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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 2019-02-19 11:23:46

    수정 : 2019-03-04 14:29:54

[현장] AI 채용 확대 - 현실 쟁점은

2019-02-19 11:23:46



AI는 사람보다 공정할까
[2019년 3월호 vol.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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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상생활에 편리함을 가져다주던 4차 산업혁명이 기업 인사노무 영역으로 성큼 다가섰다. 인공지능(AI)이 인사관리는 물론 채용시장까지 그 세력을 넓히는 중이다. 사람이 AI의 판단을 받고, AI가 지정한 위치로 이동하는 셈이다. 급변하는 인사노무 환경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CJ와 롯데는 지난해 상반기 공채에서 AI로 지원 서류 및 자기소개서를 검토했고, 한미약품은 서류전형은 물론 면접에도 AI를 도입했다. 이러한 추세는 공기업에서도 나타났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전파통신진흥원,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등이 AI 채용 시스템을 도입했고,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금융공기업 최초로 AI 면접을 실시했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은 공고 조건에 적합한 지원자 추천 서비스를 시작했다. AI가 지원자 이력서 내 보유 기술ㆍ직무 경험 등을 분석해, 기업에서 공고한 직군 및 필요 기술에 적합한 인재를 추천해준다. 채용시장에서 AI 바람은 거세질 전망이다.

    AI 채용 도입 기업 "효율성ㆍ공정성 담보"
     
    기업이 채용과정에 AI를 도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높은 효율성이다. 매년 신규 채용에 수많은 지원자가 몰리는데, 지원 서류를 모두 검토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AI를 활용하면 그 시간과 자원을 훨씬 절약할 수 있다. AI가 자기소개서 하나를 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3초가량이다. 자기소개서 1만장을 확인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8시간이면 된다.

    쌍용자동차의 경우 연간 8,000명에서 1만 명에 달하는 지원자를 2명의 인재경영팀 직원이 담당한다. 서류 자동 심사 기능을 통해 허수 지원자를 가려내고, 특정 조건에 만족하는 지원자를 빠르게 찾을 수 있게 돼 최소인원으로도 채용 진행이 가능해진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서류전형 심사에 AI를 도입한 롯데는 "(AI 시스템 활용으로) 객관성이 강화됐고 시간이 단축됐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특히 "표절 자소서를 잡아내는 게 우수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난해 상반기 채용 결과 분석에 따르면, AI 시스템에서 '필요인재 부합도'를 높게 평가받은 지원자가 그렇지 못한 지원자보다 실제 역량면접 평가에서도 우수한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AWS가 개발한 안면인식기술 아마존 레코그니션

    특정 장소에 지원자를 불러 진행하던 면접도 AI를 활용하면 언제 어디서나 가능해진다. 지원자의 얼굴 인식을 통해 표정 및 감정을 분석하고, 음성ㆍ사용 어휘를 분석해 언어 행동과 경향을 분석한다. 나아가 맥박, 뇌파 등 생체 데이터까지 활용해 적합한 후보를 선별한다. 사람을 대신해 AI 면접관이 지원자를 분석하면서 더욱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채용이 보장된다.

    AI 면접 시스템 인에어(inAIR)를 도입한 원익홀딩스는 "채용에 있어 효율성이 1000% 이상 올라간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AI 기반 채용을 통해 인사실무자 20여 명이 매달렸던 그룹공채를 현재는 1명의 담당자가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여론은 아직 불안
     
    미국, 일본 등은 일찍부터 AI를 기반으로 한 채용을 진행해 왔다. 미국의 경우 구글이 2008년부터 자체 개발한 AI 채용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고, 미국 종합 경제지 포춘이 선정한 500대 기업 대부분도 AI 채용을 도입했다. 일본도 소프트뱅크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AI를 채용과정에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AI 채용이 시작됐다.

    대기업이 도입을 서두르는 반면 AI의 판단에 대한 여론은 부정적이다. 지난해 11월 29일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정보인권 보호를 위한 실태조사(연구용역: 사단법인 참세상)'에 따르면 일반인 과반이 AI 면접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1,000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취업현장에서는 인공지능이 면접자의 표정, 목소리, 뇌파, 심장박동 등을 감지하는 시스템이 일부 도입되고 있는데, 취업 면접을 볼 때 인공지능이 면접의 당락을 좌우한다면,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자 546명(54.6%)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매우 부정적 251명, 다소 부정적 295명).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143명으로 14.3%에 그쳤다.

