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노동법률] 김대영 기자 = 대법원이 정년이 되는 해의 12월 말일 퇴직할 경우, 해당 연도에 대한 연차휴가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다.

지난 6월 28일 대법원 제1부(재판장 박상옥)는 의정부시 시설관리공단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하다 퇴직한 A씨 등 12명이 공단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근로기준법 제60조는 1년 동안 80%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 이상의 연차휴가를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연차휴가는 같은 법에 따라 1년 이내에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된다.

만약 1년 이내에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않거나 1년이 지나기 전 퇴직하는 등의 사유로 더 이상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못하면 연차휴가 일수에 상응하는 임금인 연차휴가수당을 청구할 수 있다. 연차휴가수당은 연차휴가 미사용 일수에 1일 평균임금을 곱해 계산한다.

대법원 "정년퇴직일이 근로관계 종료일"

이번 사건의 쟁점은 근로관계 종료시점이었다.

원고 A씨측 환경미화원들은 공단 고용내규에 따라 정년퇴직일로 명시된 '만 61세가 되는 해의 12월 말일'을 포함한 20일의 특별유급휴가를 사용했다. 특별유급휴가는 공단과 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사이의 단체협약으로 보장된 휴가다.

원고측은 특별유급휴가가 12월 31일까지였기 때문에 정년퇴직일이 다음날인 1월 1일로 미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A씨 등 환경미화원들은 1년의 근무기간에 대한 대가인 연차휴가를 받게 된다. 연차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는 1년 동안의 근로를 마친 다음날 발생한다.

원고측은 정년퇴직일이 1월 1일로 미뤄진 만큼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가 생겼고, 퇴직으로 이를 사용할 수 없게 된 점 등을 감안해 연차휴가수당을 지급하라고 주장해왔다. A씨 등 환경미화원들은 1ㆍ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2심 재판부는 "원고 등의 경우 만 61세가 되는 해의 12월 말일이 특별유급휴가기간 중 하루였으므로 실제 퇴직일은 다음해 1월 1일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특별유급휴가 사용으로 정년퇴직일이 미뤄졌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판결문에는 공단 고용내규에 명시된 내용이 언급됐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공단) 상용직 고용내규는 가로환경미화원의 정년을 만 61세가 되는 해의 12월 말일로 정하고 있다"며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 등은 만 61세가 되는 12월 31일 정년에 도달해 근로관계가 당연히 종료한다"고 밝혔다.

또 노조와의 단체협약으로 보장된 특별유급휴가는 이미 정년퇴직을 전제한 상태에서 부여되는 휴가이기 때문에 이를 이유로 퇴직일이 미뤄졌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즉, 원고의 근로관계는 12월 31일에 종료됐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만 61세가 되는 해의 12월 31일 원고 등의 근로관계는 당연히 종료했다고 봐야 하므로, 원고 등은 만 61세가 되는 해의 근로에 대한 대가로서의 연차휴가에 관한 권리를 취득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한편, 고용노동부도 그동안 이 같은 내용의 행정해석을 유지해왔다.

고용부는 지난 2008년 질의회시를 통해 "만 60세가 되는 해의 12월 31일을 정년퇴직일로 하고 있는 경우라면 (중략) 퇴직의 효력은 12월 31일 당일에 발생하는 것으로 정년퇴직하는 당해연도의 근무기간에 대한 연차유급휴가(연차유급휴가 미사용수당)는 발생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는 행정해석을 제시한 바 있다.
 
김대영 기자 kdy@elabo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