로 책임자를 지정하는 등 지회가 자리를 잡고 체계화되기 시작했다. 또, 같은 해에 원하청 성과급 차별로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의 분노가 폭발해 대규모 집회도 열렸다. 집회 경험이 한 번도 없었던 하청노동자들이 현장에 2000명이나 집결했던 게 소중한 경험으로 남았다.

투쟁 자신감을 얻으면서 2020년부터는 교섭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선뜻 교섭을 시도할 수 없었다. 과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의 교섭 시도가 사내하청업체 폐업이라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었다. 안정적인 교섭 토대를 만들기 위해선 조합원을 더 늘려야한다는 판단에 조직화 사업을 진행했고, 교섭은 작년 10여 개 사내하청업체를 상대로 처음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교섭은 전혀 진전이 없었다. 최소한의 임금인상, 노조 전임자 인정, 노조 사무실 제공 등 하청노동자들의 기본적인 요구 어느 것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청업체 대표는 원청에서 기성금을 올려주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하청업체를 상대로 한 교섭으로는 실질적인 노동조건 개선이 어렵다는 걸 작년에 많이 느꼈다.

이런 상황에서 지회 설립 5년째인 올해는 뭔가 해봐야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마침 작년 도장업체 재계약과 관련해 한두 달짜리 단기계약이 아닌 1년 이상 계약한다는 합의가 있었는데, 올해 4월 재계약 시기가 다가오자 사측에서 이를 지키지 않았다. 이 일로 하청 노사 간 긴장감이 감돌았고, 지회는 본격적인 싸움을 할 때가 왔다고 판단했다. 이후 핵심 요구인 실질임금 30% 인상, 상여금 회복, 노조 인정 및 노조 활동 보장 등을 요구하며 교섭을 진행, 조정신청을 거쳐 6월 2일 파업에 들어가게 됐다. 올해 지회의 파업은 지난 5년간의 시간과 경험이 만들어낸 투쟁이었다고 생각한다.
 
Q. 지회 측에선 협상 타결 당일(2022. 7. 22.)까지도 타결 가능성을 불투명하게 내다본 걸로 안다. 타결 직전까지의 상황은 어땠나.
 
당일까지 핵심 쟁점 대부분에 대한 의견 접근이 안 되고 있었다. 특히, 지회가 요구했던 임금인상 30%에 대한 사측의 미동이 전혀 없었고, 민형사상 면책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공권력 투입까지 검토했다. 실제 점거 현장 인근에선 경찰이 진압훈련을 하기도 했다. 언제 공권력이 투입될지 알 수 없는 긴박한 상황이었고, 여기에 점거농성에 들어간 조합원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이번 합의는 점거농성 조합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했기에 내린 선택이었다. 긴박한 상황에서 점거농성 조합원들을 일단 구출하고 임금인상과 노조 활동 보장 등은 이후에라도 할 수 있다는 판단을 다수가 했던 것 같다.
 
Q. 타결 후 2개월이 지났다. 지금도 하청 노사 간 대화는 계속되고 있나.
 
대화하고 있는 중이다. 일차적으로 고용승계 문제를 논의하다가 일단락된 상황이다. 추후 교섭과 임금, 노조 활동 보장 등의 문제는 TFT를 구성해 논의하자고 합의하지 않았나. 현재는 TFT를 구성하고 있는 중이다. TFT의 경우 원청 노사와 하청 노사가 모두 들어가기로 이야기가 됐었는데, 원청에서 불법파견의 소지가 있다며 TFT엔 들어가지 않고 노사정 협의틀에만 들어가겠다고 해 TFT가 정상적으로 가동될 것인지 우려스럽다.
 
Q. 이번 사태를 계기로 노란봉투법이 하반기 뜨거운 이슈가 됐다. 노란봉투법 제정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이번에는 총력을 다해 노란봉투법이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 현실적으로 지회는 470억 원의 손해배상을 감당할 여력이 없고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당장 내년부터 정상적인 노조 활동을 할 수 없게 된다. 올해 안에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서 노란봉투법 제정에 나설 것이다. 지난달 출범한 노조법 2ㆍ3조 개정 운동본부에만 9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함께하고 있어 올해는 상당한 기대를 하고 있다.
 
Q. 이번 파업은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의 저임금 문제와 원하청 이중구조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시작됐다. 하지만 합의 후엔 고용승계, 손해배상 문제만 부각되고 있다.
 
이번 파업의 일차적인 의미는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의 근본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우리 사회에 쟁점화시켰다는 것에 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지회는 설립된 지 5년밖에 되지 않았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이번 파업으로 지난 20여 년간 우리 사회에 공론화되지 않았던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의 현실을 국민들에게 알렸다. 사실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이나 조선소 다단계 하도급 착취 구조는 신문이나 방송에 몇 번 나왔다고 국민들이 현실을 모두 이해하긴 어렵다. 그나마도 중대재해가 많이 발생해서 위험하다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는 게 대부분이다. 이번 파업을 통해 그동안 크게 드러나지 않았던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의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국민들도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의 현실이 정말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가 느꼈을 것이다.

또, 이번 파업은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비정규직 노동자라면 누구나 현실을 바꾸고 벗어나고 싶을 텐데 개별적으로는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어 현실을 묵인하고 감당할 수밖에 없지 않나. 그런 상황에서 조선소 하청노동자가 던진 '이렇게 살 순 없지 않습니까' 이 한마디가 한국 사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가슴을 울리는 외침이었다고 생각한다.
 
Q.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조선업 이중구조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현재 정부가 관련 방안을 논의 중인데, 정부의 정책 방향성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정으로 고민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지만, 이번 사태로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에 모른 척 넘어가긴 어려울 거라고 본다. 그리고 지금 조선업 수주가 호황이지 않나. 일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일할 사람도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 알다시피 조선소들이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인력난의 원인으로 하청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저임금 구조가 지목됐으니 정부로서도 이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는 고민이 있을 거다.

결국 정부가 근본적인 문제부터 해결할 것인지 아니면 임시방편 땜질식 처방에 그칠 것인지를 지켜봐야 하는데, 현재 조선소 인력난 문제를 이주노동자 고용으로 해결하겠다는 걸로 봐선 정부가 근본적인 해결에 나서는 걸로 보이지 않는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조선소 인력난 문제는 하청노동자들의 저임금, 위험한 작업환경 등의 문제를 풀지 않고선 해결할 수 없다.
 
Q. 금속노조에서는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와 원ㆍ하청 노사,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범사회적 논의기구를 제안했다.
 
조선소 하청노동자 문제는 단기간에 생긴 문제가 아니라 수십 년 동안 고착화된 문제이기 때문에 단기 정책이나 단순한 충격요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법제도 변화와도 긴밀히 연관돼 있어 국가기관, 정치권, 노동계, 시민사회단체의 노력이 총체적으로 결합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이동희 기자 dhlee@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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