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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17-10-30 14:08:23

    수정 : 2017-11-01 08:53:37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실태와 법률문제

2017-10-30 14:08:23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실태와 법률문제
[2017년 11월호 vol.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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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1 쟁점의 정리

    고용노동부는 지난 9월 21일 파리바게뜨가 가맹점 근무 제빵기사를 불법파견(무허가 파견, 파견대상 업무 위반)으로 사용한 것을 확인하고, 파리바게뜨가 제빵기사 등 5,378명을 직접 고용하도록 시정 지시하고, 미이행 시 사법처리와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 사회는 찬반양론으로 들끓었다. 재계와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고용노동부가 제조업에나 적용되는 불법파견 법리를 프랜차이즈 산업에 무리하게 적용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나 정작 수많은 논란 속에 제빵기사들의 노동권과 법치주의는 실종됐다. "누가 제빵기사를 실제로 사용하고, 지휘-명령을 했는지", 이 사건의 핵심쟁점은 사라지거나 은폐되고 있다. 이 글은 그 사라지거나, 일각에서 지우려고 안간힘을 쓰는 그 핵심 쟁점, 이번 사건의 본질과 진실을 살펴보고자 한다.





    ▒ 02 형식과 실질의 괴리

    형식적으로 파리바게뜨 본사는 가맹점주와 가맹계약을 체결하고 협력업체와는 업무협정을 맺는다. 제빵기사는 협력업체 소속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가맹점에 나가 빵을 만든다. 계약서에 따른 형식적 고용형태는 <표1>과 같다.



    이처럼 계약서상, 그리고 형식상 제빵기사는 협력업체 직원이기 때문에 협력업체를 통해서만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받아야 한다. 파리바게뜨도 가맹본부로서 가맹사업법에 따라 제빵기사에 대해 교육-훈련을 할 수 있지만, 교육-훈련 차원을 넘는 구체적인 업무 지시나 지휘-명령은 가맹사업법의 허용범위를 벗어난 사용자 몫이다. 그 누구도 자신의 근로자가 아닌 사람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지휘-명령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파리바게뜨가 제빵기사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업무수행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구체적으로 지휘-명령을 했다. 파리바게뜨 소속 품질관리사(QSV)를 통해 출근시간 관리는 물론, 채용-평가-임금-승진 등에 관한 일괄적인 기준을 마련 시행함으로써 가맹사업법의 허용 범위(교육-훈련)를 벗어나 파견법상 사용사업주로서 역할을 한 것이다. 근로관계의 실질에 따른 제빵기사의 고용형태는 <표2>와 같다.



    이러한 형식(형식상 사용자는 협력업체)과 실질(실질적 사용자는 본사)의 괴리에서 이번 불법파견의 문제가 잉태됐다. 근로계약에 따라 협력업체가 실제로 제빵기사들에 대해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하고, 사용자로서 지휘-명령을 했다면 불법파견 문제는 시빗거리가 아니다. 그러나 계약서들은 말 그대로 종이, 휴짓조각에 불과했고, 실제로는 파리바게뜨 본사가 제빵기사들의 출근시간 관리는 물론 업무에 대한 전반적인 지시-감독을 함으로써 가맹사업법의 허용범위를 벗어나 파견법상 사용사업주로서 역할을 했으며 바로 여기에 이 사건의 첫 번째 본질과 진실이 담겨 있다. 


     


    ▒ 03 실종된 제빵기사들의 노동권

    이번 사건은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의 권리 찾기에서 시작됐다. 이들은 파리바게뜨 회장님 한 마디에 출근시간이 당겨지고, 점심시간도 챙기지 못하는 이유를 찾으려 했다. 노동조합을 만들었고, 자신들에게 실질적으로 일을 시키고 지휘-명령을 하는 파리바게뜨 본사에 교섭을 요구했다. 이것이 사건의 시작이다. 출근시간을 정하는 사람, 채용-평가-임금-승진을 결정하는 사람, 업무내용을 지시하고 지휘-명령을 하는 파리바게뜨 본사를 사용자라고 부르는 것은 당연하다. 사용자로 호명된 파리바게뜨 본사는 제빵기사들의 단체교섭 요청에 성실히 응하고, 이들의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33조 제1항은 그렇게 노동3권을 규정하고 있다.