    중소기업도 AI 채용 시스템 도입에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300명 미만 중소기업 인사담당자 21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72.9%가 '아직 AI 채용 시스템 도입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결과는 AI가 판단한 결정에 신뢰가 쌓일 만큼 데이터가 축적되지 않은 탓이다. 실제로 AI를 채용 과정에 도입한 대기업도 데이터 축적에 열을 올리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AI 도입 전후의 장단점을 묻는 말에 "현재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는 중"이라며 "시스템상 부족하거나 개선이 필요한 부분 등은 없는지 계속해서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 알고리즘 "효율적인 차별 가능"
     
    AI 채용 시스템의 효율적이고 정확한 처리능력은 '데이터 학습'에서 온다. 대다수 AI 면접 시스템은 면접 전문가의 평가 데이터를 기준으로, 면접 응시자를 판단하고, 또 이 데이터를 학습한다. 업무능력 예측 평가를 위해 재직자의 업무능력 데이터도 학습한다. 학습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일관적ㆍ객관적 판단 기준으로 지원자 개인의 역량을 판단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데이터 학습'의 부작용을 우려한다. 인공지능 학습 알고리즘이 사회적으로 형성된 데이터셋을 토대로 이뤄지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편향을 그대로 담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인공지능에 의한 차별은 통계적 사실, 계산적 합리성 등에 의해 기존 차별보다 불가피하거나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어 더욱 위험하다.

    실제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2014년부터 개발해오던 인공지능 채용 시스템 알고리즘에서 여성 차별적 인식이 드러났다. AI는 지원자의 이력서에 '여성'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으면 감점을 했고, 여대를 나온 지원자 2명의 원서에는 불이익을 줬다. AI가 학습한 10년간의 아마존 지원자 데이터에 남성 지원자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그 결과 여성 지원자를 선호하지 않게 된 것이다. 아마존은 시스템 개선을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공정성 확보에 실패했다고 판단해 AI 채용프로그램을 자체 폐기했다.

    미국 경찰이 불심검문용으로 사용한 인공지능 프로그램도 인종차별 편견을 그대로 드러내 법원의 사용금지 처분을 받았다. AI가 설계자의 의도와 학습 데이터에 의해 편향될 수 있다는 사실이 AI 선진국에서 드러나고 있다. 미 수학자이자 데이터 과학자인 캐시오닐은 "인간에게서 차별하는 법을 배운 컴퓨터는 인간보다 한술 더 떠 기가 막힐 만큼 효율적으로 차별적인 심사를 수행한다"고 지적했다.
     
    AI 채용 후발주자인 우리나라도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 법조계 전문가는 "한국은 차별이 만연해 있어 빅데이터 안에 차별의 결과가 포함돼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더욱이 차별, 간접차별에 대한 인식도 매우 낮은 상태로, 알고리즘에 의한 차별에도 가장 크게 노출돼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인공지능의 적합 직무자 선별 능력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키워드 자체를 분석하는 알고리즘은 지원자의 능력보다 지원자가 사용한 단어에 중점을 두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한 아마존 AI 채용 프로그램은 '실행했다(executed)', '정확히 포착했다(captured)' 등의 단어를 사용한 지원자에게 좋은 평가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여자들이 잘 쓰지 않는, 남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를 쓰면 점수를 더 받을 수 있었다.
     
    국내 AI 채용 시스템, 차별 해결할까
     
    AI 알고리즘은 미래지향적이 아닌 과거지향적이다. 과거 데이터를 학습하기 때문에 기존 편향성ㆍ차별에 대한 개선 노력이 더해지지 않으면 과거의 편향성과 차별이 그대로 드러날 수밖에 없다.

    국내 AI 채용 시스템 개발자들도 이 확증편향 문제 차단에 힘쓰고 있다. AI 채용 솔루션 '인에어(inAIR)'를 개발한 마이다스아이티는 "인구 통계학 정보(나이ㆍ성별ㆍ지역ㆍ학력)를 고려한 규준 데이터를 선별해 AI 학습 과정에서 차별적 요소가 들어가지 않도록 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 규준데이터 성비는 52:48(남:여)"이라고 밝혔다.

    SK C&C가 개발한 '에이브릴 HR 포 리크루트'는 단순 평가를 넘어 그 근거까지 함께 제시하도록 만들어졌다. 아울러 SK C&C는 자사 지원자 채용에서 AI 시스템이 낮게 평가한 지원서를 사람이 다시 한번 검증토록 해 부당하게 떨어질 확률을 줄였다.

    한 산업계 전문가는 "인간이 시행착오를 극복하는 방법은 경험을 통해 개선해 나가는 것"이라며 "인공지능 알고리즘 역시 편향된 정보라고 할지라도 지속적인 시행착오를 겪고 또 개선할 수 있도록 기술적 노력이 계속된다면 극복할 수 있는 사항"이라고 전망했다.
     
     
     
    임고은 기자 goi@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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