    근로관계의 실질에 맞게 자신에게 지휘-명령을 하는 실질적 사업주를 사용자라 부르는 것, 자신의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사용자에 맞서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단결하고, 단체교섭과 단체행동으로 근로조건의 향상을 도모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 이것은 저 멀리 북유럽의 이야기가 아니라 대한민국 헌법 제33조 제1항이 보장한 모든 노동자의 권리다. 제빵기사들에게 실종된 인권과 노동3권을 되돌려주는 것, 바로 여기에 이 사건의 두 번째 본질과 진실이 담겨 있다.

     


    ▒ 04 파리바게뜨의 도덕적 해이

    타인을 고용함으로써 이익을 얻는 자는 그로 인한 책임과 위험을 부담해야 한다. 이익 있는 곳에 책임 있고, 이윤 있는 곳에 위험 부담이 따른다. 이것은 노동법을 관통하는 법적 의무이자 우리 사회의 보편적 상식이자 최소한의 정의관념이다. 파리바게뜨 본사는 제빵기사의 업무수행으로 매출이 상승함으로써 직접적으로 가맹점에 공급하는 재료판매 등의 수익을 얻었다. 아울러 브랜드 이미지 강화로 궁극적으로 시장 점유율 확대, 가맹점 증거로 인한 이익을 누리게 된다.

    그러나 파리바게뜨 본사는 사용자로서 책임과 위험은 회피하고 있다. 제빵기사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해 단체교섭을 요구해도 외면한다. 회장님 한 마디로 제빵기사들이 새벽 6시 꼭두새벽부터 출근하도록 지시하면서도 정작 이들의 고충과 근로조건 개선에는 관심이 없다. 지시는 하되,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도덕적 해이의 전형이다. 사용자의 도덕적 해이를 규제해 권한 행사에 따른 책임을 부담시키는 것, 바로 여기에 이 사건의 세 번째 본질과 진실이 담겨 있다.

     


    ▒ 05 프랜차이즈 산업은 노동법의 무풍지대, 사각지대가 아님

    우리나라에서 간접고용 문제를 규율하는 것은 파견법이다. 근로자 파견이란 근로자를 고용한 사용자(파견사업주, 하청업체)가 그 근로자를 다른 사용자(사용사업주, 원청)의 지휘-명령에 따라 일하도록 하는 고용형태를 말한다. 고용과 사용관계가 분리되기 때문에 파견근로자를 보호해야 한다. 이에 따라 파견법은 중간착취 등의 위험에서 파견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①파견대상 업무와 기간을 제한하고, ②허가받은 업체에만 파견을 허용한다.

    파견법은 제조업과 프랜차이즈 산업을 차별하지 않는다. 어떤 산업이든지 ①파견대상 업무와 기간은 제한되고, ②허가받은 업체만 파견을 할 수 있다. 이번에 문제 된 것은 제빵업무가 파견대상 업무가 아니고, 협력업체들이 근로자파견 허가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협력업체와 가맹점간의 도급계약에 따라 업무가 이루어졌다면 파견법이 문제 될 여지가 없지만, 형식적 도급계약과 달리 실제로는 제3자인 파리바게뜨 본사가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하고, 제빵기사를 지휘-감독했기 때문에 파견법이 문제 된 것이다. 프랜차이즈 산업이라서 어쩔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프랜차이즈 산업도 당연히 파견법을 준수해야 하고 준수할 수 있다는 것, 바로 여기에 이 사건의 네 번째 본질과 진실이 있다.

     


    ▒ 06 결 론

    이제 사용사업주, 진짜 사장인 파리바게뜨 본사가 나서야 한다. 그동안 사용자가 아니라면서 극구 제빵기사 노동조합을 외면하던 기존 관행을 벗어나 성실히 교섭에 응하고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 노동조합이 제안한 것처럼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제빵기사를 비롯한 노동자, 그리고 시민사회 전문가로 구성된 사회적 협의기구를 구성해 바람직한 대안을 논의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 대화의 준거점은 헌법에서 정한 노동3권과 근로의 권리, 파견법을 비롯한 노동관계법령, 그리고 '타인을 사용해 이익을 얻는 자는 그로 인한 책임과 위험도 부담한다'는 우리 사회의 상식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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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인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법률원장/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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